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출장, 그리고 노래방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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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출장, 그리고 노래방약 10년차의 직장인 생활, 내가 하는 업무 특성상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지만, 1년에 두세번 정도는 출장을 가야 하는 기회가 있다. 물론,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출장은 거의 주로 미국 내에서 이루어졌지만, 또 다른 제 3의 국가를 가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편이다. 사실, 출장이라는게 다른 나라나 도시를 간다는게 색다를 뿐이지, 그 목적이 비교적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편이여서 일이 새롭다거나 특별한건 없다. 직장인 초년 시절, 나는 회사내 내부 교육 관련해서 출장이 많은 편이였다. 나름 군기가 빡세게 들었던 그 시절엔, 그냥 왔다갔다 하는데에 정신이 없이 다니다 보니, 업무가 마치고 생기는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는데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그 상황도 많이 익숙해지고 그러다보니, 그 남는 짜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데 내 나름의 요령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시나 나라에 대한 호기심, 마땅히 계획이 있는건 아니였지만 밤 늦은 시간이면 같이 출장을 간 동료 혹은 그곳에서 일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호텔 밖으로 나가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한두번씩 그 지역의 밤문화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니깐, 무언가 대한히 거창한 것을 겪은것 같지만, 사실 그 내용은 별거 없다. 고작 내가 겪어본 밤문화라는건, 남들이 모르는..나만 겪은듯한 어떤 특별한 그런 성격의 것은 아니고, 그저 일상에서 흔히 있을수 있는 소소한(?) 경험들 뿐이였다. 솔직히, 지금은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몇개 없다. 아무튼, 근래의 출장 중에 겪었던 에피소드 하나인데, 작년 여름의 일이였다. 나는 7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고 옮기고 난 뒤 처음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 장소가 엘에이였다. 엘에이는, 개인적인 이유로 이미 서너번 방문한적이 있었던지라, 전혀 낯설음이 느껴지지 않는 도시였고, 그 근처에는 아는 지인들도 조금 있는 편이여서 짧은 2박 3일의 출장 일정 이였지만, 그 시간동안 주어질 짜투리 시간은 마음만 먹으면 아주 보람차게(?) 보낼수 있는 곳이였다. 명훈 선배. 대학교 시절 한국에서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이 선배는 이제는 선배라는 호칭보다 형님이라는 호칭이 더 편할 정도로 오래된 사이다. 이 형님은 동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 어느 학교에 적을 두고 엘에이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나는 출장 일정의 마지막 날 저녁에, 오랫만에 이 형님을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약속 당일, 저녁 7시쯤 되서 다운타운쪽에 있던 내 숙소 근처로 명훈이 형님이 1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찾아왔다. 그러고보니, 한 5년만에 만난건가? 종종 연락은 하고 지냈지만 서로 지내고 있는곳도 다르고, 사는게 다 그렇듯이 잊고 지낼때가 많았었지만, 이렇게 우연히 기회가 되서 다시 만나고 나니 오랫만이라도 나는 어색하지 않고 형님이 무척 반가웠다. 우리는 한인 타운쪽에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간 살아온 얘기도 하고, 형님 가족들과 미국 생활등,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즐겁게 식사를 했는데, 거의 식사를 마칠때쯤해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직 9시도 안된것 같았다. 