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태열 "대북문제 中역할 韓 기대수준 낮아져…美中 경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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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전과 다르게 中 스스로의 건설적 역할도 약화…"韓기대에 中미달" 얘기했지만 서로 동의못해"
"강제북송 문제, 中에 할 말 다해…尹정부, "文정부 한중관계 방향 맞지 않다" 생각해 변화 조정 중"
인사 나누는 조태열-왕이
(베이징=연합뉴스) 조태열 외교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5.14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이틀 동안의 방중 일정을 마친 조태열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 대응과 관련된 중국의 역할이 과거보다 약해졌고, 한국 정부가 중국에 거는 기대 수준도 낮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조 장관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의 회담 이튿날인 14일 주중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은 상황에 따라서, 시기에 따라서 바뀌어왔다"며 "제가 유엔대사를 할 때(2016∼2019년) 중국의 건설적 역할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연달아 네 차례 통과된 2017년을 두고 "그때는 분명히 북한 핵 문제 위험성에 대한 미국·중국·러시아까지 포함된 안보리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의 확고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한 해에 네 개나 되는 결의가 채택될 수 있었는데, 이후 불행하게도 지난 5년 간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뿐만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이 겹쳐서 한 해 (대북 결의) 4개는 커녕 의장 성명 하나 채택하지 못하는 안보리 상황이 됐다"며 "중국 스스로의 건설적 역할도 과거보다 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중국에 기대하는 건설적 역할의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뻔히 아는 지정학적 환경이니까"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이 있는데, 거기 못 미치는 것을 자주 보고 느끼니까 제가 어제 이야기했다"며 "거기에 대해 왕 부장도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설명했고, 동의는 서로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가) 갖고 있는 시각은 다시 확인하고 거기에서 무슨 부분에 조금 움직일 여유가 있을까, 공간이 있을까 생각할 여지는 생겼달까. 그렇지만 별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솔직히 이야기하면 4∼5년 전에 중국이 할 수 있었던 역할과 지금 북핵 문제에 관해서 할 수 있는 역할에 큰 차이가 있고, 그런 현실 인식 속에서 중국이 북한과 관련한 이슈별로 할 수 있는 제한적인 역할이 있으니 그런 것들을 선별해서 저희가 기대 수준에 맞춰서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푸시할 것은 푸시하면서 협의를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을 터놓고 얘기했다는 것이 어제 회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주중대사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조태열 장관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
전날 회담 후 한국 외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조 장관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이 명시됐지만 중국 외교부 자료에선 빠졌다. 반대로 중국 외교부 자료에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한 신중한 처리" 요구는 한국 외교부 발표 자료에는 없었다.
조 장관은 "문제의 민감성을 서로 알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한다"며 "대만 문제가 민감하다면 그게 중국의 가장 핵심적인 이익이 걸린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 아니겠나.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저는 똑같이 우리에게는 북한·북핵·한반도 안보 문제에 우리의 핵심 이익이 있고, 중국이 존중하고 지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 문제에 대해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협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하고 싶은 얘기 다 했다고 이해하시면 되고, 중국 측에서 경청하고 이 문제 협의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전날 회담 후 왕 부장과 걸어서 만찬장으로 이동하면서 "어려울 때 장관이 됐으니 당신(왕 부장) 같은 분이 잘 도와줘야 일을 할 수 있겠다. 중국의 서포트가 참 중요하다"고 했고, 왕 부장은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얼어붙은 한중 관계와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윤석열 정부 외교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조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에서 한중 관계가 다소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어드저스트(adjust·조정하다), 변화를 조정하는 단계에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총선 이후 상황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지금 단계에선 심각성이 있는 이견은 어디에 있고, 상대적으로 덜한 건 뭐고, 또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분야는 어디고, 이런 것을 찾아내고 같은 인식을 갖는 자체가 한중 관계의 지속 가능하고 튼튼한 기반을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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