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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미국놈 자폐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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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760 회 작성일 24-02-09 08: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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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둘째 아이가 자폐 판정을 받은 지 2년이 조금 지났고, 제가 미국에 산 지 20년이 조금 안 되었네요.
드라마 우영우 할 때도 덜컹, 주호민 씨네 일로 시끄러워도 덜컹, 하던 가슴이었는데
오늘따라 그 가슴이 더 먹먹해져서 글을 남겨봅니다.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남들보다 왜곡되고 증폭된 감각 신호를 받아들입니다. 위의 영상과 비슷하다랄까요? 멜트다운 뿐만 아니라 자폐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반복적 행동, 반향어, 눈 마주침 어려움, 정렬/루틴에 대한 집착 등의 이상 행동은 그 자체는 나타나는 증상이 되는 것이고, 그 원인은 극도로 예민하게 발달된 감각 체계에 있습니다. 일반인의 뇌는 여러 정보가 동시에 들어와도 자연스럽게 선택적으로 특정 정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거르는데, 자폐가 있는 사람들은 그게 어렵습니다.대화 중에도 상대방 말소리 이외에 여러 소리가 들리고, 여러 장면에 눈을 뺏겨 똑바로 바라보기도 어렵고 집중할 수 없으니,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죠.뇌가 처리하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정보가 혼란스럽게 쏟아지니, 자연스레 안정감을 찾기 위해 질서와 패턴을 추구하게 됩니다. 강박증이 같이 나타나기도 하고, 김밥 줄 세우길 좋아하거나 자기의 루틴이 깨지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구요.
주호민 씨 아이의 경우,바지를 내리는 행동은 안에 뭐가 까끌까글하거나 답답한 걸 못 견뎌서 일지도, 다른 신호에 정신이 팔려 소변 마려운 걸 놓쳤다가 일단 바지부터 내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물론 일반인보다 특히 남자 자폐인이 성욕이 강하고 성적 쾌감에도 민감한 경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차 성징도 시작하지 않았고 정신 연령도 신체 연령에 비해 낮은 아이가 자기 성적 만족을 얻고 남에게 성적 괴로움을 주기 위해 했던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주호민 씨가 억울해 한 부분은 이 부분일 겁니다. 자기 만족이나 괴롭힘을 위해 자기 성기를 타인 앞에 일부러 노출한 것이 아니라아이가 가진 자폐 특성 때문에 벌어진 현상인데 그 일이 벌어진 때와 장소에 다른 여자아이가 있었다는 말 일거에요. 아마 실제도 여기에 가까울 거구요.
근데 그렇다고 그 여자아이가 받았을 충격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바바리맨처럼 교문 앞에서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연재해 폭탄이 같은 반에 상주하는 건데요. 더 골 때리는 것은 자폐라는 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타고 태어난 특질이고 그 특질 자체는 교정이나 완화가 불가능한 영구적 장애입니다.더욱더 무서운 것은 근 20년간 자폐 판정을 받는 아이들이 5배 증가해 지금은 전체의 약 3% 이상이 자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는 과거에 비해 진단 기준이 확대된 것도, 인식이 늘어나 모르거나 숨기고 넘어가는 아이들이 줄어든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자폐를 갖고 태어날 확률을 높이는데 큰 요인인 부모, 특히 아빠의 나이가 노산이 늘며 증가한 것이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36명 중의 한 명입니다. 어마어마한 수치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건데 이걸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꽃동네로 보내나요 집에 가둬두나요. 많은 부모님이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식도 환경도 많이 나아졌다지만 교육기관도 치료/교정기관도 부족한데 비용은 어마어마해서 이민가는 분도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집도 쉽지는 않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길 바라겠습니까.하지만 정말 감사한 것은, 저희 가족이 사는 곳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자폐를 포함해 인지, 언어, 행동에 관련된 발달 장애는 보통 만 두 살 전후로 지역 센터를 통해 전문가에게 판정받고 고소득 가정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로 필요한 치료/교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폐의 경우 만 세 살 전후로 최종 판정을 받습니다. 자폐는 발달 지연이 대부분 같이 따라오기 때문에 세 살 전까지는 언어나 행동 교정을 받다가, 그 이후에는 자폐에 특화된 교육을 추가로 받게 됩니다. 왜곡된 감각 체계 자체는 고칠 수 없지만 그걸 가진 채로도 좀 덜 힘들게 살도록, 자라며 교육도 덜 어렵게 받고 사회화도 조금은 거칠 수 있게 도와서 성인이 되어도 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자폐를 가진 아이들을 향한 교육의 목표입니다. 치료 개념보다는 훈련에 가깝습니다.추후 교육과정과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한 골든타임이 만 3세에서 5세 사이라고 합니다.이를 위해 ABA를 위시한 몇몇 프로그램이 오랜 기간 연구되어 체계적으로 개발되었고, 현장에는 충분한 전문가와 특수교사가 존재합니다.이러한 교정/교육 프로그램들 역시 약 60% 정도 아이들은 보험을 통해 무료로, 고소득자 가정을 제외한 나머지 20% 정도 역시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됩니다. 이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발달장애/자폐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개인별 장애의 정도나 수준에 맞게 특수학교, 특수학급, 통합학급이 단계별 운영되고 있습니다. 통합 학급 내에도 장애 아이를 위한 보조교사가 따로 존재하고, 일반 아이들도 장애 아이들과의 교류 수업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합니다.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에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이나 평생 교육도 제공하며, 할당 일자리나 장애 보조 수당도 제공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1970~80년대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자폐인을 비롯한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인식도 긍정적이며 차별도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와아. 정.말. 잘 되어 있네요 방장사기맵에서 꿀빠는 검머외는 참 좋겠어요. 라고 하실 분도 계실 줄로 압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쉽지 않고 너무나 어렵습니다. 저의 소망도 얘보다 하루 더 오래 사는 것입니다.참 많이 울었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에 제공하는 것이 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 여기고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도와주는 게 많고 이렇게 잘 되어 있는데도 내 아이가 평생 다섯 살일 거라는 걸 납득하기 어려운 부모님들을 아직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그 끈을 놓고 싶지 않은 절박함과 자기 욕심과 연민으로,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적합한 교육이 제 때 이루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들도 자주 보곤 합니다.