나한테 저녁 한끼 사줄려고, 엘에이 시내까지 1시간 넘게 운전을 하고 온 형님인데, 고맙기도 하고 그냥 헤어지기엔 아쉬운 마음도 있고 해서 나는 형님께 자리를 옮겨 술을 한잔 하자고 제안을 했다. 형님이 운전을 해야 하는게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그는 그런 내 걱정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투로 대답을 했다. “야..엘에이에 대리운전 많아..한두번도 아니고..괜찮아”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쓸데없는 걱정 할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잠시후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님에게 물었다. “형..어디 아는데 있어요? 제가 살테니깐 저 좀 데리고 가봐요~” 토끼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와이프가 있는 그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서, 나는 그렇게 먼저 호기를 부리며 그에게 장소를 선택할것을 요구했는데, “민혁아..엘에이에서 노래방 가봤냐?” “노래방이요?” 처음에 나는, 왜 명훈이형이 노래방을 얘기하나 싶었다. 남자 둘이서 무슨 생뚱맞게 노래방을 가나?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노래방은, 20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지내며 가본 노래방과,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한두번 가봤던 뉴욕 어딘가에 있던 노래방이 다였다. 명훈이형은 곧바로 말을 이어서 대략적으로 내게 자기가 말하는 노래방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형님의 말에 집중하면서 나는 잠시지만 내가 참 멍청한 생각을 했다는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럼..그렇지.. 저 형이 나랑 둘이서 노래방 가자고 말할 까닭이 없자나. 이런 멍청한 새끼, 나는, 미국에서 지낸지 10년이 넘다보니 그만큼 이곳에서 겪어본것도 있었지만, 반대로 또 그만큼 한국에 있지 못하면서 겪어보지 못한것도 많았다. 아무튼, 형님의 설명을 들으니 별로 어려울건 없었다. 실제 겪어보지는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런 저런 언론을 통해서 접해본적이 있어서 대충 노래방의 시스템이라는게 이해가 되고 알것 같았다. “아무튼 나도 많이는 아니구 몇번 가봤는데...그냥 한번정도 가볼만해..” 노래방을 얘기하는 형님을 보면서, 문득 미국에서도 한국의 문화를 그대로 접할수 있는 현재 상황에, 확실히 엘에이가 틀리긴 틀리구나 싶었다. “그래요 형..한번 가봐요..궁금하네 나도..” 솔직히 나는, 20대 중후반부터 한참 나이에 해외에서 지내서 그런건지 몰라도, 한국의 유흥 문화가 조금 낯설은건 있다. 특히, 여자들이 옆에 앉아서 부담스럽게 친한척 하는 술집, 한국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날때면, 조용히 그냥 술을 마시다가도 녀석들이 갑자기 분위기를 내고 그래서, 그런곳을 두세번 찾은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대부분 결혼도 했고, 사회적으로 눈치도 봐야 해서 그냥 그려려니 했다. 나는, 어렸을때 조금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 차라리 나이트 클럽 같은 곳은 부담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밀페된 그런 술집에만 가면 내 스스로가 어색하고, 뻘쭘하고, 또 그런 문화에 많이 익숙해져있는듯한 친구들의 모습과 그 상황이 너무 낯설었다. 이것도 모르겠다. 나이가 조금 더들고 적응력이 생기면 괜찮아질런지는.. 아무튼, 노래방 가서 술 한반 하자는 형의 제안에 모처럼 만났는데 나는 주저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비록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내켜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나는 굳이 분위기를 깨면서 빼지는 않는 성격이다. ***** 잠시후, 형님이 나를 이끌고 간 곳은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곳이였다. 엘에이 지리가 낯설어서 정확하게는 몰라도, 아마 한인 타운 어딘가쯤 되었던것 같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노래방 입구에 들어서면서, 겉보기에는 허름한 편인데 안에는 나름 깔끔하네 라는 생각을 나는 했던것 같다. 