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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앞집의 유인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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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964 회 작성일 24-03-31 02: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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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기론 비단결 같이 곱고, 맑고 섬세하기론 유리알과 같은 심장을 가진 지성인- 에 속하는

나는 몇해전 여기 양재천이 흘러 지나가는곳에 위치한 이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도시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대부분의 서울시내 지역이 그렇듯이 이 작은 마을도 대한 민국의 좁은 땅 덩어리임을 몸소

증명하듯 주택 단지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는데, 그말인 즉슨 내가 아침 햇살에게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창문을 열때 마다 건너편의 이웃과 원치 않는 인사를 해야하는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그녀석과 난 그렇게 15미터폭의 거리 사이에 두고 창문을 마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15미터의 폭이란 것은 사실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 거리이면서 상대방에게는 왠지

훤히 보일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리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지만

한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한없이 신경 쓰이는 애매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언컨데 지난 두해간 그 집에 살고 있었던 사람은 여자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두해동안 난 창문 열기의 기싸움에서 한번도 진적이 없기 때문에...

늘 의식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난 내심 나의 승리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의 그런 은밀한 자부심도 "그"로 인해 산산히 부숴져 버렸던것입니다.

그가 이곳으로 전입 해 온것은 아마도 한달 정도 전일 것으로 추정되고

건너편의 창문이 대범하게 열려 있던게 그때쯤 부터였던것 같습니다..

 

이전의 생활과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 난 여전히 창문을 열어두고
무심하게 그리고 지성인답게 유유자적 나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난 섬세하지만 당당함 삶을 지향하므로 창문을 열어 제끼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것입니다.

 

그러던 화창한 어느날, 따사로운 햇빛에 이불을 널고 싶은 마음에 베란다로

나간 순간 난 첫번째 패배를 하고 말았습니다.

아놔~ 그시퀴가 발가벗고 제 베란다를 제 안방 활보 하듯

딸랑거리며 활보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난 기겁을 하며 재빨리 블라인드를 닫고 내 시야에서 그를 씻어내려 애썼습니다.

같은 남자인 주제에 "봄처녀 나물 뜯다가 석호필 훔쳐보는 소리 하구 앉았다" 라고 한다면

난 다시 한번 내가 섬세한 지성인임을 언급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게다가 남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여자에게 호기심이 줄어드는 만큼 남자에 대한 이유 모를

거부감도 커지는 법 아닙니까

그뒤로 내 창밖의 삶 대부분은 블라인드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고 가끔 베란다에 볼일이 있을

때마다 늘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켜야 했습니다.설레임과는 전혀 다르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나뭇잎 한장 걸치는 것조차 번거로워 하는 그 유인원에게 어울리지 않는 취미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밀리터리..

12시를 넘긴 고요한 밤, 그녀석의 집에서 쉴새 없이 울려퍼지는 따발총 소리와

수류탄 소리를 난 자주 듣곤 하는데
폭발음의 횟수를 대략 초시계로 잰후 평균을 내보면 그것이 영화가 아니라 게임

사운드임을 간단히 예측을 할수 있었습니다.

 

 

 

내세울만한 거라곤 "고요함"뿐인 이 동네가 가진 단 하나의 미덕 그 유일한 아름다움을

그녀석은 무참히 짓밞아버렸습니다

고성능 아마도 5.1ch급 씨어터로 밀리터리 게임을 즐기는 유인원이라니....이것이야

말로 "부조리" 아닌가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바로 얼마전의 일인데..

 

왠일인지 총과 수류탄을 쏘지 않는 그녀석에게 내심 감사하며 단잠에 빠지려는데 아마도

아흔 두마리째의 양이 말뚝 위를 넘어서고 있을때 쯤 난 괴상한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야만 했습니다.

 

처음엔 선잠중의 악몽과 겹친 환청이라고 여겼는데,

잠에서 완전히 깨고 난 후에야 선명하게 들리는 그 소리에 집중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출중한 외국어 실력과 풍부한 경험(?)으로 그 소리 안에서 "일본어"를 추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야메떼!키모치~라뇨

그 유인원은 새벽 두시에 가까운 고요하고 야심한 밤에 창문을 활짝 열어 제낀채 웅장한

사운드로 야동을

감상중이었던 것이였습니다.

 

 

이 상식을 뛰어넘은 자유로운 영혼이여~

상상할수 있겠습니까?

 

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급의 유인원은 단지 외모가 호모 사피엔스에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지역에 거주하며, 나뭇잎 한장도 걸치지 않고 베란다를 활보하고, 고성능 씨어터를

이용하여 늦은 밤엔 밀리터리 게임에 열중하다가 모두 잠든 새벽엔 야덩을 즐긴다.

 

부조리입니다.과거의 그 어느 위대한 철학가도 인지하지 못했던 왕중왕 부조리..


물론 야덩 감상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전에 충분한 사전 준비 창문과 방문을 모두 꼭꼭 잠궈주고 스피커의 볼륨을 최대로

낮춰주는 센스 쯤은 해줘야지

비로소 현대인의 양식에 근접했다고 말할수 있지 않습니까

 

정의사회 구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저 원숭이를 데려다가 혼내주고 싶다. 가르쳐 주고 싶다. 그리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싶다...

야동을 보기위해 준비해야할10가지 상식을..그리고 우리는 결국 자유와 평등의 양립속에서

몸부림 칠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물론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관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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