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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링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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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28 회 작성일 24-03-31 18: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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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저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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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을 통해 그녀의 이름이 링링이란 것을 알게 된 저는. 더불어 그녀들의 나이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 짐작대로 둘 다 저보다 나이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링링은 저보다 네살인가가 어렸던것 같고, 그녀가 안다는 언니는(친언니였는지 아는 언니였댔는지 이젠 기억이 안납니다) 링링보다 두살이 더 많다더군요.
 
저는 중국어로 어떻게든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 무진장 머리를 굴렸습니다만 별 소득은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질문을 하긴 할수 있었습니다. 근데, 중국어 공부를 해보신 분들이시라면 아시다시피. 그 나라는 성조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발음이 같아도 높낮이에 따라 말이 의미하는 뜻이 달라져버리는게 중국어죠.
 
성조가 안되면 중국어는 절대 할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성조공부도 게을리 했던 터라.
 
그녀들에게 질문을 했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못 알아듣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제딴에는 지킨다고 지켜보는 성조였습니다만. 역시 현지 사람들이 들으면 미흡의 정도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제가 의사전달을 하고 있는거였겠죠.
 
또. 천신만고 끝에 그녀들이 알아들었다 할지라도. 대답이 정말 총알같이 빨라서. 형님의 도움이 없으면 알아들을수 있는건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애를 먹으면서 대화를 하더라도. 모든게 재미있더군요. 처음 하는 경험이었으니까요.
 
난생 처음 가본 외국. 그리고 여행의 첫날. 밤에 뜻밖의 여자들 둘을 갑자기 만나 서로간에 언어적 교감을 나누기 위해 애를 써댔던 상황은 지금 와서 회상해보면 그때의 결과가 어찌되었던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과 기분좋음으로 남아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오직 씁쓸한 기분만으로 전부 점철되어 있었다면 저는 결코 이런 글을 쓰질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뭐 어쨌든... 우리는 거의 한시간 이상을 이야기하면서 걸어갔던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한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습니다.
 
뭣보다.. 여자와 대화를 해본다는게 대단히 오랜만이었고..(전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여자를 멀리했습니다. 바보같은 행동이지만 말입니다)
 
그녀가 겉보기엔 한국인 처럼도 보이는 중국 태생의 귀여운 동양인 이지만. 어쨌건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중이었기에. 또 제가 살면서 아직까지도 그녀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외화를 나눠본 외국 사람은 없었기에 더 그러했달까요.
 
링링은 제 생각대로. 학생이라 하였고. 아마 대학생이었을겁니다. 그녀의 언니는 역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근데 시작한진 얼마 안된다고 했던듯합니다.
 
링링이 제게 물은건. 처음의 국적 이후로는... 나이를 물었고. 키도 물어봤습니다. 키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때 속으로는
 
<보면 짐작이 될텐데..왜 물었을까..>싶었지만. 어쨌든 전 최선을 다해 제 키를 중국어로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녀의 질문 한마디를 대답하는데 제가 투자한 시간은 하나를 대답해주더라도 아무리 빨리 해준다 할지라도 최하 5분이 넘어갈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대답을 해줄려고 행동할땐. 그녀도. 언니란 사람도 거의 반드시 웃었습니다.
 
중국어공부를 열심히 안했던 저이기에. 정말 너무나도 어려웠거든요. 대답하긴 할수 있는데. 시간을 상당히 들여야만 생각이 나는 식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이제 그나마도 대답을 못합니다만..
 
암튼 대답을 해주기 위해 전 머리카락을 반사적으로 쥐어뜯었고 약간의 괴성을 흘려댔습니다. 그럼 그녀들은 대답. 오로지 그놈의 대답만을 해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이 그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간결하고 짧기 그지없는 문장에 불과한 것일지언정 그걸 답변해주기 위해 머리털까지 쥐어뜯어대는 제가 웃기고 재미있었나봅니다.
 
형님은 저를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었죠. 저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 형님은 잘 나서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게 다 공부가 되는거다 도움이 될거다 라는 식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질 않으셨어요.
 
