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거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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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거리 8
성현은 땀범벅인 지원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손을 움직이며 귓가를 쓰다듬으니 지원은 뒤척거렸고 성현은 화들짝 놀라 침대 아래로 숨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고개를 내밀어 그녀가 신은 검은 스타킹을 부드럽게 만졌다. 그리고 빠르고 과감하게 그녀의 치마 속으로 단숨에 파고들어 그녀의 속옷과 스타킹을 함께 벗겼다.
“뭐 하는 거야.......”
술기운에 기력 없이 손을 뿌리치며 지원은 말했다.
“아니 그냥.......”
성현은 침을 삼키며 아무 말이나 내뱉고는 그녀의 발부터 다리를 통해 음모까지 탐했다. 그녀가 안간힘을 쓰며 버티던 다리도 서서히 힘이 풀려 만지기 한결 편해졌다.
그가 그녀의 보지에 살짝 손을 대었다. 지원은 감전이라도 된 듯이 짧게 몸을 들썩였다.
성현은 어떠한 허락 없이 그녀의 음순을 샘물을 먹는 짐승처럼 핥아댔다. 지원은 몸을 더욱 배배 꼬며 자신의 부드러운 허벅지로 성현의 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원의 심장은 고요한 새벽에 달리는 열차처럼 크고 빠르게 뛰었다. 방안의 시계바늘 소리보다 크게 울려 성현에게 들릴까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젖어 가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 마.......”
지원은 발버둥도 쳐보며, 있는 힘껏 그의 어깨를 발로 밀쳤지만 몸에 힘은 점점 빠져가고 있었다.
그는 사냥을 마친 맹수처럼 입에 그녀에게서 나온 흔적들을 가득 묻히고, 칭찬이라도 바라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는 그녀 위에 서서 윗옷을 입을 닦아 벗어던지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지원은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저항 아닌 저항을 하다 그를 품에 받아 주었다.
“하지 마.......”
낮고 쉰 목소리를 계속해서 말했지만 성현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지원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있었다.
성현의 적극적임에 그녀는 드러난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그의 입술을 피해 한 손으로 베개를 들어 얼굴을 가렸다.
풀린 다리 사이로 그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질척질척. 그의 성기가 왔다 갔다 하는 소리와 그녀의 심장 소리가 고요한 방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와 뱃속을 사정없이 휘젓는 기분이었다.
핏줄 가득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찔러댔다.
그녀는 마침내 무언가가 끊어지고 터지는 기분과 함께 그의 가슴팍을 밀어 넘어뜨리고 성현의 위로 올라갔다. 그의 목을 조르며 힘차게 엉덩이를 움직였다.
성현의 표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계속해서 엉덩이를 찍어댔고, 성현은 폭죽처럼 정액을 쏘아 올리고 지원은 입을 막은 채 눈을 질끈 감고 그를 느꼈다.
“가.”
벌써 해가 뜰 시간이었다. 이불을 덮고 지원은 말했다. 급격히 냉랭해진 지원의 뒷모습을 보며 성현은 머쓱한 표정으로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나.......갈게?”
성현은 이불 속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집을 나갔다.
다음 날 새벽,
일이 끝나고 성현은 현수와 지원의 가게로 올라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지원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성현의 눈을 피했다. 그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자신의 실수가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그가 이곳 저곳에 어제 일을 떠벌인다면 골치가 아파서 그를 해하고 싶을 정도였다.
“왜 그래?”
현수가 성현에게 물었다.
“뭐가?”
“지원 누나 표정 안 좋잖아. 늦게까지 마신 것 같던데, 뭔 일 있었어?”
“그런 게 있다. 친구야. 에헴.”
“........”
우쭐하는 성현을 보니, 현수는 내심 걱정이 몰려왔다.
“이런저런 사정 있는 사람 같던데. 조심해.”
“누구, 지원 누나? 에이. 안 그래~.”
“딱 잘라서 안 그렇다고 그러니까 더 수상하다 너.”
“수상할 게 뭐 있어~.”
“꼬마들 사무실로 오래.”
안심하라고 말하는 성현 뒤로 트레이닝복을 입은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주급이다.”
사무실로 들어와 앉으니 우진은 두 개의 봉투를 그들에게 하나씩 내밀었다.
“근데 너 목이 왜 그러냐?”
우진은 언짢은 표정으로 보랏빛으로 부은 성현의 목을 바라봤다.
