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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꼬츨든남자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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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677 회 작성일 24-05-09 20: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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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이 아파트로 이사오게 된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자리를 못구한 채 매일 방구들짱에 등 깔고 지내다가 아빠가 보기도 싫다고 난리 치는 통에 엄마한테 등 떠밀리다 시피 집에서 쫒겨난 때문이다. 학교 다닐때만해도 명문대를 들먹이면 몇군데씩 과외 섭외가 들어와서 돈 걱정 없이 흥청 거리며 살았었는데 졸업이라는 의식행사 덕분에 학생 신분이 사라지면서 비참한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막상 독립해야겠다 결심했지만 여자애가 집구석 냅두고 어딜 나가냐고 난리치는 아빠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적도 있지만 구박받고 사는 것 보다 아파트라도 한채 얻어 줄테니 독립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공무원시험이라도 떠억 붙으라는 엄마의 배려 덕분에 보따리 두 개만 달랑 들고 이 아파트로 이사오게 됐다. 월세는 엄마가 챙겨주겠지만 대학 졸업까지 한 마당에 용돈까지 타 쓰긴 민망한 노릇이라 앞으로 살아갈 방도가 막막하기만 하다. 주머니에 몇푼 있지만 이걸로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아낄수 있는 한 최대로 아껴써야 다음달도 있는게 아닐까 싶어 처량한 신세로 눈물마져 흐르려 한다. 새로 이사한 집은 아파트 복도 끝인데 빈 화분대가 덩그런히 놓여 있었다. 돈 한푼 없는 나로서는 화분대에 꽃 한송이 올려 놓을 수 없는 처지라 없는 것 보다 못한 일이 생겼군 싶어 멀쩡한 화분대를 놓고 이사간 사람들이 은근히 미워졌다. 짐 두 개를 방구석에 처박아 놓고는 답답한 마음에 마을 한바퀴를 돌려고 바쁜 걸음으로 걷고 있다. 꽃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초입에 있었는데 아까는 보지 못했나 보다. 봄 단장을 하려고 꽃 집앞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주인은 들락 거리는 사람들에겐 일체 신경도 안쓰고 흥정하는 사람들에게 화분을 들어 보이기도 하고 다른 화분을 보이기도 하면서 장사하기에 바빠 보였다. 가을에나 볼 수 있는 국화, 늦겨울에 피는 매화를 비롯하여 만개한 개나리와 안개꽃을 섞어 만든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있다. 이름 모를 화초가 발 아래 놓여있고 목이 긴 벤자민은 파릇한 잎이 무성한 채 눈 높이까지 가지를 뻗치고 있다. 해바라기 같이 꽃잎이 넓은 예쁜 꽃들과 날렵한 잎새를 자랑하는 난들, 뭉둑하면서도 하늘거리는 꽃잎을 높이 치켜든 서양난들이 어우려진 이 꽃집은 사철 아름다움에 쌓여 있는 신선의 놀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뭘 찾으세요?" 한 참을 구경하는 영선을 향해 모처럼 한가해진 주인 여자가 말을 걸었다. "아파트에 오늘 이사왔는데요, 예전 주인이 쓰던 화분대를 남겨 놓고 갔나봐요. 썰렁해 보여서 돈 안들이고 화분대를 꾸밀 꽃을 찾고 있어요." "아, 그래요? 그럼 맘에 드는 꽃 찾을 때까지 마음대로 구경하세요. 전 바빠서..." 꽃집에 오는 다른 사람들은 미리 꽃을 결정하고 오는 듯 쉽게 물건을 고르지만 영선 처럼 굳이 꽃을 사야겠다 싶어 들른 것이 아닌 이상은 맘에 드는 꽃 보다는 주머니 사정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가급적 주인의 간섭을 피하려면 눈에 띄지 않도록 피해 다니며 새봄을 만끽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가씨!" 꽃 집 주인이 영선을 불렀다. 영선은 공짜로 꽃을 너무 오랫동안 감상한다고 쫒겨나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 "네?" "한가한가 보죠?" "아, 네.. 꽃이 너무 예뻐서요." "그럼, 제가 요 앞에 화분 좀 배달하고 올 동안 가게좀 봐줄래요?" "그러세요. 근데 손님 오면 어쩌죠?" "잠시 꽃 구경하고 기다리라 하세요.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아니까요." "다녀오세요. 가게 봐 드릴테니." 꽃 집 주인은 그런 일이 자주 있는 듯 낯선 영선만을 남겨 둔채 화분을 배달하기 위해 가게를 나섰다. 영선은 비록 주머니에 돈은 없어 꽃을 살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모처럼 화사한 꽃과 향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어 가게 이 곳 저곳을 돌며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었다. 