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배불리 먹는 세상을 향한 꿈…송강호 첫 드라마 '삼식이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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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배경 시대극…개성 있고 입체적인 인물들 눈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피자 아세요? 드셔 보신 분? 제가 유학 시절 피자집 다락방에 살았습니다. 하루 한 끼 제대로 못 먹던 유학 시절에. 매일 피자 굽는 냄새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여러분, 총 칼이 아니라 경제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조차 피자를 구경하지 못했던 1959년 11월 서울, 차기 대권 주자인 야당 정치인의 강연회. 연단에 오른 청년 김산(변요한 분)이 좌우 이념이 아닌 경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시큰둥한 얼굴로 객석 맨 뒷줄에 앉아있던 박두칠(송강호)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김산을 바라본다.
그도 그럴 것이, 박두칠 역시 얼마 전 친한 사업가에게 "너 피자가 뭔지 아느냐", "미국 사람들은 그 맛있는 피자를 원하면 아무 때나 먹고 남아서 버리기까지 한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기 때문이다.
박두칠은 연단에 선 김산이 자신과 같은 뜻을 품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접근해 "당신을 위한 원대한 계획이 있다.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며 손을 내민다.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렇게 시작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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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1∼5회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은 혼란스러웠던 1950∼196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브로커 박두칠과 엘리트 공무원 김산이 경제 발전, 즉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손을 잡는 이야기다.
박두칠은 조직폭력배, 기업 총수, 국회의원, 미군까지 인맥이 닿는 유능한 브로커다. 그의 별명인 삼식이 삼촌은 전쟁통에도 자기 사람에겐 하루 세 번 밥을 먹게 해 줬다는 뜻이다. 누구나 곤란한 일이 생기면 두칠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런 박두칠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바로 꿈과 열정을 품고도 뜻을 펴지 못해 낙담한 내무부 국가재건국 과장 김산이다.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김산은 조국을 부강하게 만드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인물이다. 그는 2년 동안 노력해 "국가재건사업 계획서"라는 보고서를 쓰지만, 정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만 관심을 가질 뿐 경제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박두칠은 김산을 정계에 입문시켜 거물로 성장시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칠과 강직한 이상주의자 산, 상반된 두 사람은 이렇게 한배를 탄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식이 삼촌"은 여러 인물의 욕망이 박두칠을 중심으로 실타래처럼 얽히고, 그 실타래가 너무 복잡해질 때쯤 일이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 누군가는 욕망을 채우고 누군가는 가진 것을 잃는다. 그 모든 일의 배후에는 삼식이 삼촌 두칠이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삼식이 삼촌" 속 모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구심점인 박두칠을 향한다. 다양한 인물의 서사가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이어진다.
회당 재생 시간 40여분가량의 미드폼으로 제작돼 비교적 호흡이 빠르고, 폭력을 동반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져 끊임없이 긴장감을 준다.
이 작품은 특히 "먹는다", "끼니를 해결한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다. 박두칠이 "피자 연설"을 듣고 놀라 김산을 눈여겨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후 두칠은 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가난한 산의 집에 쌀을 보내고 산의 손에 과자와 굴비를 쥐여준다.
성공한 기업 대표나 국회의원마저 피자가 뭔지 모르고, 재무부 과장조차 돈이 없어 조카에게 마음껏 과자를 사주지 못하는 모습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적 배경을 환기한다. 아울러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김산의 이상에 시청자가 공감하게 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식이 삼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개성이 강하고 입체적인 인물들이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박두칠은 선인 또는 악인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복잡한 인물이다. 배불리 밥을 먹여준다는 그의 별명처럼 주변인들의 욕망을 채워주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주변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 작품으로 처음 드라마 연기에 도전한 송강호는 푸근한 옆집 아저씨처럼 너털웃음을 짓는 모습과 싸늘한 모습을 수시로 오가며 박두칠의 복잡한 성격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김산은 원칙과 정의를 중요시하고 주변 사람과의 의리를 지키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거듭 좌절하면서 차츰 변화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변요한은 비범한 재능과 이상을 품은 김산을 연기했다. 산은 공개된 초반 회차까지 다소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중반부 이후 한층 주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야기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권력 앞에 냉혹한 국회의원 역할의 이규형, 김산의 정계 입문을 반대하는 여자친구 역할의 진기주, 개혁을 꿈꾸는 젊은 군인 역할의 서현우도 각자 호연을 펼쳤다.
16부작인 "삼식이 삼촌"은 매주 수요일 2회차씩 공개될 예정이다. 다음 달 19일에는 14∼16회가 한꺼번에 공개돼 전 회차를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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