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게 작업의 정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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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작업의 정석이지
난 술집엔 자주 가질 않는 편이다. 요즘은 디리 벗어 재끼고, 음식 대신 잡아 먹어야 할 조개탕들이 상 위로 올라가 난장을 떠는 덕에 별로 내키질 않는 것도 있었고…..게다가 예전 에는 옵션이던 2차가 이제는 은근히 초장부터 으름장 비스무그리 하게, 안 나가믄 느그들 뒤진다는 식으로 얼러지는 통에 술 맛이 싹 가시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웃음을 사고 파는 해어화(解語花)들이 왜 이렇게 헐 값이 되었는지……..시절이 어지러운 탓일까? 암튼 이제는 그저 막술집에 가는 것이 오히려 맘 편하고, 누구에게 방해 받질 않고 취하고 돌아올 수 있으니, 그게 더 몸에 맞아가는 지경이었다. 그 날은 오랜만에 대작할 상대도 없이, 술을 마시러 가게 된 날이었다. 난 멀찌감치 에서 작업에 들어간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쓉쉐이…….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구먼, 웬 작업?’
남자는 내 쪽을 향하고 등을 대고 있었고, 여자는 나를 바라 보는 자세로 앉아 있어서, 그 표정을 살피기에 내가 굳이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될 상황 이었다. 여자는 두 눈이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고, 얘기를 들어 보질 않아도, 남자는 되도 않는 스토리와 뻐꾸기를 날리면서 여자를 감상 일변도로 끌어가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끄덕이는 고갯짓, 한 팔로 괸 턱, 가끔씩 흐를까 봐 손 끝으로 찍어내는 눈물 따우…..남자는 고수가 분명했습니다.
대개 작업에 들어간 남자의 몸짓이나 제스처가 화려하면 할수록 그 껀은 성사되기 어려운 법인데, 남자는 미동도 없이 시를 읊듯이, 주저리 주저리, 눈 앞의 여자를 세치 혀로 잘근잘근 씹어 놓고 있는 폼이 영락없는 선수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선수의 또 다른 특징을 들자면, 요런 상황에서 자칫 무너져 내리는 여성의 심리를 파고 들면서, 교묘하게 권하는 술잔이 그걸 말해주고도 있었다. 이야기에 흠뻑 취해서 감정이 몰입된 여성들은, 상대 남이 조용히, 연거푸, 정신 없이 따라 주는 술을 냉큼냉큼 받아 마시면서, 그게 독이 되는 것을 눈치채질 못하니 말이다.
‘캬, 오늘 또 엄한 조개 하나, 나가리 뽕 되누만…..’
여자는 제법 술이 센 편이었다. 상대가 알게 모르게 들이대는 술잔을 마다함도 없이, 날름 날름 털어 넣으면서도, 눈매가 풀리질 않고 있었다. 이렇게 그 두 사람의 오가는 대작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가 꽤 쏠쏠해지고 있던 차에, 여자에게로 핸폰이 왔다.
‘응…….여기?……직원들이랑…..회식이지 뭐……재미는 무슨……다음에? 노래방? 에이, 내가 무신 중딩이니? 때 맞춰 노래방가게? 아니야, 대강 파장하면, 집에 갈 거야…….자긴, 오늘 새끼줄 없쓰?.....알았어…알았다구……어디 혀가 풀렸다고 그래?.....응?....응? 콧소리가 뜬다구?......내 콧소리 하루 이틀인가? 언제는 현영처럼 들린다구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알았어. 집에 가서 전화 할게……응….알았어…..’
