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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 애니 스파이X패밀리 + 원작 + 극장판까지 모조리 감상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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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629 회 작성일 24-08-28 17: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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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스파이 패밀리 TV 애니 시리즈를 2쿨 다 보고 완전히 푹 빠졌습니다. 과연 대중픽은 이유가 다 있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 엔터테인먼트의 극한이었습니다.

저는 작품이 구리거나 특정 부분에 치명적 결함이 있으면 머리 속에서 이거 왜 이렇게 구리지? 뭐가 문제지? 라는 생각이 폭풍같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반면 좋은 작품은 뇌를 비우고 순수하게 몰입하게 즐기는 편입니다. 스파이 패밀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원작까지 찾아먹었고 또한 만족했습니다. 원작을 보고 나니 애니는 원작 구현을 매우 잘한 편이라는 사실, 원작자 못지 않게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높고 이해도도 훌륭했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과 애니 모두 고유한 매력이 있어 둘 다 봐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보건, 둘 중 하나를 이미 봐서 스토리를 알고 봐도 그냥 맛있었습니다.

굳이 스파이 패밀리가 어떤 매력이 있는 작품인지 간단한 포인트를 뽑아 보자면요.

1. 아냐의 기상천외하고 엉뚱한 행동이 굉장히 귀엽고 웃기다. 핵심 매력 포인트.

2. 유머와 시리어스를 절묘하게 뒤섞는 전개 덕분에 보면 기분이 즐겁고 웃음이 나옴. 진지한 첩보 에피소드가 펼쳐지다가도 아냐 같은 인물이 망상을 하거나 이상한 계획을 짜는 유머가 간혹 섞이는데 이게 위화감없이 굉장히 유쾌함. 요즘에 이렇게 순수하게 유쾌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 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유니크한 매력이 있음.

3. 1급 일상물이기도 함. 아냐와 친구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장면들이 짱구를 못말려 급으로 굉장히 즐겁게 묘사됨.

4. 주인공들은 자기 정체과 능력을 숨긴 채 가짜 가족을 구성하고 있다. 이런 착각물적 면모로 인해 굉장히 재밌는 상황이 많이 뽑힘. 캐릭터극으로서도 훌륭함. 캐릭터가 자기 성격에 맞게 행동만 할 뿐인데 굉장히 재밌는 상황극이 자연스레 연출됨.

5. 가족 드라마로서도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음. 고아원에서 외로웠던 소녀 아냐가 스파이 아버지와 암살자 어머니를 만나고, 두 사람에게 애착을 가지며 가짜 가족이 해체되지 않게 안간힘을 쓰는 드라마가 제대로 작동한다. 유머러스한 연출일지라도 아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몰입하게 만듬.

6. 스파이극, 가족극 두 요소가 혼재되어 있지만 코믹한 가족 시트콤으로서 더 가치가 있다고 느낌. 작가가 본작의 냉전 스파이물적인 요소를 준비를 덜 한 건 아니고 조사도 철저히 한 편이라고 생각. 그러나 비유하자면 하드 SF보단 스페이스 오페라적인 접근법이며 만화적 과장이 크게 이루어지는 세계관임. 스파이물 요소가 두드러진 에피소드를 볼 때 자체적으로 굉장한 몰입을 시켜주진 않는다고 생각함. 어디서 봤을 법한 익숙한 소재를 무난하게 그려내는 정도로 느낌. 다만 아직 애니화가 덜 된 원작 최신 연재 구간의 첩보물 에피소드나 전쟁 에피소드는 좀 더 몰입감의 질이 좋아졌다고 생각.

더해서 애니와 원작을 비교해 보자면,

1. 애니판
- 아냐의 귀엽고 엉뚱한 모습들이 훨씬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원작에선 뒷배경에서 지나가듯 그려지는 아냐의 바보 같은 행동과 망상이 애니에서는 화면 전체를 투자해 제대로 그려짐. 아냐 팬으로서 대만족함. 예를 들어 원작 유람선 에피소드에서 아냐가 아버지를 떼놓기 위해 탁아실에 들어가 노는 척 하는 장면이 있음. 원작에선 탁아실 문만 묘사되고 아냐가 대충 노는 시늉 하다가 도망갔다는 뉘앙스만 나타난 장면이었음. 그런데 이 부분이 애니에서 자세한 디테일이 확 살아남. 애니판에서 아냐는 공으로 드리블 연습을 하다가 2초만에 질렸다고 말하는데 원작에 안 나온 내용이지만 아냐가 지극히 할 법한 행동이었음. 애니 제작진의 아냐 이해도가 매우 높음.

