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도시 2 - 명심철학원 오도사 - 1부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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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으로 1965년 1월 24일 밤 11시 51분에 태어났어요.” “이름은?” “최수미요.” “무슨 수자와 무슨 미자 쓰는데?” “목숨 수(壽) 아름다울 미(美).” 40대로 보이는 중년여인의 말을 들은 남자는 종이를 꺼내 생일 생시와 이름을 적고 책을 꺼내 뒤적이며 옆에다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다. “갑진년(甲辰年) 정축월(丁丑月) 무인일(戊寅日) 을묘생(乙卯生) 최수미(崔壽美)라.” “....................” “손 내밀어봐.” “손은 왜요?” “당신 운명을 알아보기 위해 그러니 손 내밀어.” 중년여인이 퉁명스런 말투로 의아하다는 듯 묻자 남자 역시 무미건조한 말투로 되받았다. 중년여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책상위에 손을 올려놓았고 남자의 손이 그 위로 겹쳐오자 움찔했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겹쳐진 손을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 살며시 눈을 감고 한동안 무어라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주쟁이가 사주나 봐주면 될 것이지 무슨 주문을 외는 거야 뭐야? 자기가 무슨 무당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남자의 모습을 본 여인은 입을 삐죽이며 마음속으로 툴툴거렸다. 여인의 그런 행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계속 입술을 달싹이며 주문을 외고 있었다. ‘응애~~ 응애~~’ ‘원장아버지. 잘못했어요. 다시는 돈 훔치지 않을게요. 그리고 동생들도 때리지 않을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야 이 새끼야. 니가 우리 구역에 들어와서 신고도 없이 함부로 손님 가방을 털어? 이런 씨발놈 새끼야 그러고도 니가 무사할 줄 알았냐?’ ‘이년아. 아무리 니가 방장이라지만 나도 별이 네 개야. 너 같은 애송이한테 죽어지낼 이 붉은거미가 아니야. 너 오늘 나한테 한 번 죽어봐라 이 씨발년아.’ ‘승기씨 고마워. 정말 승기씨 아니었으면 그 딱부리파 새끼들한테 맞아 죽었을지도 몰라. 이젠 승기씨가 속해있는 아톰파에서 우리를 보호해 준다니 그 자식들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승기씨 사랑해. 이제 나도 손 씻고 승기씨만을 위해서 살께. 우리 아들 둘에 딸 둘 낳고 행복하게 살자.’ ‘야 이 개새끼야. 내가 동네북이냐? 허구한 날 술 퍼먹고 들어와서 마누라를 패고 지랄이야. 애 새끼 유산한 게 내 잘못이냐? 니가 도마뱀파가 설치는 곳에 나를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배를 얻어맞지 않았을 거 아니야? ........ 그리고 니가 두목한테 대들어 뚜드러 맞은 것도 니 잘못이지 그게 왜 내 잘못이냐? ......... 니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날 때려?’ 운명혜안공(運命慧眼功)을 끌어올려 중년 여인의 손을 통해 지나온 과거를 살펴보던 남자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지나온 삶이 순탄치 않아서인지 중년여인의 말투에서 정중함이나 조심스러움을 발견할 수가 없었고 심지어는 사람의 기분을 조금씩 거스르는 느낌마저 받게 되었던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 여자. 참으로 험난하고 힘든 삶을 살아왔군. 부모 복이 없어서 어려서부터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졌고, 못된 원장으로 인해 삐딱하게 자라서 결국은 소매치기 전과자라는 낙인찍힌 인생이 돼버렸구나. 어렵게 만나 천신만고 끝에 결혼한 남자는 조폭이라 안정된 생활을 못하고 아이마저 유산으로 잃어버린 뒤로는 거의 날마다 남자에게 맞고 살다시피 하고..... 참 액운 많은 인생을 타고난 여인이로다.’ 운명혜안공으로 중년여인의 지나온 삶을 엿본 남자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듯 하더니 땀이 맺혔다. 남자는 속으로 중얼거리던 속도를 더 높이는 듯 입술의 달짝거림이 더욱 빨라졌다. ‘야 임마.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 돈 주고 여자 배위에 올라왔으면 제대로 싸야지... 1분도 못돼서 찍하고 끝내버리는 좆을 뭐하게 달고 다니냐? 그런 좆은 달고 다니지 말고 그냥 짤라버려라 씨발놈아.’ 잠시 후 남자의 얼굴빛이 바뀌더니 또 다시 무언가를 열심히 중얼거렸다. ‘자기야! 나 오늘 보너스 받았다. 오늘 어떤 아줌마가 와서 백오십만원짜리 코트를 팔았는데, 사장님이 기분이라고 십만원을 보너스로 주셨어. 우리 오늘 소주에 삼겹살 구어먹자.’ 그때서야 남자의 얼굴빛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감았던 눈이 떠졌다. “고아원 원장이 지어준 최수미란 이름 말고 원래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알고 있나요?” 중년여인에 대한 연민을 느꼈는지 한층 수그러진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자가 물어보았다. 남자가 눈을 감고 중얼거리던 모습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중년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사람마다 정해진 운명이 있고 그 운명에 따라 살아온 삶을 알아보는 것이 철학원에서 하는 일이지요. 그 방법에 대해서 알 것은 없고...... 원래 이름이나 말해보세요.” “최옥남. 구슬 옥(玉)에 남쪽 남(南)자예요. 원장아버지가 그러는데 고아원 앞에 버려질 때 제 옷 안에 태어난 시간과 이름이 적어져 있었데요.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 입양되지 못할 것 같아서 원장아버지가 최수미로 바꿨다고 했어요.”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알아보자 중년여인의 놀란 얼굴에는 조금은 두려운 빛이 떠올랐고 말투도 훨씬 부드럽게 변했다. 