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의 운영 방식과 벌점 부여, 대체로 합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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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알에 댓글은 종종 달았으나 게시글은 처음 쓰네요. 원래 건게에 올리려고 했던 글이나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비단 개인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고 느껴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겨 봅니다. 정치와는 대체로 무관하지만 혹시 몰라 정치탭을 달아 놓았습니다.
벌점이 부여되어 댓글이 삭제됐다는 쪽지가 왔을 때 유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벌점을 받은 그 자체보다는 시간을 들여 쓴 댓글이 통째로 삭제되어 나중에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찾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에 더해, 이의제기를 하고 재심을 청구하는 그 귀찮고 지난한 과정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벌점 부여 사유를 보고 개인적으로 달리 생각하고 일반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개별 운영진의 판단에 의해 그 의미를 극히 협소하고 엄격하게 해석한디면 "그렇게 볼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정도만 돼도 지금까지는 운영진의 판단을 존중해서 이의제기를 않고 수긍했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댓글을 쓸 때 신고가 될만한 여지가 조금만 있어보여도 해당 문구나 문장을 수정하거나 삭제했었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벌점 남발이 언젠가부터 점점 심해지더니 개선의 여지가 보이기는커녕 "이 커뮤니티의 역사가 오래됐다지만 과연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수준으로 악화되는 것 같아 이것이 과연 혼자만의 생각인지 궁금한게 글을 작성하는 이유입니다.
예전에도 댓글로 몇 번 얘기했었는데 현재 피지알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분란 유도 규정과 집단 비아냥 규정은 아무런 원칙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갑니다. 원칙도 기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기도 않으니 사회의 법률과 규정의 핵심인 "예견 가능성" 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견 가능성이 없으니 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의타" 라고 생각한지 오래됐습니다. 벌점 사유로 자주 준용되는 몇 가지 규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 분란 유도
(1) 소수 의견
다른 사람들의 의견 특히 피지알의 주류 의견과 다른 의견이면 분란유도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소수의견일 뿐입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 바로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죠. 그런데 소수 의견에 대해 사람들이 모여서 신고를 하면 분란 유도로 제제되는 경우를 수두룩하게 봤습니다. 혹시 "네가 분란 유도로 벌점을 받았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냐" 라고 할까봐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 분란 유도로 벌점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와 생각이 전혀 다른 댓글 중 분란 유도로 날아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군가가 "본인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만으로 묻지마신고를 하고 그 신고가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통합 규정을 보면 소수 의견이라는 이유만으로 벌점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안 지켜집니다. 이것은 명백한 과잉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무리한 주장
그렇다면 근거가 부족하거나 논리가 부족해 무리해보이는 주장은 분란유도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이런 유형은 사람들끼리 토론과 비판을 통해 가려야 할 영역이죠. 그런데 이런 케이스 역시 분란 유도로 제제를 당합니다. 위의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꼴보기 싫은 의견이라는 이유만으로 피지알에서 꾸준히 악용되는 대표적인 규정인 "분란 유도"로 신고부터 넣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댓글 하나를 달아도 성의있게 달려고 길게 쓰는 편인데, 반론을 하려고 시간을 들여 길게 댓글을 작성하고 등록 버튼을 누르는데 원 게시글이나 원 댓글이 분란 유도로 날아가서 기껏 써 놓은 댓글을 버려야 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삭제된 댓글의 단 1%도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완전히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타인을 분란유도자로 규정할 수 있습니까. 살인, 식인, 강간을 옹호하는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고 인류 보편 윤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분란 유도자" 로 낙인찍는 행위는 굉장히 오만한 발상입니다. 또한 전체주의적이며 무분별한 마녀 사냥으로 흘러갈 위험이 상존합니다. 극단적이고 무리한 주장이 있다면 비판을 해야지 분란유도로 몰아 벌점을 부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유저들끼리 치열한 자유토론을 통해 가려야 할 자율의 영역에 운영진이 자꾸 침범해서 아무런 원칙도 기준도 없는 벌점을 마구 남발하는 전형적인 케이스죠. pgr 통합규정 4.1.10. 어그로 관련 규정이 존재합니다. 규정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만 존재하는 규정마저도 잘 안 지켜집니다. 벌점부여자는 자신이 마치 전지전능한 신이나 솔로몬같은 전설 상의 현인이 되어 어리석은 중생들을 계도한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2. 비아냥
그리고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바로 비아냥 규정입니다. 이 부분 역시 합리적인 기준이 없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벌점 부여에 가장 많이 준용되는 규정인데 이 부분은 완전히 엉망으로 작동합니다.
