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행 힘든 발달장애 청년, 엄마의 그림 속에선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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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환희로 승화시킨 모정의 작품 인사동 갤러리서 전시
황금빛 태양 아래 꽃길을 걸어가는 어린왕자
[이미영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양=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과 27년간 밤낮으로 동행한 어머니의 환희와 소망을 담은 그림이 전시된다.
경기 고양시 고양미술협회·일산드로잉회 회원인 이미영 작가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행복 취향"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전시회에는 걷지도 말하지도 못해 도움의 손길이 늘 필요한 27세 아들을 키우면서 느낀 고통과 슬픔을 행복으로 승화시킨 작품 27점이 선보인다.
이 작가는 "아들을 돌보면서 숱한 좌절을 겪었으나 어느 날 무명 행성에서 온 어린왕자와 먼 여행을 하는 나를 상상하자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졌고, 그런 행복감을 캔버스에 그렸다"고 말했다.
아들이 생텍쥐페리의 동화 속 "어린 왕자"라고 생각하니 일상이 마냥 즐겁고 다음 일이 기대되는 나날이 이어져 눈과 입가에는 예쁜 주름이 자리 잡았다는 소감도 피력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우주를 여행하는 어린왕자
[이미영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가의 파격적인 발상 전환에는 동화 속 어린왕자가 길들여진 여우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 들은 얘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봐야 보인다. 네가 길들인 대상에는 영원히 책임져야 한단다"
2018년부터 여러 번 전시된 이 씨의 작품은 화창한 날씨만 믿고 외출했다가 소낙비를 맞고도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였다"고 기뻐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는 호평을 받는다.
2022년 전시회에서는 "멋진 엄마 ♡ 생각의 차이가 발달장애 아들을 왕자로 변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연꽃 같은 분", "행복한 발걸음을 응원" 등 격려와 찬사가 쏟아졌다.
이 씨는 "아들의 신나는 놀이와 여행의 꿈을 캔버스에서나마 실현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그림일기를 하나씩 남겼다"며 "작품을 본 장애아 엄마들이 용기와 힘을 얻는 것을 보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아무리 험한 길도 엄마와 동행하면 마냥 행복한 어린왕자
[이미영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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