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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을 저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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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707 회 작성일 24-04-01 08: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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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에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남녀간에 일어난 일이라 여기다 하소연해봅니다.
제목 그대로, 미친 짓을 저질렀습니다.
작년에 모 인터넷 카페에서 어떤 아가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서로서로 게시글에 댓글 달다가
닉네임이 눈에 익고 점차 친해지게 되었지요.
아직 중년이라기는 이르지만 아무튼 소소하게 느껴지던 바람기를
그 아가씨와 서로 댓글 달아주고 채팅하고 하면서 풀었지만
업소는 가도 바람은 안핀다고 마음 속에 맹세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 아가씨와 실제로 만나지도 않고, 그저 카페 친구로만 지냈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점점 그 아가씨에게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녀의 이메일 아이디로 구글 검색을 해서 그녀의 다른 인터넷 활동 내역도 어느정도
몰래 알게 되고 그러던 중.
며칠 전, 회사 일이 너무도 고되어 야근 중에 잠깐 인터넷 서핑질을 하다가
구글 검색에서 찾은 그녀가 회원으로 있는 어떤 사이트에 무심코 들어갔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녀의 집주소가 알고 싶어지는 바람에....
그 사이트의 비밀번호 찾기에 그녀의 아이디를 넣으니
비밀번호 찾기 질문이 뜨더군요.
그동안 그녀랑 이야기 나누면서 알게 된 내용으로 대충 때려넣었는데,
갑자기 "임시 비밀번호가 발급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뜨는 겁니다.
순간, 내가 지금 해킹짓을 하고 그녀의 개인정보를 염탐하려 하고 있구나 하는 게 실감이 나고
소름이 짝 끼치더군요.
바로 창 닫기 하고 그 사이트에서 나와버렸지만.
그녀가 그 사이트에 언젠가 접속을 할 테고, 그러면 비밀번호가 바뀐 것을 알게 될 거고
그러면 자기와 가까운 누군가가 자기 개인정보를 털려고 시도한 것을 알게 될 테고.
그 사이트에는 내가 접속한 ip가 남아있을 테고, 나는 회사 컴퓨터를 썼으니 딱 걸릴테고....
그녀가 나를 고소하면 내 아내, 부모님, 내 상사, 동료들, 카페 회원들에게
나는 완전히 파렴치범으로 찍히겠지요. 뭐 해킹 미수를 저질렀으니 파렴치범은 맞습니다만....
설령 그녀가 나를 고소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마음에 사람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큰 잘못을 저질른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전에 사귀던 남자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우울증 치료 받은 적도 있는 사람이라.....
정말 내가 그 순간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는지 너무 답답하고
나 자신이 너무 미워서 내 아구창을 스스로 몇번 돌려보고 머리도 찍어보고
그래도 죄책감이 가시지가 않아서,
여기서라도 이렇게 고백을 하고 죄책감을 좀이나마 줄여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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