(1) 정당과 정치인 비아냥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신민이 아닌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독재나 전체주의 국가와 차별화 되는 핵심적인 부분이죠. 그런데 피지알에서는 제재를 받습니다. 예컨대 정부나 정당을 대상으로 숭일, 날리면 등의 워딩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벌점이 나옵니다. 이런 것들은 사실상 정치적인 견해 그 자체에 벌점을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운영진이 플레이어로 뛰고 있는거죠.
모든 비아냥이 풍자는 아니지만 모든 풍자는 비아냥입니다. 이로 인해 풍자 자체가 사실상 금지 상태인 것과 다름 없습니다. 운영이 특별히 어느 쪽에 편파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나 극도로 자의적일 뿐더러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기조가 지속되는 이유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풍자의 대상이 됐을 때 비아냥 규정을 악용해 신고부터 넣고 그 신고를 또 받아주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과 정치인은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이 기본적인 프로세스인데 정치인 비아냥으로 삭제되어 있는 댓글을 볼 때마다 몹시 당황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미 삭제된 글이라 뭐라고 했었는지는 대부분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정당 정치인 비아냥" 이 댓글 삭제와 벌점 부여의 사유가 돼서는 안 되는 겁니다.
(2) 지나치게 과도하고 자의적인 기준
크크크를 자음으로 연타하면 벌점입니다. 2024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pgr의 특징이죠. 낡고 고루한 규정이라도 볼 수도 있고 pgr의 특색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규정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해당 규정의 존재 이유가 이해가 안 되더라도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벌점인지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아냥은 기준이 없습니다. 공격적인 표현 규정도 마찬가지고요. 비아냥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엄격하게 적용한 나머지 공중파 뉴스나 신문사 사설 수준의 수위도 전부 비아냥으로 간주합니다. 기존의 가이드라인에 해당하지 않는 문장 한 문장, 단어 하나까지 꼬투리 잡아서 신고를 하고 죄다 벌점을 때립니다. 제가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발단이기도한데, 일부 운영진은 비판과 비아냥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분위기를 고려해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비아냥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아냥으로 삭제 벌점 엔딩입니다.
예들 들어
1. 비하 멸칭을 노골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 규정상 당연히 벌점입니다
2. a정당 지지자들의 수준이 그렇죠 뭐 - 이런 식의 비아냥 역시 당연히 벌점입니다
3. b라는 주장은 이러저러해서 잘못 됐다.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 현재 피지알은 이런 식의 비판 글에도 집단 비아냥으로 벌점이 나옵니다
비판을 하는 대상이 특정 주장임을 명백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 비아냥으로 간주한다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어떤 주장의 주체는 사람입니다. 로봇이나 동물이 "주장"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런 메커니즘이라면 어떤 주장에 대한 비판을 해도 전부 불특정 다수 비아냥에 해당하고 결국은 모든 비판이 "신고"만 하면 불특정 다수 비아냥으로 걸려 들어갑니다. 운영진의 이런 자의적인 판단이 게시판을 망치고 수 많은 회원들의 불만을 불러 오는 겁니다.
피지알의 규정 자체는 훌륭합니다.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비아냥 관련 규정과 공지는 통합 규정집과 정치관련 카테고리 규정에 존재합니다. 통합 규정집과 정치관련 카테고리 규정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와 거의 비슷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비아냥 관련 규정들을 한번 살펴 보도록 하죠.
