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시절...그 때의 그녀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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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시간에 잠시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가수 이정 씨의 해병대 훈련모습 사진이 나오더군요.
사회에서의 연예인 신분을 잠시 떠나서 늠름한 해병대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당당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짧은 순간 흐뭇한 기분을 느끼며, 잠시동안 군대시절을 돌이켜봤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있죠,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사람마다 군대시절의 추억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겠지만,
저의 경우는 군대생활을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한 편이고, 그 덕분인지 즐거운 기억이 참 많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궂은 일도 있었고, 씁쓸하고 아쉬운 일들도 있었죠.
군대시절에 알게된 한 여자가 생각납니다.
대부분 겪어보셨겠지만, 내부반 동료들 중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죠,
그리고 그 중에는 꼭 플레이보이가 한두명 씩은 섞여있게 마련이죠?
제 동기중에 플레이보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 저희 내무반에서 면회오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은 저였고, 이 친구가 두번째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두사람이 여자를 대하는 스타일은 매우 달랐습니다.
저는 상대인 여자를 비교적 존중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카사노바(?)였습니다,
어디까지나 섹스를 통한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추구하고, 상대인 여자와 진지하게 발전하는건 싫어했죠.
비교적 쉽게 호감이 가는 미남형이었고, 말빨이나 붙임성도 썩 좋았습니다.
하지만 목적은 어디까지나 마음에 드는 여자와의 관계 그 자체였죠.
일단 여자와 관계를 가진 후에는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막 대하는 경향이 있었고,
특별히 아껴주거나 존중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떤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 그 여자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어떻게 꼬셨는지,
그리고 관계를 가질 때의 그 여자애의 반응이나 섹스스타일도 내무반 동료들에게 즐겨 들려주곤 했죠.
혹시라도 상대여자와 심한 말다툼이라도 나면 상대여자의 귀싸대기를 날리기도 하고,
꼭 "창녀같은 년!"이라는 등의 막말을 퍼부어대곤 했죠.
저는 녀석의 스타일이 싫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의 일이니만치 제가 관여할 순 없었습니다.
저도 대인관계나 붙임성은 좋은 편이라, 녀석과 동기로서의 사이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X라는 여자애가 그 녀석의 여자 중 하나였죠.
X는 그 녀석을 몹시 좋아했습니다.
X는 하얀피부에 꽤 예쁘게 생긴 호감가는 얼굴, 키는 167정도였고, 몸매도 착한 편이었습니다.
당시 녀석과는 다른 대학에 다니던 애였습니다.
녀석은 군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 애와 사겼고, 둘의 관계는 우리 군생활 말년까지 2~3년정도 지속됐죠.
X는 녀석을 몹시 좋아하면서 자신의 애인이라고 굳게 믿었고, 결혼상대로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맹목적인 헌신과 사랑을 다 바쳤죠.
하지만 동기녀석은 그녀를 어디까지나 섹파로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동기녀석이 거쳐간 여자들 중에서 X가 가장 순종적이고 맹목적이었기에 끝내 놔주지는 않고 있었죠.
X가 워낙 자신에게 잘하고 순종적이었으므로, 어느 순간에는 진심으로 생각해 줄 때도 있었고요.
다른 여자들에게도 작업을 걸고 일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일이 제대로 안풀리거나 스트레스가 쌓일때면
동기녀석은 언제나 만만한 X를 부르곤 했습니다.
그러면 동기녀석에게서 연락이 없다며 풀이 죽어있던 X는 또 싱글벙글 부대까지 찾아옵니다.
그럼 동기녀석은 또 달콤한 감언이설로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고, 또 슬슬 꼬셔대기 시작하죠.
X가 면회와서 외출이 허락되거나 외박을 하게되면 늘 섹스를 하고선 X에게 용돈도 요구하고,
내무반에 치킨이나 과자류같은 간식도 넣어달라고 조르고, 그러면서 내무반 동료들에게 으시대곤 했죠.
"그년은 내 말이라면 언제라도 껌뻑 넘어가는 년이니까 문제없어 ㅋㅋㅋ~"
"할 때 소리 좃나게 질러, 이번에도 내가 반 죽여놓고 왔잖냐, 푼수라니까 ㅎㅎㅎ"
심지어는 내무반 쫄병들에게 이런 말까지 내뱉았죠.
"X먹고싶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 내가 한번 넘겨줄테니까. 아니면 너희들 전부한테 한번 돌릴까?ㅎㅎㅎ"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그래도 나이 스물이 넘었으면 이런 유치함은 좀 가라앉혀야 하는것 아닙니까?
물론 저도 가끔씩 듣기좋게 충고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죠.
저도 면회와서 녀석을 기다리던 X와 둘이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말빨이 꽤 좋은지라, 그 애는 저에게 짧은시간이나마 상당히 호감을 느낀듯 했고,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저는 몇가지 판단을 할 수 있었죠.
