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했던 첫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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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전히 순수하지만..
한때는 정말로 순진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남들의 자유분방한 애정사를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형 집에서 통학을 하다가 2학년이 되어서 학교 근처에서 하숙할 때
나머지 하숙생들이 워낙 화려한 편력들을 보여 줘서 주말 저녁만 되면 10명이 넘는 하숙생들 중에...
남자고 여자고 간에 저 혼자만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하숙집 아들인 형까지...그리고는 모두 새벽이 되면 한 명..두 명 들어와서는...
꼭 제 방을 들려 술 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제 방에서 술 파티가 벌어지곤 했습니다...
제 방이 워낙 커서 더블 베드를 놓고 책상 세 개와 책장 두 개를 놓고도 바닥에서 일곱 명이 잘 정도였으니...
자연스레 사랑방이 되어 하숙생들분만 아니라 친구, 선배들까지...
1년 동안 저와 룸메이트였던 1년 선배..이렇게 둘만 자 본 날이 처음 하숙집을 얻고 한 달쯤 빼고는 없었습니다..
하여간 그런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도..저는 나름대로 첫사랑에 대한 환상같은 게 있어서인지...
몸으로 대시해 오는 재일교포 아가씨마저 제가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했었습니다...
그렇게 순진한 시절을 보내고 군대 갔다가 복학한 후 뒤늦게 나이 26이 되어서야..첫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신입생을 두고 혼자 속으로 2년간을 지켜보다 고백을 했죠...
첫사랑에 대해서는 제가 근방에 올린 소설에 썼었으니 읽으신 분은 기억이 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여간 그때까지도 저는 키스라는 걸 해보지 않았었는데...
처음 고백한 날...조금 당황스러워하던 그 아이가...시간을 좀 달라는 말에...
실망에 빠져 둘이서 술을 마시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가...
문득 제일 가까운 친구한테 전화를 해 불러내 술을 한잔 더 마시고...
여자애는 그만 들여 보낼 생각에 카운터(칵테일 바였는데..)의 전화기 앞으로 가자..
다른 사람이 통화중이라 어쩔 수 없이..밖으로 나와 2층에서 계단을 내려온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갑자기 그 이후가 툭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오면서...
먼저 눈을 감고 있는 제 눈꺼풀로 주위 간판의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느껴지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저는 길거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눈은 안 떠지고 답답하고 더운 느낌이 들면서 조금씩 상황 판단이 되는데...
놀랍게도 뭔가 물컹거리고 따스한 게 제 입속에서 마구 춤을 추다가 제 혀를 당겨서 빨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느껴지는 게 제 목을 꽉 껴안고 있는 팔...제 입술에 느껴지는 너무나 말랑거리는 부드러운 입술...
제 몸에 찰싹 달라붙은 채 흐느적거리는 몸과 뭉클한 가슴....
그리고 제가 안고 있는 너무나 가늘면서도 유연한 허리까지....
이건 분명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다는 걸 처음이지만 확실히 알았습니다...
순간 저는 길거리에서 이러고 있다는 게 당황스러우면서도...
언제 제가 그 아이와 이렇게 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까의 실망감은 사라지고 가슴이 벅차올라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밤새 그러고 있고 싶었지만...길거리라는 상황 인식이 아쉬움을 주더군요...
할 수 없이 눈을 뜨고 떼어내려 했지만...무작정 매달려오는 그 아이의 반응에 기쁘면서도..
겨우 제 목을 안은 팔을 풀어내어 붙들고서는 이름을 불렀습니다...
" xx아.......아?.."
" 흐응~~"
다시 매달리려는 여자애를 붙들어 말리며 다시 얼굴을 확인하자...
놀랍게도 그 아이가 아니라 처음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술이 많이 취했는지 뭐라 중얼거리며 눈을 제대로 못뜨는 그 아가씨는...
언뜻 봐도 상당히 예쁜(제가 고백했던 애보다 더...) 신입생 정도의 어린 아가씨였습니다...
솔직히 순간적으로 욕심이 생겼지만 문득 아직 바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정신을 차리게 해보려 했지만...도저히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키스를 하려고 무작정 덤벼들기만 하더군요...
오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고..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다
갑자기 제가 잘 가는 할머니 식당 앞의 평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거기에다 눕히고는 가게 안에서 무슨 일인가하고 궁금해 내다 보시는 할머니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너무 취해서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은데...저렇게 좀 자면 깰 것 같으니까...
혹시나 못된 짓 당하지 않게 좀 지켜만 봐 주시라고...
그러자 역시나 마음씨 좋은 할머니께서는 제가 단골인 탓도 있어서...걱정말라고 하시면서...
농담처럼 저렇게 예쁜 아가씨랑 한 번 잘 사귀어보지 그러냐고 웃으시더군요...
제가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바로 허겁지겁 돌아오자...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투덜거리는 아이를 달래면서 시간을 좀 더 보내다 일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평상을 바라보니 아가씨는 사라지고 없더군요...
아마 술이 깨서 일행들을 찾아갔나 보다 하고 걸어오다가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제 손을 살며시 잡아오는 그애에게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그렇게 허망하게 첫키스를 강탈당한 게 너무나 억울해지더군요...
정작 첫키스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이렇게 내 손을 잡고 바로 옆에 서있는데...
그러자 가슴 속에서 울컥하고..뭔가가 솟구치더니...
저도 모르게 그 아이의 손을 끌어 당겨 벽에다 붙여 세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만히 눈을 내려다보자 정말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서서히 제가 얼굴을 가져가자 눈을 스스르 감는 그 아이...
너무나 연해서 자칫 터져버릴 것 같은 말랑거리는 입술의 촉감...
약간의 달콤한 칵테일의 냄새가 느껴지며 벌어지는 치열 사이로 혀를 집어 넣자...
말캉거리는 부드럽고 따스한 살덩이가 반겨주고...우리는 기갈이 든 것처럼 정신없이...
서툴지만 열정적으로 서로의 혀를 탐했습니다...
나중에 숨이 차서 입을 떼어 냈을 때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 예쁜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렇게 하숙집까지 골목길을 따라 걸어오며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다 지치면 조금 걷고를 반복하면서
평상시면 10분이면 올 거리를 30분이 넘어서야 하숙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방을 쓰는 그 아이 방으로 살며시 둘이 들어섰죠...
그 다음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으면.....
몇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몰래 제 방으로 돌아오자 룸메이트인 선배가 아직 안자고 있다가...
뭐하다 이렇게 늦었냐고 묻다 말고 물끄러미 쳐다보더군요...
그래서 왜 그러냐니까 씩 웃더니 거울을 보라고 했습니다...
아뿔사...입가에 립스틱이 번진 자국이...
결국 선배가 붙들고 털어놓으라는 닥달에 견디다 못해...
그 아이 이야기는 안 하고(같은 하숙생이었기에...말하기가 곤란했습니다...)...
대신 아까 있었던 황당한 키스 사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후..선배의 이야기에 의하면...회사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제 이야기를 했더니...그때부터 2주일간을 매일 그 사람들에게 붙들려...
제가 키스 사건이 생긴...신촌 시장으로 끌려가 밤마다 술을 먹고 길거리를 헤매야했다더군요...
그런데...웃긴 건...가장 주동을 한 사람이 유부남이었다는....
물론..제가 겪은 일이 다시 생길 턱이 없었습니다....
벌써 10년도 훨씬 전 일인데....
그날만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감정이 떠오릅니다...
하룻밤 사이에 겪기에는 참 벅차고 많은 사건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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