아마도 여자의 남친이 걸어댄 전화인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키질 않고, 윙크를 해대며, 전화를 받는 폼이, 오늘을 마냥 기다려온 눈치가 분명했습니다. 요즘은 저렇듯, 묘한 관계임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주저하는 이들이 없다. 그것을 주위에서 듣고 있는 자들도 한번쯤은 질러본 구라통에다, 뻔한 설레발들……저마다 뒷꼭지가 가려운 지경이라, 니 년도 그렇고 그런 년, 니 눔도 졸나 구린 넘이라고, 인상 그을 수 없는 공동 범죄의 한통속 이었기에, 오히려 상황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딸깍…..’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무어라 조잘대는 폼……자세히 들어보나마나, 평소에 하던 짓거리와 다르게 지겨워 죽겠다는 투로 순진한 남친을 엉뚱한 곳에 취직시키고 있을 그녀……등을 대고 앉아 있는 남자의 호방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다 이해합니다는 투의 수순일 것이다. 대개 이런 지경이 되었을 때, 선수들의 각별한 특징은 바로 눈빛 연기에서 돋보이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잠깐 이라도, 그 눈빛 속에,
‘어이그, 요런 쌰발년, 남친 놔 두고 어디다 희롱질?’
하는 눈빛이 전광석화처럼 흐르게 마련이지만, 선수들은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부터 준비 태세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 이었다. 그윽한 눈매로, 걱정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라는 표정의 뺑끼 일색……대개 이런 장면에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리를 피해주는 상대남을 보게 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좇거튼 씨츄에이숑이다. 자리를 피해 준다는 것은 이미 그녀에 대한 평가는 개차반으로 낙점되었고, 얼릉 가면 벗고, 날로 침대 위에 오르셈 하는 부추김으로 통역되기 때문 이었다. 여자는 결국 보지 속으로, 뜻하지 않은 남자의 좇대가리가 꼽힌다손 치더라도 끝까지 도도하고, 정숙해 보이고 싶은 것이 본능 이기에, 그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현명한 기술의 일부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다.
‘띡띡띡…..띡띡띡…띡띡띡띡…’
여자가 상대 남에게서 건네 받은 번호를 자신의 전화 속에 깔고야 만다. 그건 무슨 의미? 뭐긴….그냥 길 텄네 그기지 뭐…….그 사이에도 남자의 집요한 권주 공세는 여유를 두질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은 역시 다르다. 초짜들이야, 초장부터 마구잡이로 퍼 먹이고, 폭탄에, 총알에, 회오리다 어쩌고 하면서, 여자들을 거꾸러트리려고 하지만, 선수들은 아주 알찬 안주 발에다, 챙겨주는 것도 곰살맞기 그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나중에사 들어 보는 후일담 이긴 했어도, 아는 후배 중에 진정으로 잘 나가는 아그의 얘기는 이랬다.
‘형, 일껏 힘 빼고, 시간 조져 가며 걸구쳐서, 시체토막이랑 빠구리 뛸 일 있수? 아니, 허리가 암만 좋아도 그렇지, 술 쳐먹고 널브러진 년들, 졸나 무겁다구요. 게다가, 옷 벗기기 얼마나 어려운지 아쇼? 섰던 좇대도 까지기 십상이우, 게다가 오지게 퍼멕인 년들 중에 오줌은 고사하고, 똥까지 지리는 년들은 어쩌구?’
‘그럼, 그렇다고 맹송맹송 하게 모텔루 직행? 그건 아니라고 보는뎅…..’
‘일단 술을 들이킬 때부터, 잔뇌를 굴려야쥐. 요즘은 눈빛만 딱 마주쳐도, 갈래, 말래 묻는 년들 천지라, 골머리 싸맬 필요까진 없지만, 가까운 회사 동료라든가, 주구장창 나를 믿음직한 오빠로 평소에 따라왔던 걸들을 한 큐에 잡아먹고 튈 요량이면, 특히나 전략이란 게 쫌 필요하긴 하죠. 기름지고 비싼 안주 발을 턱 하니 들이대는 거에요. 아님 식사를 기름지게 떡칠을 하고 술을 들든가…….’
‘그건 왜?’
‘기름진 안주나 식사를 하게 되면, 술이 달착지근한 게, 대뜸 그러거덩요. 캬 오늘 술 받네 어쩌구 하면서, 발동이 걸려 들어가는 거죠, 뭐.’
‘그래서?’