- 성우의 아냐 연기 해석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음. 원작에 비해 애니의 야나는 좀 더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느껴진다. 특히 아냐가 모든 것을 어린애인 자기 수준으로 맘대로 좋게 해석하는 망상을 할 때, 바보같은 엉터리 연기를 하고선 주변이 다 속아넘어갈거라 좋을 대로 생각할 때 성우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아냐 팬으로서는 애니판이 훨씬 만족도가 높았음. 아냐는 원작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애니에서 훨씬 풍부하게 이해됨.

- 좀 더 아버지 로이드가 자상하게 그려지고 전반적인 톤이 온화하고 따스한 편이다.

- 캐릭터가 꽁냥꽁냥대는 캐릭터 뽕빨물적 요소를 파자면 애니가 굉장히 좋음. 원작에서 가볍게 다룬 유머와 소동들을 극한으로 파고들어서 과장한 느낌이지만 아무튼 웃김.

- 원작에서 무난했던 액션신이 애니에서 작화, 연출 보정을 받아 스펙타클해지는 보정이 있음. 스파이 패밀리가 귀멸의 칼날처럼 원작, 애니의 평판 차이가 나진 않지만 귀칼 애니 효과 같은게 작용함. 유람선 에피소드에서 폭죽이 터지는 도중에 난전이 벌어지는 장면이 좋은 예시. 원작의 연출도 좋았지만 애니판의 연출은 극장판급으로 끌어올려져 굉장히 연출적, 심미적으로 훌륭한 인상을 주었음. 다미안과 친구들이 야외 학습을 간 뒤 호수에서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 아냐의 필살기 시전 장면도 매우 그림이 예쁘게 뽑혔음.

2. 원작
- 애니에 비해 과장이 적고 담백하다. 애니는 전형적인 일본 애니스럽다고 느낄 요란한 과장이 있는 반면 원작은 좀더 슴슴하게 볼 수 있다. 일본 애니 포비아가 있는 사람도 원작은 무난하게 볼 것.

- 로이드가 원작에 비해 좀 더 시니컬하고 투덜이같은 인상이다. 이 부분은 작가와 애니 제작진의 성향 차이인듯. 작가가 로이드의 인기가 자기 통제 밖이고 썩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음. 이 부분에서 뇌피셜을 뽑아 보겠음. 작가는 스파이 패밀리 이전에 진지하고 다크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함. 자연히 캐릭터도 입체적 어둠을 가지고 있었을 것. 애니판의 로이드는 지나치게 능력이 만능이고 성격도 따뜻하고 왕자님같은 무결점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살짝 있음. 물론 로이드가 원작과 많이 다르진 않고 원작의 행동과 대사를 똑같이 하는 와중에 좀 더 톤이 따스한 정도의 미세한 차이임. 로이드가 인기는 좋긴 한데 작가는 이런 부분을 좀 경계할 것 같음. 특히 원작 최신 에피소드에서는 로이드의 트라우마적 어둠과 행동 동기를 자세히 묘사한 편임. 로이드에 대한 접근법은 원작 만화판이 좀 더 재미있지 않나 생각함.

- 첩보물 에피소드는 원작이 좀 더 재미있다. 애니판에서 캐릭터 대사 독백이 굉장히 많은 편임. 만화판에서 인물들의 생각으로 빠르게 넘어갔던 부분(코난이 탐정 추리하는 느낌의)을 애니는 모두 대사로 처리하고 있는 편. 애니에서 진지한 시리어스 전개를 할 때는 이 부분이 살짝 지루할 수가 있다. 그 외의 요인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원작 첩보 에피소드가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좀 더 리얼한 느낌이고 몰입이 되는 인상이었음.


대충 이 정도네요. 그리고 애니 1쿨, 2쿨에 더해 3쿨이 될 원작의 최신 에피소드들은 좀 더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전 여기서 작가가 껍질을 한 겹 깼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작가가 보여준 냉전, 시대 사회상 묘사는 잘 만든 외적 표피에서 머무르고 있었다고 느꼈는데요. 그래서 전 스파이 패밀리의 첩보적 요소보다는 가족 시트톰, 정체 착각물로서 더 마음에 들어했지요. 그런데 근래의 비극 전개는 전쟁의 아픔과 본질에 대해 더 세게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어요. 작가가 빛을 못봤던 예전의 발표작들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을텐데 이번에 불꽃 드라이브를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작품의 품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리얼리티와 디테일로 인해 작품의 후반 클라이맥스가 훨씬 설득력과 몰임갑을 얻게 되겠죠.


극장판애 대한 얘기는 이 글에서 다 못했는데요. 전 극장판은 전형적인 양산형 애니 극장판, 평점 5~6의 흔해 빠진 작품으로 보았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서 글을 적겠습니다. 원작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원작팬이 아니라면 볼 이유가 전혀 없죠. 왕창 까게 되겠군요.

극장판에 대한 다음글은 여기입니다.

https://pgr21.com/freedom/10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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