입구에 있던 웨이터 한명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그는 형님과 안면이 있는지 친한척 인사를 해왔고 곧바로 우리를 안내하며 방안으로 이끌었다. 자리에 앉아서는 술을 주문 할려고 보니 기본 세트가 죠니 블랙인가 뭔가가 한병 나온다고 했다. 나는, 맥주 빼고 다른 술은 잘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였지만, 또 언제 형님이랑 이런 자리를 가지면서 그에게 술을 사보나 싶어서 웨이터에게 다른 술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곧, 이것 저것 대답을 하는 그 웨이터의 말에 형님의 취향대로 블루 한병을 기본 대신 주문했다. 형님은, 주문을 받고서는 밖으로 막 나가려하던 웨이터 친구를 붙잡고선 작지 않은 목소리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늘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이니깐..괜찮은 애들로 들여 보내줘..알았지?” 나는 그런 형을 보면서 모른척하고는 룸안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살피기 시작했는데, 뭐.. 나이트 클럽의 룸이나..술집의 룸이나..여기 노래방 룸이나, 생긴건 다 비슷비슷 한것 같다. 그렇게 낯설지는 않은것 같았다. 얼마후, 주문했던 술과 안주가 들어오고 우리는 곧바로 술을 한잔씩 따라서 건배를 하며 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그때 마침, ‘똑, 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웨이터 친구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마 형님이 아까전에 얘기했던, 초이스의 시간이 된것 같았다. 웨이터 친구의 등 뒤에는, 20대 초중반? 애때보이지만 야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듯한 옷차림의 여자애 2명이 서 있었다. 많아야 중반정도 되보이는 애들이였다. 초이스 시스템은, 한국에서 겪어본 술집과 비슷한것 같았다. 단지, 한국 술집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곳은 한국말만 잘하는 친구 부터 해서 영어만 하는 친구, 혹은 둘다 잘하는 친구들까지 있어서, 그런 부분이 조금 색다른것 같았다. 특히, 중간 중간에 외국인..백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친구들이 들어와서는 ‘안녕하세요’라고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를 할때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그야말로 한국 노래방 문화의 한류를 보는것 같았다. 그 외국인 친구들을 조금 자세히 보니, 막 예쁘다거나 그런 수준은 아니였지만, 날씬하고, 야해 보이고, 쿨하게 잘 놀것 같게 생긴 친구들이 더러 있긴 했다. 2시간 선택이 기본이라는 도우미 알바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시간당 80불인가 100불인가 그랬던것 같은데 몇 프로나 본인들이 가져가는지 몰라도 그녀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파트 타임이였는지, 내가 그날 확인한 외국인 도우미 친구들 숫자는 꽤나 많았다. 도우미들이 그렇게 하나 둘씩 우리 방을 들락날락 하는 사이, 명훈이 형님이 내게 그런말을 했던것 같다. 처음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비교적 괜찮을거라고... 그러면서도 형님은 내게, 그냥 엘에이 노래방 도우미 수준이 어떤지 처음엔 보기만 하고 정말 괜찮은것 같지 않은 이상 선택은 하지 말라고 했다. 하하.. 나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약 10명 정도 되는 도우미 친구들을 정말 눈으로 확인만 하고 그냥 보냈는데, 형님 말처럼 시간이 지나고 뒤로 갈수록 퀄리티(?)가 떨어지는것 같았다. 문득,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형님을 보면서, 이런곳에서 노는것도 몇번이라도 놀아본 사람이 낫다 싶었다. 한 30분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10명 정도가 연속해서 들락날락 하다가, 그 이후에 뜨문 뜨문 몇명이 더 왔다갔지만, 마침내 우리 방을 찾는 도우미의 발걸음은 완전히 끊어진듯 싶었다. 초이스도 그 나름대로 흐름이 있는것 같았다. 형님은 웨이터를 다시 불러 세웠다. 그리곤 지갑에서 100불 짜리를 하나 꺼내 그 친구에게 건내며 아까처럼 작지 않은 목소리로 또 다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늘 별론데?..한국에서 온 이쁘고 잘노는 친구들 없어? 