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감정 수업》 -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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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살펴보고자 하는 책은 21세기 젊은 여성들이 어른으로 성숙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 《소녀들의 감정 수업》(원제: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해요You don"t understand me)입니다. 2022년 영국에서 발매되자마자 아마존 UK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더타임스 최고의 청소년 도서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소녀들의 감정 수업》, 글쓴이 타라 포터, 출판 또다른우주, 발매 2024.03.05.
글쓴이 타라 포터는 영국의 임상심리학자로, 다양성이 극심한 런던 북부 NHS 아동청소년건강서비스에 소속돼 25년 이상 임상 경력을 쌓았으며 섭식장애팀 수석 심리학자로 활동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파티마, 야스민과 같은 소녀들의 이름에서 그가 겪은 다양성의 일부가 엿보입니다. 글쓴이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임상 부교수로 재직하며 중등학교와 대학교 교육훈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임상 경력을 쌓으면서 만난 수백 명의 소녀들과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이 책을 썼습니다. 소녀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게 하기 위해 유사한 여러 사례들을 편집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러면서도 원래 이야기에 담겨 있는 진실성을 훼손하지 않게 하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래서 각 장마다 있는 두 소녀들의 문제, 상담, 해결은 그 장을 꿰뚫는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픽션이자, 읽는 이가 내 이야기로 공감할 수 있는 실화이기도 합니다.
제1장. 애착과 소속감
이 장에서는 어머니를 일찍 잃고 보모와 애착 관계를 맺었으나, 청소년기에 아버지가 보모를 해고하면서 애착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매디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매디의 이야기 다음에는 엄격하기만 하고 따뜻함이 부족한 부모에게서 자라나 사랑을 알지 못한 스테파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애착은 아기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발달하는 동안 흔들리며 누워 있는 요람과 같다. 애착이란 무엇인지, 내 애착 유형이 어땠는지는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제2장. 가족
가족과의 관계는 지나치게 가까워도, 멀어도 문제가 되기 쉽습니다. 이 장에는 부모에게 지나치게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라난 나머지 부모와 떨어질 기회가 없어서 섭식장애로 독립 욕구를 표현한 이디와, 나머지 가족들과 달랐기에 부모에게서 가족을 떠난 고모처럼 될까 봐 염려를 받으면서 갈등한 시몬의 사례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나는 이것이 20세기 말 양육이 ‘존재’를 나타내는 명사가 아니라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10대의 상당수는 ‘부모가 있는’ 세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양육되는’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치료실에서 내가 보는 것은 부모가 그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이 아니라 양육을 수행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다.
제3장. 친구
여성의 우정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이 적다는 것이 보여주듯 여성의 우정은 중요성에 비해 경시되기 쉽습니다. 부모의 관심을 갈구하는 기술로 친구들을 휘어잡고 살아온 캐시와, 유별나게 사회성이 뛰어났기에 오히려 사회성이 부족한 유년기 친구들과 멀어지면서 고통을 받은 레베카의 이야기에서 건강한 소녀들의 우정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회적으로 불안한 젊은이들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지만, 친구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이 실제로 좋은 친구가 되는 데 방해가 되는 모순을 경험한다. 이런 상황을 ‘자기중심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은 다소 가혹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에 빠져 있으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나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
제4장. 감정, 생각, 느낌
감정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느낌과 앎에 모두 유능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으나 뚱뚱하다는 느낌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레나와, 부정적인 감정을 서로 나누며 증폭시키는 친구들과만 함께하고 자신을 도와주려는 어른들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을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수지에게서 감정, 생각, 느낌의 늪에 빠진 소녀들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제발 자신에게 친절해지라는 것[34]이다. 참고문헌에 몇 가지 자료를 올려놓았다. 감정을 다룰 때 자신을 친절하게 배려하라는 뜻이다. 동시에 자신의 감정에 너무 관대해지지 않는 것도 의미한다.
제5장. 불안과 걱정
최근 사회는 10~20대 여성들의 불안을 유례 없이 부추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불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항상 엄격하게 삶을 통제하며 불안을 억제하다가 청소년기에 통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로소 불안을 느끼고 구토하는 에밀리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과는 다른 차원의 경쟁자들 때문에 불안을 겪고 사람들을 회피하게 된 케이티의 삶을 통해 불안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을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에 먹이를 준다.