어쨌든 저는 항상 여자애들한테 대답해주기 전에
 
<잠시만 기다려요>
 
라고 일단 말을 해준 후 한참 골몰하다가 답변을 해주는 대화식을 취했고. 몇번 그러면서 걷다 보니까 제법 간 시간. 그리고 어두워진 주변을 의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우리 네사람은 국적은 틀리지만 한가지를 거의 비슷하게 떠올리고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죠.
 
형님이 영어로 같이 식사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여부를 여자애들에게 물었고. 정말 놀랄만큼 두사람은 선선히 승낙했습니다.
 
식사할 장소는 여자들에게 형이 위임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이 거리는 형님도 잘 모른다는것이었고. 저야 당연히 처음이었으며. 어쨌든 이 나라는 그녀들이 난 나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맡긴거였죠.
 
전 아무 불만도 없었고. 그녀들이 그때부턴 앞장을 섰는데. 링링이 그때쯤 제 손목을 잡았습니다.
 
전 그때 여자 손을 처음 잡아본 것도 아니고 잡혀봤습니다.  화들짝 놀라서 링링을 보는데 그녀는 약간 부끄러워하면서도 배시시 미소지었던게 기억납니다.
 
전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다가 형님과 언니란 사람의 표정이 어떠할까 싶어서 보니까 형님도 약간은 놀란 표정.
 
그리고 언니라는 사람은 링링과 비슷한 표정으로 절 바라봐주고 있더군요.
 
아무튼 그때부턴 링링이 제 손을 이끌고 2층의 한 카페 분위기가 나는 곳으로 안내해 갔습니다. 그녀들이 거길 안내한 이유로는. 나중에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 시간때면 이런 곳 말고는 이젠 중국의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제가 생각해보니 이곳을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곳을 찾기 위해 제법 적잖은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을것 같다는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때부터 일단 네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이제 와서 기억나는 건 그곳이 외관상으로는 카페이고. 내관상의 느낌은..
 
전 가보진 않았지만 가라오케의 느낌이 그러했을듯합니다. 사방이 알록달록하고 번쩍번쩍하고. 천장에 달라붙은것들은 돌고 있고..
 
전 몰라도 형님도 이런곳은 알기만 하지 와본건 처음이란걸 나중에 알았지요. 일단 등산용처럼 생긴 가방을 등에서 끌어내린 뒤에 앉아 있는 제 옆에 링링이 앉고 언니란 사람과 형님이 같이 마주앉았습니다. 실내에는 종업원들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조용하더군요.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링링은 그때까지도 제 손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안절부절 못했던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얘는 대담한건지 성격이 원래 쾌활한건지...그나저나 나도 손을 잡아줘야 되나. 원래 보통은 반대 아닌가...>
 
연애 경험이 없었던 저로선 뭘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몰라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이렇게 무뚝뚝하게 있는것도 안될 짓이다 싶어 가방에 넣어놨던 책을 꺼내서 그녀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전 지금 그 책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고. 그정도 수준까지 진도가 나간 상황이란걸 보여주려 했던거죠. 물론 기본적인 책자들이었지만 제가 그 책을 가지고 있을뿐 그 수준에 이르렀단건 아닌게 문제였습니다.
 
저는 아무튼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엔 음식이 나오건 말건. 또 뭐가 나왔건. 별 신경은 안 쓰고. 아까의 복수를 해보잔 심정으로 이번엔 최대한 열심히 제가 질문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거리때의 복수전이었죠.
 
하지만 처참한 말로였습니다. 그녀들은 너무나도 간단히 대답해버렸고. 금방 척척 끝내버렸습니다.
 
제 말을 못 알아들을땐 형님의 영어를 듣고 난 뒤에 제가 원하는건 무엇이 되었든지 순식간에 대답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저의 허무해하는 모습을 링링이 보며 까르르 웃다가 형님한테 중국어로 뭐라고 하더군요.
 
<뭐래요?>
 
형님은 피식 웃으면서 저한테 말해줬습니다.
 
