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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팀장에게 당하지 않는 법 - 수법과 대응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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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831 회 작성일 24-05-09 07: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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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요? 아래와 비슷하겠죠?

[(어눌한 한국어 억양의 외국인이 전화 너머로). 엄마, 나 다쳤어, 그러니까 어디 계좌로 N만원 보내줘]
[김미영 팀장입니다. 신속대환대출 가능합니다. 전화주세요. 070-xxxx-xxxx]
[(어눌한 한국어로)서울중앙지검의 xxx 검사입니다. xxx씨 계좌가 어쩌구저쩌구 됐으니 ATM에서 얼마를 이체하세요]

그러나 요즈음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아쉽게도 이런식으로 뻔히 사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진행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래와 같습니다.

[(해외발신)NN카드입니다. 해외에서 카드가 발급되었습니다. 문의 18xx-xxxx]
[(완벽한 한국어로)서울남부지검 검찰수사관 OOO입니다. XXX씨 되시죠? 사건 관련해서 등기우편을 보냈는데 받으셨나요? 조사에 협조해주세요. 서류가 필요하시면 카톡으로 보내드릴까요?(위조된 서류 제시)]
[(완벽한 한국어로)해외 카드발급 문자면 명의가 도용되신 것 같은데 일단 이 앱으로 악성코드 여부를 확인해보시죠? (악성 앱 전송) 악성 앱 발견됐다구요? 금융감독원에 연락해보세요]

사기꾼들은 영악해졌고, 범죄는 고도화, 디지털화됐습니다. 그 결과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통념과 달리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장 많이 당하는 것은 60~70대의 고령층이 아니라, 사회 경험이 부족한 반면 디지털 접근성은 매우 높은 20~30대로 바뀌었죠.

무울론 PGR 회원분들은 사회 경력이 원숙하신 분들이 훨씬 많으시겠지만... 서울대 교수도 당해서 수천만원을 넘기는 것이 보이스피싱 사기인 만큼 간단히 수법과 대응방법을 소개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적게되었습니다.

1. 어눌한 한국어 억양은 없다

가장 먼저 유념하셔야 할 점은 더 이상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원들이 어눌한 한국어 억양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당연합니다.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조직원이 전화를 맡는다면 그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익을 올리지 못해 도태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조직들은 수익을 올려 번성하겠죠. 이 자연선택이 수십년 간 이뤄졌기 때문에 더이상 그들은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이상으로 한국어를 잘하거나, 아니면 한국인을 고용해서 씁니다. 억양으로는 사기인지 아닌지 판가름하기 어렵습니다.

억양이 과하게 어눌하면 당연히 의심하시겠지만, 억양이 어눌하지 않다고 믿어서도 안 됩니다.

2. 070 번호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070 번호가 보이스피싱의 전유물이 된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이 070번호 내지는 국제번호로 연락하는 일은 (없지는 않지만) 상당히 드뭅니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라는 것을 사용해서 해외에서 건 번호를 국내 번호(010 국번)로 변경하는 기기를 국내에 반입하고, 이를 통해서 번호를 변경합니다. 어떻게 국내에 그런 걸 설치하냐구요? 야산에 태양광 놓고 설치하는 경우도 있고, 비어있는 원룸을 계약하고 설치하는 경우도 있고, 원룸을 계약하지 않고 그냥 몰래 설치하는 경우도 있고, 알바천국이나 당근마켓 같은 곳에 [공유기 설치하면 급여 드립니다]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공유기인 척 설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 중계기를 모두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건 번호라도 얼마든지 국내번호(010)로 변경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070 국번이 아니라고 실제 전화라고 믿지 마세요. 010, 02, 어느 번호든 보이스피싱일 수 있습니다.

3. 계좌로 이체하도록 하는 경우도 (별로) 없다.

피해자가 직접 피해금을 계좌로 이체하도록 하는 것은 이제 위험부담이 너무 커졌습니다. ATM기를 켜기만 해도 "검찰, 금융감독원, 경찰 등등은 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하고 큼지막하게 뜨고요, 옆에서 보던 사람이 ATM에서 한참을 돈을 보내는 걸 보고 의심스러워서 아주머니/아저씨 잠깐만요, 해도 끝이고, 창구 은행직원들은 귀가 따갑도록 인출이유를 물어보고, 송금이유를 묻습니다. 뿐만아니라 피해금을 이체받을 대포통장도 확보해야 하는데, 대포통장에 대한 처벌도 강해지고 있어서 점점 더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면 어떡할까요? 사람을 보내서 직접 현금을 수거합니다. [대면편취형]이라고 이름붙인 수법입니다. 이 수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후술하겠습니다. 하여간 계좌이체로 직접 돈을 보내는 경우는 이제 극히 드뭅니다.