통합 규정
노골적 비속어는 아니지만, 지칭하는 대상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사용할 경우 제재되는 표현들: 비하적 합성어 (간철수, 멕돼지), 특정 집단 비하 (짱개, 고담 대구, 역시 피지알!), 비꼼 (선비나셨네요, 정직원이세요? 궁예질 쩌네요)
정치 카테고리
간접적인 회원/회원집단에 대한 비아냥, 비방 표현은 제재 될 수 있습니다. (ex 대깨문, 명예일본인, 남페미는과학 등)
일반론에 더해 예시를 들어 비아냥 비꼼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벌점이 부여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아무거나 다 비아냥으로 간주하거든요. 속되게 표현하자면 "긁히면 대충 비아냥으로 신고" 부터하고 그게 따박따박 전부 벌점이 나오니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 하는거죠. 공지된 규정 수준에서 벌점이 부여되면 반발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고 관련 규정과 가이드라인은 안 지키니 불만이 계속 쌓여갑니다.
이런 기조가 계속되다보니 최근 몇 년새 댓글에서 의미있는 토론을 치열하게 하는 경우가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한 마디로 볼 게 없는 게시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주장-반론-재반박-재반박의 재반박이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로 벌점이 쌓여서 댓글을 못 다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규정을 잘 모르는 신규 유저도 아니고 짧게는 몇 년에서 십년 이상 활동하던 유저들, 흔히 얘기하는 고인물들도 이러한 자의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피할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규정에 빠삭하고 규제 수위의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사람들, 오랜 시간 큰 문제 없이 활동해오던 많은 사람들이 특히 더 조심하는데도 불구하고 벌점이 쌓여 렙업하고 있다는건 뭔가가 크게 잘못됐다는 방증입니다.
둘째로 벌점에 예견가능성이 없어 가늠이 안 되니 사람들이 몸을 사리고 댓글다는 횟수를 줄였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아니 대체 이게 왜 벌점이야" 싶은 규제가 난무하다보니 웬만해서는 댓글을 잘 안 달고 달더라도 짧게 대충 달고 갈길 갑니다. 괜히 토론하겠다고 예전처럼 댓글 주고받고 있으면 조심히 댓글을 달더라도 묻지마신고에 의한 눈 먼 벌점 폭탄이 언제 어떻게 투하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최악인 것은 논리적으로 반론을 하는 대신 "비아냥, 공격적인 표현, 분란 유도" 와 같은 벌점 자판기용 규정으로 대충 엮어서 신고 버튼 "딸깍" 누르는 것이 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저격하는데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겁니다. 이런 묻지마신고는 정치 사회적 견해가 다른 집단들 중 어느 특정 집단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편은 안 그러는데 쟤들만 그래" 가 아니라 다 마찬가지죠. 마구잡이 벌점을 통해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토론같이 사치스러운건 하지말고 꼴보기 싫으면 그냥 간단히 신고를 해라" 라는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던져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점점 게시판이 황폐화되다보니 환멸을 느껴 자발적으로 떠나가는 사람도 부쩍 늘었습니다. 박학다식하고 견해가 참신해서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등 배울 점이 많아 눈 여겨 보던 분들이 언젠가부터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 대신 아무 내용도 없는 한 두 줄의 단문성 조롱 댓글만 대충 달고 가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눈 먼 벌점방망이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소수 운영진의 책임이 매우 막중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적어보면 예전 이해할 수 없는 벌점이 연이어 부여되길래, 건게를 통해 통합 규정 A 부분의 의미는 a로 해석되느냐 b로 해석되느냐를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거의 2주가 지나서야 a라는 답변이 왔었습니다. 이 답변을 받고 난 후, "그 말대로 a로 해석된다면 b로 해석해 최근 벌점이 부여된 갑의 케이스는 잘못된 것이 아니냐, 그리고 만약 b로 해석된다면 이전에 벌점을 부여한 을의 케이스가 잘못된 것이지 않느냐. 다시말해 갑이 벌점이면 을이 벌점이어서는 안 되고 을이 벌점이면 갑이 벌점일 수가 없다. 두 케이스는 서로 모순된다. 벌점에 대한 설명이 앞뒤가 안 맞는데 당연히 납득할 수가 없다" 라고 했더니 한참 뒤에 답변이 왔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이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오해가 있었다" 로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죠. 특정 규정이 a로 해석되냐 b로 해석되냐는 아주 심플한 질문을 했고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a로 해석한다" 라고 이유까지 곁들인 명확한 답변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다가 벌점부여와 규정에 대한 설명 사이에 치명적인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말주변이 없어서 오해가 있었다" 라는 희한한 워딩이 나오기 시작하는거죠.
