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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카페 알바녀 5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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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20 회 작성일 24-05-14 03: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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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바녀 5 (마지막)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여자와 대화하는 거? 처음이나 어렵지 대부분의 남자는 하다 보면 알아서 그녀가 좋아하는 주제를 포착해 대화를 이끌어 간다. 뽀뽀 그리고 키스. 키스하면서 가슴 터치, 애무나 섹스 마찬가지다. ‘이 여자랑 자보고 싶다!’ 라고 느끼는 시점부터 실제 섹스를 할 때까지의 그 한 번이 참 외롭고 길며 험난한 여정이지, 그 다음부터는 한결 수월해 진다.

 

 

그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어찌 보면 꽤나 수월한 작업 성공기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같이 캠핑을 다녀온 그 이후에 우리는 정말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처럼 서로를 탐했다. 연락의 빈도는 예전과 같았지만, 그 내용이 한결 더 농후해졌다. 섹스 전에는 탐색전처럼 서로에게 간간히 잽만 날리며 결정타를 피하기만 하던 우리는 캠핑 이후에 묵직한 어퍼컷이나 보디블로를 아낌없이 상대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키스하고 싶어 라는 대사는 너랑 뒤로 하고 싶어로 바뀌고 서로의 셀카를 찍어서 보내주던 것이 서로의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타이밍이라는 것도 한 몫 했다. 마침 그녀도 나도 그다지 바쁘지 않은 시기에 만났다. 또 때마침, 그녀도 나도 곧 바빠질 예정이었다. 서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던 우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이 섹스를 하고 서로를 만지고 입을 맞췄다. 그녀는 점점 적극적으로 바뀌어서, 내 차 안에서 입으로 빨아주거나, 혹은 동기들이 많이 산다는 그녀의 집에서 신음을 죽이지 않고 마음껏 섹스했다. 봄 보지랑 가을 자지가 가장 무섭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그녀는 내 가슴을 간지럽히며 대답했다. 이제 막 섹스를 해서 땀이 나 있는 서로의 육체를 식히듯이 쓰다듬었고, 그녀는 이미 실컷 힘을 쓰고 축 늘어진 내 중심부를 손으로 움켜쥐고는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궁금한 게 뭔데요?”

 

“넌 나한테 더 궁금한 게 없어?”

 

“궁금한 거?”

 

“여자관계나 그런 거.”

 

처음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그녀를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은 남자에게 묻는다. ‘오빠 우리는 무슨 사이야?’ 혹은 ‘우리 사귀는 거야?’ 등등.

 

이런 말을 들은 남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맞아 우리는 사귀는 거야.’ 라며 사랑스럽게 안아주거나, 혹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회피하거나 얼렁뚱땅 대답한다. 전자의 경우는 그 여자를 정말 좋아할 경우, 후자의 경우는 ‘아니 넌 그냥 섹스 파트너야.’ 라고 생각할 경우이다.

 

나는 고민을 했었다. 그녀가 그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반응할 것인가. 난 여자가 있는데? 근데 이 아이도 너무 좋고 마음에 드는데? 혼자 갈등 아닌 갈등을 수차례 반복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그녀는 뭔가 다르다. 절대 그런 것을 묻지 않았다. 예비 신부와 만나서 영화를 볼 때, ‘그녀가 뭐해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냥 누구 좀 만나고 있어.’라고 대답하면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사생활 보호인가. 아니면 그냥 관심이 없는 건가.

 

“글쎄요. 그게 꼭 궁금해야 해요?”

 

평소에 나였으면 맞아 그건 그래. 우리 한 번 더 하자. 같이 씻을까? 빨아줄게. 등등의 말을 했을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날을 그렇지가 않았다. 어찌 보면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었다.

 

만남이 길어질수록 무서워졌다. 그 무서움은 죄책감에서 오는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내 쾌락만을 위한 존재 이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린 대학생에게 내가 너무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가?