<니가 귀엽댄다. 맘에 든대네. 그리고 되게 착할것 같댄다>
 
<...귀엽다구요? 난 전혀 안 귀여운데. 그나저나 중국어는 정말로 따발총이로구만. 아아. 하기사. 공부를 안한 내 머리를 탓해야지. 아무리 중국어가 어렵다지만 4개월간 열심히 했으면 이처럼 귀머거리는 아니었을텐데. 슬프군요. 미안하다 링링. 니가 하는 말이 도저히 들어보려 해도 영 안 들려>
 
전 이걸 아주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링링에게 한국어로 말해줬고. 그녀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다가 형님한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또 알아먹지는 못했지만요.
 
<니가 좀전에 한 기나긴 말 중에 자신이 알아들을수 있는건 <링링> 이거 빼곤 없댄다. 한국어는 너무 어렵고 빠르다고 하는걸?>
 
<...누가 할 소리를... 중국어야 말로 하오하오 니 니 마?마? 하는것 같다가 끝나는구만. 한국어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중국어만큼은 아닐겁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잠시동안 두사람끼리는 중국어로 대화하고. 두사람끼리는 한국어로 대화했습니다.
 
여자애들이 둘이 섞여 한차례 폭풍처럼 우리에게 쏟아부으면. 제 입도 쉬질 않았습니다. 한국어로 말이죠.
 
<이것 참. 링링 표정을 보면 나한테 아주 말하고 싶은게 많은가본데 이유를 모르겠으니. 얜 지금 이게 울상을 짓는거야 얼굴을 찡그리는거야. 그리고 당최 뭔 말인지 알아먹을수가 있어야지 빨라도 빨라도 이건 뭐 완전히 발칸 수준이구만.
대답을 해주고 싶어도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건지를 알아야 수를 쓸수 있는데 거기에다가 만약 들린다 해도 대답은 대답대로 또 막막하고 말이야  거기에다가 난 바디 랭귀지조차 능통한 편이 아니고 정말 어렵다 어려워 이건 뭐가 선결과제고 뭐가 후결과제인지조차 모를정도로 첩첩산중이네 정말>
 
지금 적은것과 거의 비슷하게 그때 당시 제가 한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한국어로 말했습니다.
 
그녀들은 제가 아주 길게 말하는 한국어를 놀란 표정들로 보고 있다가. 제 말이 끝나니까 링링이 울상이 되서 자기 언니를 보면서 한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고개를 도리질 치면서 말하더군요.
 
<....아아... 헌 난 (너무 어려워)....>
 
한국어가 매우 어렵다고 말하는 그녀. 전 이따금. 아~~주 이따금 그녀들이 말하는 뜻을 100퍼센트 이해할수 있었는데 그건 정말 드문 일이었었죠. 그래서 제가 빙긋 웃으며 링링에게 말해줬습니다.
 
<지금 그건 100퍼센트 알아들었어. 다 해석됐다구>
 
형님은 (내가 통역관이냐?) 하는 불만어린 표정으로 절 잠시 바라봤다가 중국어로 그녀들에게 제말뜻을 전달해줬습니다.
 
그러자 그녀들이 꽤 많이 웃었던게 기억나네요. 그녀들도 제가 아주 이따금씩 자신들 말을 완전히 다 알아들었을땐 꽤 기분좋아했거든요. 그때쯤 술이 왔습니다. 병맥주였던것 같네요.
 
네잔이 나오고. 잔들을 따라주는데 잔들을 치고 저는 기분이 꽤 좋았던지라 원샷을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라는 여자의 얼굴표정이 약간 기분나빠하는듯 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갸우뚱 하곤 물었습니다.
 
<왜 그래?>
 
그정도의 중국어는 구사할수 있었습니다. 대답은 알아듣지 못하겠지만요. 암튼 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절 보면서 제가 절대로 알아들수 없는 말을 약간 길게 해주었습니다. 자동적으로 제 고개는 형님쪽으로 돌아갔지요.
 
