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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기를 뺏는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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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787 회 작성일 24-03-30 16: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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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흔적이 사라지며 아침이 밝아오면
간밤에 드리웠던 진한 요부의 흔적을 깔끔하게 지우려 거울앞에 서는 나.
한올한올 빗어서 곱게 묶은 머릿결과
초롱하고 맑은 눈매를 그윽히 바라보며
샤샤삭~
완벽한 현모양처의 조신한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건 주중의 아침을 맞는 내모습입니다.
주말이 되면 아침의 출발이 좀 달라지죠.
 
저희부부 술을 좋아합니다.
알콜중독이나 알콜의존증 뭐 거기까진 아니구요
우리 스스로는 애주가라 칭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쟁이라는 호칭을 붙여주더군요.
 

속궁합 안맞는 사람들이 결혼생활 하는거 참 힘들다지만
술궁합 안맞는 남녀가 겪어가는 결혼생활도 상상 못하게 힘듭니다.
내가 술쟁이고
남편이 술쟁이니
하늘이 맺어준 찰떡궁합에 몹시도 감사드리며 주어진 여건속에 최대한 만족된 결혼생활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금요일밤
적당한 음주를 하는경우는 평일보다 훨씬 진하게 꽤 많은 칼로리를 써가며 격한 섹스를 하게되고
토요일아침 날이 밝으면 헤롱롱한 상태에서 모닝섹스를 갖게되는데
몇년전부터 막연히 느껴온 아주 특별하고 규칙적인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술쟁이에게 숙취는 운명과도 같은것~
음주후 다음날의 아침섹스가 내겐 숙취를 제거해주는 타이레놀 두알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는겁니다.
잠을 깼을때만 해도 나른했던 몸과 무거운 머리,타는듯한 갈증까지도
섹스를 끝냈을땐 그야말로  충전만빵
파들파들 빳빳한 얼음물속의 파슬리 모양으로 급 싱싱해집니다.
氣의 교류가 분명히 있다는걸 인정하는 순간이죠.
 
몇년간 꾸준히 비몽사몽간의 음주섹스를 하다보니
어쩜 두사람 스스로가 몸을 이롭게 하는 최대한의 체위를 알아낸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침섹스가 얼마나 감미로운지 하면할수록 혀를 내두르게 감동적이더군요.
정신적 교감이 일단 신선하구요
햇살속에 비치는 서로의 몸을 가재미 눈으로 흘낏거리며 보는재미도 고소 그자체인데다
시작은 언제나 가볍게 끝내자는 마음으로 하지만
끝은 느끼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입술을 앙다물고 끝장을 봅니다.
아....
청순했던 산딸기양은 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졌나봅니다.
열번을 하면 최하 열한번의 올가즘은 느껴야만이 직성이 풀리는 후천성 섹녀로 자꾸만 진화하는 산딸기여사... 조금은 걱정입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의 절대진리는 애주가들의 가슴에 언제나 큰 교훈으로 자리잡고 있는 최대의 사자성어 입니다.
내가 술한테 잡아먹힌날....
그날은 남편한테 잡아 먹힐수도 없고
남편을 잡아먹을수도 없습니다.
술한테 먼저 몸을 바쳐버렸기 때문이죠.
두어달에 한번 정도는 꼭 이런날이 찾아옵니다.
술꾼들의 이유없는 반항이랄까....
마시고 죽자... 라는....
 
 
그 고통스러운 날이 오면
아침을 느끼고 눈을 뜨는 순간부터 생지옥이 시작됩니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드니 만취상태에도 다음날 늦잠이 불가하더라구요. 잠이 깨서 잠이 안오는겁니다.
머리는 깨지고 속은 쓰린채로 데굴데굴 구르는거죠.
이럴때
이여자가 사는법은
내 스스로 체득한 氣의 교류를 시도하는것입니다.
젊은서방님 기를 빼앗아 알콜에 초토화된 몸을 재생시키는거죠.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남편 품속으로 일단 머리를 디리밀어
가슴이며 겨드랑이며 닥치는대로 얼굴을 비비다가
꼬물꼬물
아래로 더듬어 내려가서는
약간만 부드러운 숲 언저리에다 코를박는거....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거짓말같이 머리가 맑아지고 술이 깬다는 내말에....  이의제기 하시는분 많을겁니다만
저정도의 술쟁이 되시는 여성분들 있음 따라해보세요.
참말인가 아인가... ㅡ.ㅡ
 
 

엊그제가 그랬습니다.
막바지 가을날의 쓸쓸한 바람소리에
정갈히 가다듬은 이한몸 술잔속에다 훌러덩 불살라 바쳐버렸더니
지옥의 일요일 아침이 비아냥 거리며 손을 흔들더군요.

눈을 비벼 뜨고
꼬무락 꼬무락
서방님 사타구니로
살기 위하여
얼굴을 파묻고 주문을 외웠지요.
 
 

살아난다
살아난다
(서방님 고추가 아니라 내 정신이 살아난다 라는 주문입니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30여분이 지났을까
먹구름이 걷히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드러나듯
맑아지는 머릿속과
침이 분비되며 생기가 도는 입안을 느끼며
남편의 아랫도리에서 분리되는순간

아...
살아났더군요.
생명이 붙어 있다는게 가장 경이로운 어떤현상
오늘도 젊은남자 기를 뺏어 살아났다!?
너무도 우아하고 길게 갖가지 포즈로 기지개를 펴며 감사의 마음을 남편눈속에 몇컷 박아주고
욕실로 들어가 렌즈를 끼는순간~
 
 
오후후후후후후...
이게 뭐야
이게 머시고...!
 
 
오마이갓... 
평생 남사스러워 입도 못떼어볼 별꼴을 다보았어요.
쪽팔려서 농담으로라도 어디다 말못할 정말정말 별꼴을... ㅜㅜ
 
 
왼쪽 눈 아래
광대뼈 위
꼬불꼬불한 털자국이 선명히 섬세히 찍혀있더군요.
마치 물고기 탁본을 뜨놓은듯 그 질감과 선명도가 혀를 내두르게 하는...
뿌리부분은 조금 굵고 끝부분은 바늘끝보다 가는...
어떤건 많이 꼬불하고 어떤건 좀 직모에 가깝고... 
털끼리 교차되고 엉겨있는 적나라한 형상이 너무도 정확하게...
학창시절 책상에 엎드려 만들었던 공책끝의 얼굴자국에 비하면 차라리 한폭의 예술품이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살고싶뉘...
술 안끊을거뉘...
우아하게 안살꺼니? 품위는 어쩔거니!
혼자 얼굴을 비비며 몹시도 많은 반성을 해본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스산한 계절입니다.
회원님들 모두 건강히 겨울나기를 바라옵고
氣주고 氣받는 건강한 성생활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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