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은밀한 상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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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그 교수님의 강의를 들어갈때는 아주 큰 부담감이 들었습니다.
이틀 전에 본 그 눈을 잊을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교수님 본인은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태연스레 이틀 전 그 강의 처럼, 1주일 전 그 강의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강의를 진행하셨죠.
솔직히 제가 계속 의식하고 쳐다보는 바람에 눈을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전에 바라보던 그런 눈빛도 아니었고,
교수님 자체도 일부러 의식하고 절 본게 아닌,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눈이 마주치는 그런 경우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 당시에 내가 느낀 감정은 기우였나보다,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랬던 것이겠지 하고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서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됐습니다.
교수님이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을 나가려 하는 절 보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민규군, 잠깐 내 연구실로 와줄래요?"
그 말에는 너무나 강한 어떤 의지가 느껴져서,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습니다.
"죄송한데 다음 강의가 있어서요."
"제가 알기로는 제 강의가 오늘 민규군 마지막 강의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제길 한 방 먹었다."
미리 제 시간표까지 모두 조회해 보고 온 것이어서 다른 핑계를 댔다간 위험할 일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개인 시간을 뺏는건 미안한 일이지만..전 민규군 학과담당교수잖아요. 앞으로 계속 할 상담도 아니고,
30분 정도만 더 할애해주시겠어요?"
이건 노림수다..
당시 교수님의 강의는 수강생이 꽤 많은 편이어서 대략 20명 가까이가 나와 교수님의 대화를 듣고 있었습니다.
20명이 모두 우리의 대화를 경청한건 아니지만,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어렴풋이 듣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20명 가량의 학생이 이런 대화를 듣고 있는데 제가 여기서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게 또 넘어가서 교수님의 연구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못해 걸어들어가며 제가 말했습니다.
"죄송한데 전 상담할 이유가..."
"아뇨 민규군은 상담할 이유가 있어요. 2년 동안 학교 생활을 하면서 아무런 활동이 없었다는건 정말 이상하잖아요?"
전 이런 스타일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냥 남 신경 쓰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하면 모든게 똑바로 돌아가는데 굳이 오지랖을 넖혀서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
"하지만 사고도 없었고 성적이 떨어지거나 한 적도 없는데요."
"성적이 문제가 아니에요, 민규군. 사회로 나가면 민규군의 성적이 적힌 종이쪽지가 모든 걸 결정하는건 아니랍니다."
걸국 저를 어떻게든지 자기 앞에 앉혀놓고 설교를 할 속셈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로 이 교수님을 내 일상에서 떼놓을 수 있다면,
그냥 오늘 하루는 버렸다고 생각하고, 하는 말을 계속 들어 줄 작정이었습니다.
다만 곱게 들어줄 생각은 없어서, 저도 공격을 좀 하기로 했습니다.
"왜 저한테 이렇게 까지 신경을 쓰시는거죠? 교수님 주변에 달라붙는 학생들 수다를 들어주는것도 벅차지 않나요?
아니면 이런 집착은 자기 학과 학생도 처음에 못 알아본 죄책감 때문인가요?"
나름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하며 고소해하고 있던 찰나에,
교수님의 뜻밖의 대답을 듣고 저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왜나하면 전 민규군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에요."
"..무..."
교수님이 애틋한 마음으로 제자를 바라보며,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그런 말투보다는,
마치 먹을걸 보며 마음에 든다고 하는 그런 말투에 훨씬 가까워서 적잖이 당황했었습니다.
"마음이 .. 뭐..마음에 든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요."
"말 그대로에요, 민규군이 마음에 든다구요."
저는 처음엔 쉽게 당황하지만, 의외로 평정을 되찾는건 빠른 편이어서 바로 평정을 되찾고 방어를 시작했습니다.
"네, 저도 교수님이 좋아요. 항상 친절하시고 강의도 열심히 하시는걸요."
이런식으로 말해서 어렴풋이 방어막을 만들려고 했는데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제 방어막을 위로 날려버렸습니다.
"아뇨, 전 성적인 면에서 민규군이 마음에 들어요."
전 평정을 되찾는건 빠른 편이지만 평정을 잃는것도 빨랐습니다.
"그...뭐.."
이런 식으로 제가 말을 10차례쯤 더듬자, 그게 귀엽다는 듯이 절 보며 교수님은 쿡쿡 웃으셨습니다.
결국 평정을 되찾고 제가 물었습니다.
"교수님이 절 왜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전 그리 잘 생긴 편도 아니고...운동은 좀 하지만 몸이 좋은것도 아니고.."
"왜냐하면 아무도 민규군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전 눈치가 빠른 편이어서, 그 말을 듣자 뭔가 좀 이해가 갔습니다.
"어...교수님 남자친구가 있지 않으신가요? 교수님 정도라면 분명.."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이래저래 애를 썼습니다.
"있었지만 헤어졌죠."
그리고 교수님은 말을 이었습니다.
"왜 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분위기의 급격한 변화를 눈치챈 저는 어떻게해서든지 그 곳을 빠져나가고 싶었습니다.
"네, 별로 궁금하지 않네요..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는 순간, 교수님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나가 버리면 성적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맙소사, 교수님!"
제가 어이가 없어서 외쳤습니다.
도무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도로 앉을 수 밖에 없었고,
앉자마자 교수님은 또 제가 일어설 수 밖에 없을 말을 꺼냈습니다.
"전 레즈비언이에요."
"그것 참 잘 됐네요, 마침 전 여자가 아니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제가 말 하는 중이에요, 민규군."
"그리고 한 번만 더 그런 태도를 보이면 그땐 용서치 않겠어요."
교수님과 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그 한 마디에 전 다시 쪼그라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교수님이 저한테 하듯 여교수가 남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것을 한다는건 굉장히 이질적인 일이지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서, 남자 교수가 여대생을 대상으로 이런 짓을 손쉽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대학 시스템에 대해 굉장한 회의를 느꼈습니다.
"레즈비언이시라면서요 근데 왜 저를.."
그 뒤로 교수님은 장황하게 자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인 말에 따르면, 자신이 레즈비언인 것을 자각한지는 2년 전 쯤으로,
그 자각을 계기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새로운 연인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그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듣고 전 다시 멍해졌습니다.
그게 현실에서도 일어나는구나...
"레즈비언 이시고 연인도 있으시다면서 왜 저를..."
그 뒤에 이어 지는 말은 저를 또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