4. 직접 건 전화번호라도 (뭔가 깔았다면) 안심할 수는 없다.

완벽한 한국어로, 010으로 걸려온, 계좌이체가 아닌 교묘한 거짓말이라도 의심을 떨쳐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이건 경찰에 연락해보셔야 한다. 112로 직접 연결하시라.] [검찰에 연락하셔야 한다. 1301로 연결하시라.] 그리고 112, 1301로 연결했을 때 상대방도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떨까요? 걸려온 전화도 아니고, 내가 직접 누른 비상번호들, 도용할 수 없는 공식 번호들을 눌렀는데 그 상대방이 그렇게 말한다면, 속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무너지고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됩니다.

당연히, 실제 112나 1301 등의 번호로 연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이렇게 말하기 전에 보통 악성 앱 탐지 등의 명목으로 실제 존재하는 보이스피싱 방지앱인 [시티즌코난] 인 척 하는 악성앱을, 사이버수사대니 하는 악성앱을 보내줍니다. 당연히 악성 앱이고, 전화번호의 정보를 탈취하고 전화를 가로채어 전달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112로 눌러도 경찰서로 연락이 가는 것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로 연결되는 거죠.

혹은, 이미지 파일 등에 악성코드를 심어놓습니다. 이미지 파일을 보기 위해서 클릭하거나, 다운로드 하는 순간 감염되어 위와 같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여간 전화번호를 가로채는 기능은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곤 합니다.

5. 진짜 중요하면 우편으로 보내니까 걱정마라?
맞습니다. 진짜 중요한 일은 보통 등기우편으로 갑니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도 이제는 그렇게 말합니다. [등기우편 보냈는데 받으셨어요?] 받은 적 없다고 하는 순간 뭔가 죄를 지은 기분이 듭니다. 우편을 보냈다고 하니까 진짜 수사기관 같기도 합니다. 진짜 중요하면 우편으로 서류를 보낸다고 하지 않습니까? [수사관련 서류인데, 메시지로 보내드릴게요. OOO씨 구속수사될 수 있습니다.]하는 순간 하늘이 노래집니다. 보내온 서류도 진짜같습니다. 검찰총장 이름이, 검찰수사관 누구의 이름이, 검사 누구의 이름이, 금융감독원의 직인이 찍혀있습니다. 심지어 여러분의 이름과 주민번호도 적혀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구속영장이 이런 건가 싶습니다. 손이 벌벌 떨립니다.

실제로는 우편을 보낸 적도 없고, 서류는 몽땅 위조된 거지만 말이죠.

6. 대면편취형의 수법은?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일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과연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누구라도 속을 겁니다. 위의 사항들을 종합해서 일반적인 대면편취형의 수법을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카드회사를 사칭해서 해외카드발급 경고문자를 보내거나, 직접 전화합니다. 이때 앱을 깔도록 시켜서 피해자로 하여금 직접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전화로 연결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여간 방법이야 어찌됐든 서울어느어느지검의 무슨무슨 검사에게 연결됩니다. 검사는 전화 건 사람의 신상을 알고 있고, 윽박지릅니다. [OOO씨 맞냐, 우리가 수사하다가 계좌를 발견했는데, 당신 명의 계좌다. 차명계좌로 의심되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 당신도 피의자다. 지금 피해자가 수십명이다. 협조하지 않으면 당장 구속이다.] 그렇게 한껏 피해자를 겁박한다음 당근을 슬쩍 내밉니다. [당신이 피해자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당신의 재산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당신을 도와주겠다. 금융감독원 김XX 팀장, 과장, 등등등과 협력하라.] 멋드러진 검찰 인장과 검찰총장의 이름, 검찰수사관 아무개, 검사 아무개의 이름과 직인이 찍힌 수사서류(처럼 보이는 것)와 법원발부영장(처럼 보이는 것), 금융감독원 서류(처럼 보이는 것) 등등등을 제시하면서요.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피해자가 112로 , 1301로 전화해도 다시 같은 검사에게 연결될 뿐입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입니다. 금융감독원 김XX 과장은 대출을 하건 적금을 해제하건 하여간 금원을 만들도록 하고, 그걸 인출해서 어디어디로 가면 금감원 직원이 갈텐데 그 사람에게 주라고 지시합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 와서 말합니다. [김XX 과장님 요청으로 왔습니다.] 피해자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왔다 생각하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건네줍니다. 그 사람은 받고 택시를 타고 사라지고, 이제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중국, 필리핀 등등의 외국으로 흘러나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대처할까요? 실은 간단합니다.