‘선수라면 모름지기, 그 자신감을 모다 쏙쏙 빼 먹어야 함이 당연한 거고…..자, 자신감 붙었겠다, 술 달겠다, 옆에는 입 속의 혀처럼, 술 취하덜 말라고 안주 팍팍 챙겨주는 믿음직한 놈씨가 버텨? 오늘 암만해도 퍼지지는 않겠쥐 하는 오만 방자한 방심의 틈을 내가 놔 둘 리 있수?’
‘어떻게 하는데?’
‘술만 계속 권했습니다가는 뽀록 나죠. 안 나겠어요? 그러니,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안주랑 같이 챙겨 먹으라고, 부득불 우기는 헷지랄을 계속 콘티 속에 껴 잡아 넣는 거죠.’
‘그건 왜?’
‘사람이 필름을 끊거나 말거나, 본능적으로 술을 마신 다음 날은 꼭 그 당시를 회상 한답디다. 일 저지르고 발른 쉐이들도, 범죄 현장에 다시 와 본다잖수? 그때, 그 당시 애써 각색해서 집어 넣은 콘티가 힘을 발휘 하거덩요. 지 보지가 벌창이 났든 말든, 그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취할 수 있으니까 안주 꼭꼭 챙겨 먹으라는 내 온화한 얼굴이 곳곳에 버티고 있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지 아둔한 대가리를 한대 팍 쥐어 박는 거죠. 내가 미친 년이지, 내가 미친 년이야, 말할 때 들을 걸…..갸 잘못이야 있겠냐면…쎠, 정작 졸나 쑤셔댄 나에게는 때 아닌 면죄부가 파박 날라온다 이 말씀 이죠. 뭐, 전부 요 경우에 해당 된다는 건 아니라도, 대강 요런 수순에 걸려들면 영락없죠.’
‘그럼, 술도 덜 취한 상태에서 끌고 간다 이 말이야?’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그렇게 퍼 먹이다 맛이 간 년들은 딸딸이 대용 이란 거 아니우? 어차피 맛이 갔으니, 엥겨오는 맛도 없을뿐더러, 완죤 고기 땡에리 거덩요. 방에다 엎어 놓고, 디리 쑤시고, 사진 몇 빵 들이댄 후에 바로 나오는 거죠.’
‘홀라당 까 놓고?’
‘그래도 매너가 있쥐, 깨고 나서 보지 구녕은 열나 쓰라려도, 옷도 제대로 입혀져 있어, 방 값에다, 아침 6시 모닝 콜, 해장죽 싸비스까지 예약해서 완불 해놓고 사라지면, 날 밝고 점심도 되기 전에 대번에 문짜 날라옵니다. 그 담부터야, 길 났죠. 공씹이 그래서 생기는 거라니깐요?’
‘나중에 욕은 안 해?’
‘욕은 뇨? 첫 마디가 뭔지 아세요? 어제 뭔 일 없었냐는 거에요. 아니, 뭔 일 있었으면, 어떡할 거고, 없었으면 어떡할 거냐고요? 이럴 때 선수들의 뻐꾸기, 다시 날라가는 겁니다. 어제 너무 취한 거 같아서, 방에 눕혀놓고 그냥 나왔다고…..그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감격의 웃음소리……선수들한테 조질나게 아작 나는 년들, 나중에사 다 알게 되긴 합니다. 그래도 들러 붙는 이유가 뭔지 아세여?’
‘글쎄?’
‘이 쇄끼라면, 좇나게 돌려대도 밖으로 소문은 안 나겠지 랍디다. 껄껄껄……’
‘난 평소에 그게 무쟈게 궁금 했는뎅……’
‘뭐요?’
‘아무리 술이 떡이 되었어도, 지 보지 구녕 쑤시는 걸 모를까?’
‘내가 나중에 물어 봤수……다 안다고 합디다, 바디를 가누질 못해서 그렇지….. 그런데, 여자란 동물이 졸나 단순해서 그런지, 깨고 나서 빨가벗겨져 있으면, 씨벌넘이 쑤시고 토꼈네 하며 씨부렁대지만, 어제 입고 나온 옷 그대로, 스타킹까지 말짱하면, 아무리 보지가 쓰라려도 아무 일 없었겠지 라며, 스스로 믿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져. 그래서 정신 나간 년들을 쑤실 때는, 다른 옷은 그대로 둔 채, 바지는 반만 까고, 치마는 위로 걷어서, 보지만 드러나게 해놓고, 엎어놓고 뒤로 쑤시고 끝내는 게 정석이죠. 마지막에 물수건으로 깨끗이 마무리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져. 훗날을 기약합니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언제나 그렇게 시체 같은 애들이랑만 빠구리 뛰는 건 아니잖아?’
