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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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의 섹스도
우울하고
꺼림직하고
때로는 씁쓸할 수도 있네요.
너무 익숙한 육체들이고
손만 뻗으면
소풍 때 사서 불던
삐익 소리를 내며 쭉 뻗었다가
다시 돌돌 말리는 장난감처럼......
땀을 흘리며 버둥대는 십오분간의 유희
그치고 화장실에 다녀와
오랜만에 당신의 팔베게를 고이고
아직 땀으로 번들 거리는 이마를
당신의 겨드랑이에 묻고 잠이 듭니다.
잠시 후 당신은 팔이 저린지
제 머리를 베게 위에 고이 올려 놓지요.
그리고 벽을 향해 돌아 눕습니다.
그렇게 돌아 누운 채 한달이 지나갑니다.
마치 11월에 보았던 20년 전의 대학로 처럼
추워 웅숭거리는 행인들 사이로 노천 연극이 보이고
고개 돌려 하늘을 보면
하늘보다 먼저 내 눈을 가리던
누더기 같은 가로수 잎새들
낙하 전 긴장의 준비를 하는
색바랜 낙옆들 사이로 삐져 나오는
늦가을의 햇볕 조각
당신 곁에 누운 저에게도
그 때 처럼 겨울이 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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