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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환한 웃음을 가진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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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41 회 작성일 24-04-01 11: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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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이 되던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줄곧 놀기만 했던 터라 친구들 다 들어가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나는 재수를 했다. 약 일년간 어중간한
 
공부를 한 후 수능을 봤다. 남들 국민학교때부터 하던 공부 1년만에 하려니 당연 무리였던 것일까. 점수가 그리 좋지 않
 
았다. 그치만 할 수 없이 어디든 쓰고 보자는 심산에 수원에 있는 모 대학에 지원했다.
 
그날은 그 대학에서 면접이 있는 날이었는데 난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수원까지 면접을 보러 가기가 너무나 귀찮았었다.
 
하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시험장에 들어가 면접시험을 봤지만, 역시나. 시험관에게 농락당한느낌.
 
꽤나 무거운 마음이었다.
 
하늘은 흐렸고 길거리에는 사람도 적었다.
 
버스의 소음도 유난히 컸고 차도는 여러 차들로 혼잡했다.
 
겨우 수원역에 도착해서 전철을 타려하니 허무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 평소에 관심도 없던 한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당시 커피를 워낙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커피를 마시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자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치만 무슨 기분에서 인지 꽤 분위기 좋아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이름 모를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테이블은 꽤나 한산했다. 시각은 대략 오후 3시경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두테이블정도 커플이 있었고 창가의 한 테이블엔 얼굴이 작고 하얀, 아주 밝은 색의 수수한 옷차림을 한 여성이 커피를
 
앞에 두고 잡지 같은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왜그랬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다지 적극적인 성격도 아닐뿐더러 낯가림도 심해서 첨보는 사람을 대개 꺼리는 성격
 
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행동은 나로써는 굉장히 이상한 행동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그 여자가 앉은 테이블에 마주
 
하고 앉아있었다. 그런데 재밌는건 그 여자였다. 첨엔 조금 놀라는 듯 싶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굉장히 환한 웃음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난 나는 오히려 말문이 막혀서 당황했지만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에 이내 꽤 부드
 
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첨에는 그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주고 받는 틀에박힌 질문들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어디 사는지 몇살인지 이름은 뭔지
 
취미 등등...참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질문들이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생각외로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나이는 26, 집은 수원 어딘가였고(설명해줬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년전 직장을 관둔 후 현재 가족과 함
 
께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웃는 모습이 굉장히 눈부시다는 것, 이가 가지런하다는 것, 눈이 상당히 맑다는 것, 목이 가늘고
 
빛난다는 것, 엷은 빛깔의 얇은 옷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대략 두세시간 그렇게 떠들었던 것 같다. 그녀가 시켜준 처음보는 종류의 처음 마셔보는 커피(그때부터 그 커피를 지금까
 
지 즐겨마시고 있다)는 너무나도 향이 좋았고 포근했다. 카페를 나올 때 즈음엔 마치 오래알고 지낸 이웃 누나를 대하는
 
기분이 들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때부터 누나라고 불렀던 것 같다. 그녀는 눈이 부실듯한 웃음을 머금은 채 날 끌고
 
노래방에 갔다. 난 그냥 멍하니 따라갔고 1시간 반동안 열심히 불렀다. 서로 열심히 불렀다.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배가 아
 
프도록 웃고 떠들고 노래했다. 그렇게 노래방을 나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헤어졌다. 그녀의 번호가 새로 적힌 핸드폰
 
을 행여 떨어뜨릴까 주머니속에 넣어 꼬옥 쥔 채 집에 돌아왔다.
 
며칠 후 전과는 다르게 꽤 흥분된 기분으로 수원을 향했다. 그녀는 전처럼 밝은 웃음으로 수원역에 나와있었고 그날 역시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날이 어두워지고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정말 집에가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그
 
녀를 집에 돌려보낸 후 수원역에서 그대로 다음날을 기다려도 좋을 것 같았다. 그냥 그대로가 행복했다. 수원역에 도착한
 
둘은 여전히 끊임없이 말을했다. 마치 헤어지기전까지 못다한 얘기를 다 해야한다는 듯이.
 
그리고 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너무 이르고 바보 같았지만 솔직했다. 그런 그녀도
 
가만히 웃으며 손을 더 꼬옥 잡았다. 아직 많은 사람이 오가는 수원역사에서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집에 가지
 
말기를 요청했다. 그치만 역시나 대답은 노. 그대로 아쉬움과 어색함을 머금은 채 개찰구를 통과했다. 그녀는 그런나에게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세번째 만남도 수원에서 가졌다. 누가 오고 가라 할 것 없이 내가 보고 싶어서 수원으로 달려갔다. 세번째 만남에서의
 
첫 데이트 장소는 처음 만났던 카페. 들어간지 30분도 채 안됐을 때 그녀가 자그맣게 속삭였다.
 
