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맥 헌내기의 캠퍼쓰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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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아이들은 결혼도 안 한 사이에 서로 서방, 아내 이렇게 부르는 게 참 우습습니다.ㅎ
저도 요새아이지만서도.
한 때 헤어진 여자친구가 그 남자친구랑 서방, 아내 쓰는 걸 보고 속으로 그렇게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제가 여자친구랑 여보야(문자로는 엽오야) 하고 있네요.
마치, 밝가버슨 아해들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으로 왕래하며
밝가숭아 밝가숭아(잠자리) 저리가면 죽나니라 이리가면 사나니라
부로나니 밝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처럼.
전에도 지금 여자친구에 대해서 두 번 쓴 일이 있습니다.
(차려준 밥상 이야기 비오던 날 그녀의 집)지금은 지웠지만;
참 쓰고 싶은데, 그녀가 이 곳을 알게 돼버려서 안타깝네요.
그 대신 헤어진 여자친구 얘기나 좀 해보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헤어진 사람 이야기는 서로가 안 한다고들 하는데
저랑 그녀는 서로 얘기를 했습니다. 그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고요.)
저는 좀 연애 경험이 없는 편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뭘 하고 살았는지 참.
게다가 그나마 있는 경험도 차이고, 차이고, 또 차인 경험 밖에 없어서 별로 건질 게 없었네요.
헤어지자고 할 때처럼 지옥같을 때가 또 없죠.ㅠ
저는 딱 사춘기 소녀같은 순정파입니다.
심지어는 헤어진 여자친구와는, 같이 누워있는데 그 애가 제 손을 잡아준 것만으로 넘어갔습니다.
참 쉽죠.
뭐 참 별 거 아닌 거에 홀딱 넘어가서는.
저는 조금 헌내기였고, 그 애는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였습니다.
그 때의 저는 시험 전날에도 그 애 MT하는 곳 근처까지 따라가서 밤 늦게 만날 정도로 엉망이었죠.
그래서 그 애가 이제 시험 공부하러 가라고 저를 막차 버쓰에 태워보내면서 뽀뽀를 해줬는데
그게 더 운행하지 않는 버쓰였고 저는 택씨비가 없어서 다시 그 애에게 갔습니다.
부끄럽게도;
갔더니 하는 말이 뽀뽀 안 해봤냐 너무 서투르다.(네, 그래서 다음에 그 애가 키쓰하는 걸 가르쳐준다고… 그게 첫 키쓰였습니다)
결국은 그 애가 준 택씨비로 집에 왔습니다. 물론 시험은 망쳤죠.
처음에 그 애는 자기는 여자친구인데 우리는 사귀는 건 아니라는, 그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무슨 얘긴가 하면.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자유연애, polyamory를 말하는 거죠.
그리고 또, "자 우리 사귀자"라고 말하고 날짜 세고 하는 게 어린 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고 해서요.
저는 감정적으로는, 여러 사람과 한꺼번에 깊은 관계를 맺는 건 못 하겠지만, 자유연애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러니 참 자유롭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서로 동거할 생각도 약간 했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못 하게 되긴 했지만.
뭐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그 때를 돌이켜보면 저는 참 어렸다는 생각만 듭니다.ㅎ
나이 드신 분들은 "문란하다!"라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어린 입장에서는 보수적이지 않아서 참 자유롭고 좋았다는 느낌입니다.
(피임만 잘 하면 되죠!)
하루는 광화문 밤거리를 그렇게 껴안고 돌아다녔습니다.
그 애는 모텔로 가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으나, 저는 모텔에 가본 적도 없고
왠지 굉장히 부담할 수 없을 가격일 거라는 생각에 선뜻 용기를 못 냈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그렇게 밤거리를 헤매기만.
여자가 원하는 것 같으면 남자가 한 번은 턱하고 갈 수도 있는데
참 소심한 남자같이.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 애가 학회 일일주점이 밤늦게 끝나고, 그걸 기다려서 만났는데
잘 데가 마땅치 않아서 제 동아리 방, 그 누추한 데서 둘이 잤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애는 결벽증이 좀 있었습니다.
그런 애를 데리고 그 더러운 동아리 방에서 잤다니, 참 싫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헤어지게 됐을 때 좀 씁쓸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려던 얘기는 이거였는데요.
그 애가 해외 여행을 잠깐 다녀온다고 해서 공항에 마중을 나간다고 했는데,
오지 말라고 해서 안 갔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한참을 안 만나주다가
만나서는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친구처럼 지내자 뭐 이런 내용의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차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행가기 전부터 이미 저에겐 별 마음이 없었던 듯 합니다.
국제전화를 건 건 저에게로가 아니고, 이따가 나올 남자친구에게로 였으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라고 인천에서 하는 게 있었습니다.
차이기 한두달 전에 그 애와 미리 예매를 해두었는데
어떤 공연이냐하면, 한 사흘동안 지정좌석없이 스탠딩으로, 두개 스테이지에서 동시에 아침부터 밤 새고 새벽까지 하는
그런 페스티벌입니다.
그 애와 사흘동안 보러가려고 모텔도 잡아보려고 알아보고 그랬는데요
결국은 그 애가 하루만 보러가자고 해서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저에게 페스티벌에 오지 말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차인지 며칠 안 돼, 거기서 그 애랑 그 애 남자친구를 보게 됐습니다. 그 넓은 데서 마주치다니 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사실 그 남자친구도 그 애가 저에게 소개해줘서 저도 알고 있는 애였습니다.)
저는 이제 혼자인데 둘이 그렇게 꼭 붙어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참담하더군요.
저는 처음부터 그 애가 자유연애를 얘기했기 때문에 다른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그 애도 다른 남자가 더 좋아졌다면 그렇게 사실대로 얘기를 해도 내가 충분히 이해를 해줄 수 있는데,
왜 그걸 숨겼냐하는 데 좀 실망이 컸습니다.
친구들은 네가 속았다, 혹은 그 애는 말만 그렇게 한 거다 이런 얘기를 하지만,
적어도 저는 진심이었습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저에게 깨끗하게 헤어지자고 하는 건 참 어떤 면에선 결단력있고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봅니다.
제 입장에서는 마음이 좀 아프긴 하지만요.
사실대로 얘기만 해줬어도 괜찮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웠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로 그렇게 자유연애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나 그 애나, 연인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됐고, 다시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전까지 잠시 만났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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