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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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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068 회 작성일 24-09-09 22: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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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인생을 조금씩 빼앗아가고 있다. 아니 이젠 모든것을 빼앗아 가고있다.
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미 벗어날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녀는 홀연듯 나타나, 나에게 방긋 웃으면서 인사했다.
난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홀린듯 그날부터 그녀의 몸종이 되었으며, 그녀를 위해서 뭐든지 해야하는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나에게 너무 쉽게 모든것을 요구한다. 나의 육신, 나의 목소리, 나의 영혼까지 모든것을 말이다.
하지만 난 내 모든것을 다바쳐야 겨우 그녀의 작은 미소 한조각을 얻을수 있었다.

하루.. 이틀... 점점 시간이 흘러, 그녀는 내 인생 모든것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바다 같이 넓었던 나의 세계는 이제 겨우 20cm 남짓한 좁디 좁은 공간으로 쪼그라져버렸다.

이젠 내 마음대로 누군가를 만나지도, 누군가와 이야기 할수도 없다. 그녀의 허락이 없이는 말이다......
원래부터 작았던 나의 시간은 이제 온전히 나를 위하여 쓸수조차 없다.
나의 시간은 이제 그녀의 것이다.

바람처럼 자유로웠던 나의 인생은 이제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시간마다 울리는 궤종시계처럼. 난 매 시간마다 뻐꾹뻐꾹 울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내 모든것은 그녀에게 지배당한채로 움직일수도, 비명을 지를수 조차 없다.





난 몇번이나 도움을 요청해보았다.
제발 도와달라고... 날 꺼내 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것은, 언제나 내편이었던 사람들 조차 나에게 흘리는 비웃음 뿐이었다.
이젠 모든것을 포기 해야한다. 난 이제 나를 놓는다.

이젠 날 지배하는 그녀에게 길들여져 버렸다.
이젠 정말 아무래도 좋다....


그녀는....................





























내 딸내미는 내인생을 다 뺏아갔다. 난 이미 틀린것 같다.





재작년 칠월칠석에 태어나 [님이 내 아빠군요 낄낄] 하면서 인사했다.
난 이 신비로운 생명체에 반했고, 그날부터 몸종이자 노예가 되었다.

내딸은 너무 쉽게 모든것을 요구한다. [아빠 바나나우유사줘, 아빠 놀이터데려가줘, 아빠 비행기 태워줘, 아빠 베베핀틀어줘, 아빠 아기상어 노래 불러줘]
하지만 난 내가 할수있는 모든 개인기를 쏟아부어야, 겨우 피식 웃는 딸 얼굴을 볼수 있다.....

하아.... 근데 그것만으로도 좋다...




내 딸이 점점 커갈수록, 바다 같이 넓었던 특대 킹사이즈 침대의 모든것을 지배하지 시작했다.
성인 남자 넷이 누워도 끄떡없는 내 침대는 이미 내 딸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몸부림을 치다가 혹여나 아빠가 팔에 걸리면 벌떡 일어난다.

[아빠! 좁아요! 비켜주세요!] 
한마디에 나는 아기 발밑의 20cm 남짓한 좁은 공간에 끼어서 새우잠을 자야한다.한번씩 자다가 얼굴에 하이킥을 맞으면 눈앞에 별세계가 펼처지는 경험도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인사할수도 없다. "아빠 아빠 아빠" 하면서 안아달라고 난리를 치기 때문이다.이녀석은 아빠만의 관종임에 틀림없다......

퇴근하고 얼마 안되는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수도 없다.내부전쟁 확장팩이 나온지 2주가 지났는데, 갓 만렙 하나 겨우 찍었다.

퇴근하면, 총알같이 후다다다닥 달려와서 아빠를 외치기 시작한다.
책읽어 줘야하고, 같이 숨은그림 찾기 해야 하고, 블록놀이도 해야하고, 티라노사우루스 집도 지어줘야한다....
궁전 같은 티라노사우루스 집을 짓고 난 다음, 남는 찌꺼기같은 재료로 아빠집! 하면서 허름한 헛간 하나 지어주면서 인심쓰는척 한다 -_-
그러면서 잠들지도 않는다...세상에 어떤 26개월짜리가 맨날 밤 10시에 자냐.....


주말마다 밤새 춤을 추면서 즐기던 동호회의 신데렐라였고,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내 인생은 끝났다.
주말만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하고, 유모차를 끌고 놀이터를 데려가야한다. 그리고 키즈카페, 동물원, 수족관 등등등
내딸이 좋아할만한 곳이면 어디든 데려가야한다.  

허리가 부서져라 비행기를 태워줘도 비명을 지를수 조차 없다.
아빠가 으악 하면서 아픈척 하면,  더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_-




난 몇번이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어무이, 아부지.. 좀 도와 주십......."

하지만 돌아오는것은 비웃음 뿐이었다.
"아 키우는게 그렇게 쉬울줄 알았디나?  닌 임마 그 나이때 더 했어"
그렇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하는 모양이다.




이젠 길들여져 버린것 같다. 이젠 정말 아무래도 좋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가 이세상에서 내 모든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내 딸이기 때문이다.


[사랑해.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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