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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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름의 끝은 더 이상 선풍기가 필요하지 않을 때부터다.
그 순간은 어딘가 모르게 조용히 찾아온다.
아침 공기가 미묘하게 서늘해지고, 저녁에는 문득 긴팔 옷이 그리워지는 때.
선풍기를 끄고 창문을 열면, 이제는 뜨겁지 않은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 바람이 내 볼을 스칠 때, 나는 여름이 끝났음을 느낀다.
미묘하게 빠르게 찾아오는 석양, 하루가 짧아졌음을 조용히 알린다.
태양은 천천히 내려앉지만, 그 빛은 어쩐지 서둘러 사라지는 듯하다.
붉게 물든 하늘은 여름의 끝자락을 물들인 채, 차분히 식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조금 더 오래 이 순간을 붙잡고 싶어진다.
그러나 석양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가고, 여름은 그렇게 서서히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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