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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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진 출장에 또 출장, 다시 출장... 전 여전히 동분서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요 며칠동안은 여기저기서 술자리도 참 많았고, 술도 어지간히 마셨네요.
하루종일 바쁘게 지낸 후 일을 다 마치고 나면 몸도 고단해지게 마련이고, 휴식도 취해야 하건만
요즘은 새벽이 되어서도 이런저런 생각에 잠도 쉬이 오질 않습니다.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이거 바람직한 건가요? 제대로 나가고 있는건가요?
얼마 전, 틈날 때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외국항공사의 신입승무원으로 갓 일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아가씨들....
신입동기들이 모두 모여서 유니폼을 입고 각자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면서 스튜디오에서 찍은 단체사진 한 장....
가장 앞줄 바닥에 앉아 늘씬한 두 다리를 모아 옆으로 가지런히 뻗고, 한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지탱하고 있는 자세...
환한 얼굴... 치아를 살짝 드러낸 채 밝게 웃고 있는 얼굴... 눈웃음이 초롱초롱한 즐거운 표정...
바로 제 와이프의 지금보다 더 어린시절의 그 모습이 그렇게 그 일행 속에서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처음 보는 사진이었습니다,
와이프의 사진은 모두 다 봤었다고 생각했겄만, 뜻밖에도 제가 처음 보는 사진이 그렇게 나타났더군요.
대학 졸업반 때 외항사에 합격하고, 승무원 교육이며 훈련 다 받고, 이제 갓 사회로 뛰어들었던 수년 전의,
아직 한창 어렸던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 그녀는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 때 제가 봤던 그녀의 모습, 얼굴의 표정 하나하나, 눈빛, 웃음... 그 모든 것이 또렷하게 생각납니다.
비 오던 날 길가에서 헤매던 새끼고양이를 꼭 껴안아주고 비 맞지 않도록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 놔주던
그녀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 감동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아직 우리 둘이 사귀지도 않을 때였는데 말입니다.
그녀의 노트를 보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야, 이거 예쁘다, 더 있으면 오빠한테도 한 권 줄래?"했더니,
무척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아, 지금 없는데 다음에 갖다 드릴께요."
"그래? 할 수 없지 뭐."하고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절 발견하곤 부리나케 달려와서는
"오빠! 그 때 말했던 그 노트..."하며 가방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노트를 꺼내서 수줍게 건네주던 그녀...
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가벼이 무시하지 않고 꼭 약속을 지키는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무척 예뻤지만 몸가짐이 단정한 아가씨였습니다.
남에게 함부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짓도 삼가했습니다.
바른 예절이 몸에 배여있었죠.
친구녀석을 시켜서 장난전화를 두세번 걸고 잘못 건 척 시침을 떼어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잘못 거셨습니다^^"라며 공손하게 대하던 성격좋은 아가씨였죠.
서비스직이 천성적으로 어울리는가 봅니다.
무척 대담한 면도 있었습니다.
학생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모델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미를 표현하는데 진지했고 성실했고, 섹시했습니다.
좋아하게 된 사람(저입니다)에게는 거짓없었고, 숨김없었고, 적극적인 애정표현도 거침없었죠.
그녀는 저를 사랑하게 되면서 외항사를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어려서부터 건강하던 저였습니다만, 가끔씩은 저도 다른 분들처럼 골골거릴 때도 있었습니다.
연애시절에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을 때, 운동하다 다쳐서 입원해 있었을 때...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거리며 약을 사들고 와서는 저에게 약을 먹이고, 밥이며 반찬을 떠먹이고,
따뜻한 물을 세수대야에 받아와서 제 발을 정성스레 씻겨주며 정말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술을 마실 때면 늘 안주를 먹기좋게 찢어서 제 입에 넣어주곤 했습니다.
저는 그럴 때면 가끔씩 장난스레 그녀의 손가락까지 입속에 넣고 빨았죠, 그녀는 낯을 붉히며 부끄러워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복장, 신발, 스타킹, 헤어스타일... 성적취향, 진짜 유니폼을 입은 섹스까지...
다 맞춰주었죠.
덕분에 성적인 즐거움도 무척 컸죠, 물론 그렇다고 막 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녀를 존중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둘이 갓 사귀기 시작하던 어느 날 그녀가 그랬습니다.
"오빠가 오랫동안 변함없이 절 사랑해 준다면 저도 영원히 변함없이 모든 것을 다 줄께요."
장난기가 발동한 제가 그릇에 물 한 그릇 떠와서는 상을 떠억 펴고 그 위에 물그릇을 얹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여기서 맹세할께, 너만 사랑할께, 변함없이 너만 사랑할께." 했더니,
그녀도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더군요.
그 순간 장난기 가득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만큼 가득 밀려오던
사랑의 행복에 제 마음이 벅차올랐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절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사랑해 주세요." 라고 그녀가 어느 날 문자를 보내 오더군요.
그때부터 전 그녀를 "나의 우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결혼에 골인하고, 신혼을 즐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녀는 나의 우주임에 틀림없습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제 아내를 사랑해 줘야겠죠?
그러고 싶습니다.
사실 요즘 심신이 꽤 지쳐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잠꼬대를 하듯 문득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듯 합니다.
지친 심신을 늘 달래주는 그녀... 그녀는 처음 사귀기 시작하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습니다.
그래서 피곤한 중에도 그녀를 떠올리고, 그녀의 미소를 떠올리고,
사랑하는 그녀와 보금자리를 꾸미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게 여겨지고,
그래서 외롭지 않고, 그래서 행복한 듯 합니다.
아무리 지쳐도,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그렇게 힘차게 살아나가야겠죠?
제 아내도 지금 이 시간 고단한 몸을 이끌고 또 어느 하늘을 날며 열심히 일하고 있겠죠.
우연히 발견한 아내의 지난시절 사진 한 장에 주절주절 두서없이 시작된 저의 중얼거림이었습니다.
오늘밤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시고 즐거움이 더 많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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