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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모든 무덤엔 핑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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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892 회 작성일 24-03-31 06: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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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벼운 마음으로 인삿말을 올린 것 뿐인데...죄송합니다.
기대치를 너무 높이신 듯 합니다만...그냥 원래 쓰려던대로 쓰겠습니다.

...


10년 전 저라는 사람은 결벽일 정도로 남녀관계는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쌀쌀한 3월 밤 11시 자유로의 갓길,
그녀를 무작정 집에서 끌고 나와서 드라이브를 시켜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축구선수 ㅈ을 사귄다는 탤런트 ㄱ을 처음 KT CF로 접하고서는 그녀인 줄 알고
숨이 멎는 줄 알았었던...그녀의 생김새는 그랬더랬는데...

Cars의 Drive, Chris De Burgh의 Lady in Red, Sam Brown의 Stop...
드라이브때 음악 선곡이 얼마나 중요한지 따로 말씀 안드려도 되겠지요?
(빠라빠바나 샤방샤방 같은 노래가 차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면..
"왜 여자들이 저를 싫어할까요" 같은 질문을 던질 이유가 없으실 것 같습니다. ^^)

당시 결혼을 종용하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얘기해줬던것 같습니다.
동시에 매일같이 음료수에, 손수 만든 과자에, 좋은 글귀들을 메일로 보내주던
그녀에게 내 상황이 어떠한지 말해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냥 옆에만 있게 해줘."

조수석에 앉아있던 그녀는 이 말과 함께 머리를 내 무릎에 파묻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려 차 안에서 뜨겁게 키스를 했습니다.

한참 눈물만 흘리던 그녀를 오피스텔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독립한 이후에 갖은 빌미로 아직 여자친구도 들어오지 못했던...


그 오피스텔로 데려와서 가운데 눕히고 옷을 하나하나 벗겨나갔습니다.
옷을 다 벗기고 하나가 되려는데...
 
"잠깐만..."
화장실에 뛰어들어갔다 오더군요.

"됐어요. 이제..."

삽입을 하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이물감...아프더군요.
살정제였습니다.
뒷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었을 때 끝내야 했습니다.
앞뒤 분간 못하고 밤새 섹스에 몰두했던 그때의 후회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위세척에, 정신병원에, 헐리웃 액션에 속아서 응급실을 들락날락하다
양치기 소녀라고 무시했더니 진짜 내출혈(난소파열)로 영동 세브란스에서 쇼를 했던 일...
칼로 손목을 긋는 경우야 흔한 클리셰지만 엄지손가락 밑둥을 그어 뼈가 보이는 경우는
그 전후로 들어본 적도 없었을 분더러
보고나면 왠만한 슬래셔 무비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볼 수 있게 되는 장점은 있더군요.
이런 건 그 다음 1년 간의 악몽의 몇 개 조각일 뿐입니다.

미국 서부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갈거면서 입학 3개월 전 동부로 어학연수를 가서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니다다를까 가자마자 유학 온 또래 연수생을 꼬셔서 동거를 하더군요.
그리고 아틀랜틱 시티의 호텔방에서 찍은 반라의 커플 사진들을 당시에는 생소했던
싸이 미니홈피에 올리는 용감함.
 

거두절미하고 햇반, 과자류, 밑반찬류를 싸서 EMS로 보내주고,
잘 받았다는 짤막한 답장에 "그게 내 마지막 성의 표시"라고 적어 결별을 통보했습니다.
곧바로 메일이 날라오더군요.


"나 지금 울면서 이 글 쓰고 있어. 난 아직도 오빠를 사랑해.
오빠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제발 나한테 이러지마."
 

헌데 그 이메일을 보낸 시간과 30분도 안지나서
남자친구에게 쿠키를 만들어줬다는 내용의 일기를 싸이 미니홈피에 올리는 대담함?


...

그런 그녀가 결코 사악한 여자는 아니었겠지만
저는 그 이후에 여자를 믿지도, 기대지도, 바라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1년 간 그 여자와의 에피소드만 모아도 대한민국 최고의 막장드라마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그 여자가 막장이라고만 생각했던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보니
진짜 막장이 되어버린 건...저였습니다.

...

이 글은 저의 비뚤어진 삶과 이성관에 대한 최소한의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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