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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8학년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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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918 회 작성일 24-05-20 22: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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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 (1) - 영국 천주교 사립 학교 ==================== ============ 이제부터 제가 외국 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많이 쓰는데, 영어로 표기를 할까 하다가 모두 한국어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란 번역을 하게 되면 그 말이 가진 그 뜻데로 옮겨지지가 않거든요. 제가 말이 짧은 탓도 있고해서 가끔 영어를 섞어 쓸테니 이해해 주세요. ===================== =========== 8학년 1부 이탤리에 와서 들어간 학교는 영국 사립학교였습니다. 왕립 남학교와 여학교가 갈려 있는 천주교 사립학교였죠. 이탤리에 천주교 학교가 받는 존중과 그들의 전통은 뿌리 깊습니다. 거기에 영국인으로서의 긍지가 섞인 외국인 학교라서 그 긍지는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물론 대부분이 신부님이거나 수녀님이셨구요. 선후배 전통도 엄격했고, 종교적인 분위기도 엄숙했습니다. 동트기 전에 일어나 방을 청소하고 해가 뜨면서 모두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 2시 ~ 3시까지 계속되는 수업과 여러 지역사회 봉사 활동은, 그 때는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매 수요일 저녁식사 후와 주일 아침에는 남녀 학생이 모두 모여 대 미사를 보고, 금요일은 12경까지 수업을 한 후 통금 시간인 8시까지 선배나 보호자의 통솔 하에 외출을 허가 받았습니다. 주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이었지요. 또는 주말까지 거쳐 부모님이나 보호자 허락 및 보호 하에서 단독 외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시간을 놓치면 그 끼니는 굶어야 했습니다. 2년간의 그 엄격한 생활을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 여학교는 담과 오솔길 몇 개를 사이에 두고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영국 천주교 왕립 남학교가 있었습니다. 6학년 졸업식 때 만났던 제 사촌 지오반니(애칭: 반니)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규율이 많은 새 학교에서 반니에게 받은 도움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반니는 항상 저의 든든한 사촌이 되어주고 있답니다. 엄격한 학교일수록 반항도 많은 법이죠. 저도 그 때 조금 반항적인 학생의 한 명이었거든요.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 하죠? 밤에는 몰래 기숙사를 빠져 나와서 영화를 보고 오기도 하고, 아침에 몰래 들어오다가 수녀님께 들켜서 독방 신세가 되기도 하구요. 이탤리말은 썩 못했지만 어렵지 않게 배운 영어 때문에 불편은 없었습니다. 제가 혼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남부 이탤리 여자애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혼혈이라고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생길 인종 차별이 겁이 났던 모양이에요. 성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서양이다보니, 함부로 잠자리에 뛰어드는 일까지는 드물어도 성적인 팽팽한 분위기를 목격하게 되거나 만들어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성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이니 위험할 때였죠. 물론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해서 퇴학을 당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남학생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며 놀리다가 강간을 당하는 여학생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이 때 제 처녀성에 대한 자세가 분명히 서 있었을 때여서, 절대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름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생각뿐이었죠. 저도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는 평소에 보는게 있어 교태도 부릴 줄 알고 멋부리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솔길 건너편 남학교 학생들과 그 불꽃튀기는 긴장감을 느낄 때의 흥분은 말로 다 못합니다. 슬쩍 바람을 핑계대며 치마를 펄럭이기도 했습니다. 젖은 티셔츠에 드러난 하얀 가슴으로 창문 가까이 붙어 있으면, 멀리서 정신없이 우리들을 보고 있는 남학생들의 망원경이 햇빛에 반짝 반짝 빛나곤 했죠. 반투명한 카텐을 드리우고 방안에서 빛을 환하게 하면 밖에서는 안에 있는 사람의 몸매가 하늘하늘하게 보이는데, 벌거벗은 여자애들이 그렇게 카텐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면서 멀리서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는 남학생들의 애간장을 녹이곤 했죠. 