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써, 그녀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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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그녀는 아직
쭈뼛, 쭈뼛, 어색하다. 서로의 눈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불편하고, 벗고 있는 서로의 몸을 보고 있자니 이것 또한 어색하기 짝이 없다.
아담과 이브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남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플이나 혹은 처음 하는 커플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남자가 얼음장 같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몇 마디를 던진다. 그녀가 웃었다. 용기 얻은 남자는 서서히 그녀에게 몸을 기댄다. 이 이후로는 물 흐르듯이 지나간다. 한 번 물꼬가 트이면 나머지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정박에서 엇박자 가장 현란한 몸놀림. 오늘 남자 물 만났다.
그녀는 나의 마네킹이었고 나는 어느새 그녀의 KING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나를 원했고 나는 그녀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그녀의 이마에는 ‘만족’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는 듯 보였다. 나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부끄러움도 섞여 있었지만 황홀한 눈빛이 강했다. 그녀가 나의 위로 올라왔다. 나는 절정에 달았다. 나는 당차게 말했다.
“이제 한다.”
아니 근데 이럴 수가! 돌아오는 그녀의 답변은 참혹했다. 그녀가 말한다.
“아니 벌써?”
남자가 마른 침을 삼킨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분명 그녀에게 충분한 만족을 줬다고 생각했고 나의 오늘 몸놀림은 정말 최고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100점 시험지라고 생각했지만 마킹이 잘못되어 10점이 나온 기분처럼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렇다. 나는 벌써였지만, 그녀는 아직이었다. 참 비통하지만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아! 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자는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결코 괜찮지 않다. 한없이 소심해진 남자는 여자에게 진부한 한마디를 던진다. 좋았냐고… 그녀의 대답 역시 뻔해 위로가 되지 않았다. 여자가 씻고 돌아와 그에 옆에 누워 토닥여준다.
아… 오늘 밤에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