첫째, X의 성격은 상당히 순수하다는 것.
둘째, X는 외로움을 굉장히 심하게 탄다는 것, 그래서 자신에게 거짓이었지만(?) 잘 대해준
제 동기녀석에게 빠져들자 엄청난 집착에 빠졌다는 것.
셋째,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어려서부터의 가정환경이나 성장배경이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넷째, X는 제 동기녀석의 심심풀이 땅콩에 섹파노릇이나 하다가 내버려질 이유가 하나도 없는 애라는 것.
솔직히 X가 애처로웠습니다.
동기녀석에게 어떻게 희롱당하다가 어떻게 버려질지가 보였기 때문이죠.
아무것도 모른채 혼자만의 착각 속에 빠져서 헤매고 있는 그녀를 깨워주고 싶더군요.
우리도 상병으로 진급하고 그러던 어느 날부터 동기녀석은 X를 만나주지 않았고,
한동안 X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날 동기녀석이 저에게 편지를 한장 주더군요, X가 보낸 내용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답니다.
"아~씨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못하겠어, 씨팔년이 나 놀리는건가?"
제가 받아서 읽어보니 나름대로 말을 돌려가면서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있더군요.
우선 결론은 동기녀석을 단념하겠다는 이별의 편지였습니다.
"이별편지네, 이제 너 안기다리고 놔주겠다는 내용이잖아."
"그래? 미친년이 드뎌 단념했군, 요즘애들은 이래서 좋다니까, 하하하하하!!!"
동기녀석이 좋다고 박수치면서 깔깔대더군요.
그런데 글 속에는 또 하나의 메세지가 들어있었고, 저는 여러번 읽어보면서 그 내용을 알아차렸죠.
X는 동기녀석의 아이를 가졌고, 병원가서 애를 지운겁니다.
글 속에 그런 메세지를 말을 돌려가면서 밝히고 있었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최악의 결과가 나온겁니다.
X는 그렇게 동기녀석에게 철저하게 섹스노리개로 취급당했고, 희롱당했고,
아이를 가졌고, 아이를 지운겁니다. 그리고 떠나간 겁니다.
제 심정이 착잡했습니다.
철모르는 동기녀석이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고, X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몇 개월이 더 흘러 병장이 되고, 우리가 제대할 날도 점점 다가오고 있었죠.
동기녀석은 휴가를 나가서 또 알게된 새로운 여자애에게 작업을 걸었고, 그 여자도 잘노는 여자였죠.
그 여자는 동기녀석을 섹파로 여겼는데, 우습게도 동기녀석은 그 여자를 정말로 좋아하더군요 ㅋ
심지어 동기녀석이랑 같이 휴가를 나가서 그 여자를 만났을 때,
제가 마음에 들었던지 그 여자애는 은밀히 저한테 작업을 걸어오더군요ㅋㅋ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또 소개할 수도 있겠네요.
어쨋든 이번엔 동기녀석이 그 여자애 손에서 놀아나다가 버림받았습니다.
동기녀석이 나름대로 꽤 충격을 많이 받고 실의에 빠져있길래, 제가 위로 좀 해줬죠.
그런데 한동안 풀이 죽어있던 동기녀석이 기분전환이 필요했던지 또 X에게 연락을 해서 꼬시기 시작했죠.
그리고 외박을 나갔다 돌아와서는 또 X를 만나서 마구 쑤셔주고 왔다면서 사람들 앞에서 히히덕거리는겁니다.
참 뭐라고 할 말이 없더군요, 그때는 그저 동기녀석이나 X나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우리도 제대를 했고, 동기녀석과 몇번 만났습니다.
녀석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햇수로 3년 전이었는데, 우리 둘이 술 마시며 놀고있을 때,
동기녀석에게 X가 전화를 했더군요.
X는 그때 이미 비교적 어린 나이에 다른남자에게 시집을 갔답니다.
그런데도 가끔씩 여전히 동기녀석에게 전화를 한다더군요.
건강도 묻고, 이것저것 여러가지...마음 속에서 녀석을 지울 수가 없었나 봅니다.
X 입장에서는 자신의 첫 정을 줬던 녀석이라서 잊지못하고 있었던 걸까요?
동기녀석이 담담히 X와 대화를 나누더니, "행복해라."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전화를 끊더군요.
그것이 그녀에 대해 제가 목격한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후론 바빠서 동기녀석과도 만나지도 못했고, 연락도 뜸합니다.
당연히 X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 수가 없죠.
X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가끔씩은 그녀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었습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 자신이 알고있는, 믿고있는 그 모든 사실이 비록 착각이었다 할지라도,
좋았던 순간만을 기억하며 지금이라도 행복하고 평온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