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더블 데이트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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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더블 데이트 - 5부
다음 날 아침,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잠결에 그냥 들어오라고 말했더니 이내 앙칼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 집사님!"
젠장할. 저 날카로운 목소리에, 전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칭호까지... 아침 알람으로 쓰기에는 최악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불을 끌어올려 귀를 덮고 싶지만, 혼자 쓰고 있는 이불이 아닌지라 그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최 집사님! 어제 작업을 하다말고 대체 어디로..."
내게 잔소리를 쏟아부으면서 다가오던 그녀는 뭔가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입가에 댔다. 조용하란 신호다. 내 팔 하나를 베고 누운 알몸의 여인은 아직도 쌔근쌔근 자고 있다. 새벽까지 그렇게 해대었으니.... 피곤해서 깨지 않을 법도 하다. 나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은혜에게 경고했다.
"여긴, 개인 공간 아니었습니까?"
".....어제 작업이..."
좋게 말해도 방에서 좀처럼 나가지 않는 은혜를 보며 짜증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만다.
"당신 오빠는 맨날 치는 땡땡이를 내가 한번 쳤다고, 아침부터 침실까지 쳐들어와서 소란을 피워야 직성이 풀리시나요?"
"뭐라구요, 최 집..."
"그놈의 집사 소리도 집어치우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텐데요. 얼른 나가세요."
전에 없이 강경하게 말하자 은혜는 그 찢어진 눈으로 날 한 번 째려보곤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갔다. 아침부터 피곤한 기분이다. 아니, 실제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곤하기 짝이 없지만 되려 이성만은 또렷하다. 어떤 목적 하나를 위해 제대로 불타오른 불길은 아직 내 안에 있다.
"으음...."
내 품에 안긴 채 꿈틀거리는 은아를 내려다본다. 알몸의 그녀를 둘러안은 팔에 힘을 주어 당긴다. 그녀의 머리결에 코를 파묻고 깊숙히 숨을 들이킨다. 아아... 난 내가 여자를 이렇게 밝히는 사람인줄 몰랐는데, 몇 년간 닫혀있던 둑이 한번 터져버리고 나니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도 아래에서 불끈불끈 난리가 났는데 깨우기가 미안하여 그대로 참고 있었다.
"일어...났어요?"
기다란 속눈썹을 들어올리며 은아가 깨더니 내게 묻는다.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어 주었다.
"해가 중천이야. 은아는 생각보다 잠꾸러기네. 여긴 다들 새벽같이 일어나는 곳인데 말이지."
"아, 죄송해요...."
어제 그녀와 몸을 많이 섞기도 했지만, 행위가 끝나고 노곤한 몸을 눕혀 서로 끌어안고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부산에서 제법 알아주는 조직의 하부그룹에 속해있다고 했다. 자신이 속한 라인의 우두머리가 돈이 될만한 사업을 찾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그녀가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후후.. 그래서 더 좋은 거 받아가잖아. 안 그래?"
"아이참..."
몸 곳곳을 어루만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녀는 몸을 돌리더니 아래로 내려가 내 물건을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우움...."
빳빳해진 그걸 한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전에 없던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전에는 몰랐던, 어젯밤까지 내내 닫혀있던 성욕이 터져나가면서 내 깊은 곳의 욕망까지 드러난 모양이다. 차마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비열하고도 저급한 욕망이 꾸물꾸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츄웁- 츄웁- 우움-"
음란한 소리를 가득 내어가며 자지를 빨고 있는 은아를 내려다본다. 밤새도록 범했던 그녀의 구멍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른 생각에 도달한다.
일단 내 자지를 빨고 있는 그녀를 돌려 엎드리게 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내쪽으로 가져왔다. 내 상반신을 올라타게 하고 그녀의 엉덩이를 내 입 앞으로 가져온다. 여기까지는 어제도 했던 동작인지라 은아는 능숙하게 69자세를 취했다. 여전히 내 자지를 물고 빤다. 나는 내 앞에 놓인 것을 탐할 차례다. 두 손을 뻗어 엉덩이를 펼치고 벌려진 살결을 핥아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제 즐겼던 구멍을 핥아가며 적시다가 혀를 점점 위로 올린다.
"하악...거...거긴...."
아래에서 위로 핥아가며 다른 용도의 구멍까지 핥기 시작한다. 은아는 몸을 움찔거리며 피해내려했지만 이미 엉덩이 한 쪽씩을 단단하게 붙들고 있기에 탈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흐응...거긴.. 더러...더럽...."
"가만 있어."
핥는 것 정도로는 쉽게 젖지 않는다. 원래 젖는 구멍이 아니기에.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고 은아를 앞으로 밀어낸다. 잘 익은 복숭아와 같은 엉덩이를 뒤로 쑥 빼게 한다. 그리고 그곳에 대고 침을 뱉았다. 손가락을 들어 침을 넓게 바르면서 조금씩 밀어넣어본다.