‘그렇죠. 아까 얘기 계속 인데여, 술을 멕이다가 파장이다 싶을 때, 술 깨는 약을 권하는 겁니다. 먹자마자, 바로 팍 하고 치미는 게, 영락없이 내용물 검사, 들어가는 거죠.’
‘아니 작전상 잘 먹여 놓고, 술 깨는 약은 또 뭐래?’
‘뭘 모르셔도……서로가 처음 상면해서 디리 쑤셔 댈려면, 신뢰감이 일등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권하는 술 깨는 약이 결정타에요. 오바이트를 하면서 여자는 상대 남에 대한 의심이라든가, 불안을 깨끗이 날려 버리는 겁니다. 이 정도의 매너라면 믿을 수 있쓰……. 대개, 여기서 약 쳐먹고 뻗는 걸들은, 좋은 무끼가 아니라고 봐야 되요. 정말 명기들은 요기서부터 빛이 납니다. 오바이트 대강 하다 보면, 진짜 술이 깨기 시작하는데, 친절의 극을 달리면서, 등 뚜드려 줘, 손수건에 물 묻혀서 닦아줘….뭐 이렇게 하다 보면, 여자 들이 백이면 백, 어디 가서 정신 나게 커피라도 마시자고 하거덩요. 이때부터는 작업이고 뭐고 없지요. 기냥 들이대는 겁니다.’
‘그렇다고 술 마실 동안 꼴리는 거, 졸나 참아 왔으니, 빨리 가셈, 그러나?’
‘내 참, 그래 가지구, 오지게 힘써서 꿰찬 명기랑 쑝쑝 될라나? 제가 말씀 드렸죠? 오바이트 했습니다고……여자의 구조는 남자랑 달라서 오바이트를 거시게 해대면, 오줌이 조금씩 샌다나 봐요. 아무리 휴지로 닦고 나와도, 그 척척한 느낌이야, 팬티 라이너를 새것으로 갈고 나오지 않은 담에야, 지가 달도 안 떴는데, 오줌 찔겼다고 상비용으로 갖고 다니는 패드차고 나올 리는 만무하고요. 그러니, 커피를 마시는 도중, 꼬고 있는 다리가 풀리질 않는 여자들은 백이면 백, 팬티에 오줌을 질긴 걸들이란 얘기죠. 옛말에 찔긴 오줌 말리는 데는, 체온이 제격이란 말, 아시져? 밖의 날씨가 추우면, 오지게 껴 입어도, 팬티에 찔긴 걸들은 부르르 떨고 난리가 아닌 겁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에서 시간을 벌어야 하거덩요. 그 사이를 치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 겁니다.’
‘그럼, 거기서 또 설레발?’
‘아니죠. 이때는 과감한 스킨쉽이 대빵 입니다. 남친인 것처럼 바로 옆 자리에 어깨 돌려가며, 과감하게 탁 앉아 버리는 거죠. 그리고, 그때부터 안면 까는 겁니다. 선수끼리 힘 빼지 말자고요.’
‘상대가 선수가 아닌데도?’
‘그래서 묘미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여자들 중에서 진짜 선수들은 그저 웃음으로 화답하는 게 전부죠. 아는 처지끼리 용썼네 하는 일종의 칭찬 이구요. 선수 아닌 년들이 뺑끼칠 때는 대번에 이렇게 대답하죠…...알고 있었어?.....그런데, 여자란 게 묘해서 그 지경까지 끌려오면, 자신이 초짜라는 것이 뽀록날 까봐, 선수라고 부추겨 주는 남자의 장단에 따라 기어이 선수로 되고 만다는 겁니다. 진짜 선수는 그 때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이미 술집을 나오면서부터 술이 깨어가는 타이밍을 대비해서, 약도 미리 삼켜두는 게 필요하죠. 술을 쫌 거나하게 자셨다면, 헤벌레 후물거릴 수 있는데, 술에 취했습니다가 정신이 든 명기들의 발악은 정말 대단 하거덩요. 그걸, 약 쳐먹은 좇대가리로 흠씬 아작을 내 주면, 한방에 공씹 만드는 거, 식은 죽 먹기 보담 쉽다 이거죠.
