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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살기 쉽지 않은가-연결 단절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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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06 회 작성일 24-02-16 07: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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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든 KTX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광경에 감탄을 마지 않을 것이다. 서울역의 풍경을 상상해보라.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수를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 즐비한 고층건물들과 끊임없이 오고가는 고속열차들, 역 바로 옆에 입점해있는 대기업 아울렛과 대형 마트, 도착 지역별로 착착 나누어져있는 버스 정류장들과 직통으로 연결되어있는 지하철까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다 보니 정치나 노동에 관련된 집회가 주말마다 끊임없이 열리고 차들도 쉼없이 오고 간다. 인도나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나라에 비교해봐도 물론이거니와 소위 말하는 선진국(미국과 서유럽)에 비견해봐도 서울역의 그 풍경이 선진국에 밀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경제 지표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 경제는 쉼없이 발전했고 정치인들은 누구나 경기 회복, 경제 개선을 외친다. 국민 1인당 소득은 만달러 돌파는 2021년 기준 3만 5천달러 돌파에 가까워졌고 총 GDP, 무역 흑자, 물가(사람들이 구매력이 있으니 물가도 그만큼 오른 것 아닌가), 코스피 지수 등 전체적인 경제 지표를 살펴봐도 우린 선진국이다. 그 뿐이랴? 핸드폰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손가락만 몇 번 두드리면 과일 같은 신선상품까지 다음 날 새벽 현관에 도달하고 굳이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세상 소식이나 날씨, 연예계 이슈 같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행복해지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정신 건강 현실은 어떨까. 예를 더 들 것도 없다. 한국은 부동의 자살률 1위, 출산률 꼴찌로 1위 타이틀을 유지한지 오래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저출산(요새는 저출생이라고들 한다)에 관심이 많은 거 같던데 내가 주목하는 건 자살률과 은둔형 외톨이, 구직 포기자 숫자의 증가이다. 우울증을 앓거나 인지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정신과에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서울역이나 강남의 휘황찬란한 건물들을 보면 우린 더 행복해야 하는데 왜 오히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있을까. 당장 나부터 행복한가, 자문해보면 선뜻 그렇다는 대답은 못하겠다.

사람들의 연결이 갈수록 더 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육아에 지친 하루 중 와이프가 친정에 간 사이에 겨우 틈을 내어 쓰는 것이다. 육아의 고충도 토로하고 당장 대신 애기 봐 줄 사람이라도 주변에 있으면 좋겠지만 가족 간에도 말 꺼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내가 사는 아파트에 640세대, 내가 거주하는 동에 3만명에 운집한 인구가 살고 있는데 이 중에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집에 산 지 4년에 넘었는데 보안요원 분들 얼굴도 잘 모르거니와 옆집과도 어색한 인사를 나눈지 오래되었다. 물리적으로 반경 100m 이내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교류는 옛날 조선시대 마을 하나보다 못한 곳이 되었다.

인간관계 자체가 하나의 ‘옵션’처럼 변하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인덱스 관계’라고 하여 카테고리별로 붙였다 뗄 수 있게 되었고, 주식 시장에 쓰이던 ‘손절’이라는 말이 인간관계에서도 쉽사리 쓰인다. ‘잠수 탄다’ ‘잠수 이별’ 같이 갑자기 교류를 끊어버리는 예는 흔히 듣는 사례가 되었고 가족, 친족 간에도 뉴스를 보면 소송이다, 강력 사건이다 해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명절 때 친척들끼리 모이기도 쉽지 않고 모여봤자 잔소리에 ‘꼰대’, 아니면 재산 다툼, 정치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스펙’을 중요시하고 ‘눈치’가 있어야 하고 그 나이 대에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평균 사회’, 외모와 인성과 재력을 두루 갖춘 ‘육각형 인간’이 되어야 인정받고 관심 받는 현실, 인스타나 유튜브를 켜면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좋아요’, 댓글 수가 나라는 사람을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린다. 소개팅을 나가면 상대방의 외모나 재력, 학력을 보고 ‘입구컷’ 당하기 일쑤이다. 대학을 안 가고 취직을 안 하고 연애를 안 하고 결혼을 안 하면 삽시간에 이상한 사람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게 상처 받는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고, 도박에 빠지고, 마약에 빠지고, 혼자만의 공간에 빠져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노인의 고독사 못지 않게 젊은 사람들의 고독사도 늘었다. 사망 뒤 오랜 뒤에 발견된 현장을 ‘특수청소’하는 직업이 각광받고 관련된 에세이도 출판되고 있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다양하게 ‘연결’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대는 한국에서는 요원한 걸까?

나도 직장에서, 동네에서 용기 있게 다가가본 적이 있지만 40 다 된 아저씨의 ‘주책’으로 여겨지고 ‘눈총’을 받아보니 이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놀이터에 보이는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순간 CCTV가 모든 순간을 촬영하고 말 한 마디 붙였다가 유괴 시도자, 아동 추행범으로 몰릴까봐 무섭다. 거꾸로 나 역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밀어내게 되었다. 아직 한국 사회가 ‘오지랖’과 ‘정’이 남아있다지만 ‘낄끼빠빠’해야 하는 현실에서 서로의 진정한 교류는 어떻게 해야 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 부엌에 한 개 남은 짜파게티나 끓여먹어야겠다. 의미는 없지만 습관이 된 커뮤니티 사이트 구경과 네이버 최신 뉴스를 터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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