두번째 팀엔 신경좀 써줘..알았지?” ***** 겨우 내가 파트너 선택을 마쳤다. 형님은 막 내 옆에 앉은 그녀에게 술 잔을 건냈다. “이름이 예지라고 했지?.." "네,," "옆에 있는 사람 멋있게 잘생겼지?" 그녀가 나를 잠시 홀깃 거렸다. "오늘 재밌게 잘해줘..멀리서 왔으니깐..” 형님의 말에 그녀는 얇은 웃음과 함께, 건내 받은 술잔을 한번에 들이켰다. 그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네..” 그때 마침, 형님의 파트너가 그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게..저 오빠 정말 잘 생겼다..오빠 몇살이예요? 싱글?” 그녀는 이미 15분 정도 전에 형님의 선택을 받아 벌써 한두잔의 술잔을 기울인 상태였다. “아쉽다..저 오빠가 나 선택했으면..내가 진짜 잘해줬을텐데..깔깔~” 나는, 그녀의 장난스런 멘트에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로 고개를 저으며 싫은 반응을 보였다. “노 땡큐~” 내 제스처에 그녀가 눈을 홀기며 나를 째려봤다. 하지만, 악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장난스러움만 가득한 눈빛이였다. 형님의 파트너인 그녀, 그녀의 이름은 진아라고 했다. 그녀는 첫눈에 봐도 시원 시원한 외모였다. 몸에 쫙 달라 붙는 하얀 원피스, 날씬한 몸매와 어울리지 않게 큰 가슴을 자랑하는듯 했다. 단번에 그녀를 선택한 명훈이 형님, 형수님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몰랐던 그의 또 다른 여성 취향을 확실히 알것 같았다. 반면에 내 옆에 앉아있는 예지, 나는 그나마 조금 얌전한 옷차림에 왠지 모르게 착하게 생긴것 같은 그녀를 선택했다. 문을 열고 우리 방에 들어온 그녀를 보았을때, 많이 쑥스러워 하는듯한 그녀의 표정이 나는 좋았다. 교포 2세가 확실한것 같은 외모에, 그 어눌한 한국말도 마음에 들었다. 다시 형님의 파트너 진아, 그녀는 한국에서와서 노래방 일을 한지 3개월 정도가 된다고 했다. 나름의 경력이 있어서인지, 아님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는지, 외모나 말투에서 풍기는 그 전체적인 느낌이 아주 잘 놀것 같긴 했다. 반면 내 파트너 예지는, 현지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교포 2세..대학생 같았는데, 조근조근 말하는 투나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봐서는 그냥 나랑 잘 맞을것 같았다. 물론 이둘은, 각기 다른 에이전시에(?) 속해있는지 서로간에 모르는 사이였고 그날 처음 봤다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초이스를 마쳤다. 그녀들의 등장과 함께 형님과 나 사이에는 더 이상 개인적인 얘기들은 오고 가지 않았다. 형님이 진아라는 친구를 일으켜 세우며 마이크를 잡고선 먼저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나는, 내 앞에 예지가 미리 따라놓은 듯한 술잔을 들이킨뒤 그녀에게 다시 술잔을 건냈다. “몇살이예요?” “23살이요” “학생이예요?” “네..지금 방학중이예요” "어디 학교?"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녀요" 그녀는, 본인의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고 천천히 내 질문에 대답을 했다. “영어가 편하면 영어로 말해요..나도 영어로 할께요..” “아..네..고맙습니다~헤헤” 나는,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이 얼굴과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후, 내 귓가에는, 90년대 옛날 노래 같은데 잘 따라부르는 진아의 목소리와 명훈이형의 노랫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진아 뒤에 서서는 그녀를 껴안은채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명훈이 형. 높은 파트에서 고함을 지르며 기분을 내고 있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아. 그러고보니, 내 눈 정면에 지금 보이는 그의 엉덩이는 진아의 엉덩이에 바짝 붙어 있는것 같다. 가볍게 좌우로 움직여대는 그의 엉덩이. 문득 아까 초이스를 하기전에 그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혹시나 내가 어리버리할까봐 확실한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민혁아, 노래방에서 도우미들과의 신체적 터치는 딱히 정해진 수준이 없어” " 아..그래요?” “상대방이 괜찮아만 한다면 진도는 능력이 닫는 범위..최대한 능력껏이야..알았지?” 