"나 좋아해?"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시선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녀는 특유의 환한 웃음과 함께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다음 장소는 전혀 예상치 못한 한 모텔이었다. 난 너무 당황
 
해서 방에 들어설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건 그녀의 따뜻한 포옹 뒤의 따뜻한
 
키스였다. 그렇게 대략 4시간 정도 그녀와 사랑을 했던 것 같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4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난 그대로 밤을 같이 보내고 싶었지만 그녀는 구태여 가야한다고 모텔을 나섰다. 난 아쉬움을 안은채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그녀는 소리에 상당히 민감했다. 그녀의 귀에 아주 낮은 음성을 흘려줄 때마다 그녀의 입에선 끊어질 듯한 교성이 흘러 나
 
왔고 그곳에서는 상당한 양이 애액이 흘러나왔다. 그다지 정성들인 전희라든지 애무가 필요 없었다. 가만히 그녀의 귀에 대
 
고 야한 단어를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오르가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적지 않은
 
여자를 만나봤지만 그렇게 민감한 여자는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그녀는 아주 짧은 삽입만으로도 쉽게 오르가즘에 달
 
했다. 대략 네번에서 다섯번정도 그녀가 절정에 몸부림 칠때즈음에 나도 함께 사정했다. 그녀는 흥분이 고조에 달했을 때에
 
는 언제나 "안에 싸줘!"라고 강하게 소리를 질러대곤 했다. 안에다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섹스가 끝난 후 진심이었냐고 물으면 정색을 하며 당연히 안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치만 흥분이 고조에 달했을 때에는 정
 
말 안에다 해줬으면 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상당히 섹스에 적극적이었고 나에게 여러가지 자세를 가르쳐
 
주기도 했으며 여러 서비스를 해주기도 했다. 정말 그녀와의 섹스는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그렇게 석달정도를 만났다. 서로의 사정상 만나지 못할 때에는 폰섹을 하기도 했다. 수화기로 야한 음성을 내면 그녀는 스
 
스로 너무 흥분해버렸다. 그녀는 나의 신음소리가 좋다고 했다. 나도 그녀의 신음소리가 좋았다. 당시 막 핸드폰 카메라가
 
등장했었던 시기여서 그녀는 가끔 그녀의 은밀한 곳들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폰섹이 그녀와 헤어지는 계기
 
가 되었다.
 
어느날 폰섹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도 나도 엄청난 흥분에 신음소리를 주고 받고 있을 때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기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흥분이 사라진 난 그녀에게 무슨소리냐고 물었고 그녀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몇번 물어보아
 
도 돌아오는 건 침묵 뿐이었다. 나는 일단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며칠 뒤 수원역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여느때와 같은 카페가 아니었다. 그녀는 전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치
 
만 어두운 웃음이었다. 그녀를 질책하거나 다그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냥 진실이 알고 싶었다. 물론 처음만난 사람에
 
게 자신의 모든걸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난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고 무언가 거짓말을 했다는 직감에 슬픈
 
기분에 사로잡혀있었다. 솔직한 진심으로 다가간 내가 바보였던가. 자신이 비참하게도 느껴졌다. 때문에 곧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떨군 그녀처럼 나도 고개를 한없이 떨구고 테이블의 나무 문양의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 잠시 그곳에 정신을 빼앗긴 것처럼. 이 어색한 공기를 애써 외면하려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뭔가
 
따뜻하고 밝은 단어들로 그녀의 얼굴에 다시 환한 웃음을 돌려주고 싶었다. 아마도 한없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건 내
 
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물론 그녀도 표정이 어두울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의 침묵을 끊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26. 전에 말한 나의 그대로 였다.
 
하지만 그녀는 3년 전에 이미 결혼을 했으며 남편은 일 때문에 지방에 있다고 했다. 태어난지 1년 된 아기가 있으며 나를
 
만날 땐 엄마한테 아기를 부탁했다고 했다. 그치만 차마 밤을 새워가며 아기를 엄마한테 맡길 수 없었기 때문에 저녁엔
 
꼭 집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나와의 첫만남은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편한 느낌이 들어 이상하게도 경계
 
를 안할 수 있었으며 사실 전에는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와의 섹스는 상당히 즐거웠다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남편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앞으로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고, 친구
 
로서도 좋으니까 잘 지내자고 했다. 난 당시 왠지 모를 죄의식에 사로잡혀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
 
가 너무 불편해서 뛰쳐나오고 싶었다. 나는
 
"이제 연락하지 마세요"
 
라며 어색한 존댓말을 써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 후로 한번도 그녀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
 
바보같이 난 죄의식에 사로잡혀 한동안 불편한 마음을 안고 지냈고 그녀를 도저히 다시 찾을 수 없을만큼 시간이 지났을 때
 
그녀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도 때때로 생각난다.
 
행여 이 글을 읽고 어디선가 나를 떠올릴까.
 
혹은 길에서라도 우연히 만난다면
 
"안녕, 잘 지냈어?"
 
라고 인사를 건네고 싶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허리만치 자란 아이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응"
 
이라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눈부시리만치 환한 웃음을 지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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