<니가 원샷을 해서 그런거다. 중국은 한국과는 주도가 달라. 술잔이 완전이 비는건 자리가 파하기 직전일 뿐이랜다.>
 
저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단 중국어로
 
<미안해>
 
라고 해준 뒤에 <한국은 이래> 라고 짤막하게 덧붙인 후 잔을 들어 원샷하는 시늉을 보이며 바디랭귀지를 해줬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피식 웃으며 표정이 풀렸고. 그녀가 사과의 의미로 원샷을 한번 자기도 해주더군요.
 
술이 곁들여지자 자리가 좀더 부드러워졌었는데. 그때 링링이 방울토마토를 제 입에 넣어줬던게 기억납니다.
 
속으로 그랬습니다.
 
<여자한테 손잡혀본것도 오늘이 처음인데..과일까지 입에 넣어주나. 난 잘생긴것도 아닌데.. 링링이 너무 잘해주는것 아닌가?>
 
어쨌건 여자가 그래주는건 정말 처음이었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좋았었지요. 그녀는 술자리 내내 틈틈이 과일을 제 입에 넣어주며 웃었었습니다. 제가 먹으면 기분좋다는듯이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한순간  링링이 절 똑바로 바라보며 그러더군요.
 
<난 오빠가 좋네>
 
라구요. 그건 알아들을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도 링링 사랑해>
 
전 그렇게 답해준 뒤에 술을 한번 마셨습니다. 근데 마시고 난 뒤에 세사람의 표정이 참으로 묘했던게 기억납니다.
 
그때 저는 적잖이 황당한 실수를 했던 것입니다.
 
중국어로는 씨후안= 좋아하다 이고 아이=사랑하다 입니다.
 
근데 저는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씨후안을 쓴다는게 그때 헷갈려서 아이를 쓴것이지요.
 
졸지에 저는 만난지 단 한시간만에 링링에게 사랑을 고백한 남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링링의 얼굴이 엄청 빨개지면서 킥킥댔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제 바보같은 실수가 재미있었던가봅니다 그녀는.
 
그녀의 언니도 그렇게 기분나빠 하는 표정은 아니었습니다만 형님은 초면에 실례라면서 제법 면박을 주셨죠.
 
링링이 꽤나 깔깔대면서 제게 뭐라고 폭포수처럼 이말 저말을 중얼거렸는데. 그 말은 너무나도 빨랐던지라 형님조차도 못 들었습니다.
 
전 쭈욱 듣고 있다가 링링에게 말해줬습니다. 이때는 항상 아주 미안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게 관건이었습니다. 거기까진 잘 했습니다.
 
<부 팅 동>
 
제 그말에 형님까지 해서 다들 뒤집어지게 웃었던게 기억나네요.
 
형님이 앞서와 같이 이번에도 저의 실수를 지적해주셨는데.
 
중국어로 <팅 부 동>= 알아듣지 못하겠다. 이해를 못하겠다
 
는 의미입니다. 팅이 듣다이고 부는 아니 불자의 부정어거든요. 즉 안들린다는 소리죠. 당최 알아먹질 못하겠을때 쓰는 말인것이지요.
 
근데 저는 부를 앞에 보내고 팅을 뒤로 뺀겁니다. 부 팅 동 이라고 하니까 그녀들은 처음엔 못 알아들었지만. 몇초가 지나니까 제가 팅부동을 쓰려 했는데 실수를 했다는걸 알았던거겠죠. 그래서 그리 웃었던거죠.
 
 
아마 그날 대화중에 아이 니 와 더불어 제일 부끄러워했던게 그것이었을겁니다. 전 얼굴이 완전 빨개진 상태로 항변했습니다.
 
<...젠장...팅부동이나 부팅동이나 그게 그거죠. 부팅동이라 써도 알아먹을 사람들은 다 알아먹게 되어있단 말입니다. 그나저나 너네들 너무 열심히 웃는다>
 
제가 말을 하면서 자꾸 팅부동 부팅동이 들어가 대니까 그녀들은 그땐 거의 손뼉까지 치면서 웃었습니다.
 
전 어쨌든 기분이 아주 좋지만도 않았지만 그녀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그 점에선 저도 즐길수 있엇던게 기억나네요.
 