그러면서도 아직 순진했던 우리들은 숨을 죽이고 깔깔거리며 재미있어 했었답니다. 함께 잘 어울리던 친구들 중에 엘리자베스(애칭: 베스)와 제인이 있었습니다. 베스는 눈썹까지도 노란 진짜 블란드로 독일애처럼 생긴 아이리쉬였고, 제인은 옅은 갈색머리를 가진 마음이 아주 따뜻한 런던 출신 왕족아이였어요. 그들도 이탤리말을 잘 못하는 친구들이라서 셋이 잘 어울렸었습니다. 집안 좋고 돈 많은 전형적인 영국 귀족 딸들이었죠. 여름에 우리들은 제인의 써머 하우스에 가서 말도 타고 사냥도 했었는데, 그게 영국 귀족 딸들의 신랑감 찾는 방법이더군요.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이 자주 모일 수 있는 자리를 항상 만들어 주죠. 그 때 사냥을 하면서 제인은 윌리엄이라는 남자를 만나서 곧 약혼을 했습니다. 윌리엄도 우리 남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베스의 배다른 오빠 릭도 왕립 남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반니와 릭은 당시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윌리엄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반니와 릭은 둘 다 럭비를 하는 인기 좋은 남학생들이었고, 윌리엄 역시 우수한 학생과 깍듯한 매너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반니와 윌리엄이 공부 잘하고 매너 좋은 모범생이었던데 비해 릭은 부랑아까지는 아니었지만 여자아이들에게 찝적거리는 주근깨 많은 악동이었습니다. 동생인 베스도 릭을 좋아하지 않는 듯 했어요. 반니와 릭은 제가 입학을 한 이후로 자주 싸우곤 했어요. 릭이 저를 좀 못살게 구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알 수가 없어요. 그렇게 치고 받고 싸우면서도 셋은 참 친했던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죠? 추억을 더듬고 있자니 자꾸 다른 이야기가 묻어 나오네요. 8학년이 끝나가는 어느 금요일 저녁, 식사시간이 끝나고 주말의 자유시간을 앞두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부모님께 허락이 떨어지질 않아 꼼짝없이 기숙사에서 지내야 하는 주말이었죠. 무료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더운 듯한 날씨에 산들바람이 불고 너무 좋은데 수녀님들을 쫓아 정원이나 시찰할 생각을 하니 지겨웠습니다. 그래서 베스와 제인과 저는 월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죠. 전쟁의 수난을 겪은 오래된 천주교 사원이 많이 그렇듯이, 저희 학교 사원 뒤쪽에도 "비밀통로"가 있었습니다. 그 비밀통로를 통하면 학교 뒷산에 있던 종탑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거기서 산 위로 올라갔다가 서쪽으로 빠지는 오솔길을 타고 내려오면 바다가 보였습니다.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20~30분정도 가면 프라이빗 비치가 나오는데, 누드비치였어요. 우연히 그곳을 찾아낸 저희 악동들은 가끔 그곳에 가서 자유스러워 보이는 누드의 남녀들을 구경하고 오곤 했습니다. 누드촌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성과는 관련이 없는 장소입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자유스럽고 부러울 수가 없어요. 보통 사람들인 만큼 몸매도 엉망이고, 늘어진 궁둥이, 접히는 배살, 펄럭이는 허벅지살을 내놓고 아무렇지 않게 식사도 하고 일광욕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마음에 성적인 것은 전혀 들어있지 않음이 눈에 보이죠. 단지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 누드촌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겠죠. 처음에는 저도 그들이 별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주 구경을 가다보니 벗은 사람들이 눈에 익어, 별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시작하더군요. 대신 얼마나 자유스러울까하는 부러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을 훨훨 던져버리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감추지 않는 그들은 너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나도 저들 중의 한 명이고 싶다는 생각이 남몰래 나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 그들을 지켜보긴 했지만 그래도 선뜻 마음이 나서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제가 그렇게 남몰래 생각만 하고 있는데 비해, 귀족 따님들인 제인과 베스는 배짱이 정말 좋았어요. 누드비치에 가면 저는 멀리서 구경만 하고 마는데 그들은 옷을 다 벗어 던지고 누드촌에 들어갔다가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성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들어간 사람들은 벌써 걷는 것부터 다른가봐요. 같은 나이 또래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쫓겨나는 일은 거의 못봤는데, 그들은 자주 쫓겨나오곤 했거든요. 도대체 들어가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나오는지.... 그런 친구들에게 용기를 얻었는지 몰라도, 그 주말은 제가 결심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나도 가서 누드비치에 들어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옷을 벗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신이 나더군요. 성적인 것보다는 자유스러움을 동경하는 마음이 앞섰죠. 