7. 김미영 팀장에게 당하지 않는 법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무조건, 일단 전화를 끊으세요.]

전화를 먼저 끊어버리면 수사기관이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시겠지만, 일단 수사기관은 그런 걸로 불이익을 줄 수 없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통상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칭하는 검사, 검찰청 수사관, 금융감독원....등등의 수사기관들도 이러한 보이스피싱이 만연하다는 점을 [아주 정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설령 진짜 위의 수사기관들이라고 해도 [보이스피싱인줄 알고 끊었다]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당연히 이해해줍니다. 아마 본인들도 그렇게 할 겁니다. 만에 하나, 만에 하나 진짜 수사기관이 여러분을 상대로 수사하는 경우라도 [일단 끊어야] 합니다. 패닉에 빠진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를 구하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끊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끊어진 전화를 다시 걸 유인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의심하기 시작한 먹잇감에 다시 낚싯대를 던져서 낚아올리는 것보다, 경계하지 않는 새 먹잇감을 찾는 편이 편하니까요. 그러니 단순히 전화를 끊기만 해도 반은 위험에서 벗어나는 셈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도 이 약점을 알다보니 [전화를 끊으면 구속된다]느니 하고 겁을 줄 겁니다. 그럴 일 없습니다. 구속영장이 나왔으면 끊든 끊지 않든 구속이고, 안 나왔으면 끊든 끊지 않든 구속 못합니다. 진짜라면 어차피 이렇든 저렇든 구속될 건데 굳이 검사님하고 전화로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있을까요? 끊고 오늘자 폰겜 일퀘라도 돌려두는 게 이득 아니겠습니까 크크크

다만, 전화를 끊었다고 해도 걱정될 수 있습니다. 설마 진짜 수사기관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안 들기 어렵죠. 아니면 이미 충분히 상대방에게 속아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속적으로 전화하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잠깐 빌려서] 전화해보세요. 지금 갖고 있는 내 핸드폰은 당장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변에 있는 지인, 부모님, 여자친구, 남자친구, 아내, 남편, 친구, 하다못해 길가는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부탁해서 112, 1301, 1332...로 전화해보세요. 아마 십중팔구 [그거 보이스피싱이에요]하고 확답을 내려줄 겁니다.

그러니 일단 [전화를 끊고, 타인의 핸드폰을 잠깐 빌려서 확인]하세요. 그러면 김미영 팀장에게 속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번외. 고액 알바는 믿지 마라

보이스피싱 수법이 빠르게 [대면편취형]으로 바뀌면서 실제 피해자와 만나서 현금을 수거할 사람의 존재가 필수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직은 이런 사람들을 보통 당근마켓, 숨고 등의 플랫폼이나 심지어 알바몬, 알바천국, 사람인 등지에서 [고액 보장]으로 유혹하여 구하게 됩니다. 일당은 보통 하루에 수십만원 씩 주며, 업무는 부동산 조사니, 계약금 환수니 하는 명목으로 사람을 구하지만 실제로는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금융감독원의 직함이 [과장] [팀장]임을 이용해서, 알바생에게 일반 회사의 [팀장, 과장] 요청으로 왔다고 말하도록 시켜 수거책과 피해자를 모두 속여 현금을 수거하는 것이지요.

[고액 알바]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분명 정상적인 일로 알았고,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고 극구 부인하게 되겠지만,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공범인 현금수거책으로 취급됩니다. 형도 엄청 강합니다. 징역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삐끗하면 전과자가 되는 겁니다.  보이스피싱으로 검거된 절대 다수가 한국인인 이유, 그리고 대다수가 20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현금을 받아 옮기는 데 왜 하루 수십만원의 일당을 줄까요? 그것도 이름모를 아무개를 인터넷에서 대충 (대개 면접도 없이) 뽑아서요. 검사 미츠루기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주스 날라주고 돈다발을 받을 수 있다면 검사 일 때려치고 만다.] 고액 알바는 웬만하면 믿지 마세요. 많은 돈을 주는 데에는 이유가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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