이번 주호민 씨의 일로 자폐 아이를 키우는 많은 가족들이 좌절하고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차라리 이번 일을 계기로 자폐라는 사각지대가 우리나라에서도 공론화되면 좋겠습니다. 휠체어 사용 인구가 우리나라에 약 150만으로 전체인구의 약 3% 정도 된다고 합니다.여전히 부족하지만 대중교통에도 관공서 같은 건물들에도 휠체어 접근성을 위한 장치 같은 것들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고,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습니다. 자폐 판정을 받는 아이들이 이제 전체의 3%입니다. 초등학교 36개 중의 하나는 특수학교여야 이 아이들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다양, 형평, 포용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비용을 선제적으로 감당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내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 반에 한 명은 있게 될 잠재적 바지내리기 시한폭탄도 좀 덜 터지고, 덜 말썽 피우고, 자기들한테 적합한 방법으로 배우고 훈련해서좀 모자라고 부족하더라도 같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묵계를 세우는 일 이기도 합니다. 높으신 분들이야 학교 짓고 교사 기를 돈도 없다고 하실 거고 반대 심해 못한다고 하시겠지만인식이 변화하고 성숙해지는 거 하나는 또 끝내주게 쿨하고 빠른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자폐맨들도 좀 어여삐 여겨주면 좋겠습니다. 아 이런 거구나 알게 되면 덜 놀랠거고, 시스템이 갖춰지면 덜 부딪힐 테니까요. 
우리집 일곱 살 자폐맨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돌까지만 해도 엄마 아빠 잘하다가 말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쳐 처음엔 엄마 아빠 속을 많이 썩였습니다.너무 많은 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니 그게 버거워서 그런다는 것을 알게 되고 참 미안했습니다.그럼에도 큰 사고 없이 관대하고 너그러이 참아주고 견뎌주는 것이 너무 대견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고 뀌트리고 물고 빨고 키웠는데 다행히 사람 손 닿는 거 싫어하지 않고 치대는거 좋아해서 참 고맙습니다.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는 느리지만 자기 페이스대로 자기 방식대로 세상에 대해 알아가며 행복해하니 참 다행입니다.학교 마치고도 일 주일에 35시간 교정교육 받는다고 우리집에서 제일 바쁜데도 씩씩하고 해맑은 아이입니다.다들 어딘가 폭탄 하나는 안고 태어나는 것이고 자폐 폭탄도 일정 비율 태어나는 건데 차라리 우리집에 와주어 잘 되었다 생각합니다. 
21세기에 살고 있으니, 책상에 앉아 머리 쓰는 재능이 먹고사는데 요긴하게 쓰이는 거지맘모스랑 술래잡기하던 헌터 개더러의 시대에 태어났으면 저 같은 건 진즉에 도태되었을 겁니다. 전지전능한 챗GPT에 의하면 인류 역사 전체 중 1950년 이후에 태어날 확률이 약 5%쯤 될 거라 하네요. 능력주의라는 것의 허상도, 결국 특정 능력이 그만큼의 효용을 가질 것도 결국엔 확률이고 요인을 전부 통제할 수 없는데그게 어떻게 개인만의 성취이며 성과물을 오롯이 주장할 수 있겠냐는 것이겠죠. 세상은 어차피 불공평한 곳이라지만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집 자폐맨도 짐승으로 태어나고 싶었을까요. 물지 않습니다. 아, 무는 애들도 있긴 해요.불거진 현상에 대한 시스템을 세우기까지의 시간적 간극은 사회적 합의와 인식의 변화가 완충지대의 역할을 해줍니다.어차피 운빨망겜이라면 우리끼리라도 쟤 망할 때 좀 봐줘야 나 망해도 봐주겠지라는 사회적 신뢰... 같은 거 사실 무너지고 있지만마침내 나치가 나를 찾아왔을 때에도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을 남기려는 희망의 노력은 놓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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