그 다음 답변이 더 가관입니다. "이부분에 대해서 저희 운영위는 거의 일관된 행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공지된 규정과도 다르고 본인이 직접 답변한 내용과도 다른데 어떤 면이 일관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앞서 얘기한 두 케이스는 한 쪽이 성립하면 다른 쪽은 성립하지 않는 완전히 모순적인 케이스입니다.
다음 워딩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금칙어가 아니라는 것이지, 인용은 가능하다는 점은 아닙니다" 이 문장이 해석 가능한가요? 기본적으로 사회의 거의 모든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입니다. "이러저러한 것들은 금지한다" 는 얘기는 금지하지 않는 다른 것들은 기본적으로 허용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을 금지하는지 허용하는지에 대해 그 어떤 법률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죠. 금지되는 것들과 처벌 수위가 규정되어 있을 뿐이죠. 윗 답변처럼 금칙어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허용된다는 뜻인데 앞 구절과 뒷 구절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와 완벽히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 황당한 점은 피지알의 공지된 규정집에 인용을 허용하는 조항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는 겁니다.
납득할 수 없는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벌점이 부여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의제기를 해도 이런 말 같지도 않은 답변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 케이스 같은 경우 이쯤되면 사실상 대화가 무의미한 지경이라 시간낭비만 하는 것 같아 현타가 와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또 다른 케이스를 다른 운영진 분에게 이의제기하면서 사과와 함께 이 케이스의 벌점까지 복구 받았습니다. "저희 운영위는 거의 일관된 행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더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둘 중 하나일겁니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운영위의 기조가 180도 바뀐 대격변이 있었거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처음부터 거짓된 변명을 했거나. 같은 댓글에 대해 어떤 운영진은 자신의 실수로 벌점이 잘못 나갔다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벌점을 복구시켜주겠다고 하는데, 어떤 운영진은 처음에 본인이 했던 말까지 뒤집어가며 횡설수설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황당한 상황인 겁니다.
이럴거면 통합 규정은 뭐하러 만들어놨고 각종 운영 공지는 뭐하러 올려놨습니까. 지키지도 않을 규정을 공지할 필요 없이 "나쁜 행동을 하면 벌점이 부여된다. 나쁜 행동에 대한 판단은 운영진의 재량으로 한다" 단 두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공지된 규정이 당연히 지켜질거라 믿는 사람들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느끼고 조금의 개선 의지가 있다면 합리적이도 일관적이지도 않은 개별 운영진의 재량을 대폭 줄이고 철저히 공지된 규정과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게 해야 합니다. 대략적인 가이드 라인이 필요한데 사실상 가이드 라인은 이미 존재합니다. 부족함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규정집과 운영 공지를 보면 어떤걸 제재하고 애매한 부분은 대략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지 잘 나와있습니다. 규정에 대한 수정 보완 이전에 이미 있는 규정만 잘 지켜도 훨씬 낫습니다. 워낙 억지스러운 걸로 신고를 하고 억지스런 벌점이 부여되는 상황이 반복되길래 예전에 피지알의 통합 규정과 찾기도 어렵게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각종 공지들을 전부 찾아서 다섯번 이상 정독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지한 각종 규정들을 운영진부터 전혀 지킬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미 관련 규정들은 완전히 형해화 된 상황이죠.
1. 규정에 따라 벌점 대상 - 벌점 (문제가 없는 유일한 케이스)
2. 규정에 없어도 "재량" 에 의한 판단으로 벌점
이 과정에서 개별 운영진의 온갖 확대해석과 자의적인 규제 범위 확장이 난무함 (유추 해석 금지 원칙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3. 규정상 명백히 "허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어도 벌점 (이 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 외에는 도무지 할 말이 없습니다)
세상 거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유저들의 게시글과 댓글은 흑과백, 단순한 이분법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확실한 흑백의 영역보다 더 넓은 범위의 회색지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회색 지대를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판정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특히 타인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자격을 박탈하는 영역은 더더욱 엄격해야 합니다. 이것이 권력자의 의지와 기분에 의해 개인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던 야만의 시대와 법과 제도에 의해 굴러가는 현대 문명 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라는 법언처럼 애매하다 싶으면 제재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제재의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될 때는 "운영진의 내부 방침이 그렇다" 라고 할 것이 아니라 기준점 변경을 공지해야 합니다. 좋은 운영의 핵심은 일방적인 전횡이 아니라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납득" 입니다. 그래야 엄격한 기준이든 느슨한 기준이든 사람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벌점을 받았을 때 "아니 이게 왜" 가 아니라 "아 맞다 깜박했네" 가 되어야 합니다.