한편으로는 먼저 누드비치를 들어가 봤던 베스와 제인이 선배 노릇을 하니 민망하고 창피하기도 했어요. -- 베스: 코트는 가슴이 좀 있나? 제 영어명이 코트니(Courtney)입니다. 친구들은 저의 이름을 짧게 코트(Court)라고 불렀었습니다. (실은 저의 이탈리안 이름을 더 많이 불렀지만, 이탤리안 본명을 여기서는 피하겠습니다.) -- 베스: 거기 가면 여자들 가슴이 정말 말이 아냐. 늘어진 자루들 같아. 코트의 가슴은 좀 탐스러운가? 생글 생글 웃으며 베스가 자신의 탐스러운 가슴을 어루만지더군요. 나도 반은 서양피라서 그렇지만, 서양사람들은 동양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성숙해요. 서양 14살 여자애들은 동양 25살 몸처럼 가슴도 탄탄하고 허리도 잘록하거든요. 저도 그런 편이었고 베스나 제인도 그랬지요. 그런데 베스가 그렇게 짖굿게 자기 가슴을 만지고 있으니 얼마나 민망한지요. 제인과 우리는 모두 까르르 웃었어요. 다들 미리 즐거워했죠.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먼저 운동장을 한 바퀴 뛰어 돌았습니다. 땀을 좀 내고 수녀님께 샤워를 하겠다고 핑계를 대었지요. 열심히 몸을 씻었습니다. 혹시나 몸 어디에 이상한 것이 묻어 있을까 해서 정성껏 씻었어요. -- 코트 좀 봐. 열심히도 닦네. 베스와 제인이 놀리는 말에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저는 열심히 깨끗하게 몸치장을 했습니다. 발가락사이부터 머리 샴푸까지 새로운 마음으로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학부제복으로 갈아입고 저녁 식사를 한 후, 방으로 되돌아와서 8시 통금 점검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8시가 되자 수녀님들이 방에 들려서 기도문을 외워주시고 문을 닫으셨습니다. 그리고 옆 방 급우를 위한 기도문 소리가 들렸고 그 방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다음 방, 또 그 다음 방..., 복도 저쪽으로 수녀님들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곧 사라졌습니다. 적막이 흐르는 동안 저는 수녀님이 제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릴까봐 더욱 진정을 할 수가 없었어요. 베스와 제인이 올 때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리다가, 그들이 왔을 때 우리는 다람쥐처럼 방을 뛰어나왔습니다. 늦은 기도를 하는 척 성당에 숨어들었다가 구석의 비밀통로를 통해 종탑까지 조심스럽게 달려갔습니다. 종탑에서 나와 산길을 달려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 코트의 알몸을 보게 생겼네! 버스를 기다리며 제일 먼저 터진 제인의 말이었습니다. 귀밑까지 빨개지는 저의 얼굴을 느낄 수 있었죠. 그래도 유쾌했습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누드 비치에 도착할 때까지 너무도 신이 나 있었습니다. 누드촌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건강한 십대들이 그런 것 따지나요. 베스와 제인은 지금 생각해 보니 레즈비언의 "끼"가 있었던 같아요. 서로 툭툭 치고 깔깔거리고 장난스럽게 서로 가슴도 탐스럽게 만지곤 하는데, 옆에서 보기가 불편했어요. 그러면서도 신이 나 있던 저는 함께 깔깔거리고 툭툭 치고 밀고 당기고 그랬죠. 누드비치에 도착하여 우리가 항상 가는 곳은 비치의 끝에 있는 어느 집 앞에 펼쳐있는 바위 앞이었죠. 집의 테라스에 가려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그곳이 항상 우리가 숨어 옷도 감추고 하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어색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옷을 벗는 속도가 느려지고 제인과 베스의 눈치를 보고 있었죠. 타이츠를 벗고 겉옷을 벋기 전에 안의 브라부터 엉거주춤 벗는 저를 보고 제인이 소리 죽여 웃었어요. -- 어차피 벗을 건데 왜 그러는거야. 그냥 셔츠부터 벗어, 자연스럽게. 정말 민망하더군요. 수줍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것은 머리에서 하는 생각이고, 벌써 수줍은 생각에 얼굴이 붉어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반면 제인과 베스는 후딱 후딱 옷을 벗는데 몇 초 걸리지않더군요. 속옷만 입고 달빛 아래 보이는 베스와 제인의 빛나는 몸을 보면서 부러워했습니다. 브라 아래로 터질 듯이 봉긋한 베스와 제인의 가슴에 제가 놀라고 말았습니다. 마치 분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뽀얀 어린 가슴살이 숨을 쉴 때마다 파르르 떨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음 순간 저는 웃고 말았습니다. 제인이 브라 밑에서 갑자기 양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겠어요? -- 이 큰 가슴이 설마 진짜였다고는 생각 안했지? 전에 베스와 제인이 옷을 벗을 때도 저는 민망함에 고개를 들고 자세히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가슴들이 작은지 몰랐어요. -- 베스: 윌리암은 네 작은 가슴에 대해 뭐라고 해? 베스가 제인을 살짝 흘겨주더군요. 그래도 미소가 얼굴에 하나 가득 했어요. -- 제인: 남자는 가슴 사이즈로 홀리는 것이 아니야. 잠시 서로 눈치를 보던 우리는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바람에 홀린 듯이 우리들은 남아있던 속옷 조가리를 후다닥 벗어 던졌어요. 그리고 바다와 하늘이 지켜보는 앞에서 세 명의 여자애들은 벌거벗은 몸으로 가린 것 없이 당당히 서 있었습니다. 맨 몸에 닿은 따뜻한 바람이 얼마나 민감하고 관능적으로 느껴지는지 아시나요. 무거운 옷을 다 벗어 던지고 아무것도 안 입은 우리 세 여자애들은 그 자유로움에 다들 눈을 껌뻑였어요. 