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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간범이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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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83 회 작성일 24-04-19 13: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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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병은 말을 끊고 손가락까지 타 들어간 담배 꽁초를 바닥에 버리고는 군화로 비벼 버리더니 말을 이었다. "...나는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들었는데...도둑 제발 저린 다라는 생각으로 자위를 하며 태연히 여자를 스쳤지...그런데 도저히 그 냥은 스칠 수가 없더란 거지...어떤 호기가 들더란 거야." "어떤 호기가...?" "...그 뭐랄까...내가 널 몰래 따먹었다라는...뭐 요상한 거 였지.. 흐흐..." 조상병의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 "...그래서 나는 여자와 거의 스치는 순간에 여자의 예쁜 얼굴 을 흘깃 훔쳐봤는데, 아뿔싸! 그만 여자도 나를 쳐다보는 중이여 서 서로 눈이 만나 버렸지...여자의 눈에 일순 당황하는 빛이 역 력했지." "...여, 여자가 알아보던가요..?" "짜식, 앞서 가긴...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고, 뜨끔해서 얼굴 이 붉어졌지...그런데 그런 간단한 이유가 아니 였어..." "...여자가 결국 놀래서 소리를 질렀군요...?" "그게 아니래두...나는 당황스럽고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 해 어린애에게 눈길을 돌렸지..." "...그러면...어린애가 알아보던가요...?" "...그, 그게 아니래두...너 자꾸 말 끊을래?" "아...아니요...하지만 하두 긴박한 상황이라..." "박이병!" "네! 이병, 박일수!" "앞으로 말소리 입밖에 내지마. 알았나!" "넷! 알겠습니다." 조 상병은 나에게 얼굴을 험악하게 만들어 보이며, 그 상황에 덩달아 긴박해 있는 내 마음에 찬물을 끼얹고 나서 말을 잇는 거였다. "...내가 어린애를 쳐다보자, 여자가 얼굴이 굳어진 이유를 알겠 더군...어린애의 눈이, 나...나를 쏙 빼 닮고 있었지..." 나는 너무 놀래 입 밖으로 어떤 질문이 불쑥 튀어 나 올려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고 그의 다음 말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때, 내가 담을 넘던 다음날...그러니까... 집들이 다음날, 여 자도 잠에서 깨어나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을 꺼야...비록 여 자가 술에 취해 있었지만, 분명히 남편의 정액을 앉아서 오랫동 안 닦았고 팬티도 확실히 입고 잤는데, 팬티도 벗겨져 있지...정 액도 흥건히 고여 있지...그보다도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그 손전 등 이였을 꺼야...그게 아침까지 여자의 발 밑에 켜져 있었을 테 니까...그렇게 요상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가 애를 배고, 또한 애 를 낳고 보니 눈꼬리가 올라간... 남편을 전혀 닮지 않은 애를 낳 았으니... " 조상병은 말을 끊고는 예의 쥐새끼가 놀란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아무말 없이 묵묵히 그를 쳐다보고 있자,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황이 멋쩍은지, 한번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부부는 눈이 선하게 생겼지...나처럼 눈 끝이 올라가지 않 았는데...그 애는 눈꼬리가 올라가 있었지...마치 내 눈을 거기다 밖아 놓은 것처럼..." 조상병은 말을 끊고 이번에는 스스로 허리를 굽혀 담배꽁초를 줍더니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꽁초를 폐부 깊숙이 빨아 넣고는 길게 내 내뱉었다. 그것은 긴 한숨과 같이 보였다. "박이병!" "네! 이병 박일수!" "내 눈을 똑바로 봐바." "네에...?" "내 눈을 똑바로 보란 말야. 짜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곳에는 그가 강조를 해서 더욱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있는, 쥐새끼 눈 같은 것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은 불행하게도 그 여자 가 봤다면 자신이 낳은 아이의 임자를 본능적으로 알아 봤을 터 였다. "어때...?" "뭐가요...?" "인마...내 눈이 개성이 있냐. 읍냐...?" "개성이요...?" "그래, 인마...?" 