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평범한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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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지알 자게에는 처음 글을 써보네요. 대학교 때 이윤열 좋아하던 친구 통해서 알게 된 스타 관련사이트를
마흔 되도록 들락날락 할지는 몰랐습니다. 와이프는 무슨 콩고물이 떨어지냐고 피지알을 그렇게 들여다보냐고 하지만
저에겐 인터넷 고향 같은 곳이 되어버렸네요.
일단 요 며칠 핫한 의대증원 문제를 두고 정치적 논쟁이나 의사와 비의료인과의 분쟁을 일으키기 위한 글을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물론 저도 사람이고 직업이 의사인지라 알게 모르게 팔은 안으로 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불쾌함이 느껴진다면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나가셔도 좋습니다. 그냥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늦은 밤 글을 써봅니다.
저는 어떤 사명이 있어 의사가 된 건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다행히 학업성취가 뛰어났고,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었습니다. 제 주변 의사들도 비슷한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된 이후는 보통 수련의,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고요.
개인적으로는 레지던트 때가 진짜 의사가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생명과 바로 맞닿아 있는 곳에서 긴박하게,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하고, 그것과는 별개로 환자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걸 보고 기뻐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동료, 선후배 의사에게 배우고 깨지고 하면서 성장해 나가죠. 무엇보다 의사는 환자에게 배우고 환자를 보면서 성장합니다.
레지던트 1년 차 때였나요. 제가 보던 40대 간암+간경화 여자 환자 분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보호자인 남편 분을 불러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혈압도 점점 떨어지고 의식도 흐릿해지고...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 분은 의외로 담담하더군요.
설명을 마치고 병동 내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들에게 전화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말했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OO야, 엄마가 보고 싶대. 지금 병원으로 와"
그냥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사람도 되고 의사 다운 의사도 되고 했던 거 같습니다.
23년 5월 딸아이가 어린이집 다니면서 한 달에 한번은 꼭 감기에 걸렸고 5월에도 여지없이 감기에 걸렸습니다. 동네 소아과를
계속 다니면서 약을 먹어도 39-40도 열이 3일 내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도 지쳤는지 힘도 없고 쳐지기 시작합니다. 이쯤되면
저도 겁이 납니다. 응급실로 부랴부랴 찾아갔고 대학병원 응급실 3군데를 갔고 폐렴이지만 입원해도 볼 의사가 없으니 입원이
어렵다고 합니다. 소아과 전문의가 있는 2차 병원들에 전화를 돌립니다. 당일 외래 진료 가능한지, 입원이 가능한지...
다행히 한 군데서 당일 진료 가능, 입원 필요하다면 입원자리도 있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일주일 가량 입원하고 좋아졌습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현재 저는 동네 내과 의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제가 추적하면서 꾸준히 보게 되는 환자들도 늘어납니다.
내과다 보니 자연스레 만성 질환 + 고령이 많고 갑자기 안 좋아지거나 암이 발견되는 일이 꽤 있습니다. 저는 이런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거나 상급병원 진료까지 너무 오래 걸려 치료가 미뤄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전 훌륭한 의사도, 특별한 의사도 아닙니다. 그냥 동네에서 일하는 평범한 의사입니다.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제가 보고 있는, 앞으로
볼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고, 특히 중증환자의 경우 최대한 빠르고 완벽한 조치를 통해 생명을 구하기를 희망합니다. 흔히 말하는
바이탈을 다루는 필수 의료 영역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법을 알지도 못하고, 현재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능력도 없습니다. 단지, 사람이 아플 때 잘 치료 받기를 원할 뿐입니다.
이전에 수련 받았던 병원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래도 우리 의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 환자를 좋게 하는 것.
이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
쓸데없이 감성적인 글이 된 거 같기도 합니다. 그냥 복잡한 시기에 이렇게 평범한 의사도 있다는 걸 맗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마흔 되도록 들락날락 할지는 몰랐습니다. 와이프는 무슨 콩고물이 떨어지냐고 피지알을 그렇게 들여다보냐고 하지만
저에겐 인터넷 고향 같은 곳이 되어버렸네요.
일단 요 며칠 핫한 의대증원 문제를 두고 정치적 논쟁이나 의사와 비의료인과의 분쟁을 일으키기 위한 글을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물론 저도 사람이고 직업이 의사인지라 알게 모르게 팔은 안으로 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불쾌함이 느껴진다면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나가셔도 좋습니다. 그냥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늦은 밤 글을 써봅니다.
저는 어떤 사명이 있어 의사가 된 건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다행히 학업성취가 뛰어났고, 의대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었습니다. 제 주변 의사들도 비슷한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된 이후는 보통 수련의,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고요.
개인적으로는 레지던트 때가 진짜 의사가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생명과 바로 맞닿아 있는 곳에서 긴박하게,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하고, 그것과는 별개로 환자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걸 보고 기뻐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동료, 선후배 의사에게 배우고 깨지고 하면서 성장해 나가죠. 무엇보다 의사는 환자에게 배우고 환자를 보면서 성장합니다.
레지던트 1년 차 때였나요. 제가 보던 40대 간암+간경화 여자 환자 분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보호자인 남편 분을 불러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혈압도 점점 떨어지고 의식도 흐릿해지고...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 분은 의외로 담담하더군요.
설명을 마치고 병동 내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들에게 전화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말했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OO야, 엄마가 보고 싶대. 지금 병원으로 와"
그냥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사람도 되고 의사 다운 의사도 되고 했던 거 같습니다.
23년 5월 딸아이가 어린이집 다니면서 한 달에 한번은 꼭 감기에 걸렸고 5월에도 여지없이 감기에 걸렸습니다. 동네 소아과를
계속 다니면서 약을 먹어도 39-40도 열이 3일 내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도 지쳤는지 힘도 없고 쳐지기 시작합니다. 이쯤되면
저도 겁이 납니다. 응급실로 부랴부랴 찾아갔고 대학병원 응급실 3군데를 갔고 폐렴이지만 입원해도 볼 의사가 없으니 입원이
어렵다고 합니다. 소아과 전문의가 있는 2차 병원들에 전화를 돌립니다. 당일 외래 진료 가능한지, 입원이 가능한지...
다행히 한 군데서 당일 진료 가능, 입원 필요하다면 입원자리도 있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일주일 가량 입원하고 좋아졌습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현재 저는 동네 내과 의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제가 추적하면서 꾸준히 보게 되는 환자들도 늘어납니다.
내과다 보니 자연스레 만성 질환 + 고령이 많고 갑자기 안 좋아지거나 암이 발견되는 일이 꽤 있습니다. 저는 이런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거나 상급병원 진료까지 너무 오래 걸려 치료가 미뤄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전 훌륭한 의사도, 특별한 의사도 아닙니다. 그냥 동네에서 일하는 평범한 의사입니다. 저와 제 가족, 그리고 제가 보고 있는, 앞으로
볼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고, 특히 중증환자의 경우 최대한 빠르고 완벽한 조치를 통해 생명을 구하기를 희망합니다. 흔히 말하는
바이탈을 다루는 필수 의료 영역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법을 알지도 못하고, 현재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능력도 없습니다. 단지, 사람이 아플 때 잘 치료 받기를 원할 뿐입니다.
이전에 수련 받았던 병원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래도 우리 의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 환자를 좋게 하는 것.
이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
쓸데없이 감성적인 글이 된 거 같기도 합니다. 그냥 복잡한 시기에 이렇게 평범한 의사도 있다는 걸 맗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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