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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와이프와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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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671 회 작성일 24-03-31 07: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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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그러니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 마지막 날이었네요.
와이프와 함께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와이프의 비행스케줄 때문에 어제 저녁 마지막 날에 비로소 함께 분향소에 갈 수 있었습니다.
 
서로 손을 마주 잡고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면서 분향소로 향했죠.
저나 와이프나 요 며칠 동안 좀 몸이 좀 피곤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가시기 전에 분향이라도 드리자고 얘기가 됐죠.
 
분향소가 보이고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 체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 문구가 보이자,
갑자기 마음이 착잡해지면서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더군요.
 
이미 많은 분들이 모여서 나눠주는 국화를 들고 "근조"라고 한자로 씌어진 리본을 가슴에 꽂고 줄을 서서는
기다리고 서 계시더군요.
 
차례가 다가오신 분들은 모두 분향을 하시고 국화를 바치고, 절을 하시고....
경건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감동을 느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숙연해지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저 우두커니 서서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와이프도 별 말이 없더군요.
그냥 제 곁에 함께 서서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쪽만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제 앞에 서 있는 어린 꼬마가 자기 엄마로 보이는 분에게 말하는 것이 들립니다.
 
"엄마, 그런데 자살하면 지옥에 가잖아요?"
 
그 아주머니가 당황하시면서 아들의 손을 쥔 손을 쎄차게 흔들면서 주의를 주더군요.
꼬마아이가 당황하면서 다시한번 말하더군요.
 
"맞잖아요!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고 목사님이 그러셨어요!"
 
그 아주머니가 "조용히 햇!" 하면서 나즈막하지만 매서운 소리로 아들을 살짝 윽박지릅니다.
그리고선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그러는 거였습니다.
 
"착한 일을 많이 하시고 힘없는 사람들을 많이 돌봐주신 좋은 분이셔서 지옥에 안 가셔."
 
꼬마아이는 그런가...? 하는 의문이 담긴 얼굴로 말없이 뭔가 생각하는 눈치고....
 
저도 곁에서 그들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뿐, 머리 속에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더군요.
다만 머리 속에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라는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곁에서 함께 차례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 나누는 얘기들이 들려오고....
그들의 얘기에 몰래 귀 기울이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 곁을 바라봤습니다.
 
제 와이프가 눈물을 흘리고 있더군요.
두 눈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오른 손을 들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지만, 그래도 또 얕은 눈물 두 줄기가 뺨을 타고 이내 흘러내립니다.
뭔가 북받쳐 올랐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러워서 오른손으로 쥐고있던 와이프의 왼손을 꼭 잡아줬습니다.
 
우리 차례가 다가왔고, 와이프가 국화꽃을 올리고, 제가 분향을 했습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서는 함께 다른 사람들과 다같이 절을 올렸습니다.
 
와이프는 국화꽃을 올리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 속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더군요.
뒤로 물러나면서도 시선은 계속 영정 속 모습에 꽂혀 있었습니다.
 
절을 올릴 때 정말 매우 천천히, 그리고 매우 공손하게 절을 올리더군요.
마치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에게 올리듯이 그렇게요.
 
그리고 절을 마치고선 또 눈물을 주르륵 흘립니다.
그리고선 영정 곁에 서서 상주노릇(?)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군요.
와이프가 어찌나 공손하고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하는지 그분들도 맞인사를 하면서 어떤 분은 의아해 하시는듯한 모습...
 
저 또한 와이프가 왜 이리 공손히, 경건하게 돌아가신 분을 대할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은 분향소 곁으로 물러났고, 와이프가 옆의 벤치에 잠시 앉더군요.
 
그러고선 사람들이 줄을 서서는 기다리고 분향을 올리는 모습,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크게 씌어진 그분의 유언 등등을
매우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고개를 숙이고선 흐느끼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저도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와이프의 등을 토닥토닥거려 줬습니다.
울지말라고... 왜 이리도 많이 우느냐고 달래줬습니다.
 
와이프가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우리 둘은 거의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와이프에게 무슨 말을 걸어볼만한 분위기가 아니더군요, 제 마음도 마찬가지로 우울해졌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와이프가 너무 지쳐있는 듯 했습니다.
걱정이 되더군요.... 너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갔는데, 현장을 보니 우울해져서 그런걸까 염려가 됐습니다.
 
우유 한 잔 따라주고선 괜찮냐고 등을 토닥토닥 거리며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했습니다.
너무 울길래 깜짝 놀랐다고 왜 그랬냐고 그랬습니다.
 
와이프가 나중에 좀 진정이 됐는지 그러더군요.
 
"난 사람들을 막는 쪽에 있었으니까... 사람들의 저런 (진지한)모습을 보고 그 때 생각이 나서...
노 대통령님한테도 사람들한테도 너무 미안해서.... 나도 모르게 북받쳐 올라서...."
 
대충 이런 얘기였습니다.
그제서야 확실히 알 수 있겠더군요.
 
와이프는 지금은 항공사 승무원을 하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경찰로 일했었으니까요.
작년에 제가 촛불집회에 참여할 때만 하더라도, 제 애인이었던 와이프는 경찰 신분이었죠.
 
그 때 와이프는 원하든 원치않든, 좋든 싫든을 떠나서 현정권의 방침과 경찰상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몸이었으니까요.
 
제 와이프.... 영어도 잘하고 해외에도 많이 나가봤고... 우리나라의 자유와 민주화를 사랑하는 젊은 여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과는 다른 행동을 하도록 지시를 받아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몸이었죠,
적어도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얽매여 있는 몸이었죠.
 
물론 그 때문에 경찰직 포기하고 다시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어버린 것이긴 했지만....
 
뭔가 여러가지 복잡하면서도 착잡한 심정들이 얽히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눈물이 흐르더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소 띈 영정사진과 사람들의 경건한 모습을 보고선 눈물이 막 쏟아지더랍니다.
 
뭔가 미안하고, 죄송하고, 사과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에서요....
인정빚이라는게 너무나도 무서운 것 같다고 그러네요.
 
그때는 어쩔 수 없었잖아...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위로해 줬습니다.
 
와이프 몹시 피곤하다면서 샤워를 하고나선 곧장 잠이 들어버리더군요.
그렇잖아도 피곤한 몸... 거기에 스트레스까지 겹쳐버렸으니 노곤한 육체와 정신은 저절로 잠을 찾게되었나 봅니다.
 
혼자서 푹 쉬게 해주고 싶어서 전 그냥 나중에 다른 방에서 자버리고 나왔습니다.
 
제 와이프 악몽을 꾸진 않았겠죠? 달콤한 꿈을 꾸면서 모든 것을 잊고 단잠을 이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근심 없는 저 세상에서 편히 쉬시기를 기원하고,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모든 분을 축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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