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재발급 도전기
페이지 정보
본문
결혼 초기에는 매년 어디든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는 해외를 갈 수가 없어 몇 년째 고히 잠들어 있던 여권. 이제 아이들이 제법 자라서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던 어느날 여권을 갱신하라는 외교부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마침 구청도 가까운터라 호기롭게 와이프가 챙겨주는 사진을 들고 여권을 갱신하러 갔다.
구청직원: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 "여권을 재발급하러 왔습니다."
구청직원: "사진은 챙겨오셨죠? 저쪽에서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하시면 됩니다."
요즘 관공서는 참 친절하다면서 속으로 생각하고 서류를 작성하여 기존 여권과 함께 사진을 제출하였다.
담당자: "선생님, 이거 사진이 기존 사진과 똑같은데요?"
나: "네??"
담당자: "기존 사진과 똑같으시다구요. 여권 사진은 규정상 6개월 이내의 사진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아뿔싸, 여권 속의 사진은 훨씬 통통해 보여서 다른 사진인 줄 알았는데 같은 사진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왠 사진이 아직도 남아있나 했다. 아직 사진 속 모습 그대로라 생각하며 "6개월 이전 사진인 줄 어떻게 알겠어"라며 의기양양 들고온 사진은 그냥 쓸모없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다 불현 듯 스쳐간 생각,
"아니 이렇게 휴대폰이 발달한 스마트한 시대에 내가 찍으면 돈도 굳고 시간도 절약하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어설프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셀프로 찍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셀프로 찍어서 제출하자!"이것이 무한 츠쿠요미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디 PGR분들은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작성한다.
1. 어플 찾기
여권 사진을 편집해준다는 여러 가지 어플이 있었다. 최대한 평점이 좋고 무료인 앱을 찾았는데 처음에 찾은 앱은 편집 후 다운로드가 되지 않고 결제를 하면 사진을 택배로 보내주는 형태라 삭제. 좀 더 그럴싸한 어플을 찾아서 다시 사진을 편집하였다. (여권 사진의 크기는 3.5*4.5이며, 413*531픽셀에 해상도300DPI를 권장하고 있다.)
2. 잉크젯 사용금지
집에 마침 잉크젯도 있고 저렴한 사진용지도 있어서 적당히 편집한 사진을 인쇄 하였다. 하지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진관에서 찍은 여권 사진과 비교해보니 나온 결과물이 누가봐도 퓨전이 잘못된 오천크스 마냥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급레이저 프린터라면 달랐을까? 우리집 프린터로는 안될 것 같아서 바로 포기.(잉크자국이 있으면 안됨)
3. 두상의 위치, 편집 금지
다시 저렴한 사진관을 찾다가 어떤 질문의 댓글에서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무료"라는 댓글을 발견한다. "아 이거다!!" 인터넷으로 제출하자고 결심한다. 보통의 인터넷 제출 과정은 셀프로 사진을 찍고-여권사진 촬영 앱을 이용해서 편집-정부24를 통하여 정보 입력 및 사진 제출-결제의 단계를 거친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안고 1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결제를 하였다. 한 시간쯤이 지난 시간 외교부에서 연락이 왔다.
" 귀하의 사진은 두상이 3.2~3.6 사이에 있지 않아서 거부함"
결제가 취소되고 입력한 정보도 모두 사라졌다. 침착하게 다시 사진을 편집하고 어떻게든 기존의 여권 사진과 비슷한 느낌을 살려서 다시 제출하였다.
"귀하의 사진은 배경을 삭제한 흔적이 있어 거부함"
하..이때부터 귀차니즘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냥 사진관에 가서 찍을걸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최근에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와이프를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4. 흰색 배경,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 안됨
어차피 못생긴 얼굴, 심사 때 외에는 아무도 안 볼 여권. 한 장, 단 한 장이면 된다는 일념으로 흰색 배경을 찾았다.(여권 사진은 흰색 배경만 가능)때마침 직장에 있던 프로젝트용 흰색 배경이 떠올라 와이프를 동원(따로 실패기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근접촬영 안됨, 촬영자 또는 삼각대 필요)하여 휴대폰 라이트를 활용하여 최대한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게 다시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렇게 집에와서 다시 업로드 하였지만 문제는 이곳의 흰색은 흰색이 아닌 것이 문제였다. 배경이 흰색이 아니면 아예 업로드 자체가 되지를 않아서 실패.