"뭐...뭐하려구요?"
은아의 목소리가 사뭇 떨렸다. 난 짐짓 태연함을 가장하여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재미있는 거?"
"저.. 거긴 한 번도..."
"그럼 처녀란 말이군."
입구만 건드리며 변죽을 울리던 손가락을, 쑤욱 밀어넣어본다. 은아의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온다.
"아...악...."
숫제 막힌 맥을 뚫고 나아가며 이어진 곳을 잘라나가듯이, 그녀의 안으로 진입해들어간다. 침도 뱉아보았지만 윤활유 역할을 하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밀어넣는다. 버둥거리는 은아를 힘으로 찍어누른다.
"아악!! 아...아파!! 아프다구요!!"
"가만 있어봐."
한 손으로는 그녀의 몸을 단단히 부여잡고 오른손 중지로 그녀의 뒷구멍을 강제로 쑤셔본다. 손가락을 구부려 안쪽을 긁어본다.
"흐으.....아...아아...거긴...하지마요...하지 말라구요....아악...."
하지말라고 하기에 손가락은 빼기로 한다. 버둥거리던 은아의 몸이 축 늘어지는 게 느껴진다. 그 방심을 틈타 침대 맡에 있는 로션병 하나를 가져다 그녀의 구멍에 다시 짜넣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은아는 다시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벗어나려고 용틀임을 해댔지만 그렇다고 내게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악.... 아악... 한석 씨.. 악.. 아파요..."
넣는다. 집어넣는다. 아니, 이건 거의 넣는다기보단 박는다. 쑤신다는 표현이 실로 적확하다.
"악!! 아악...학!! 제..제발...거기 말고..."
사실 나 자신도 썩 그리 대단한 쾌감이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질로 진입할 때의 쫀득하면서도 뭉클하게 감싸는 느낌보다는 대단히 뻑뻑하면서 단단한 무언가가 자지를 감싸는 기분이다. 자지 자체의 쾌감은 그럭저럭이다. 그렇지만 나의 쾌감을 고양시키는 건 그게 아니었다.
"후후..."
몸을 앞으로 빼내려고 연신 버둥거리는 은아의 뒷태는 내게 색다른 쾌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알몸의 여체를 뒤에서 감상한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쾌감이 아닌 고통에 뒤틀리는 그녀의 모습은 무언가 점점 더 본능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흐윽..흑...흑...."
벗어나려던 은아는 어느새 체념을 하고 울고 있었다. 끈질기게 항문을 범하던 난 그 안에 사정까지 마치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황급히 몸을 빼내어 이불을 감싸안고 엉엉 울었다. 달래어줄까 생각하다가 그대로 놔둔 채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었다. 그리고 방금 전 일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용건만 말한다.
"바텐더를 만나러 갈건데, 같이 가겠어?"
"......너무해요."
"뭐가 너무해?"
"그렇게 막무가내로...."
"애초에 내 몸을 요구한 건 너 아니었던가?"
은아의 말문이 막힌다. 난 먼저 내려가 있겠다고 말한 후 방을 나섰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보기 싫은 얼굴이 버티고 서 있었다.
"아직 안 가고 계셨습니까?"
"......오늘 작업에 대한 것을 상의하기 위해..."
그놈의 작업. 젠장맞을. 은혜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 네 년은 빠구리도 안하고 사냐고 외치고 싶었다.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개끼리 흘레가 붙어도 쳐다보지 않는 게 미덕이거늘 이렇게 방 안에서 버티고 있다니 말이다. 이년이 신심이 얼마나 깊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의는 썩어빠졌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아, 난 이제 좀 빼주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이 있거든요."
"지금 낙원 건설이 막바지라서 다들 바쁜 걸 뻔히 아시는 분이...."
"그렇게 잘 아는 김 권사님이라면 허구헌날 읍내로 내려가 놀고 자빠져 있는 부목사님이라도 모셔오든가 하시죠."
"최 집사님!"
은혜의 목소리는 여전히 깨진 놋쇠그릇 같다. 과장된 동작으로 두 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말했잖습니까. 내 이름은 최한석입니다. 최 군이라고 부르든 한석 씨라고 부르든 김 권사님 마음대로 하시죠. 대신 집사라고 부르지 마십쇼. 난 그 호칭 싫다고 여러번 말했습니다."
입을 딱 벌리고 아무말 못하고 있는 김은혜를 보고 있노라니 일견 고소한 마음까지 든다. 지난 시간동안 그녀와 난 계속 이견이 많았다. 아니, 나와 그녀 사이가 문제가 아니라 은혜 자체가 문제였다. 거의 모든 일에 신실함과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그녀는 모든 이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인부들까지도 기독교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녀인지라 그녀 말대로 따랐다가는 일 전체가 진행이 안 될 판이었다. 그녀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죄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는 어지간한 일에 그녀 앞에서 고분고분해왔던 나다. 그랬던 나인데 오늘 이렇게 대들고 쏘아붙일 말을 모두 던지고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복도를 빠져나오기 직전, 은혜를 돌아보며 한 마디 던졌다. 입가에는 미소를 띄운 채.