“그냥. 때 밀다 벗겨졌어.”
성현은 대충 얼버무리며 봉투를 집었다. 성현이 받은 봉투와 현수가 받은 봉투의 두께가 달랐다..
“왜 내가 적은 것 같지?”
비교적 얇은 봉투를 받은 성현이 물었다.
“얘들아, 사회가 뭐인 것 같으냐?”
“사회요?”
“웬 사회?”
“비범한 소수를 다수가 섬기는 시스템이야. 보스랑 직원으로도 나뉠 수 있지.”
“부조리하네요.”
“그렇지? 그래서 나름대로 나의 소수들에게 복지를 실현하는 중이지.”
“복지?”
“나는 딱 내 기준에서 80퍼센트만 부지런하면 돼. 내 돈을 슬쩍해도 뭐 뭐 몇 십만 원 정도야 괜찮고, 일하는 아가씨가 늦게 나와도 뭐 30분 정도는 봐주고.”
“왜요?”
“100퍼센트면 내 위로 기어오르려고 할 것 아니냐. 너무 유능하면 내 밑에 두고 싶겠어? 내 밑에 있고 싶겠냐고.”
“뭔 얘기를 하시나 했더니.......”
현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러나, 우리 조카들이 와서 부지런하고 일해 준 덕에 매출이 기존의 100% 보다 높다는 거지.”
“아 근데 왜 나랑 현수랑 돈이 다르냐고.”
“현수가 아이디어를 내줬거든. 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해서, 120%의 직원은 내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고민해봤어.”
“뭐라고 부를 건데.”
“친구. 이건 친구한테 주는 더 두꺼운 의리고.”
우진은 봉투를 현수의 안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퇴근!”
칭얼거리는 성현의 목소리와 함께 우진은 짧게 외쳤다.
꽤 많은 돈이었다. 얇은 성현의 봉투에도 학교의 장학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 반면 현수의 봉투에는 비싼 새 차는 못 사도 괜찮은 중고차를 살 정도의 돈이 들어있었다.
“뭐 할 거냐?”
“글쎄, 엄마나 갖다 줄까?”
“세뱃돈이냐, 엄마 갖다 주게!”
“너무 큰 액수라 위험하기도 하고.”
“일단 저금해. 어머니한테는 선물이라도 사드리던가.”
“넌 뭐 할 건데.”
“그러게. 나는.......”
성현은 다혜보다 지원의 기뻐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술이나 먹지 뭐.”
“어휴 아깝게.”
둘의 주머니는 무거웠지만 마음은 그 무엇보다 가벼웠다.
며칠 뒤 주말에도 쉴 수 없는 둘에게 휴일이 생겼다. 주의 마지막 평일에는 모든 직원이 모여 술을 즐겼다. 이번엔 업소의 여직원들도 모여 큰 술자리가 되었다.
“휴일인데 뭐 할 거야?”
바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과자를 먹는 현수에게 지원이 다가와 말했다.
“나? 그냥. 저놈이랑 원래 살던 집에 가보려고.”
현수는 술을 들고 신이 난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춤을 추며 호응을 얻는 성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 사는데?”
“OO구. 누나는 이 근처지?”
“아냐, 나도 본가는 △△구. 알아?”
“아. 알지.”
급격하게 어두워진 표정으로 현수는 원형 의자를 돌려 성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지원은 그런 그의 뒤를 지그시 바라봤다.
새벽이 점점 깊어지자 많던 술은 바닥이 보였다. 지원은 좁은 창고로 가서 품 가득히 양주를 품고 다시 통로로 향했다.
그때 갑자기 성현이 달려들어 지원에게 입을 맞췄다. 역한 냄새가 났고 지원은 그를 밀쳤다. 술에 취한 성현은 비틀거리다 맥주 상자 위로 털썩 앉았다.
“안 돼?!”
성현은 난폭하게 창고의 문을 걸어 잠그고 지원에게 소리쳤다.
“안 돼.”
“왜 안 돼.”
성현이 되물었다.
지원은 술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네가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얘기하는데, 그날 있었던 일은 강간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 너도 좋아했잖아.”
성현은 지원의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아파, 놔!”
지원은 성현의 자지를 발로 찼다.
“아악!”
“친 건 미안해. 근데 더는 안 이랬으면 좋겠다.”
“더 하면?”