5. 고민 또 고민
이때부터는 이제 멘붕에 빠졌다. 글로 쓰면 얼마 안되지만 대략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 그때 사진관에서 찍을걸하고 몇 번씩 후회를 하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사진관에 가서 찍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해보았다. 우선 흰색 배경은 내가 자연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해서든 2차 가공을 하여야 하였다. 그리고 편집한 흔적이 남아서는 안되며, 두상이 3.2~3.6 사이에 위치하여야 한다. 기존에 편집한 사진들은 누가 봐도 어색했다. 내가 봐도 어색한데 통과가 될 리 만무했다.
"그래, 내가 봤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진을 제출하고 그래도 안되면 포기하자!"
라며 급히 다시 블로그를 통해 성공기를 검색하였다. 그런데 누군가 다른 앱을 활용해서 통과하였다기에 어차피 무료앱이라 그 앱을 한번 설치하여 편집해보았다. 아니 근데 이럴 수가! 지금까지 편집한 녀석들과는 확연히 다른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다시 제출을 하였다. 평소 1시간이면 불합격 통보가 오던 것과는 달리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루이틀, 그리고 일주일. 그렇게 기다리던 외교부의 메시지가 왔다.
"여권을 찾으러 오십시오"
그렇다. 나는 성공한 것이었다.
----------------------------------------------------
이상 저의 여권 재발급 성공기였습니다. 결국 돈은 굳었지만 시간은 절약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하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라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깁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해서 한 줄로 요약하자면,
- 여권을 재발급 할 때는 사진이 가장 까다로운데 돈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잘 찍은 후, 좋은 앱을 써서 두상이 3.2cm~3.6cm 사이에 잘 위치하도록 편집하자" 입니다.
구청직원: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 "여권을 재발급하러 왔습니다."
구청직원: "사진은 챙겨오셨죠? 저쪽에서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하시면 됩니다."
요즘 관공서는 참 친절하다면서 속으로 생각하고 서류를 작성하여 기존 여권과 함께 사진을 제출하였다.
담당자: "선생님, 이거 사진이 기존 사진과 똑같은데요?"
나: "네??"
담당자: "기존 사진과 똑같으시다구요. 여권 사진은 규정상 6개월 이내의 사진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아뿔싸, 여권 속의 사진은 훨씬 통통해 보여서 다른 사진인 줄 알았는데 같은 사진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왠 사진이 아직도 남아있나 했다. 아직 사진 속 모습 그대로라 생각하며 "6개월 이전 사진인 줄 어떻게 알겠어"라며 의기양양 들고온 사진은 그냥 쓸모없는 사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다 불현 듯 스쳐간 생각,
"아니 이렇게 휴대폰이 발달한 스마트한 시대에 내가 찍으면 돈도 굳고 시간도 절약하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어설프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셀프로 찍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셀프로 찍어서 제출하자!"이것이 무한 츠쿠요미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디 PGR분들은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작성한다.
1. 어플 찾기
여권 사진을 편집해준다는 여러 가지 어플이 있었다. 최대한 평점이 좋고 무료인 앱을 찾았는데 처음에 찾은 앱은 편집 후 다운로드가 되지 않고 결제를 하면 사진을 택배로 보내주는 형태라 삭제. 좀 더 그럴싸한 어플을 찾아서 다시 사진을 편집하였다. (여권 사진의 크기는 3.5*4.5이며, 413*531픽셀에 해상도300DPI를 권장하고 있다.)