철호는 열흘간의 휴가 동안 혼자 꽃집하는 누나 일이나 도와야 겠다는 생각에 청량리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도 없이 꽃집으로 향했다. 누나는 꽃 향기에 취한 듯 이 곳 저 곳의 꽃들을 살피느라 자신이 온 것도 모르고 있다. 철호는 그런 누나를 놀래줘야겠다 싶어 군화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 양 팔 가득이 누나를 끌어 안았다. "어머, 누구?" 영선은 기겁하며 빠져 나오려 했지만 철호의 완력에 꼼짝없이 갇혀 버리고 말았다. "어, 누나 아니네?" 철호도 누나가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며 얼른 팔을 풀렀다. "누구세요?" "그러는 댁은 누구시죠?" 철호도 영선을 향해 되 물었다. "잠시 가게를 봐주는 건데요..." "그래요? 이 가게 주인 동생입니다. 김철호라고 하죠." "군인 아저씨가 동생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열흘간 휴가 명 받았습니다. 누나를 돕기 위해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뛰어 왔습니다. 그런데 누나는 어디있습니까?" 영선은 군대식으로 말하는 남자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화분 배달 나갔어요." "꽃 좋아 하나봐요?" 꽃집 주인이 가게문을 열고 들어오며 동생 철호가 와 있는 것을 보고 반갑워 한다. "누나, 봄철이라 화분 배달 힘들지?" "괜찮아. 그런데 너 휴가 나온거니?" "응, 말년휴간데 누나 고생하는게 훤히 보여서 한 달음에 뛰어왔지." "애구, 귀여운 놈..." 영선은 더 이상 꽃 가게에 자신이 머무를 필요가 없겠다 싶어 문을 나섰다. "꽃 구경 잘했어요. 가 볼께요." "그래요, 수고했어요." "어, 벌써 가세요?" 헤어짐이 아쉬운 듯 철호가 끼어 들었다. "네. 담에 또 올께요." "꽃도 사가셔야죠?" 철호가 능글맞게 웃으며 남의 아픈 곳을 코옥 찔렀다. "튤립을 좋아하는데, 마침 없어서 다음에 살께요." 영선은 아무 생각없이 한 마디 던졌다. "튤립요? 잠깐만요. 하우스에 많은데 못봤나보죠?" 철호는 기회다 싶어 또 끼어 들었다. "있어요? 근데, 돈을 안갖고 나왔거든요." 영선은 말 끝을 흐리며 자꾸 문쪽으로 눈을 돌렸다. "철호야, 손님한테 자꾸 그러면 못써!" "그렇지?" 철호도 머쑥하여 눈 빛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그럼 내일 또 올께요." 영선은 공짜 꽃 구경을 또 할 생각으로 인사하며 가게를 나왔다. "누나, 저 아가씨 여기 잘 오는 손님이야?" "오늘 첨 이사왔데. 그런데 니가 짖궃게 굴어서 담엔 안올 것 같은데?" "우아해 보이던데, 몇동이래? 이름은 알아?" 철호는 안달이 난 듯 마구 물어본다. "몰라. 오늘 첨 왔어. 아까 바쁠 때 꽃구경 하며 가게좀 봐달라고 그랬을 뿐인걸." "정말 튤립 좋아한데?" "글쎄다. 아까 보니까 안개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여기 안개꽃 많은데 왜 그냥 갔데?" "전 주인이 화분대를 놓고 갔다는데 썰렁해 보여서 무슨 꽃으로 장식할까 궁리했을꺼야. 산책하다 들렀다니까 돈은 안갖고 왔을테고..." "운동하다 꽃에 이끌려 들어왔던거구나?" "근데 너 왜 그 아가씨한테 관심 집중시키고 난리냐?" "히히, 남자가 예쁜 여자보고 관심 갖는게 잘못된거야?" "휴가나와서 누나 일 도와둔다던 놈이 딴청 부리니까 그렇지." "누나 일도 돕고 그 아가씨도 사귀면 이번 말년 휴가는 정말 짱이겠는걸." "욕심도 많다. 야, 이 화분 좀 들어서 저쪽으로 날라 줘." 영선은 문 앞에 덩그런히 놓여 있는 화분대를 힐끗 보곤 아파트 문을 열었다. 썰렁한 한기가 몸 전체에 느껴진다. 아침밥 먹을 때까지만 해도 식구들이 모두 둘러앉아 있었다. 이젠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바닥에 이불을 펴고 하늘을 향해 덜렁 누웠다. 꽃 집에서 낯선 남자로부터 처음으로 포옹 당했던 일이 눈 앞에 그려졌다. 너무 놀라서 그 당시엔 몰랐지만 조용한 가운데 그 일을 생각하니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그런 기회가 또 온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잠이 들었다. 누나 일을 대충 끝낸 철호는 아까 그 아가씨가 걸어가던 동을 쳐다 봤다. "저쪽 방향 복도형 아파트면 113동인데 몇층일까?" "복도 끝에 화분대가 놓인 집이 그 집 하나면 다행인데..." 철호는 113동을 향해 걸었다. 일층부터 꼭데기 층까지 복도 끝에 화분대가 놓인 집을 찾고 싶었다. 봄철이라 문 앞에 화분대가 놓인 집이 많았지만 화분대만 덩그런히 놓인 집은 808호 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철호는 808호 앞에 놓인 화분대 위에 안개꽃 한다발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영선이 아침에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어 보니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안개꽃 한다발이 화분대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곤 누가 놓고 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가까운 슈퍼에 들러 라면 몇 개와 계란 한 판을 사 들고 돌아왔다. 