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술 두 깡통에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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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맥주 두 캔을 샀습니다.
여자친구가 사달라고 해서 사는데, 구멍가게 하나가 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름은 만물 상회. 꽤 비좁은 공간에 들어서자 오줌 냄새인지 뭔지 불쾌한 냄새부터 코를 찌릅니다.
그렇게 친절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가게.
맥주 두 캔에 만원을 냈더니 6,600원을 거슬러줍니다. 속으로 뜨끔 놀랐습니다.
2캔에 3,400원이라니, 평소에 할인마트에서 사면 3캔에 3,750원인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홈마이너쓰 잌쓰프레쓰는 가지를 않아 더 싼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래도 구멍가게에서 좀 사줘야한다고 생각해요.(이런 구멍가게도 얼마 못 버티고 없어지겠지요.)
전 가난한(?) 학생입니다.
신촌, 홍대에서 술마시다가 시간이 늦어, 애시당초 지하철은 끊긴지 오래고 심야버쓰도 없지만, 그래도 탴씨는 안 타고
걸어서 이태원, 용산을 지나 한남대교까지 건너 첫차시간이 돼 버쓰타고 집에 간 적도 두어번 됩니다.
평소에도 짧은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요.
찜질방에서 6~8,000원 정도 내고 자도 되는데, 아니면 피씨방에서 엎드려 자도 되고요. 근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탴씨를 안 타는 이유는 물론 비싸서 돈이 아깝기도 하지만, 에너지가 아까워서기도 합니다.
시간이 늦으면 최대한 심야버쓰를 타려고 하고, 그게 안 되면 요즘엔 탴씨를 타기는 합니다.(여자친구도 있고;)
탴씨를 타도 백원, 이백원 따위 잔돈은 안 받고 그냥 내리고요. 탴씨 기사분도 힘들게 일하신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렇게 돈 안 쓰는 짠돌이가 900원이나 비싸게 주고 사고 분개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분명 홈마이너쓰 잌쓰프레쓰같은 기업형 수퍼마켙SSM에 가면 친절하고 깨끗하고 편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편한 데만 찾다보면 대기업이 모든 부분을 잠식할 겁니다.
불편한 구멍가게, 불친절한 재래시장이 없어지고 나면, 분명 서민들의 돈의 많은 부분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겁니다.
불친절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에 이렇게 종속되고 나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서민 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크게 보면 대기업이 더 많이 틀어쥔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그만큼 덜 간다는 거니까요.
홈마이너쓰에 가면 싸게 사서 좋을 것 같지만, 더 넓고 길게 보자면 분명 홈마이너쓰는 그 싸게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뽑아낼 겁니다.
재래시장 망하고 그 자리에 대기업의 복합 상가가 들어선다고 쳐도 일자리는 원래 재래시장에서 있던 것보다 훨씬 적게 만들어질 테고요.
그리고 편하게 편하게 사시는 분들.
가까운 백화점에 커피 한 잔 마시러 나와도 편하려고 메르쎄데쓰 타고 나오시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자주 이용하시고,
세탁기도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설거지도 식기세척기가 알아서,
여름에도 에어컨은 담요를 덮어야할 정도로 빵빵히, 겨울에는 반바지를 입고 다닐 정도로 뜨겁게
오래 쓰는 것보다는 맘에 드는 것으로 자주 새로 바꾸는 데 익숙하시고
전자제품이든 가구든 버리는 데 아낌과 망설임이 없으시고 새로 사는 데 주저함이 없으시고
쓰레기도 별 생각없이 나 편하게 분리배출도 안 하고 많이 많이 버려주시지만,
내 건강만은 챙기기 위해 강남에 있는 큰 헬쓰 클럽에 다니시는 돈 있는 분들.
내가 내 돈 내고 쓰는데 뭐 어때.
돈이면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은 가까운 시일 내에 분명 기후 재앙을 맞을 겁니다. 그게 자기 죽기 전엔 없다고 마구마구 사시는 분들.
내 자식은 그럼 어떡하나요. 손녀손자는요.
후손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환경 오염, 에너지 낭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개인이 줄이는 것보다는 대기업, 대공장에서 줄이는 게 가장 급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마구마구 낭비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요.
두서가 없는 글이 됐네요.
너무 편한 것만 찾는 삶보다는, 바른 걸 찾는 참살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좀 고지식하고 바보같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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