이러한 반응 중 어느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6장. 교육 및 자격
사람들은 교육이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학업 성취가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고, 이는 학생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학업 성취에서 뒤처진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신이 아무 가치 없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1등이 되는 것에서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느끼고 시험 때마다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프랭키와, 대학교에 진학한 후 해야 할 일에 압도당해 공부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학대하고 있던 니아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학생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공부와 웰빙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선에서 자신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적시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적시에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완벽보다 완성이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
제7장. 외모와 식사
현대 사회의 완벽주의 압박,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증폭된 광기 중에서도 소녀들에게 가장 가혹한 것이 바로 음식과 몸매일 것입니다. 체구가 크고 글래머러스한 자기 몸매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식증에 빠진 올라와, 다이어트를 항상 하는데도 변화가 없는 엄마의 식습관을 배웠지만 엄마처럼 되고는 싶지 않은 폭식증 환자 야스민의 이야기를 통해 외모와 식사 양면에서 압박을 받는 소녀들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21세기의 10대 여성들에게 “다이어트와 마약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한 번쯤 시도해봐도 좋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어트는 해롭다.
제8장. 스마트폰과 인터넷
21세기 소녀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제공된 연중 무효 24시간 서비스 문화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는 마리아와, 인터넷이 보여주는 완벽한 삶에 중독된 파티마에게서 우리의 본성과 스마트폰 간의 상호작용을 짚어보고, 스크린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 되는 삶으로 돌아가도록 조언합니다.
젊은 세대의 병폐와 정신 질환 증가의 책임을 소셜 미디어에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결과 중심 교육 시스템, 과잉육아,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소비주의에 소셜 미디어가 가세함으로써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젊은 여성들은 자신이 충분히 똑똑하고 착하고 예쁘지 않다고 내면화했다.
제9장. 매력, 관계, 사랑과 섹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연애와 사랑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연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해체되면서 더 다양해지고 더 복잡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소녀들의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수많은 남녀들과 친밀감을 나눴지만 정작 연애 관계는 불편하게 느끼는 보와, 엄격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가 처음 친밀감을 느낀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클로이의 이야기를 토대로 감정과 이성이 균형을 이루는 관계, 관계 그 자체를 위한 관계가 아니라 본인에게 현명하게 대하는 관계를 추구할 것을 권면하면서 책을 마칩니다.
우리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강인해야 하며, 그렇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바로 전에 소개한 《내 사랑은 왜 이렇게 힘들까》가 애착, 《기분이 식욕이 되지 않게》가 다이어트와 식욕, 《불안 세대》가 불안과 스크린을 주제로 삼고 있는데, 이 책은 이와 같은 개별 주제들을 소녀들의 삶을 증언으로 하면서도 그들의 삶에 함께하려고 한 어른의 관점에서 풀어갑니다. 그래서 위의 세 책을 이미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다른 관점에서 소녀들의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비교를 해보자면, 위의 인용문에서도 나오듯이 글쓴이는 《불안 세대》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 비록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불안이 급속히 증가하긴 했지만, 스마트폰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원인이라기보다는 이미 사회에 있는 다른 요인들과 함께 불안을 폭발적으로 유발한 것으로 봅니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인데, 출판사에서는 이 책의 원고를 받고서는 청소년이 아니라 부모를 위한 책, 즉 양육하는 법을 다루는 책을 쓰기를 원했습니다. 그만큼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을 가꾸는 법보다는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청소년을 양육하는 데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세태를 걱정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는 존재이기에 앞서 자녀와 부모라는 관계를 맺는 존재입니다. 양육이 관계보다 중요해질 때, 자녀들은 고통받게 됩니다.
청소년이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로 존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산품처럼 그들이 산출한 결과로 평가받는 분위기는 양육뿐만이 아니라 친구 관계, 교육, 외모, 인터넷 등 청소년들의 삶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어디에서든 완벽을 추구하고 강요하는 목소리에 둘러싸인 청소년은 이 때문에 좌절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쓴이는 소녀들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항상 완벽을 경계합니다. 완벽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 정도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까지 하며, 완벽 대신 완성을 권유합니다.
청소년은 양육을 받는 존재이기에 앞서 관계를 맺는 존재라는 것은, 청소년들을 삶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이는 청소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완벽한 부모와 형제자매를 기대하기보다는 가정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청소년이지만,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자신이 아는 이성 간의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완벽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남들에게도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원제인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요”는 한 소녀가 글쓴이에게 남긴 말이었다고 합니다. 소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기를 원하지만 존중을 받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글쓴이는 섣불리 반박하지 않고 그런 소녀에게도 공감하는 자세로 나아가면서, 소녀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것은 임상심리학자의 전문 기술이지만, 소녀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소년들과 어른들도 이런 글쓴이의 모습에서 소녀들과 진심을 나누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문에 나오는 대로, 예상 독자는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지만, 소년들과 젊은 남성들도 소녀들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녀들만을 위한 책이지만,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