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다가 - 기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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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두들 즐거운 주말을 맞이하시기 전에 한 주의 마무리에 바쁘시겠죠?^^
어제 제가 올렸던 글에 대해서 벌써 이렇게 많으신 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남겨주셔서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사실 썩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서글픈 에피소드일 뿐인데도,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고, 또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착한 중국아가씨에게 글로나마 힘을 북돋워주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낍니다.
솔직히 이렇게 좋은 반응들을 보여주실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제가 그 중국아가씨를 대신해서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또 그 중국아가씨가 부디 꿋꿋하게 자신의 행복을 쟁취해 나갈 수 있도록
저도 다시 한번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달아주신 댓글 중에서 저를 칭찬해주신 분들도 적지 않으셨는데, 부끄럽기 그지 없을 뿐입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젊은 남자일 뿐이고, 지금보다 좀 더 어린 시절에는 나름대로 시행착오도 겪었는데
그 속에는 부끄럽고 창피했던 씁쓸한, 후회되는 기억 역시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건 현재진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그런 경험들 또한 실제 겪었던 경험이고,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진통이었겠죠...
사실 지금 다시 소개하려는 에피소드는 저번 중국 출장 때 중국아가씨와의 에피소드에 이어
연달아 생겼던 일이기 때문에, 어제 같이 이어서 소개하려고 했던 내용입니다.
다만 어제 시간에 쫓기고, 글이 짧지는 않았던 관계로 함께 엮어서 소개하기가 힘들었던 거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참 신기하단 생각을 때때로 해봅니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끈끈히 이어질 수도 있나 봅니다.
세상이 좁다라는 말을 실감할 만한 일이 있었죠.
중국아가씨와 그런 일을 겪은 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모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했죠 (그래봐야 둘 중 하나겠습니다만^^).
해외출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어떤 출장은 길어도 피곤하지 않을 때가 있었고,
어떤 출장은 짧아도 피곤함이 가득한 때도 있었죠.
하지만 어쨌든 출장업무가 모두 끝나고 귀국하는 길에 우리나라 항공사를 이용하게 되면
외항사의 비행기에 비해 비교적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기내식으로 니글니글해진 속을 달랠 수도 있고,
그리고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튜어디스들과 인연이 많은 편입니다.
현재 경찰로 일하고 있는 제 여친이 원래 예전에 외항사 스튜어디스를 했었고,
그 외에도 저와 인연이 있는 현, 전직 스튜어디스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번 귀국길 비행기에 오르면서 또 한번 그런 편안한 느낌을 받기를 바랬습니다.
기내에 들어서니 역시 우리 여승무원들이 정다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더군요.
제 좌석을 향해 안쪽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여승무원 앞을 스쳐 지나가며
어느덧 습관이 된(?) 살짝살짝 곁눈질로 여승무원들의 모습을 훔쳐보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흠...167쯤 되겠네, 저 아가씨는 키가 크다, 얼굴이 무척 작군.
아이쉐도우가 하늘색이네…보라색이 좀더 어울리겠는데...”
두번째 승무원 아가씨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는데 웬지 미소가 어색합니다.
제가 곁을 스쳐지나가는데 그녀의 눈길이 슬며시 제 뒷모습을 따라옵니다.
웬지 이상하고 어색한 느낌이 들더군요.
자리에 앉으면서 슬쩍 그 여승무원의 뒷모습을 바라봤습니다.
17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데 예의 늘씬하면서도 볼륨있는 모습…단정한 뒷모습…
그렇게 단정한 모습으로 마구 들어서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우연인지 뭔가 등 뒤에서의 시선이 느껴진건지 그 여승무원이 고개를 돌리고 제 쪽을 바라봅니다.
그녀의 고개가 움직이려는 순간 재빨리 시선을 앞좌석 등받이 쪽으로 돌리고선
탑승 전에 골라 온 신문을 펴들었습니다, 여유있고 자연스러운 액션으로요…
여승무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녀는 얼른 고개를 다시 돌리고서 업무에 열중하더군요.