갑자기 그 말이 생각이 나서 인지 몰라도, 확실히 형님은 노래방에서 나보다 고수의(?) 모습을 보였고 서서히 진도를(?) 하나 하나 진행해 나가고 있는것 같았다. ***** "일 한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나는, 조용히 노래를 듣고 있는 예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작년에 3일 일하고 그만두었다가..이번에 다시 일한지 5일 되었어요" 그녀는,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것 같더니 내 물음에 금방 대답을 해왔다. "얼마 안되었네요..작년에는 왜 그만두었어요?" 나는, 정말 궁금한건 아니였는데, 일부러 말을 끊지 않을려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그냥..조금 안좋은일이 있어서.." "안좋은일?" "네..혼자 온 손님이 있었는데..너무 괴롭혀서.." "아..어떻게 괴롭혀요?" "노래방 안에서 저를 힘으로 어떻게 해볼려고 하고.." "아.." "결국 전화번호까지 주게 되었는데..그 다음부터는 너무 스토커처럼 그러구.." 순간 아차 싶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면서 괜히 쓸데없이 이것저것 물었나 싶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화제를 바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저분이 그러던데..오빠는 엘에이 안살아요?" 그때 마침, 예지가 형님을 가리키며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네..저는 잠시 출장땜에 왔어요.." 내 대답에 그녀가 고개를 한두번 끄덕거린뒤 다시 질문을 이어왔다. "그럼 언제 돌아가요?" "내일 오전에.." "아..그렇구나..힘들겠다" 예지의 눈치를 보니, 아까전의 나와의 대화가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은것 같았다. 또한, 확실히 영어로 대화를 하니 그녀의 표정에 처음보다 여유도 있어 보였다. ***** "예지씨, 민혁이랑 노래 하나 해요.." 노래를 하나씩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명훈이 형님과 진아가 나와 예지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솔직히 나는, 음주가무에 능하지 못하다. 음치는 아니지만 톤이 조금 낮은 편이라서 제대로 부를수 있는 남자 가수의 노래가 몇개 없다. 그래서, 예지에게 책을 넘겼다. "나는 노래 못해..예지씨가 잘하는거 있음 하나 해봐요.." 내게서 책을 건내받은 예지가 책장을 이리 저리 몇번 넘기더니 노래를 찾았는지 이내 책을 덮고선 테이블에 놓여있던 리모콘을 찾아 번호를 눌러댔다. 잠시후, 조용한 간주 소리와 함께 TV 화면에 노래 제목이 크게 떠올랐다. Sarah Mclachlan - Angel 이윽고, 그녀의 목소리가 방안에 서서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 그녀의 노래가 시작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지긋히 감았다. 영어 발음이 좋아서인지, 정말로 노래를 잘하는건지,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청아한 느낌으로 내 귀를 사로 잡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그녀가 1절을 마쳤을때쯤 살짝 눈을 떴는데, 형님이나 진아도 그녀의 노래를 집중해서 감상하고 있는듯 했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노래를 끊으면서 우리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죄송해요..노래가 너무 우울하죠?" 나는 조금 황당했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향해 작지 않은 목소리로 다그쳤다. "뭐예요..시작을 하지 말던지.." "미안해요..헤헤.." 나는 끝까지 듣지 못한게 내심 아쉬웠다. 아 좋았는데.. 형님도 아쉬웠는지 그녀를 다그쳤다. "가수네 가수..예지씨 끊지말고 제대로 다시 해봐요.." "이따가 다른 노래 할께요..헤헤"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그녀의 표정에 쑥쓰러움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노래 실력 때문이였는지, 노래를 부를때의 그녀의 그 모습때문이였는지, 계속해서 헤헤거리며 웃어대고 있는 그녀의 표정에 순간 묘한 감정을 느꼈던것 같다. 나는, 그녀의 그 표정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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