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그룹, 두산 밥캣 합병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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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쓴 글(https://pgr21.com/freedom/101912) 후속 소식입니다. 두산 그룹이 구조 개편에서 두산 밥캣과 모회사가 될 두산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 교환(과 그 이후 이루어질 합병)을 철회했습니다. 반면 그 이전 단계인 에너빌리티 분할 후 로보틱스에 합병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글 쓴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죠. 정치권에선 두산 밥캣 금지법이 튀어나오고 주주단체는 일제히 반발했으며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일 "지배주주만을 위한 합병"을 언급하며 두산을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장은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몇 번이고 증권신고서를 반려하겠다"며 실제로 2번이나 반려시킬 정도였죠.
결국 두산이 이런 압박을 못견디고 포괄적 주식 교환을 철회했습니다.
이 사안을 처음 보시는 분께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등장기업은 두산 에너빌리티, 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이자 주인공 두산 밥캣, 두산 로보틱스가 있습니다. 이 알짜인 두산 밥캣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이리 떼고 저리 붙이고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크게 단순화 하자면
1. 두산 에너빌리티를 분할 후 로보틱스와 합병
2. 로보틱스와 자회사가 된 밥캣을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이었는데, 1번에서 에너빌리티의 합병비율을 후려치고, 2번에서 주식교환비율을 후려쳐서 주주들 빅엿을 먹임과 동시에 두산 그룹(및 지배주주) 입장에서 알짜 회사인 두산 밥캣의 지배력을 약 14%에서 42%까지 3배 높이는 일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다 반발에 부딪혀 2번을 포기하기로 한 거고요.
어쨌든 두산 밥캣 주주분들 입장에선 한 시름 놓긴 했습니다. 옛날엔 저평가된 시가로만 강제로 털려나갈 운명이었지만 이제 그냥 모회사만 바뀌는 수준이니까요. 두산 그룹 여태 행보를 보면 나중에 잠잠해지면 또 무슨 짓을 할진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에너빌리티 주주분들은 합병비율 후려치기가 여전하기에 속이 많이 쓰리시겠습니다.
어쨌든 2번은 포기했다 하더라도 1번만으로도 대략 지배력이 14%에서 31%로 올랐으니 두 배 넘게 올라가게 됐습니다. 거기에 희생된 에너빌리티 주주분들께 묵념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모든 게 정리된 것은 또 아닙니다. 에너빌리티 분할 및 합병이 주총에서 성사될지는 여전히 관전 포인트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SK 건에 대해서도 반대했을만큼 그보다 더 심한 두산 건은 확실히 반대할 것으로 보이고, 금감원장도 "밥캣 시가로 후려치지 말고 다른 가치평가도 똑바로 해서 공고해라"라고 증권신고서를 반려했으니까요.
모쪼록 주총에서 에너빌리티 합병까지 무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소액주주 털어먹는 쓰레기같은 관행은 없어져야죠.
만약 실패하면 LG화학 물적분할 건과 같이 주주 권리 불길을 불길대로 치솟게 하고 자기네 구조개혁은 실패한 다크나이트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 기세를 몰아 상법 개정도 스무스하게 통과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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