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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모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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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88 회 작성일 24-05-14 06: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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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모텔 8   

 

“그렇게 된 거예요.”

 

“그렇게 되긴 뭐가 돼요. 돈뭉치 어찌 된 거냐니까, 그 손님을 원양어선에라도 판 거예요?”

 

나는 작은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달콤한 크림 케이크를 한 스푼 떠넘기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그는 곤란한 표정으로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같이 나갈까?”

 

“어?”

 

시간 연장으로 몇 시간을 그녀의 비위를 힘겹게 맞추며 놀면서도 시간당 2만원인 금액의 단위만을 세고 있던 그가 놀라 되물었다.

 

“알아 너희 공짜로 안 자는 거. 그렇다고 네 매니저나 실장 같은 사람들한테 내 이름 남는 건 싫고. 한 시간 말고, 나랑 협상해서 하루 꽉 채우는 거 어때?”

 

“아니 나는....... 처음이고.......”

 

Y는 당혹스러움에 일어나 천천히 발을 떼었다.

 

“아니, 왜 이제 와서 소극적?”

 

여자는 그의 팔을 악력이 느껴질 정도로 덥석 잡고 물었다.

 

냉소적인 Y는 사람에게서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공포가 몰려왔다. 그것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간과로, 그 두려움은 배를 더 했다. 거기서 후회를 남기거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일선을 넘는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 더더욱 그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 짧은 시간 고민에 고민을 하던 차에, 그는 자신이 관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분명 보상과 환대를 해주고 싶던 얼굴들, 그중엔 나나 그의 연인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마치 핑계거리로 도망치듯 많은 얼굴들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얼마 줄 건데?”

 

“얼마가 좋을까~.”

 

여자는 이제야 말이 좀 통한다는 눈으로 그의 팔을 놓고 핸드백을 뒤적였다.

 

“500만원.”

 

“응?”

 

“비싸, 500만원이야. 나.”

 

“더 비쌀 거라고 생각도 했는데? 확실해, 500만원?”

 

“응.”

 

필요한 생활비, 대출의 상환비 등 잠깐의 여유를 허락할 금액을 불렀다. 그의 최소한의 양심의 마지노선이었다.

 

“길어야 40분, 많아야 세 번.......길어야 40분, 많아야 세 번.......”

 

무섭도록 격렬한 그녀 아래 그는 밟혀 바스러지는 낙엽 같은 모습을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읊어가는 시간이 그저 지나가길.

 

아침이 밝았다. 작은 수조까지 달린 모텔은 막힌 창문으로 아직 어두웠다.

 

Y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익숙해질 만도 한 숙취 때문인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부스럼을 토해내는 건지. 역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넘었네요. 일선.”

 

나는 분주한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근데 왜 흥미 있어요?”

 

“글쎄요.”

 

“이런 어둡고 칙칙한 얘기 재미있어요?”

 

“자기개발서나 성공한 자서전 보다 비극에 가깝고 위태로운 얘기 좋아하긴 해요.”

 

“동생님은 참 이상한 성격이네요. 나는 심란한데.”

 

“어두울수록 가늠하기 힘들 만큼 깊고 멀어 보이는 법이거든요. 들여다보거나 비추면 별거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만큼 극복하고 나면 그만큼 완성되는 거니까.”

 

“무슨 말이에요?”

 

“일선을 넘든, 두렵고 새로운 경험을 하든, 사람은 결국 자기 입맛대로 재개발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캄캄한 동굴 끝까지 비출 정도로 경험하고 나서, 적응하고, 여기서 무엇을 더 할지 선택까지 하고 나면 펜트하우스처럼 안락할걸요. 거기서 다른 모험을 할 건지, 안주할 건지 그런 선택지가 계속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겠는데.......”

 

“결국 적응할 거라고요. 그게 옳은지 그른지 본인이 판단할 때가 당연히 또 올 것이고. 케이크 잘 먹었습니다.”

 

“무슨 위로가 그래요. 더 입 아프기 전에 째는 거죠?”

 

“네.”

 

나는 그대로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또다시 까만 밤이 드리워 마치 달빛 비치는 그 자리에 죽순이 솟아난 것처럼 카운터에 내가 있었다.

 

“이 짓도 그만두던가 해야지.”

 

아침에 움직이는 것이 싫고 피곤해 선택한 밤일은 몸을 갉아먹는 기분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이별 3개월 차에 돌입한 나는 빠짐없이 커플인 손님을 받는 것이 가장 곤욕이다. 더군다나 길어진 밤과 제법 날카로워진 바람으로 겨울이 왔음을 느꼈다. 투덜대는 것이 귀찮던 그도 요즘 한 달째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내겐 완전하고 완벽한 상실감을 주었다.

 

그 당시 과녁처럼 꽂혀 좋아하던 소프라노, 뉴에이지를 들으며 시를 썼다. 꼼꼼하지는 않지만, 잘 잊어버리지 않는 나답지 않게 그것들은 지금 분실해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부분 그때의 감정을 그때그때 적는 것일 뿐이라 별반 대단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를 어느 밤 잔뜩 취해서는 “이별이 뭘까요?”라고 묻는 그에게 내밀었다.

 

‘하늘을 바라보지 않은 죄로, 가장 사랑했던 별을 쪼개는 심정으로 그녀를 보내야지.’

 

나는 그럴듯하지 않느냐는 눈빛을 그에게 보냈고, 그는 나를 바라보다 종이를 찢었다. 그는 이제 자연스럽게 로비의 소파에 앉아 바쁜 나를 기다렸다. 묻지도 않은 이야기의 나머지를 들려주겠다며, 나를 재촉까지 했다.

 

“일단은 영업 방해인데.......슬슬 지겹거든요?”

 

나는 말과는 달리 팝콘을 꺼내 그의 앞에 앉았다.

 

“아아, 그러지 말고.”

 

그는 눈웃음을 치며 콧소리를 내었다. 그가 전보다 더 많이 능글맞아졌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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