신문의 글귀를 읽으면서 조금전 여승무원의 행동을 떠올려보니 다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여승무원이 어느 특정한 승객에게 저런 어색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실제로 잘 없거든요.
탑승전 공항 화장실 거울에서 꼼꼼히 살펴봤던 제 모습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는데…
얼굴에 밥풀이 묻은 것도 아니고, 정장이 튿어져서 실이 풀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밸트나 구두가 이상한 것도 아닐텐데....^^;;;
무엇이 그토록 어색해서 저런 모습을 보였을까…한번 살짝 물어봐야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뭐…잠시 후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는지 귀찮아서 그랬는지,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승객들이 그날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사실 그렇게 분주한 편은 아니었네요.)
그 여승무원이 동료 승무원과 제 곁을 지날 때 식사를 주문하고, 콜라를 주문했습니다.
캔에 든 콜라를 따뤄주고선 다시 밀칵트 선반 위에 빈 캔을 얹습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을 잠시 살피다가 그 순간 살짝 한마디 농담을 건넸죠.
“안 찌그러뜨리시네요?”
비행기를 많이 타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실 겁니다^^
그 승무원 아가씨 갑자기 살짝 놀라면서 제 얼굴을 바라보더니,
“아~~!!! 네!!^^” 하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웃습니다.
맞은 편의 동료여승무원도 피식 웃음 짓고요.
그리고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또 다들 분주하게 빈 그릇이며 빈 잔이며 트레이에 회수해 갑니다.
(동료분이나 친구분이 함께 탑승 중이라면 절대로 빈 식기를 함께 포개서 승무원에게 주지 마세요,
편하라는 배려에서 그렇게 주시는 승객 분들이 계신데, 승무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겁니다^^;;;)
면세품 판매도 이뤄지고…
승무원들이 하나씩 둘씩 갤리와 기내 복도를 오가면서 승객들의 요구사항이 없나…슬며시 돌아다니곤 합니다.
그날 저는 가져갔던 책을 꺼내서 읽고 있었죠.
개인적으로 일 욕심이 많은 편인지라, 업무에 관련된 책자를 구해서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가지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그 여승무원이 제 곁을 지나갈 때는 발걸음이 다소곳해지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느껴집니다.
세 번 정도 그런 기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네번 째 저 뒤에서부터 그녀가 걸어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제 앞을 지날 때 다시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양손을 앞으로 모아서 쥐고선 살금살금 걷듯이 그런 액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 곁을 스쳐가는 그 뒷모습을 보는순간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저기요!” 하고 제가 살짝 불렀습니다.
반사적으로 휙~!하고 제 쪽으로 돌아서더니 “네, 손님.” 그러면서 한조각 미소를 띄웁니다.
그 때 얼굴을 비교적 자세히 볼 수 있었죠. 수줍은 미소를 띈 환한 얼굴.
“콜라 한 잔만 갖다 주실래요?”
탄산음료는 유일하게 콜라를 즐겨 마십니다.
“네, 알겠습니다.”하고 갤리로 향한 그녀가 잠시 후에 콜라를 제게 가져다 줍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하면서 콜라를 제게 건네주면서 갑자기 쑥스럽다는듯이 웃음을 짓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살짝 제게 한마디 던지더군요.
“일곱번 만난 사람..…”
순간 제 머리 속에서 뭔가가 윙~!!하고 울리는 듯 하더군요.
깜짝 놀라면서 제가 여승무원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습니다.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지으면서 다시 갤리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일곱번 만난 사람…”
그리고 동시에 예전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섯번 만난 사람.…다시는 기다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비교적 자세히 글을 쓰다보니 두서없이 글이 다소 길어지는군요,
거짓말이 아니고 지금 시간이 부족해서 나중에 시간 봐서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