그는 내 얼굴에 그의 얼굴을 바짝 대며 물었다. 나는 그의 질 문의 의도를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앞뒤는 재야 했다. 군 생활을 그와 앞으로도 오래 해야 했음으로. "글쎄요...조금은 있는 거 같아요..." "조금 좋아하네...눈이 닮았다...? 그 이유로 해서...나는 좀 괴롭 더군. 그 만남이 비밀을 둘이서 공유하게 된 거 같아서..." 그의 눈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뇌의 빛이 스쳤다. 한번의 호기심이 부른, 그 행위의 결과가 엄청나서 어린 나이에 실로 암담했을 것이다. 몰래 한 섹스로 인해 자신을 닮은 애가 주위에서 돌아다니고, 그 애의 엄마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듯 했다니...나는 원초적인 관심에서 인간적인 관심으로 옮아가고 있 는 것 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의 내면의 이야기도 너무 예사롭지 않아 흥미를 끄는 거였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남편과 먼저 섹스 를 했는데, 왜 조상병을 닮은 애를 낳았을까? 사실 그것은 평소 조상병의 약삽빠른 잔머리와 잽싼 행동에 비추어, 비록 늦게 출 발을 했지만 더 먼저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것을 상상하는데 별 어려움도 없는 것이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나 할 까...?그런데, 조상병은 그 얘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자신의 얘가 틀림 없을 거란 확신을 가지는 듯 했는데... 나는 그후가 궁금했 다. 그리고 지금쯤 그 애에 대한 감정이 어떨까? 어쨌든 조상병 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라면 그 애는 자기 자식이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래서...?...그래서라...가출을 했지...그 방법밖에 없더라 구...남편이 눈치채기 전에...공부도 하기 싫었구..." "...그런데...집을 나가간 후에... 애 생각은 안 나던가요...? "얘 생각...?" 순간 조상병의 얼굴에 묘한 감정이 이는 듯 했다가 사라졌다. 역시 그 부분은 어떤 결론을 돌출해 내기는 복잡 미묘한 구석이 많아 보였다. 결국 나의 그 답을 찾아낼 수 없는 질문으로 인해, 그 결과 침묵이 생겼다. 그리고 그 침묵은 조상병의 생각에 따라 아주 길게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침묵이 여러모로 잠깐이길 바랬으므로, 조상병과 그 얘와의 얽힌 관계를 그후와 지금 이후인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죽이며, 그에게 말을 시켜야 했다. "...집을 나가서는 어떻게 지냈는데요...?" "...집을 나가서...?...음...여기 저기 떠돌면서 여자가 생각나 면 담을 넘었지...흐흐..." "군에 오기 전까지요...?" "그래..." "...강...강간을 일삼으면서요...?" "...그래 인마..." 조상병은 나의 놀란 질문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태연하게, 아 니 재미있다는 듯이 이죽거리며 대답을 하는 거였다. 나는 거기 서 그의 정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냉정하게 그리고 단호히 그를 떼어 놔야 했다. 그가 나에게 옮겨 줄려고 하는 그 병을... 나에게 서서히 전이되는, 그 무서운 강간의 욕구와 그 결과 행동 으로 수반되고 결국 중독에 빠지는, 마약과도 같은 그 무서운 습 관성을 지닌 강간의 맛을...그러나 그때 나는 양심에 구멍난 사람 처럼 옳고 그름의 선이 없었다. 굳이 어거지로 변명을 한다면 군 울타리 안에서는 그런 것은 선의 구별이 모호했고 오직 명령 체계만이 존재하는 단순한 의식만을 강요하고 있어서, 그 조금 남은 구석의 사고가 본능적인 육체의 소리대로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라는 것이다. 사실, 솔직한 그의 얘기는 나 의 사고의 일탈을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다만 그때 내가 싫었던 것은 그의 얘기에 포로가 되어 헤어나지 못하고, 또 한 그의 얘기가 끊어질까 봐 애를 태우며... 더 듣고 싶어서, 다 음 말을 들을 요량으로 비굴하게 아부하며 잔머리를 굴리고 있 었다는 거였다. "...믿을 수가 없어요...조상병님이 다 꾸며낸 얘기죠?...헤헤..." "...자식 속고만 살았나...떼국놈 처럼 의심도 많기는...하긴, 나 도 내 얘기를 믿고 싶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하지만, 걱정마라. 이번 특박 갔다 와서 증거를 보여주지...흐흐..." "...증, 증거요...?" "그래, 인마." "증, 증거라면...?" "흐흐...짜식, 침흘리기는...내일모레가 토요일이니...음...봄 X지 는 쇠 X도 녹인다는데...물오른 여체가 너무 그립구만..." 조상병은 내가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자 그후의 얘기를 덮어 버리고 다른 가지로 옮겨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순간 섭섭했다. 