겨드랑이와 다리 사이까지 파고드는 듯한 날아갈 듯한 그 자유로움에 저는 저도 모르게 눈을 사르르 감고 제 몸을 감싸안고 있는 바람을 크게 들여마셨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바람인데 코밑에 짭잘하게 느껴지는 바닷바람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옷을 입었을 때와 안 입었을 때의 차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했습니다. 멀리서 파도소리만 들려왔습니다. 옆에서 제인과 베스가 뭐라고 하긴 했는데 들리지가 않았어요. 몸의 20,000개 모든 신경을 모두 감싸고 지나가는 듯한 바닷바람에 취해 저는 바위 위에 서서 살짝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섰습니다. 항상 다리 사이에 같혀 있는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도 참신하고 산뜻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머리카락를 휘날리며 나의 목과 가슴과 허리와 팔과 배와 다리사이와 허벅지 안쪽과 종아리의 선을 따라 온 몸을 애무하며 지나가는 바람을 마음껏 느끼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갑자기 바람이 조금 무겁다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것은 바람이 아닌 것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손이 제 배 위를 쓰다듬으며 살짝 밀려들어오고 있었어요. 흠칫 놀라 눈을 뜨고 내려보니 베스였습니다. 바위 위에 서서 놀란 눈으로 내려다보는 나를 베스가 미소가 띈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더군요. 아름다웠습니다. 달빛에 휘황하게 빛나는 베스의 황금 머리결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찡해 왔습니다. 만져보고 싶도록 부드럽게 날리는 머리결이었어요. 수줍은 편인 저는 평소라면 다른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을 느껴 본다는 것은 생각을 못합니다. 그러나 그 때는 왜 그럴 수 있었을까요. 손을 올려 휘날리는 베스의 머리 끝에 손을 대었습니다. 손등을 간지럽히고 지나가는 머리카락이 뜻밖에 자극적이었습니다. 천천히 손을 움직여 베스의 귀 밑으로 손을 넣었어요. 상큼한 샴푸냄새가 손에 뭍어 오는 듯했습니다. 생각보다 부드럽지는 않더군요. 바람에 날려 엉긴 머리카락이었죠. 그러나 손 안으로 전달되어 오는 그 따뜻한 느낌이 비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둘이 그렇게 잠시 서 있었어요. -- 사랑하고 싶어? 한국말로 옮기니 이상하군요. 베스가 한참의 적막을 깨고 "Do you want to make love?"하고 묻더군요. make love란 사랑 만들기, 즉 섹스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죠. 저는 어리둥절했어요. 누구랑? 언제? 너랑? 안 돼! 나는 나의 처녀성을 지킬거야! 그렇게 생각한 저는 곤란한 위기를 벗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그렇지만 그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았어요. 최대한 부드럽게 대답습니다. -- 언젠가는. 그 대답에 베스가 피식 웃으며 제 가슴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따뜻한 베스의 손이 제 배에 아직도 닿아 있었구요. 어느 새인가 그녀의 다른 손은 제 엉덩이 윗쪽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그 손의 엄지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베스가 제 살을 느끼고 있었어요. 어쩐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포옹을 한 모양이었죠. 아래배에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올라왔습니다. 우습게도 다리 사이에 힘이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베스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황당한 생각이 들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베스는 여자인데!"하는 반발감도 일었어요. 그런데 제 가슴을 내려다보던 베스가 그 손을 가슴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 추워? 추운 날씨는 아니였죠. 누군가의 손이 제 가슴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어요. 그런 저의 당황함을 보았는지 베스는 이내 손을 제 몸에서 떼었습니다. 아..., 이런.... 한숨이 나왔습니다. 아쉽더군요. -- 뭐해? 빨리 와! 멀리서 제인이 불렀습니다. 그녀는 이미 리조트가 있는 쪽으로 터벅 터벅 걸어가고 있었어요. 베스의 손에 끌려 저는 제인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자유스러운 느낌이더군요. 옷을 안 입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 속박에서 풀린 것 같은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 때 알았습니다. 내가 배가 나오고 허벅지가 굵고 다리가 짧다는 것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멀지 않은 거리의 리조트에 벌거벗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것이 더 이상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베스와 나란히 앞서가고 있는 제인을 따라 리조트를 향해 평화롭게 걸어갔습니다. 발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모래마저도 상큼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폭풍의 전조였음을 모른 체 우리들은 그렇게 그 밤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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