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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시리즈 들이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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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3 회 작성일 24-03-31 03: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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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설입니당.
 
 
아래에 재미있는 지하철 경험담을 보다가 언뜻 제 경험이 생각나서 올립니다. ^^
 
 
아마 대학교 2년 때 였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평소처럼(?) 술을 거나하게 걸치고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이었습니다.
 
요즘엔 지하철이 꽤 늦은 시간까지 다니지만, 그때만 해도 막차가 10반에서 11시 사이에 있었어요.
 
사실 대한민국의 11시면 훤한 대낮이요, 이제 막 늑대와 여우들이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그 시절 막차는 언제나 술자리 파하고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
 
혹은 2차, 3차 원정 가는 사람들로 만원이었죠.
 
그래도 그날은 운좋게도 덜 북적이는 칸에 올라타서 구석 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술도 마셨겠다, 따끈한 히터가 엉덩이 밑에서 훈훈하게 올라오니 잠이 슬슬 오더라고요.
 
 
한창 재미나게 선잠을 즐기고 있다가 문득 맞은 편에 저처럼 꾸벅 꾸벅 졸고있는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검정색 투피스에 하얀색 셔츠를 입고 검정색 힐을 신었는데, 복장으로 보니 뭔가 커리어 우먼의 포쓰가 풍깁니다.
 
요 아가씨도 술을 잔뜩 마셨는지 처음에는 끝자리 봉에 기대어 자는 듯 하다가 점점 자세가 무너지더라고요.
 
 
" 에이고~ 깔끔해 보이는 누나가 참... 안쓰럽네 "
 
처음엔 졸리기도 하고 그저 이쁜 누나의 흐트러진 모습을 하니 안타깝기만 했지요.
 
그런데...
 
머리가 옆으로 무너지면서 자연히 몸의 힘이 스르르 빠지는가 싶더니만
 
결국은 다리가 슬슬~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 헉... "
 
 
그렇습니다.
 
검은색 스커트 사이로 미끈한 두 다리가 양쪽으로 벌어지더니...
 
뭔가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는 건지 안보이는 건지...
 
당췌...
 
 
남자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이건 뭐... 보이는 건지 안보이는 건지
 
분명 팬티는 하얀색인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거라곤 검은 그림자 뿐...
 
단지 머리 속에서 "보인다! 보인다!"를 연발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XX한 XXX를 상상하는 그 심정.
 
순진했던 저로써는 잠이 확! 달아나버리는 아찔한 순간이었죠.
 
 
뭐,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지성인이자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앞의 누님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회사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고객을 모신 접대 자리에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폭탄주를 말아드셨을 텐데...
 
(지멋대로 미화중)
 
그런 산업역군 누님한테 불경한 마음을 갖다니... 안될 일이지! 암!!
 
하며... 불편한 눈길을 이리로 저리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쁜 누님의 흐트러진 모습은 보기 좋다기 보다는
 
맞은 편에 앉은 어린 학생에게는 그저 민망할 따름이었어요.)
 
 
사실 여기까지면 그냥 "순진한 대학생, 연상 누님의 흐트러진 모습에 두근두근 순애보" 정도로 끝났겠지만.
 
그때 애써 누님의 다리 사이를 피하던 제 시선과 마주친 한 남자의 시선으로 인해
 
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경험은 파경으로 치닫고 맙니다... ;;;;
 
 
누님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 사내.
 
가운데 머리를 반쯤 들어내신 대략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한 건장한 아저씨.
 
동네에 꼭 한명 있을 법한 가늘고 얍삽한 눈매를 한,
 
" 담배가게 김씨가 이번에는 마산댁이랑 놀았다더라. 어머, 어머, 증말?? "
 
같은 수근 거림을 뒤로 한 채 음흉한 웃음을 띠고 골목길을 활보할 만한...
 
그런 사내.
 
 
아무튼, 호감이 가지는 않는 그런 느낌의 그 아저씨와 눈이 딱 마주친 난,
 
그 가볍고 얍은 눈이 곧바로 나를 향해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그리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챘습니다.
 
 
" 좋아? "
 
" ...... "
 
 
아놔.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얼굴이 화끈 화끈 죄진 기분인가.
 
이봐.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속물이 아니야.
 
당신 옆의 불쌍한 누님에게 음탕한 마음은 조금도.... 조금은....
 
조금만 가졌다구 ;;;; !!!!
 
 
나는 짓지도 않은 죄를 변명이라도 하듯이 천장이며 바닥을 쳐다보다
 
다시금 힐끔 그 사내를 쳐다봅니다.
 
 
" 씨익~ "
 
 
헉!! 웃었어! 분명히 웃었다!
 
제기랄~!!! 아니야~!! 난 달라~~!! 당신과는 다르다구~!!!
 
 
" 씨익~ 좋은 게 좋은 거지 젊은이~ "
 
 
결국...
 
두어 정거장이 지나고
 
담배가게 김씨(...일지도 모르는)가 내리면서
 
 
" 긋 럭~ 찡긋! "
 
 
하는 표정으로 힐끗 바라보고 내릴 때까지...
 
순진한 청년은 안절부절 얼굴을 붉히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누님에 대한 설레임은 잊은지 오래지만.
 
 
그 사내의 눈빛은
 
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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