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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밤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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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113 회 작성일 24-05-22 03: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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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강원도 화천군에 소재한 X사단 사령부에 장교로 근무하고 있었다. 사방거리에 위치한 X연대 X대대 정보장교로 2년간 있다가 탁월한 근무성적을 인정받아 두달 전부터 사단 사령부 심리전 장교로 근무하게 되었다. 이곳 화천을 잠깐 소개하자면 "푸른산! 맑은물! 빛나는 화천!"이라는 화천군청의 홍보처럼 비록 주변 인프라는 열악하지만 공기 좋고 물 맑은 전형적인 중부전선의 전방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그나마 사방거리에 있을 때보다 이 곳 화천으로 나오니 마치 도회지로 나온 듯한 분위기다. 내가 이곳에 와서 맡게 된 임무는 심리전 여군 하사관들과 함께 각 전방 GP나 GOP에서 북한군을 상대로 선무방송 등을 하는 것이나 자세한 사항은 보안이라 생략하겠다. 당시 27살의 총각이었던 나는 서울에 애인이 있었으나 군인이라는 직업상 자주 볼 수가 없어 관계는 점점 소원해질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은 연락도 거의 안하고 있는 상태였다. 부대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면 주변 동료들과 BOQ(독신장교 숙소)에서 뒹굴거리거나 화천에 나가 원인 모를 불만과 외로움, 그리움 등의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술이 만취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 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 옆 사무실에는 정훈과가 있었는데 그 과에서도 사단에 한명 밖에 없는 여군장교가 있어 난 수많은 사단 인원 중에 단 4명만 있는 여군 장교 및 하사관들과 같이 근무하는 행운 아닌 행운을 누리고 있었다. 아! 박중위! 그녀로 인해 내 생활이 이렇게 수많은 불면의 밤으로 지새울 줄은 어떻게 알았겠는가... 박중위!! 키는 작지만 날씬한 체구와 귀염성 있는 얼굴!! 명석한 두뇌! 게다가 사단에 1명 밖에 없는 희소성으로 인해서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사단장님을 위시해서 많은 참모들이 그녀를 아끼고 대우해 주는 것을 보면 옆에서 질투가 날 정도였다. 세상에 남자 중위라면 어디 감히 사단장님 얼굴을 쳐다볼 수나 있나.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녀를 우상 숭배하듯 했으며 그녀가 살고 있는 군인 아파트 우편함에는 이름 모를 병사들의 연서와 선물이 항상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렇게 대우를 받아서인지 그녀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졌고 약간은 건방진 태도로 인해 그녀가 소속 되어 있는 정훈과에서는 정작 인기가 좋지 못했다. 아니 거의 왕따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갈 곳을 잃은 그녀는 옆 사무실에 있는 내게 놀러 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해져 가고 있었다. 오늘은 금요일! 난 토요일~일요일 1박 2일간 서울 나들이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토욜날 가서 오랜만에 친구들하고 만나 찐하게 마시고 회포나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녀가 들어왔다. "정대위님? 뭘 혼자서 싱글벙글 하고 계세요?" "아! 들어와요." (남자라면 바로 말 낮추지만 여군이고 나도 갓 대위 달아서 서로 상호 존칭 쓰고 있음) "뭘 그렇게 싱글벙글 하고 계시냐구요?" "아! 딴게 아니고 낼 모처럼 서울 나들이나 가려구요. 잠깐 그 생각 하다가 그랬어요"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무척이나 반가운 소리로 "어머! 잘 됐네. 나도 선배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 가려고 하던 참인데요. 같이 가면 되겠네요 음~~ 일요일날 결혼식이니깐 토요일은 나랑 같이 서울에서 놀아요" 와우!! 그녀와 친해지면서 서서히 동료가 아닌 이성으로서 생각하게 된 나는 같이 가서 서울에서 놀자는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를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하고 다만 먼 발치에서 만이라도, 단지 얼굴을 대하는 것만이라도 행복이었던 나날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나보다 계급은 낮았지만 감히 넘볼 수 없는 먼 곳에 위치한 그녀가 그렇게 친근하게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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