선수 아닌 년들이 뻥 칠 때는 칠 때부터 표가 나요. 오기에, 만용에…….그러니, 겁은 나죠, 어쩌겠어요? 그런 지경에 닥쳤을 때, 제일 뻔하게 주어 섬기는 얘기가, 우리 맨 정신에 다시 한번 보자는 말이죠. 그렇게 꽁지 빼는 년들을 쪼사 잡숴야, 맛이 기깔 나요. 튕기며, 앙탈에, 징징 짜기도 하는데, 속은 열나 구린 년들……아! 내 속에 이런 선수 기질이 있을 수가! 하면서, 보지 속에서 근질거리기 시작하는 쾌감에 엉엉 울어대는 것들…..생각만 해도, 군침이 다 도네…….’
그 후배의 경험담을 다 믿을 수야 없었지만, 지금 눈 앞에서 수작을 걸고 있는 상대 남은 차근차근 후배가 말해준 수순을 교과서처럼 착착 헤쳐 나가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상대 남이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또 한가지 행위는, 계속 해서 권주와 흡연을 강요하는 자세였다. 술과 함께 피워대는 담배는 술에 취해 들어가는 가속을 높였으면 높였지, 정신이 깰 리는 없었기에 말이다. 그러나, 여자도 만만치는 않아 보였다. 들이 마시는 연기의 량도 대단할뿐더러, 토해내는 연기 중에서 많은 량이 코로 핑핑 쏟아져 나오는 습관을 보이는 것이 그랬다. 그렇다면, 순진을 가장한 꽃뱀? 상황이 점점 흥미로워 지고 있었다. 처음에야, 남자가 마음먹고 덤벼대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나 여자나 간에 서로의 호미걸이에 발목이 채이지 않으려는 적극적 공방이 하나, 둘, 눈에 띄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아줌마, 여기, 계산이요….’
남자가 손을 들었다. 옳지, 파장인 모양이네…..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여자를 앉혀놓은 채로 선뜻 일어나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카운터로 나아가 술값을 지불하고, 여자를 돌아보며,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날렸다. 보나마나 술 깨는 약 아니면, 드링크를 사러 가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여자를 살폈다. 주위를 둘러 보는 표정도 아니고, 물끄러미 잔을 내려다 보다가 핸드백을 열어 소지품을 확인하는 그녀……..아마 콘돔이나, 물 휴지 나부랭이가 아닐까 싶다. 아님, 아까 챙겨 두었다고 믿고 있는 핸폰이 잘 들어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사살 정도일 테고……그 사이 남자가 역시나 드링크를 들고 들어왔다. 여자가 상을 잠깐 찡그리며, 드링크를 대번에 원샷으로 들이켰다. 역시 여자도 남자의 수순을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커플을 보며, 나는 불현듯 그들 뒤를 한 번 밟아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묘한 충동에 휩싸이고야 만다. 난 그들을 놓칠세라 두 사람의 뒤로 따라 붙었다.
‘욱욱….웩웩…….우욱….우욱….’
술집을 나서자 마자, 여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건물 구석에다 대고 내용물 검사에 들어가고 있었다. 대개, 초짜들은 오늘 좇됐네 하는 표정을 하고 있게 마련이어도, 그 자는 역시 선수가 분명했습니다. 상의 주머니에서는 방금 약국에서 사온 듯한 물 휴지가 서부의 건맨이 뽑아 든 권총처럼 대번에 튕겨져 나왔고, 다른 손은 그래서 잘 될까 싶게 톨톨 거리며, 여자의 등을 쓰다듬듯이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갈 길로 가고 있구만……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