국가는 물론이고 학교, 기업 등의 조직이 그렇듯이 커뮤니티 역시 규정과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것이 건강한 모습입니다. 가령 피지알에 80 이상의 수위는 벌점 대상이라고 공지를 해 놨으면 1~79는 허용해야 하며 그것을 지켜야 합니다. 물론 산술적, 객관적으로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75~ 80 정도의 애매한 영역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 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지된 규정을 믿은 채"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안정적인 70 이하의 영역에서 활동합니다. "이 정도면 운 나쁘게 꼬투리 잡히면 걸릴 수도 있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면 웬만하면 피합니다. 그런데 65도 벌점이 나오고 55도 벌점이 나오는게 현재 피지알의 현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이게 왜 벌점이야" 라는 얘기가 항상 나오는데도 아무 것도 개선되지 않습니다. 예측할 수가 없어 벌점을 완벽히 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피할 수 있는 유이한 방법은 어떤 것에 대한 비판, 타인과의 토론은 철저히 삼가고 하나마나한 원론적인 얘기만 하거나, 댓글을 아예 안 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벌점 부여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서 복구되면, 또 다른 이상한 벌점이 나오고 또 이의신청해서 복구되면 또 벌점이 나옵니다. 이런 과정들이 너무 피로하고 귀찮아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어 한동안은 그려러니 했었습니다. 신고자는 대충 신고할 사유 만들어서 신고 버튼 누르는데 3초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복구하는데는 빨라도 몇 주, 이의제기 글을 쓰고 설명하고 재심신청하는 매우 귀찮고 피로하며 스트레스 받는 과정을 전부 거쳐야 합니다. 지금처럼 묻지마신고 + 최대다수의 최대벌점 기조의 운영이 돌아가는 상황에는 아무리 재심에서 이긴다한들 일방적으로 신고를 받은 사람만 피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묻지마신고를 한 사람들도 잘못된 벌점을 내린 운영진도 아니고 억울하게 신고를 당한 사람만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시간만 낭비하며 보상은 없는 더 없이 불합리한 시스템이죠. 이를 악용해 따라다니면서 익명에 숨어 계속 신고를 함으로써 특정인을 괴롭히는 것이 가능합니다. 상대가 벌점을 받든 안 받든 그런 것은 상관 없습니다. 3초면 충분하고 횟수 제한도 없으며 익명이기까지 한데다 밑져야 본전이라 아무런 리스크가 없죠.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a팀에게만 유리한 편파 판정을 한다면 a팀 선수들과 팬들은 불만이 거의 없는 대신 상대인 b팀만 분노하게 됩니다. 그런데 a.b 팀 모두 큰 불만을 갖고, 다음 경에서는 c.d 팀 모두 불만을 갖는 등 이 심판이 참여한 거의 모든 경기의 팀들이 불만을 갖는다면 "이 심판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는 방증입니다. 피지알의 현재 상황이죠. 예컨대 "운영진도 펨코화 됐다" 혹은 "운영진들이 좌파다" 혹은 "운영진이 페미니즘에 잠식돼서 우리만 탄압한다" 는 식의 불만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서로 다른 정치 사회적 견해를 가진 각 집단 모두가 현재 피지알의 운영과 벌점 부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운영진은 언제나 옳다" 라는 착각을 버리고 시스템과 운영 방식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작성하는 와중에도 어디 구절 하나, 단어 하나 가지고 "분란 유도, 비아냥, 공격적인 표현" 묻지마신고 3연타가 들어가 글이 잠기거나 삭제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썩 유쾌하지는 않네요. 제가 현재 피지알을 보는 관점이 이렇다는 것이지 정답이라는 의미는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혼자만의 착각인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글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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