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 결정에 허탈한 의료계…"소모적 대치 그만두자"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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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재항고 예정…의대교수들 "주4일로 근무시간 조정해야"
전공의들 "차라리 잘됐다…단일대오 유지하자" 냉소적 반응
의대증원 집행정지 여부 오늘 오후 결정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서혜림 오진송 권지현 기자 = 법원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의료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료계는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며 즉각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16일 의료계가 낸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다만 의대 재학생들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 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에 의료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연합뉴스에 "참 실망스러운 상황"이라며 "단순히 의대 정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과 의대 증원이 향후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주셔야 했는데, 법리적으로만 판단하신 것 같아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의비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은 비상상황 속에서 버텨왔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계속 이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주4일 체제로 근무 시간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의비는 오는 23일 총회를 열고 최종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의비와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7시 온라인 총회 후 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전의교협에는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소속돼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이뤄질까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즉각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법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 재항고 절차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5월 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법원의 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판결문을 보고 17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차라리 잘됐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원이 의료계의 손을 들어 인용 결정을 내렸다면 의료계가 사분오열될 수도 있는데, 기각 결정으로 계속 똘똘 뭉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테프"에서 한 전공의는 "오히려 기각이 낫다. 단일대오를 유지하자"고 했다.
다른 전공의는 "인용 안 되는 게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라며 "필수의료패키지가 그대로 통과되면 별 의미도 없는데 의대 증원이 일단 흐지부지됐다고 안팎에서 돌아오라고 흔들었을 거다. (인용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척 물러날 수 있는 퇴로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적었다.
오늘 의대증원 효력정지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또 다른 전공의도 "인용됐으면 (교수가) 더욱 복귀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만큼 의료계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이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소모적인 대치는 그만두고 좋은 의료정책이 무엇인지를 전문가적 식견에서 고민해야지, (의대 정원) 숫자에 연연하면 안 된다.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에 담긴 좋은 정책들을 살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전공의가 상처를 빨리 치유하고 돌아올 수 있게 하고, 의협에도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수련병원 재정난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국립대 교수를 신속히 늘리는 등 후속 정책을 얼마나 발 빠르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법원이 정부의 정책 결정과 의사 결정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한 것"이라며 "의료계 스스로 의료계의 대표성과 정책 결정, 참여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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