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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거리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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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56 회 작성일 24-05-12 02: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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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거리 10   

 

트레이닝복을 입은 무리가 일제히 둘에게 달려들었다. 현수의 파이프가 한 남자의 머리를 타격하고, 성현의 주먹이 다른 남자의 얼굴에 꽂혔다. 현수는 다른 이의 주먹을 파이프로 걷어내고 허리를 가격한 뒤에 다른 남자에게 파고들었고, 성현은 한 남자의 허리를 잡고 낡은 벤치에 집어 던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생각과는 다르게 수가 너무 많아 금세 우스운 모양새로 발길질을 당했다.

 

 

그때 어떤 거구의 남자의 묵직한 주먹이 간결하고 절도 있게 남자들을 하나씩 쓰러뜨렸다.

 

“제이콥!”

 

jacob은 쓰러진 성현을 일으켜 옷을 털어주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만난 세 남자는 우진과 지원이 있는 가게로 향했다.

 

“우리 뭔가 용사 같지 않냐?”

 

성현은 터진 입술로 웃으며 들뜬 듯 말했다.

 

“개소리, 조금만 작게.”

 

흙투성이의 현수가 대답했다.

 

“나 혼자 간다.”

 

성현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되겠냐.”

 

“안 되겠지. 그래도 남자의 고집을 들어줘라.”

 

“남자는 무슨....... 겁먹고 1km나 달려왔으면서.”

 

“1 대 1은 자신 있어.”

 

성현은 말과 다르게 다리를 부들거리며 건물에 올라갔다.

 

“조카가 다 컸네.”

 

초조한 표정의 지원 앞에 우진이 술을 마시며 말했다.

 

“친조카도 아니잖아.”

 

“그래도 형님이랑 의형제 아니냐.”

 

“전에 아빠가 삼촌 얘기 없던데?”

 

성현은 주변에 놓인 재떨이를 집어 들고 우진에게 돌진했다.

 

“그만하자.”

 

“어?”

 

“그만하자고, 나 싫다는 여자 하나 두고 어린놈이랑 뭐 하는 건지 싶다. 레즈비언이라고 루머 퍼뜨려도 내 사람이 되진 않더라. 부탁한다고 하면 조금 웃기고, 너 맘대로 해라.”

 

우진은 성현의 어깨를 두드리고 깨진 유리잔을 밟으며 성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근데 조심은 해라. 얻을 수 있는 꽃은 아니니까.”

 

우진은 성현에게 속삭이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성현은 기쁨 가득한 얼굴로 지원을 바라봤고, 지원은 한숨을 쉬며 청소도구를 가지러 창고로 향했다.

 

몇 분 후 현수와 jacob이 기다리는 곳으로 성현이 계단을 저벅저벅 내려왔다.

 

그의 밝은 표정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었지만, 왠지 현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jacob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어떻게 되는 거야?”

 

덜 풀린 의구심인지, 믿기 싫은 사실을 구태여 확인하려 함인지 현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성현에게 물었다.

 

“용사가 구했으니까, 공주랑 사귀면 되는 거 아니야?”

 

“후배님은?”

 

“아........”

 

다음 날 시원한 카페에서 성현은 다혜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 임신했어.”

 

다혜는 울먹이며 불안함이라는 씨앗 속에서 피어난 커다란 자신만의 비밀을 꺼내 놓았다.

 

“에이, 그래도 그런 거짓말은 하는 거 아니다.”

 

“진짜야. 너 그런 사람 아니라며, 쓰레기 아니라며.......”

 

“마음 잘 추스르고, 언제 밥 한 번 먹자.”

 

성현은 다혜의 떠는 손을 툭툭 치고 자리를 떴다.

 

“야!”

 

원성 가득한 카페의 문을 뒤로하고 성현은 콧노래를 부르며 거리로 향했다.

 

그 시각 수업 없는 현수는 늘 가던 분식집에서 혼자 만두를 시켜 먹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 그늘진 대리석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순간 엉덩이의 밑살이 다 보이는 짧은 청바지 차림의 허벅지가 현수의 시야를 가렸다. 그가 담배연기를 옆으로 뱉으며 눈을 치켜뜨니 지원이었다.

 

“애플힙을 가진 누나 좀 도와줄래?”

 

“애플힙?”

 

“응. 사과처럼 봉긋하고 예쁜.”

 

“홍시힙 아니야? 늘어지고 무른.”

 

“헐~요 못된 입!”

 

지원은 눈을 크게 뜨고서 괘씸하게 느껴지는 현수의 입을 꼬집었다.

 

“그래서, 뭘 도와주면 되는데?”

 

“데이트.”

 

“어?”

 

현수는 어리둥절해 하다 곧 지원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 남자와 여자의 두근거리는 느낌보다 상처를 다독여 줄 것 같은 어머니의 손을 잡는 기분이었다.

 

어린이의 몸처럼 작아지고, 여자의 손을 잡는 게 낯설고 괜히 쑥스러웠던 소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성현이, 어떻게 할 거야?”

 

“음........”

 

“받아 줄 거야?”

 

“글쎄~. 너희 셋은 참 관계를 정의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정의가 아니라.......”

 

“마음이 있느냐를 묻는 거면. 없어. 근데, 날 몸을 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누가.......”

 

“너도 사장님처럼 성현이면 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사람을 누구한테 왜 맡겨.”

 

“내 대답도 그래.”

 

지원은 대화를 피하려는 듯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시장과 건물 사이를 지났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둘은 잠시 공터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석양이 지는 것을 보았다.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그녀는 자신에게 물어봐 주었으면 하는 게 있는듯 했다.

 

“손목.”

 

“응?”

 

“손목 흉터. 어쩌다가.......”

 

“섬세하지 못하네. 여자한테 그런 질문이나 하고.”

 

“물어 보라며, 궁금한 거.”

 

“그냥 흔하게 죽으려는 했어. 내가 사는 이유가 없어져서.”

 

“극단적이네.”

 

“.......술이나 마실래?”

 

둘은 기름때 가득한 곱창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현수는 넘기려고 하면 다시 넘어오는 술을 입을 틀어막으면서까지 마셨다.

 

별다른 대화 없이 지원이 주는 술을 마시며 아르바이트 시간이 다가오자 현수는 벌떡 일어났다가 술기운으로 다리가 풀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두렵게 짙은 연기와 천들이 가득한 곳에서 현수는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보라색 천들이 연기와 함께 살며시 나풀거릴 뿐이었다.

 

“나랑 여기 있어.”

 

등 뒤에 나타난 붉은색드레스 차림의 지원이 현수의 등에 안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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