남자는 아까 사주와 이름을 적었던 종이를 찾아 ‘최수미’라 적어진 이름 옆에 다시 ‘최옥남’이라 적었다. 남자는 또 무언가 중얼거리며 잠시 손을 짚어갔고, 중년여인은 이번에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런 남자를 바라보았다. “쌍복목성(雙複木星)에 고목낙엽(枯木落葉)이니 고생고애(孤生苦涯)에 양화전신(陽禍轉身)이라.” “예?” “쌍복목성(雙複木星)은 당신의 사주를 말하는 것으로 목성이 강한 사주로 몸이 딱딱하고 물이 없어 횡액(橫厄)과 살액(煞厄)이 들어있는 사주입니다. 게다가 이름 또한 좋지 않아 고목낙엽(枯木落葉) 즉 죽은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니 사주와 이름이 아주 최악이로군요. 고생고애(孤生苦涯)란 천생고아로 태어나고 아주 힘들고 험난한 인생을 살게 된다는 말이고, 양화전신(陽禍轉身)은 양물의 화를 입고 몸을 굴린다는 말이오.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결혼한 남자에게 맞거나 버림을 받고 결국에는 몸을 팔아서 살아간다는 뜻 입니다.” “아주 더럽고 좆같은 인생이라 이 말이요?” “사람의 주어진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의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아 씨-발. 인생이 변해야 얼마나 변하겠소. 보지 벌리고 살아간다면서요?” 중년여인은 자신의 앞날 또한 험난할 거란 말에 다시 욕설을 뱉었다. 남자는 그런 중년여인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선은 이름을 바꿔주면 인생에 조금은 변화를 줄 수가 있답니다.” “이름이요?” “그렇지요. 당신 부모님이나 고아원 원장이 아무렇게나 지어준 이름인 최옥남이나 최수미란 이름으로는 거친 삶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목성의 딱딱함을 풀어주고 생명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수성의 기운을 보강해주는 이름이면 당신의 인생에 조금은 변화가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리고?” 중년여인은 남자의 말에 빨려들 듯이 책상 앞으로 몸을 기울여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몸에 있는 문신을 지우고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횡액이나 살액이 있다하더라도 그것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아저씨가 문신도 지워주나요? 나는 가슴에도 문신이 있고 보.... 거기에도 문신이 있는데.... 그런 것도 지울 수 있나요?” 아저씨란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남자의 눈썹이 살짝 쳐들어 올라갔지만 수줍은 듯한 여인의 말투에 금세 노여움이 사그라진 듯 눈썹이 제자리를 찾으며 남자의 부드러운 말투가 이어졌다. “허허. 험난한 인생을 살면서 닳고 닳아 험한 말투만 쓰는지 알았더니 부끄러운 줄도 알고.... 천생 여자는 여자로세......” “..........” “문신을 지우는 일이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런 걸랑 걱정하지 말고.......” “...........” “당신은 힘들게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남자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앞으로는 지금 같이 사는 남편하고 같이 살면서........" “지금 남편하고 계속 살라고요?” 남자가 웃는 바람에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했던 중년여인이 급히 남자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남자는 콧등에 걸린 안경너머로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비록 당신 남편이 당신을 힘들게 하더라도 참고 견디면 화목해질 겁니다. 자 어디 당신 남편 생년월일하고 이름을 얘기해 보세요.” “1963년 8월 27일 음력이고요, 낮 12시 30분에 태어났어요. 이름은 모두 전(全)자 되 승(升)자에 터 기(基)자로 전승기예요.” 남자는 여인의 말에 따라 남자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받아 적더니 다시 책을 열심히 뒤적이며 생년월일과 이름 옆에 뭔가를 적었다. “계묘(癸卯)년 신유(辛酉)월 경인(庚寅)일 무오(戊午)생 전승기(全升基)라. 금성(金星)의 기운을 많이 타고 난데다가 토기(土氣)가 많아서 당신하고는 많이 힘들겠지만 남자도 이름만 바꿔주면 썩 나쁜 사주는 아니기 때문에 괜찮아 지겠소. 다만.......” “또 뭐가 문제인가요?” 말꼬리를 흐리는 남자를 보며 여인이 몸을 앞으로 당겨 책상에 바짝 붙이고 상체를 살짝 숙이며 얼굴을 가까이 하는 바람에 남자의 눈에 얼핏 중년여인의 풍만한 가슴이 보였다. 순간 남자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지만 나타남과 거의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당신 남편과 당신이 서로 도우며 살기 위해서 당신은 또 다른 남자 한 명의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아야 합니다.” “또 다른 남자라고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그 사람이 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알게 될 것이고......” 다급하게 물어보는 여인의 물음에 남자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을뿐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보다도.... 어디 당신 이름을 새로 하나 지어봅시다.” “..............” “목생화(木生火) 목극토(木剋土)이나 수생목(水生木)이면 금상첨화라.” “..............” 남자가 무어라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책을 뒤적이는 것을 중년여인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 참 동안 책을 뒤적이며 종이에 뭔가를 적던 남자가 손에 들었던 펜을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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