 

“그런 건 아닌데.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녀는 대답 대신 내 허리를 끌어안으며 내 품에 파고들었다. 굴곡진 그녀의 알몸 감촉이 몸에 닿으니까, 또 다른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최면을 걸었다. 눈치 없는 내 다른 인격체는 또 조금씩 부풀어 오르려고 했다. 저 녀석이 풀발기 되는 순간 ‘하고 싶은 말은 사실 2차전을 하자는 거였어!’ 라며 그녀에게 달려들 것이 뻔하다.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을 때 차가워져야 했다.

 

“나 결혼할 사람 있어.”

 

“알아요.”

 

응. 그래 아는구나. 허허허 짜식. 난 또 모르는 줄 알았지……가 아니라.

 

“응? 안다고?”

 

내 귀를 의심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뺨 맞을 각오로, 그리고 그녀와 미래의 신부에 대한 미안함을 가득 담아 한 고백에 대한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어떻게……아는데?”

 

“텐트에서 오빠 씻으러 갔을 때 오빠 핸드폰 액정에 예비 신부님이라고 뜨는 거 봤어요. 전화 올 때.”

 

텐트? 그럼 첫 섹스 후 그걸 바로 알았다는 건가? 그녀의 반응에 고개를 들던 고추가 다시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끌어안은 채로, 너무나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데도……괜찮아?”

 

“뭐가 문제인데요?”

 

그녀의 되물음에 다시 말문이 막혔다. 앗싸! 아무렇지도 않나 보구나! 라며 신이 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뭔가 네가 날 때리거나 울거나 충격 받을 줄 알았거든.”

 

“안 그래요.”

 

“정말이야?”

 

“네.”

 

나는 그 상황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야 말았다. 찌질하게도.

 

“그럼 난 너한테 뭔데?”

 

지금 생각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이불에 후리킥을 날릴 법한 대사였다. 그리고 그런 찌질함이 잔뜩 담긴 내 질문에도 그녀는 성의 있게 답했다.

 

“그냥 만나는 오빠 중 하나.”

 

그녀의 방에 침묵이 흘렀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침묵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녀는 손으로 내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오빠 중 하나?

 

“그 오빠들은 몇 명이나 되는데?”

 

“글쎄요. 한 서너 명 정도.”

 

그리고 나는 역사에 길이 남을 병신 같은 질문을 그녀에게 투척했다.

 

“전부 다 섹스하는 사이야?”

 

평온하게 답해주던 그녀도, 이번 질문만큼은 그 병신같음의 깊이에 탄복했는지 나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왜 궁금해요?”

 

거기다 대고, 아니 X발 그게 왜 안 궁금해. X나 궁금하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평생 이불만 찰 것 같아서 참았다.

 

“난 몰랐어. sp가 만나는 사람이 많을 줄은.”

 

“제가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요.”

 

“혹시 냉장고에 맥주 있니?”

 

갑자기 심하게 목이 탔다.

 

“네. 가져다 드릴까요?”

 

“응…”

 

그녀는 알몸인 상태 그대로 사뿐사뿐 냉장고로 걸어갔다. 이 와중에도 감탄하게 만드는 그 하얀 곡선을 그리는 몸에 시선을 뺏기는 내 자신이 싫어졌다. 나는 그녀가 내미는 맥주를 따서 입에 털어 넣었다.

 

“원래 그런 거 신경 안 쓰는……그러니까……뭐 자유 연애 주의 그런 거야?”

 

문득 궁금해졌다. 착하고 온화한 성격을 지닌 귀여운 여대생인 줄만 알았던 그녀가, 내 정체(?)를 알고도 태연하며, 게다가 나 말고도 만나는 남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런 그녀의 가치관이 궁금해진 것이다.

 

“음……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왜요?”

 

“왜라니. 신기하잖아. 보통은 내가 예비 유부남이라는 것을 고백한 순간 불알을 무릎으로 걷어차야 정상인데 너는 태연하니까.”

 

“차 드릴까요?”

 

“아니.”

