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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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머니가 꽤 존경스럽습니다.
사랑한다고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참 낯 간지러워서;)
언젠가는 사랑한다고 말씀드려야지요.
어머니는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그 시절 분들이라면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겠지만.
가난한 집에서도, 시골 촌구석에서 여자로는 드물게 우등상도 타오시고 그러셨다는데,
돈도 없고, 줄줄이 다섯 동생들 키우고 하느라고 공장 다니시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따야했습니다.
책읽는 것을 좋아하시던 문학소녀였는데, 이미 그 꿈은 접은지 오래고.
어머니가 대학다니셨으면 저보다 훨씬 잘 하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도 일 다니시면서도 틈틈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십니다.
저번에 1차 떨어지셨는데, 이번에 1,2차 모두 붙으시면 참 좋겠네요.
어머니가 특별히 교육에 신경쓰지 않았다면 저도 고려대학교엔 못 들어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셔도 되는데, 딸아들 교육비에 쓰느라고 맞벌이를 나가셨던 것이죠.
누나는 대학교 졸업하고 이제 열심히 돈을 버는데, 저는 그렇게 목숨걸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편이 아니라
참 면목이 없습니다.
궁금한 건 끝까지 알아보는 학자(혹은 오타쿠?)적인 구석이 있긴 하지만, 성실하게 꾸준히 공부하는 편이 아니라 학점이 나빠요.
쭉 아버지 얘기가 안 나왔던 것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참 아프게 해서입니다.
누나와 저에게도 그렇고.
강압적이고 폭압적인 면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커서는 좀처럼 가까워질 수가 없네요.
어렸을 때 어머니를 때리던 모습은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나름대로 아버지도 가족을 위해 돈을 버시느라 젊은 시절 다 보내고 고생하셨지만,
그런 것 다 알면서도 화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화해를 해야하는 것인가,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가, 아직도 확신이 안 섭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충분히 화해할 마음이 있지만은.
아버지는 양보를 모르는 사람이라서.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애도 안 낳은 풋내기라
나중에 어머니처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저 어머니는 대단해 보이고,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생각만 듭니다.
요새엔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어쩌다가 한 번, 개떡같은 솜씨로 아침에 요리를 해놨는데 여자친구가 먹지도 못 하고 회사에 나가면
어머니가 참 속상하셨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어머니도 일 나갈 준비를 하셔야하니, 새벽부터 일어나서 아침밥 만드셨을 텐데
저는 짜증만 부리면서 지각한다고 입도 안 대고 나갔으니.
그런 어리석었던 많은 날들에도 어머니는 다 받아주셨던 것이네요.
여자친구가 야근에, 내가 연락한지도 모르고 새벽 늦게 들어오는 날에도,
어머니가 내 걱정에 밤에 주무시지도 못 하고 날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저는 나름대로 이해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먼 것 같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좋은 아빠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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