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당선, 정치인은 됨됨이 따위가 어떻든 유권자를 대표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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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이겼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많은 분석과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의 핵심은 유권자를 대표하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선거였다고 봅니다.
저는 트럼프라는 사람 그 자체는 정말 끔찍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갖 거짓말과 막말, 가짜뉴스를 주장하고 다니고, 차별적이고, 선거에 불복하고, 개인적인 비리 의혹이나 사법 문제도 줄줄이 엮여 있는, 정말 어떻게 이런 인간이 있지 싶을 정도로 위험한 막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두 번이나. 첫 번째는 잘 몰랐다 치더라도 두 번째는 유권자도 그러한 모습을 다 알고도 찍었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가 얼마나 몰상식한 인간인지,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팩트체킹을 아무리 퍼부어도 소용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트럼프 개인이 어떤 인간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막장일 수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이유는 결국 [그가 미국 유권자의 뜻을 대리하기 때문입니다.] MAGA로 대표되는 매력적이고 확고한 비전, 현실성 따윈 둘째치고 어쨌든 말이 되는 것 같은 공약. 소외된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의 심정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모습 등. 결국 이러한 뜻에 공감하는, 즉 자신의 뜻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트럼프를 뽑았습니다.
정치인 개인이 어떤 인간이든 무슨 상관입니까? "정치인으로서"는 나를 대리하는 페르소나로서 행동하는데.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은 결국 국민의 뜻을 대리하는 존재입니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도구"입니다. 도구가 속으로 어떤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과거 이력이 어떻고 하는 게 무슨 상관입니까? 어쨌든 겉으로는 내 뜻만 잘 따른다면 장땡이죠. 반대로 아무리 능력 있더라도 도구가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지지해준 유권자의 뜻에 배치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건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쓰레기입니다. 제 역할을 못하는데요.
물론 이견은 많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가 그게 현실임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요.
이전에도 몇 번 글을 썼는데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이러한 "대표성"보다는 "개인기"를 더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뭐랄까 내 뜻을 대표하는 대리인을 뽑는다기보단 "나라를 잘 이끌어갈, 능력있고 올바른 사람"을 천거하는 컨셉 같달까요. 구분하기 힘들긴 합니다만.
그래서 후보자 등을 평가나 검증할 때 그의 능력이 어떤지, 공약이 어떤지보다는 그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과거에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등 도덕성에 많이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정치인이란 원래 어느정도 더럽고 치사한 법이고, 그러한 검증된(그리고 좀 더럽기도 한) 기성 정치인에게 실망한 결과 백마탄 초인을 찾는 심정으로 뽑은 게 윤석열이라 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최악으로 증명되고 있고요. 퍼포먼스나 결과 측면에서 말씀 드리는 게 아닙니다. 윤석열이나 김건희가 나쁜 인간이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뽑아준 유권자의 뜻에 배치되는 행동만 해댄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윤석열을 뽑은 분들도 지금 이런 행동들을 기대하고 뽑은 건 아닐테니까요.
물론 도덕성은 중요합니다. 좀 깨끗하고 상식적인 인간이면 당연히 좋죠. 그런데 그걸 최우선순위로 둬서 이거 거르고 저거 거르다보면 결국 윤석열 같은 미검증된 똥덩어리를 퍼먹게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2, 3의 윤석열이 계속 나올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계속 "백마탄 초인"을 원하는 이상요.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치인은 도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나라를 이끌어갈 위대한 지도자"가 아닌 "내 뜻에 맞는 도구"를 고른다는 컨셉.] 도구를 평가하는 것과 사람을 평가하는 건 잣대가 다르죠. 내 뜻에 맞으면 좀 더럽고 무뎌도 쓰는 거고, 깨끗하고 좋아도 내 뜻에 안따르면 그대로 내다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뭐 사실 진부한 소리를 길게 늘어놓은 것 뿐입니다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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