성현의 지원을 벽에 몰고 속삭였다.
“소리 지를 거야.”
“........”
지원은 다시 술을 집어 들고 창고를 빠져나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현수는 최대한 단정한 학생 같아 보이는 옷을 골라 입고 숙취에 시달리는 성현에게 물었다.
“어때?”
“뭐가 아~ 또오~!”
성현은 누운 상태로 까치집을 몇 채나 만들고 눈도 다 뜨지 못하고서 현수를 봤다.
“예뻐, 예뻐.”
성현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이불을 덮었다.
“아이 씨 쌍놈아. 좀 제대로 봐봐!”
“꺼져 그냥.”
“아- 같이 간다며.”
“조금만 더 자고, 술 깨고 오후에.”
“.......국 끓여놨으니까. 먹고 와서 연락해.”
“사랑해.~”
“죽어 제발.”
현수의 마지막 말과 함께 낡은 현관문이 닫히고, 성현은 햇살을 맞으며 함께 다시 잠이 들었다.
현수는 택시를 타고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렸다. 지하철 노선을 보기 위해 천장에 달린 노선도로 가까이 갔다. 노선도 앞에는 어딘가 익숙한 뒷모습을 한 여자가 발꿈치를 세우며 까치발로 노선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지원이었다.
현수는 왠지 그녀를 피하고 싶었다. 얽혀서 좋은 일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현수는 빙글 돌아 역내 기둥에 있는 작은 노선도를 하나 들고 개찰구를 통과했다.
뻥 뚫린 승차장에서 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날 좋아한다고~......겁나게 말했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승차장 자판기로 향해 파란색 캔 음료를 골랐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를 숙여 캔을 꺼내고 보니 눈앞에 지원이 있었다.
“난 물.”
뻔뻔하게 요구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외모이다. 현수는 정적을 깨지 않았다. 밝은 표정으로 서 있는 그녀에게 건넬 말도 마음도 없다.
“어디 가나 봐?”
현수는 열차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다 형식적인 질문으로 정막을 깼다.
“응. 집에 한 번 얼굴 비출까 하고.”
“그렇구나.......”
다시 정적이 흐르고 열차가 도착했다.
“옷이 너무 얇지 않아?”
지원은 그가 입은 하늘색 티셔츠를 만져보며 물었다.
“그런가....... 화사한 색이 이것밖에 없어.”
“그렇구나.~”
그렇게 또 정적이 흘렀다.
“데이트?”
그녀가 좋은 생각의 결론을 내렸다는 표정으로 현수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아니.”
“여자 친구 없어?”
“응.”
“성현이는 있는 것 같던데. 왜 없어?”
“때 되면 생기겠지.”
“아깝네. 이 누나가 5년만 젊었어도. 히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전에는 없었어?”
“있었어. 한 명.”
“왜 헤어졌어?”
“.......”
“대답하기 곤란한 거면 안 해도 돼.”
“안 헤어졌어.”
“그럼?”
“........죽었어.”
“어머, 저런.......미안해.”
“아냐.”
“어떤 사람이었는데?”
“파인애플 맛 샌드 과자를 좋아했었어.”
주말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과자를 먹는 것이 그녀의 삶의 낙이었다.
무너져가는 그녀의 카페를 있는 힘껏 꾸려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학교에 다니며 그는 그녀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그녀도 아픈 몸을 매일 이끌고 커피를 만들러 갔다. 매일 뜨거운 증기와 커피 머신 사이에서 애써 밝은 척 웃는 그녀가 가여웠다. 여름에도 긴 팔 셔츠를 입은 그녀가 가여웠다.
여름에도 긴 팔 셔츠를 입은 그녀가 편하게 일 할 수 있게 그녀의 소매를 올렸다. 붉은 반점이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그녀는 소스라치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죽음보다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두렵다고 그녀가 말했다..
어느 날 새벽. 전화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병원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그녀와 의사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현수는 계속해서 일했다. 그녀의 항암 치료 날에도 일했다.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미친 사람처럼 일했다.
2주 후 그녀의 죽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없는 삶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미친 사람처럼 일했다.
현수는 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아무튼, 그랬었어.”
현수는 시큰거리는 코를 훌쩍이며 별 이야기를 다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시시하지?”
지원의 눈은 어느새 눈물로 가득 찼고 볼을 타고 흐르자 현수의 품에 와락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