우린 그렇게 오랫동안 놀진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나중에 시계를 보니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갔다는걸 알고 놀라워했던게 기억납니다. 시간이 그토록 빨리 가게 느껴질정도로 놀아보는것도 오랜만이엇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국적인 체험은 말로는 잘 설명할수 없는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계산을 나중에 하는데. 그때만큼 놀랐던 적은 살면서도 그리 많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금전적 액수가 상상 밖으로 세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술값은. 여태까지를 통틀어도 제가 가장 많이 써봤던 날입니다.
 
대략 30만원이 더 넘게 나왔으니까요. 그런 액수는 저로선 그날 처음 써본것이며. 아직까지도 그렇게 많이 써본적은 아직은 없습니다.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여행비로 60만원 정도를 형한테 받았던걸로 기억하는데. 계산을 할때. 상상밖으로 비싼값에 다들 놀랐고.
 
형님도 현찰로는 지금 그런 돈이 없으며 돈이 많이 든 카드는 집에 놓고 왔대는겁니다.
 
링링은 학생이라면서 돈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고. 그녀의 언니라는 사람도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었습니다.
 
결국 형님과 링링의 언니가 보태서 내준것이 20 정도라고 치면 나머지 80퍼센트정도의 금액은 제가 계산했습니다.
 
전 여행의 첫날에 여행비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술값으로 썼던겁니다.
 
그래. 먹을땐 별신경 안쓰고 다른데에 신경이 분산되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분위기가 고급이긴 했던것 같다.
 
그리고 과일안주가 나왔었네. 그때 짐작을 했었어야 했는데..과일안주 나오는곳이 으레 비싸잖아. 이런 분위기는 한국에서도 겪어본지 몇년 지난데다가 중국에서 처음 하는 체험이라 ...여러가지가 겹쳐서 착각을 해가지고 안좋은 상황이 되어버렸네 이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엇지요. 다행히 나중에 형님 집에서 4주동안 신세지게 되면서 100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카드를 형님이 제게 주어 귀국할때까지 쓰도록 도와주셨었지만 그건 그 후의 일이었기에 이때만 해도 걱정이 참으로 태산이었던게 기억납니다.
 
제가 돈문제로 약간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언니란 사람은 씁쓸한 표정으로 절 바라봐주고 있었고.
 
링링이 거의 울듯한 얼굴로 제게 쪼르르 다가와서
 
<오빠 미안해>를 연신 말해대는데. 솔직히 이때의 제가 아무 생각도 속으로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랄수 있겠지요.
 
정말정말아주아주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오르락내리락 해대는 링링의 얼굴을 보면서. 결국 저는 쓴웃음을 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화를 낼수가 없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제가 괜찮다고 하고 있는데. 형님이 늦은 시각을 이야기하면서. 두 여자보고 이제 어쩔거냐고 묻자.
 
링링과 언니는 저와 방향이 같은쪽이면 우리와 같이 가겠다고 하더군요.
 
근데 들어보니까. 그녀와 그녀의 언니. 그리고 형님이 있다는 쿤산과의 거리는 대략 2시간 이상의 거리차이가 났습니다.
 
무지 미안해하기도 하고. 아쉽다는 표정으로 절 바라보던 링링은. 제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적어주고. 제 연락처 역시도 제게 물어봐 알아낸 뒤에.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그때까지 중국어 실력을 조금만이라도 더 늘려놓으라고 형님께 말해 제게 뜻을 내비쳐줬습니다.
 
우린 여자애들이 타고 갈 택시를 잡아준 후에 그녀들을 보내고 우리도 택시를 잡아탄 뒤에 쿤산으로 향했습니다.
 
택시 안에서는 저는 형님께 질문했습니다. 허탈하고도 멍한 표정으로요.
 
<형님>
 
<응?>
 
<의도적이었던걸까요?>
 
<.............>
 
<..링링은 그런 여자애가 아닐것 같다고 믿고 싶네요. 걘 제가 보기엔 정말 착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고 믿고 싶어요 정말. 전 살면서 꽃뱀이니 뭐니의 이야기를 들어는 봤고 여태 겪어본 적도 없었지요. 하지만..
 
