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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고사범(尼姑思凡: 비구니가 속세를 그리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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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233 회 작성일 24-03-29 22: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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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경험 게시판에 몇 편의 경험담을 연달아 올렸는데,

항상 좋은 말씀과 격려를 보내 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얼마 전 <색.계>라는 영화로 다시한번 화제를 불러모았던 대만의 세계적인 거장

이안(李安)감독이 오래 전에 만든 유명한 영화 <음식남녀>가 있었죠.

 

<음식남녀>의 뜻은 물론 "음식, 남녀"라는 뜻도 있지만, 그 원뜻은 "식욕과 성욕"입니다.

이 말은 중국의 옛 고전에도 나오는 말인데,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죠.

 

그렇습니다.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죠.

 

성욕을 밖으로 드러내는 형태와 형식에 온갖 다양한 방식이 나타날테고,

사람에 따라서 어떤 방식은 좋아하고 어떤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아직은 젊은 남자이고,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네이버3가족분들과 마찬가지로 성과 성욕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실제의 접촉에서 벗어나기 힘드네요^^;;;

 

이것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누구에게나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니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겠죠.

 

서두가 조금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이미 여러 해 전에 세상을 떠난 홍콩스타 장 국영이 주연을 맡았던 중국영화 <패왕별희>를 기억하시는지요?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영화이니만치 이미 보신 분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극 중에서 장 국영은 어린 시절부터 경극단에서 사내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중의 여성 역할을 전문으로 맡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의 뼛 속까지, 영혼 속 깊은 곳까지
여성미가 스며들게 되어, 현실에서조차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지 못하고 자신의 사형을 한 평생 사랑하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는 한을 품고 스러져가는 비극적인 역할을 맡게 되죠.

 

영화 속에서 어린 장 국영은 경극단 속에서 여자아이 역할을 맡아

<니고사범(尼姑思凡: 비구니가 속세를 그리워하다)>이라는 사(詞)를 끊임없이 연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경극과 비슷한 중국의 전통극인 곤곡(昆曲)계에서 유행했던 말 중에

남자는 <야분>이 제일 어렵고, 여자는 <사범>이 제일 어렵다라는 말이 있는데,

<야분>과 <사범>은 모두 곤곡의 연극으로서, 각각 무예연기를 펼치는 무생(武生)과

여자역할을 전문으로 맡았던 단(旦)이 가장 연기하기 힘든 극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사범>이 바로 영화 속에서 어린 장 국영이 여자아이 역할을 맡아서

계속 연습하던 <니고사범(尼姑思凡: 비구니가 속세를 그리워하다)>입니다.

 

<니고사범>은 승려의 성(性)문제를 다룬 유명한 사로서,

오래 전부터 매우 호평을 받아 여러가지 판본이 있었습니다.

 

이 사는 유명한 희곡집 <철백구>에서 취재한 것으로 일급작품으로 손꼽히게 된 사인데,

어린 여승의 독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어린 여승이 절간에서 썩어가는(?) 자신의 청춘을 한탄하고,

성장함에 따라 자연히 속에서부터 타오르는 성욕을 견디기 힘들어 서글퍼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영화 <패왕별희>를 보고 호기심에서 이 사를 접해보게 되었는데요,

그 내용을 읽어보고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뜻에 의해 절에서 여승으로 자라나게 된

한창 나이의 주인공의 청춘과 성(性)에 관한 솔직한 심정의 고백과 넋두리를 대하고

나름대로 적지않은 소박한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여친에게도 이 사에 대한 제 심정을 얘기해주고 소개해줬더니 좋아하더군요.

 

생뚱맞게 여기실지도 있겠지만,
이것도 성과 성욕에 관한 내용이라면 내용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테고,
또 제 개인적으로는 어떤 인상과 감동을 받았던 경험이 담긴 글이라면 글이라고도 할 수 있는지라,
잠깐 쉬어가시라는 의미에서 네이버3가족들에게 이 사를 한번 소개해 보고 싶습니다.  
 
 
 
<니고사범(尼姑思凡: 비구니가 속세를 그리워하다)> 

 

나는 이팔청춘의 어린 여승

어린 시녀가 머리를 깎아주었지요

내 아버지는 불경 읽기를 좋아하셨고

우리 어머니는 염불 외우기를 좋아했지요

아침이나 밤이나 나는 향을 피우며 기도를 드린답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몸이 약했고, 잘 앓던 아이였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나를 이 절로 보내기로 작정했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끊임없이 나는 절을 합니다
 

나는 목탁소리에 지칠대로 지치고

스님들이 웅얼웅얼 염불드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제는 진저리가 납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염불에

해가지고 밤이 새는

다심경, 공작경, 연경......

 

단조로운 독경 소리의 갸냘픈 여운들

 

아미타불을 부를 때

나는 님이 그리워져요
 

사파라하고 부를 때

내 가슴은 !하고 신음하며
 

타라타하고 부르면

내 가슴은 고동칩니다
 

! 조금만 거닐고 싶어요

잠시라도 거닐고 싶어요

 

(어린 여승은 오백나한당으로 들어간다)

 

! 여기에 나한님들이 계십니다

번뇌가 없는 호색적인 영혼들이여!

 

수염을 기른 모든 나한들이

하나같이 그 눈초리를 나에게 보내고 있으니!

 

두 무릎을 끌어안은 나한님을 좀 보세요!

그의 입술이 내 이름을 중얼거리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나한님은

마치 나를 생각하고 있는 듯
 

꿈꾸는 듯한 두 눈을 가진 나한님은

마치 나를 꿈 꾸고 있는 듯하네!

 

하지만 나한님은 삼베옷을 입고

지옥과 같은 잔인한 웃음소리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것일까
 

장난치듯 고함치듯 웃음지으며

나를 비웃는구나!

나를 그렇게 비웃고 계시는구나!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가고 젊음도 다 지나가 버리면

누가 쭈그렁 할머니와 결혼하겠는가?

 

아름답지도 않고 젊음도 시들어버린

누가 주름잡힌 늙은 누에고치와 결혼하겠는가?

 

 

용을 잡고 계신 저 나한님은

냉소적으로 보이고

호랑이를 타고 계신 나한님은 익살스럽게 보인다

눈썹이 긴 우람한 거인은 가엾어 보이네

내 아름다움이 시들면 어떻게 될까?

 

 

제단의 촛불

내 신방을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다란 향로

내 신방을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니네
 

짚방석은

이불처럼 덮개로도 쓰지 않는 것이다
 

! 부처님이시여!

 

이 불타오르는 듯한 뜨거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승의 것 같지 않은, 이상하고 영원한 이 뜨거움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이 가사(승려가 입는 의복의 한가지)를 찢어버릴 테다!

경전을 모두 파묻어버릴 테다

목어를 내버릴 테다
 

나는 불전에서 떠나련다

북과

종과

영가와

독경을
한이 없는 절간의 잔소리에서
 

난 언덕 아래로 내려가 젊고 멋진 님을 찾으련다

 

나를 욕하거나 때리지 마오

발로 차거나 학대하지도 마오
 
난 부처가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결코 “마하반야바라를 외우고 싶지 않아요!!!
 
 
이상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평안한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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