 

“음. 그러니까……”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내 옆에서,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손길로 나를 어루만지며,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이 가진 매력은 다 다르잖아요? 외모가 멋있는 사람도 있고, 성격이 멋있는 사람도 있고……어떤 사람은 침대에서 너무 나랑 잘 맞고, 또 어떤 사람은 나랑 대화가 너무 잘 통하고…”

 

“그래서?”

 

“그런데, 통상적으로는 사람은 연애라는 것을 할 때 한 사람만 사귀잖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그게 암묵적인 룰이잖아요.”

 

룰이 아니고 당연한 거잖아.

 

“그건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나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매력들을 다 가지고 싶고 느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다들 바람을 피우고,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찾고요.”

 

“그래서 여러 사람을 통해 각자 그 다른 매력과 장점을 취하면 된다?”

 

“네. 물론. 그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는 전제하에. 오빠는 어차피 나랑 비슷한 상황이니까 이야기한 거고요. 그것도 오빠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도 말 안 했을 거예요.”

 

한동안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타의 다른 여대생들과 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부터……그럼 그런 연애를 해왔던 거야?”

 

“정확히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뭐……특별할 계기 같은 거라도 있는 거야?”

 

마치 대학교에 강연을 온, 이 시대의 멘토를 보는 기분으로 나는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녀는 침착하게 무거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빠가 바람 피우는 걸 알게 되었어요. 굉장히 어린 여자랑. 난 그게 너무 충격이었거든요. 엄마랑 사이가 굉장히 좋았던 편이어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아빠 휴대폰을 봤어요. 처음에는 그냥 핸드폰 게임이나 하려고 본 거였는데……문자들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더라고요. 그게 계기인 건지, 아니면 그때 충격으로 그런 건지……중학교에 들어가서 남자를 사귀는데, 이상하게 만족이 안 되었어요.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많은데 한 사람하고만 연애하는 게 싫었어요. 어차피 결혼해도 바람을 피우는 마당에, 왜 내가 한 사람과의 연애만 고집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건 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 그걸 그녀에게 이야기하니, 의외로 싱긋 웃으면서 창문을 열더니 종이컵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팔에 두르고는, 내가 먹다 만 맥주를 홀짝거리며 이야기했다.

 

“아빠는 내가 아는걸 모르실 거예요. 나도 아빠가 지금도 바람을 피우는지는 몰라요. 그런데 아빠가 이해는 돼요. 엄마가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건 알지만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난 뒤 내게 남은 건 공허함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녀가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 보면 애정결핍과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남들이 들으면 ‘잘됐네! 이해한다는 데 마음껏 더 섹스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제서야, 내가 그녀의 집에 처음 왔을 때 있던 서랍장 속 콘돔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서너 명 되는 오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난 오빠도 이해해요. 그러니까 뺨 안 때릴 거고,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돼요. 결혼하고 나서도 날 보러 와도 상관없어요.”

 

이쯤 되니까 슬슬 그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헌팅에 성공하고 나서 ‘역시 남자는 자신감이야. 난 아직 쓸만한 놈이야.’라고 생각하며 낄낄거렸었다. 하지만 진짜 Player를 앞에 두고 난 이런 생각을 해왔던 거라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몇 번을 더 만나긴 했지만, 본격적인 결혼에 착수하면서 나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바빠지면서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훗날, 내가 SNS라는 것을 시작했을 때 알 수도 있는 친구 라면서 목록에 떠 있어 확인을 한 적은 있었다. 수영장에서 찍었는지 친구들과 비키니를 입고 올린 그녀의 사진을, 많은 착잡한 생각과 함께 바라본 적이 있었다.

 

난 가끔 그녀를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했던 말을 생각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지금 연락해도 그녀가 날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잘못된 기대도 한다.

 

어제는 그녀가 꿈에 나왔다. 남자 다섯 명과 동시에 식을 올리는 그녀를 보며 하객인 내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중얼거리다가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 자체가 부러워진다.

 

오늘따라 유독, 그녀가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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