오늘 정말 기분이 꽤 좋았는데..계획에도 없던 여행이지만 도착하고 나서 의외로 쭈욱 좋은 상황으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낱 돈때문에 좀전까지도 들떠있던 그게 다 무너진다고 생각하면...그건 참 ...뭐같은것 아니겠어요?>
 
<...............>
 
<링링은 아니겠죠? 그런 애가 아니겠죠?>
 
<...그래. 형이 보기엔 그렇다. 내 생각엔...그 애나 너나 ...너무 순진했던것 같다. 뭘 모르고 들어간거고. 섣불리 결정한거지. 처음 와본거라고 하지만 그애의 보호자라는 언니나 외국온 너를 책임져야 하는 나도 많이 실수한거고..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할거다. 링링은 정말 뭣 모르는 순진한 여학생이었다고 생각해라>
 
<....그렇죠. 그러길 바래야죠. 오늘은 저로선 처음 경험한 일들이 대단히 많았어요. 그 좋았던 여러가지 첫번째들을..나쁘고 더러운 추억으로 만들고 싶지는..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우린 한동안 더 이야기를 나누면서 택시를 타고 집을 갔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후. 제게 문자가 왔습니다.
 
그것은 링링한테서 온것이었고. 형님은 그게 링링이 보낸것이라고만 알려줬을뿐. 제게 공부해야 한다면서 내용의 뜻은 가르쳐주질 않았습니다.
 
저는 그 내용을 해석하는데에 무려 일주일이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놀았는지를 말해주는 좋은 예지요.
 
내용인즉슨 대략.
 
<오빠 뭐해? 그땐 정말 미안했어. 링링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야. 하루 봤을 뿐이지만 이따금 오빠가 생각나. 오빠가 있다는 쿤산은 여기선 꽤 먼 거리긴 해. 하지만 오빠만 괜찮다면 오빠가 돌아가기 전에 한번 더 오빠를 만나보고 싶어>
 
라는 식이었을겁니다. 저는 그에 대한 답변을 만들기 위해 사전이랑 가지고 온 책 등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도무지 그때의 제 실력으론 뭘 어떻게 해볼수가 없었습니다.
 
중국에 온 지 2주인가 3주째 되었을때. 제가 아직도 애쓰고 있는걸 보고 형님이 혀를 차면서 물어봐줬습니다.
 
<한번쯤 더 만나보고 싶어서 그러냐? 가이드라도 붙여주랴?>
 
<....괜찮아요>
 
그녀를 한번은 ..한번정도는 더 보고 싶었습니다. 만났던 첫날 만난 그녀로 인해서 많은 돈을 잃었었는데.
 
링링한테 콩깍지가 씌인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그애로 인해 좋은 결말은 당시 맺을수 없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그녀를 한번은 더 보고 싶어 했었습니다.
 
하지만 멍석도 막상 깔아주면 일 안치른다고. 형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줄 의사를 보였는데도 저는 왠지 그때 그 거절은 또 거절을 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문자답변에 낑낑대면서 힘을 쓰다가.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무턱대고 한번 했습니다.
 
링링이 제 전화를 받았을때. 그녀는 자다 일어난 목소리였습니다.
 
처음에 니 하오를 건네고 링링이지? 라고 물은 뒤에. 그녀에게
 
식사는 했냐. 지금 어디냐. 뭘 하고 있는 중이냐. 까지 물은 뒤.
 
제가 문자답변 만든답시고 무지 고생해서 완성한 딱 한구절을 그녀에게 전해줬습니다.
 
<나도 너를 보고 싶다. 한번 더>
 
라구요. 그녀는 그전까진 자다 깨서 답변해주느라 중얼대다시피 했지만. 그 말을 듣고 나더니 진지한 목소리가 되어서 저한테 무언가를 쭈욱 말해줬는데. 저는 허탈한 목소리로
 
<너무 어렵다. 니가 뭐라는지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천천히. 다시 한번만 말해줘>
 
라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좀전보단 확실히 느리지만서도 제겐 여전히 빠르게 느껴지는 답변을 해줬고.
 