그의 진의를 파악하려면 그의 그후 강 간 실화가 더 필요한데...사실 더 듣고 싶다는 것이 맞겠지만...진 실이든지 꾸며낸 이야기든지 간에...하지만 이번 야간 근무도 시 간이 다 되어 가니, 새로운 얘기를 시작하기도 애매한 구석도 있 었다. 그러나 다른 얘기래 봤자, 여전히 X지 타령이었다. "...봄....X지요...?" "그래, 인마...그만큼 여자들은 봄에 맘보다 몸이 더 달뜬다는 거지." "아! 그 말이군요...?" "야!" "네." "...봄 X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너, 그게 뚱뚱한 여자가 크겠냐?... 아니면 날씬한 여자가 크겠냐?" "그게 뭔데요...?" "어휴!...답답하긴...여자 X지 말야, 인마..." "아, 그거요...?" "으...그래, 인마." "그거야...글쎄요...제 생각으론...뚱뚱한 여자의 것이 크지 않을 까요...?" "하하...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지..." "그럼, 아니란거예요...?" "그래, 아니야...다들 살이 많으니까, 거기에도 살이 많이 쪄서 더욱 크게 부풀어 있을꺼란 상상을 하게 마련인데, 사실은 그렇 게 배며 허벅지에 살이 많다보니까, 정작 거기가 성장할려니, 클 래야 클 공간이 없는 것이지." "아하! 그 말이 일리가 있군요..." "...그래서 그곳만 놓고 보면...뚱뚱한 여자의 그것...그 조그만 것이, 맛은 더 좋지..." "...에이, 그래도 뚱뚱한 여자는 별론데..." "누가 뭐래, 인마...? 그렇다는 거지..." 조상병은 뭘 훔쳐먹다 들킨 사람처럼 볼멘 표정을 해 가지고 나를 쳐다봤다. 나의 엉뚱한 말에 그가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는 꼴이 되어 버렸으니...그러나 그런 어색한 분위기는 다행히도 근 무시간을 끝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어서 벗어 날 수 있 었다. 그것은 다음 근무자의 힘에 겨워하는 군화 끌리는 소리와 자다가 일어나서 아직도 눈거풀이 감기는 것을 쫓아 주는, 어께 에 맨 소총이 철모에 부딪히는 소리였던 거였다. 그렇게 어중간하게 근무를 마치고 헤어진 우리는 신병과 고참 이라는 넘기 힘든 팽팽한 선을 유지하다가 이틀 뒤, 그가 특박을 나가는 토요일이 돌아왔다. 나는 점심을 먹고 휴게실을 기웃거려 보았다. 그곳에서 조싱병이 특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 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야전 상의 위를 다리미가 지나갈 때마다 번들거리는 자국을 내고 있었다. 나는 옷에 각을 넣어 다 림질을 열심히 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 박이병..." "네! 이병 박일수!" "너...나 없는 사이에 나하고 얘기한 내용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여부가 있겠습니까...헤헤..." "...그리고 좋은 꿈꾸면서 기둘려..." "네에...?" "그때, 근무 서면서 약속했잖아...증거를 가져오기로...근사한 선 물을 가져 올 테니까..." "...기대 되는데요..." "짜식, 능글맞긴..." 그는 야전 상의에 각을 다 넣고 나서 군화를 닦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군화를 다 닦으면 바로 울타리를 벗어 나는 것을 의미해 서인지 얼굴에 약한 홍조까지 띄웠고 거기에다 콧노래를 더해 부르고 있었다. 군화가 번쩍거리게 다 닦이자 나에게 찡긋 윙크 를 해 보였다. "그럼...나는 나갔다가 똘똘이 목욕 좀 시키고 오겠다... 그럼, 안녕..." "... ..." 그는 그렇게 나의 대답 따윈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휑하니 그곳을 빠져나갔다. 조용하고 적막한 그곳에서 나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식곤증이 대책 없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깐 졸 수도 없는 졸병의 비애를 느끼며 그곳을 벗어났다. 그날 하루종일 조상병의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가 특박을 나가 강간을 하고 오겠다고 호언 장담을 했으니 말이다. 그가 일박의 특박을 나가는 것이므로, 오늘밤이 지나고 다음날 점심때가 되면 돌아 올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못 돌아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가 탁월한 강간범일지라도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운이 남보다 좋았 기 때문 일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때 어떤 심정 이었냐면, 솔직히 잡히지 말고 돌아와서 그의 경 험담을 듣고 싶은 쪽이었다. 그때 내가 조금만 의식이 있었더라 도 간절히 그가 잡히기를 바랬을 터지만... 그렇게 그때부터 피말리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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