2. 잉크젯 사용금지
집에 마침 잉크젯도 있고 저렴한 사진용지도 있어서 적당히 편집한 사진을 인쇄 하였다. 하지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진관에서 찍은 여권 사진과 비교해보니 나온 결과물이 누가봐도 퓨전이 잘못된 오천크스 마냥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급레이저 프린터라면 달랐을까? 우리집 프린터로는 안될 것 같아서 바로 포기.(잉크자국이 있으면 안됨)
3. 두상의 위치, 편집 금지
다시 저렴한 사진관을 찾다가 어떤 질문의 댓글에서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무료"라는 댓글을 발견한다. "아 이거다!!" 인터넷으로 제출하자고 결심한다. 보통의 인터넷 제출 과정은 셀프로 사진을 찍고-여권사진 촬영 앱을 이용해서 편집-정부24를 통하여 정보 입력 및 사진 제출-결제의 단계를 거친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안고 1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결제를 하였다. 한 시간쯤이 지난 시간 외교부에서 연락이 왔다.
" 귀하의 사진은 두상이 3.2~3.6 사이에 있지 않아서 거부함"
결제가 취소되고 입력한 정보도 모두 사라졌다. 침착하게 다시 사진을 편집하고 어떻게든 기존의 여권 사진과 비슷한 느낌을 살려서 다시 제출하였다.
"귀하의 사진은 배경을 삭제한 흔적이 있어 거부함"
하..이때부터 귀차니즘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냥 사진관에 가서 찍을걸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최근에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와이프를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4. 흰색 배경,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 안됨
어차피 못생긴 얼굴, 심사 때 외에는 아무도 안 볼 여권. 한 장, 단 한 장이면 된다는 일념으로 흰색 배경을 찾았다.(여권 사진은 흰색 배경만 가능)때마침 직장에 있던 프로젝트용 흰색 배경이 떠올라 와이프를 동원(따로 실패기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근접촬영 안됨, 촬영자 또는 삼각대 필요)하여 휴대폰 라이트를 활용하여 최대한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게 다시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렇게 집에와서 다시 업로드 하였지만 문제는 이곳의 흰색은 흰색이 아닌 것이 문제였다. 배경이 흰색이 아니면 아예 업로드 자체가 되지를 않아서 실패.
5. 고민 또 고민
이때부터는 이제 멘붕에 빠졌다. 글로 쓰면 얼마 안되지만 대략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 그때 사진관에서 찍을걸하고 몇 번씩 후회를 하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사진관에 가서 찍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해보았다. 우선 흰색 배경은 내가 자연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해서든 2차 가공을 하여야 하였다. 그리고 편집한 흔적이 남아서는 안되며, 두상이 3.2~3.6 사이에 위치하여야 한다. 기존에 편집한 사진들은 누가 봐도 어색했다. 내가 봐도 어색한데 통과가 될 리 만무했다.
"그래, 내가 봤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진을 제출하고 그래도 안되면 포기하자!"
라며 급히 다시 블로그를 통해 성공기를 검색하였다. 그런데 누군가 다른 앱을 활용해서 통과하였다기에 어차피 무료앱이라 그 앱을 한번 설치하여 편집해보았다. 아니 근데 이럴 수가! 지금까지 편집한 녀석들과는 확연히 다른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다시 제출을 하였다. 평소 1시간이면 불합격 통보가 오던 것과는 달리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루이틀, 그리고 일주일. 그렇게 기다리던 외교부의 메시지가 왔다.
"여권을 찾으러 오십시오"
그렇다. 나는 성공한 것이었다.
----------------------------------------------------
이상 저의 여권 재발급 성공기였습니다. 결국 돈은 굳었지만 시간은 절약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하면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라고 이렇게 기록으로 남깁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해서 한 줄로 요약하자면,
- 여권을 재발급 할 때는 사진이 가장 까다로운데 돈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잘 찍은 후, 좋은 앱을 써서 두상이 3.2cm~3.6cm 사이에 잘 위치하도록 편집하자" 입니다.
추천53 비추천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