저는 <한번만 더 좀더 느리게 해줘>를 거듭 두번정도 더 부탁한 후에. 세번째 답변을 들었을때쯤 결국 포기를 했습니다.
 
약간. 아주 약간이지만 들리긴 들렸습니다. 그녀는 시일과 장소를 정하려 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형님에게 도움을 입어 그 장소를 가보려 했지만. 형님은 중국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고. 제가 링링과 만나보려고 애쓰던 쯤에 갑자기 직장에 일이 터져서 제겐 별다른 신경을 써줄 여력이 없었습니다.
 
형님의 도움이 없이는 그 먼 거리를 혼자 갔다가 돌아올수 있을정도로 자세하게 지리를 아는것도 아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자신도 없었던 저로선 속만 끓이다가. 나중에 링링에게 문자로 <미안하다..> 고만 짤막하게 보내줬고.
 
그녀는 제게 <괜찮아... 언젠가 또...^^>
 
라고 답변을 해주었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결국 여행간 첫날 단 하루 몇시간을 본 그게 그녀를 알고 만나본 횟수의 전부가 된것이지요.
 
그녀 때문에 생애 최초로 가장 지대한 술값을 써보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도 왜 기를 쓰고 그녀를 굳이 또 만나려 들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도통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그애한테 별다른 애정적인 면의 관심이 있었던건 아닌데 말입니다.
 
다만. 그애와 말로는 통하는건 진정 거의 없어도. 그애와 서로 뭔가를 나눠보려고 손짓발짓까지 동원하면서 애를 써대던 과정에. 저는 진정 그애가 편했었습니다. 일생을 두고 생각해볼때 정말 잠시 본것에 지나지 않지만. 진짜로 그애가 아주 편했답니다. 아마 제가 아는 여자들 중에서 저를 가장 편하게 해주는 여자들 중 한명이였다고 추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링링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에게조차도 안하고 몇몇 친구들에게만 중국여행 다녀온 뒤에 해주었는데.
 
링링을 좋게 말하는 친구들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때 참 씁쓸했습니다만. 친구들이 그렇게 그녀를 씹는다 해도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하달수 있는 반응이었고. 또 저도 링링을 한점의 의심도 안했다고 할순 없기에 애꿏은 술잔만 계속 들이내려댔지요.
 
친구들은 입을 모아서 말했습니다.
 
넌 당한거라고. 그건 의도적이었을거라고. 여행 막 온걸로 보이는 해외객이 돈좀있을거라고 생각되고 어리버리해보이고.
 
순진해 보이니까 다가가서 돈 뜯어먹은거라고. 절 이용해서 고급 주점을 간것이라고 말입니다. 그애가 보여준 행동 자체가 온통 다 접근하는 여자들이 흔하게들 쓰는 수법으로 해석된다고말이죠.
 
제가 당한게 아니라고. 그 애는 진짜 순진한, 바보같이 여겨질정도로 착하디착한  한명의 중국 여학생이었던거라고 말해주는 애들이 정말 단 한명이 없더군요.
 
물론 그렇다 해서 친구들을 탓할수만도 없는 입장이었으니까 꽤 슬펐지요.
 
뭐 암튼...그녀는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해도 처음으로 제 손목을 잡아주고, 제 입에다 과일을 최초로 넣어준.
 
귀여운 한명의 여자애였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녀가 진정 순진한 여자애였을 뿐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고 마음의 저울추를 기울여주는 쪽이랍니다.
 
링링의 핸드폰 번호는 아직 지워지지 않고 지인들의 목록 안의 한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따금씩은 그녀의 이름과 번호를 살면서 바라봐보곤 합니다. 제가 훗날 중국에 또 갈일이 있다면..되든 안되든 전화는 또 걸어보고 싶다면서.
 
몇년 전에 한번 봤을뿐인 그녀를 아직도 근근히 추억해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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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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