"설마 그럴 리는 없겠습니다만.... 제 침대에 있던 여인이 부러워서 그렇게 앙칼지게 구는 건 아니시겠죠?"
"뭐...뭐라구요? 지금 어디서 그런 삿된 소리를...."
"아니면 말지 뭘 또 그리 심각하십니까. 하하."
벙쪄 있는 은혜의 표정을 보며 껄껄 웃었다. 그대로 2층에서 내려와 지하에 있는 연구실로 향한다. 바텐더는 이미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입으로 노크소리를 내고 들어갔더니 그는 날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표정이 좋군 그래."
"네?"
"예전의 표정도 좋았지만, 지금은 뭐랄까. 뭔가 후련한 표정인데?"
"관상도 배우셨습니까?"
육체적 욕구와 정신적 불만을 해소한 후이니, 표정이 좋을 수 밖에.
"크크. 관상은 모르겠고 심리학은 석사학위도 있다네. 그리고 자네는 표정이 워낙 읽기 쉬워서 말야. 그런 소리 들어본 적 없나?"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켈켈켈. 자네는 절대로 도박이나 노름 같은 거 하지 말게. 아주 그냥 쪽쪽 빨리고 것도 모자라 빚까지 질 인상이니."
"명심하죠."
바텐더는 작은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커다란 플라스틱 케이스가 하나 들어있었다. 꺼내어 열자 이상한 모양의 총이 세 개 들어있었다.
"이게... 그건가요?"
"그런 셈이지. 상대의 몸무게를 모르니 그냥 표준 체중에 맞추어 블렌딩했다네.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서 되도록이면 혈관에 맞추어 찔러넣게. 그리고 여기 이 레버를 당기면 돼. 만약 주사액의 양을 조절하고 싶다면 옆에 있는 휠을 돌리면 되고."
바텐더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어떻게 사용할지 짐작이 가는 형태였다.
"왜 세 개죠?"
"삼세번이라는 것도 모르나. 그리고 만에 하나, 상대가 자네에 대해 강한 심리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경우 두 번 주사해야할 경우도 생기네. 다만..."
"다만?"
"그 때는 내가 자랑하는 정교한 의식 조정이 어렵지. 그냥 말 그대로 붕괴가 될지도 몰라."
바텐더는 살짝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난 오히려 웃었다.
"필히 두 번을 찔러넣어야 겠군요."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은아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어제처럼 단정한 정장차림이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한번 쳐다보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박사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오, 송 대리는? 걸음걸이를 보니 어째 밤새 시달린 것 같아 보인다만."
은아는 얼굴을 푹 숙였다. 바텐더는 은아를 더이상 놀리지 않았다. 앞으로 칵테일 공급을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대신 자신의 신변 보호와 물건 운송을 위한 인원은 은아의 회사에서 지원하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살짝 어두웠던 은아의 표정이 그제서야 환하게 밝아졌다.
은아와 난 함께 나왔다. 그녀는 곧 떠나겠다고 했고 난 그녀의 차를 얻어타고 시내로 나왔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날 내려주면서, 그녀는 내게 물었다.
"다음에도... 그렇게 할 거예요?"
"다음에?"
그녀의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새삼 바텐더가 만든 칵테일 위력을 깨달았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런 짓을 당하고 나서도 상대에게 미련이 남게 만드는 약물이다. 칵테일이 사람의 정신에게 대체 어떤 짓을 하는지 이론적으로는 전혀 모르겠지만, 실증적으로 확고히 믿게 된다.
"너 하는 거 봐서."
난 은아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연락처를 받아두었다. 그녀의 차에서 내려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칵테일 주사 후 곧장 날 받아들이면서 나에 대해 굉장히 좋은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날 처음 보는 나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날 싫어하는 사람에게 저걸 주사하면 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혹은 저걸 주사한 직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덮쳐진다면 또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터미널로 가서 서울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 출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무얼할까 주저하던 나는 공중전화박스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몇 년 만의 서울행인가. 서울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면면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백원짜리 동전이 두 개 나왔다. 전화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심호흡했다. 수첩을 뒤져 전화번호를 찾아내고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신호가 가는 동안 가슴이 가볍게 두근거렸다. 뚜르르 하는 소리가 마치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 같이 들린다.
달카닥-
입이 차마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한참을 주저하다가 겨우 말을 꺼낸다.
"여보...세요?"
그러나 전화를 받은 상대는 나와 달랐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