어제 까지만 해도 따뜻한 국물이 있는 밥상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지만 겨우 하루 지난 지금에 와선 라면으로 끼니를 떼워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딱히 돈 벌 방법도 없고 공부하며 쓰라고 쥐어준 몇 푼을 예전처럼 흥청거리며 쓸 수 없는 상황에선 라면만큼 좋은 식사는 없겠지 싶어 눈물을 팔 소매로 흠쳐냈다. 간단하게 설거지를 끝내고 다시 츄리닝 차림으로 산책을 나섰다. 꽃 집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조금 돌다 보면 열리겠지 싶어 힐끔 쳐다보며 동네 한바퀴를 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산책을 나와 있었다. 어제 이사왔지만 벌써 목례를 할 만큼 안면도 생겼다. 아르바이트 일자리라도 찾아야 겠다 싶어서 생활정보지 한 장을 집어 든다. 걸으며 또 보고 걸으며 또 봐도 맘에 드는 일자리 정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제 자신을 보듬어 안았던 군인 아저씨가 눈 앞에 있었다. "뭘 그렇게 유심히 봐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멀리서 찾을 필요 있어요? 우리 누나네 꽃 가게 일좀 도와주면 되잖아요." "광고도 안냈는데요?" "하하, 봄 철엔 바빠서 아르바이트가 필요해요. 딴데 찾지 말고 나랑 몇일 일해봐요." 영선도 그런 청년이 밉지 않았지만 막상 주인이 아르바이트 필요없다고 하면 실망만 스러울 것 같아 쭈삣 따라 나서지를 못했다. "어서 들어와요. 누나 오면 내가 얘기할테니까 걱정말고." 철호가 이끄는데로 영선의 몸이 끌려 들어갔다. 꽃집은 화사하여 천상이 따로 없다 싶은 느낌이다. "사는 곳이 808호 맞죠?" 철호가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화분대 위에 안개꽃 봤어요?" "그럼 댁이?" "하하, 누나가 댁은 안개꽃을 좋아한다고 그러더군요. 제가 선물 한거에요." "벨을 누르고 들어오지 그랬어요?" "꽃을 들고요?"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누나가 오기 전에 하우스에 쌓아놓은 화분을 가게 앞으로 옮기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 아가씨 또 왔네?" 철호 누나가 가게에 들어오며 반색으로 반겼다. "누나, 이 아가씨가 오늘부터 꽃집 아르바이트 하기로 했어." "그래? 너 휴가 끝나면 나 혼자 바쁠텐데 잘 됐구나." "영선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부탁은 무슨. 화분 들고 나려면 힘들텐데." 영선은 몇일간 철호와 함께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화분대 위에는 안개꽃이 한다발씩 놓여 있었지만 한번도 벨을 누르는 법이 없었다. 화분대 위에 놓인 안개꽃을 볼 때 마다 영선의 마음은 흐믓해지며 꽃 집으로 벌써 마음이 한달음에 달려갔었다. "영선씨, 내일 아침이면 철호가 귀대하는데 저녁식사 같이해요." "어머, 벌써 휴가가 끝났어요?" 영선은 철호와 함께 바쁘게 보낸 몇일이 정말 눈 깜짝할사이에 흘렀다고 생각했다. "영선씨, 전화 해도 되요?" 철호가 헤어지며 조용히 물었다. "전화가 아직 없어요. 핸드폰도 없구요." "보고 싶을텐데, 어떻게 연락하죠?" "꽃 가게에 있을께요. 제대할 때까지." 철호는 그런 영선을 보고 환한 웃음을 보냈다. 영선은 회식이 끝나고 혼자 아파트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엄습했다. 늘 깔려 있는 이불위에 몸을 눞혔다. 열흘가까이 철호와 함께 일하면서 즐거운 시간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며 막 잠이 들었다. "띵동~" 갑자기 벨이 울렸다. 올 사람이 없는 시간에 벨이 울리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옷을 챙겨 입고 문에 부착된 비디오폰으로 벨을 누른 사람을 살펴봤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꽃을 들고 서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영선은 덜컹 문을 열어 주었다. 남자는 가슴에 가득 안아들었던 안개꽃을 화분대 위에 올려 놓았다. "저, 이젠 가요. 마지막날은 벨을 누르고 싶었어요." "철호씨가 매일 안개꽃을 갖다 줘서 행복했어요. 들어오세요." 철호는 한참을 망설이다 현관문을 통해 들어왔다. "영선씨, 이젠 마지막이군요." "아뇨, 기다릴께요." "꽃을 든 남자 멋있었어요?" 철호가 게면쩍은 듯 물었다. "전 꼬츨 든 남자를 기다렸어요." 영선이 웃으며 말했다. 철호는 바지를 급히 벗으며 팬티 안에 감춰졌던 고추를 들고 영선 앞에 섰다. "이렇게 꼬츨든 남자를 기다렸다고요?" 영선은 그런 철호를 가슴으로 안아 들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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