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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들이 정말 손가락을 몰래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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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870 회 작성일 24-08-15 06: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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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GS25 홍보물에 메갈리아 손가락 논란을 접했을 때, 저는 저게 고의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이 많은 사람 이목을 끌었다가 그냥 흘러가는 인터넷 이슈 중에 하나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게 이제 게임 애니 업종은 물론, 모든 일러스트, 사진, (여자)유튜버 등등이 집게 손가락과 엄지를 펼치는 그 모양을 하면 이슈가 되고 공격을 받는 세상이 되었네요. 의식하는 기업들도 많이 생기고, 아예 손가락 표현을 피하기도 합니다. 저희 회사 디자인팀 팀장한테 물어봤더니, 확실한 가이드가 있는 건 아닌데 인지는 하고 있다네요. 그러면 검수 때 아무래도 빼겠죠? 일종의 손가락 검열로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남초 커뮤니티에 이런 글 쓰면 좋은 소리 못 들을 걸 알지만, 저는 애초에 페미니스트들이 손가락으로 상업 일러스트에 몰래 표식을 남기고 있다는 게, 실재하지 않는 음모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일베의 경우와 비교해서 그 이유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첫째로 일단은, 인증하는 문화가 알려진 바 없습니다.
일베의 경우 손가락 표식이나, 다른 일베 합성물에 대해 일베에서 자랑하며 노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인증하고 인정받는 문화에 자극받아 더 과감하게 현실에서 시도하다가 자기 업무와 관련된 영역까지 넘어서는 메카니즘은 한심하기는 해도 이해가 됩니다.

반면에 알려진 여초 커뮤니티 어디에서도 저런 걸 몰래 넣고 인증해서 공유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메갈리아 워마드를 계승하는 페미니즘 비밀 결사 사이트가 어딘가 있는가? 모르겠습니다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페미니스트들한테 물어봐도 그런데 있으면 가입하고 싶다고 하네요.

상업물에 자기 커리어가 걸렸는데 인증할 수 있겠냐고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거기까지 가도록 부추기는 사적이고 애매한 자랑들부터 보통은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보면 더 과감한 또라이들이 생기고 자기 위험한 줄 모르고 선을 넘는 거고요. 그런 발전 단계를 보여주는 곳이 없습니다.

서로 인증하고 자랑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또라이들이 자생적으로 수 없이 많이 생겨서 같은 수법으로 선을 넘고 적발되고 있다?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이유로, 인증의 집게 손가락 모양이 너무 일반적입니다. 인증을 하려는 사람은 그에 맞게 표식을 남기고 싶어합니다. 일베 손모양이나 로고 합성 등은, 걸리면 결국 명확하게 이건 고의다 알 수 있습니다. 집게 손가락은 너무나, 너무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제스쳐이고 이건 특정한 상황과 결합하지 않으면 인증이라는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페미니즘은 어쨌든 운동의 영역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올리는 블랙파워 운동의 제스쳐가 있었죠. 주먹 자체는 너무나 흔한 제스쳐지만 문제 없는 것이, 그들은 그런 맥락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맥락 다 쳐내고 일상 중에 몰래 주먹을 보여거나, 일반적인 사진 이미지에 그냥 주먹을 쥐었다? 이러면 무슨 의미가 생기나요. 그건 그냥 주먹입니다. 그걸로 만족감을 얻을 흑인 블래파워 추종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세번 째로 손가락이 작위적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의견들 빼면, 증거나 자백이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만약 고의로 상징물을 상업물에 넣었다면, 회사에 고의로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고, 징계는 물론 민사도 갈 수 있는 사안일 겁니다. 어떤 기업은 자사 사원을 보호하거나 대충 넘어가고 싶겠지만, 어떤 기업은 적극적으로 사안을 조사하고 증거를 밝혀서 개인 일탈임을 문제임을 고객에게 증명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조사로 확실히 증명된 건이 없습니다. 어떤 게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협업 제작 단계에서 손가락 부분만 그 직원이 수정한 이력이 있거나, 다른 직원한테 자랑을 했거나, 비슷한 작업을 하면서 한 직원의 일러스트만 연속적으로 그런 게 나온다거나, 잘 구슬려서 자백을 받거나 등이 있겠죠. 이게 쉽게 드러날 수 없는 일이란 건 맞지만 어쨌든 사례가 쌓이는데도 그런 건이 많기는 커녕, 제가 알기로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무죄추정이나 부재증명 요구의 어려움 측면에서 봐도 이건 근거 없음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 아닐까요.

물론 세상에 또라이는 많고, 페미니즘에 경도된 또라이가 많다는 것도 알고, 그 중에 어떤 개인이 독립적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만족으로 그런 짓을 했을 가능성이 0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면 어떤 또라이는 나치 경례를 따라해서 야구 만화 속에 살짝 넣었을 수도 있죠. 어떤 또라이는 이재명이나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유로 손가락 하나나 두개를 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진상이 그런거라면 이렇게 눈에 불을 켜고 손가락 검열을 하는 게 옳은 일인가요? 저는 이게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문화화 되는 정도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면, 물을 가치가 없는 떡밥 취급이 사회적으로 옳은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반론은 두 가지 입니다.

내가 보기에 너무 부자연스럽다는 정황증거가 하나 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이상한 이미지는 원래 많고 별 이유 없이 그려진 이미지도 너무 많습니다. 손가락만 부자연스러울까요? 아무 맥락 없이 코를 만지고 있는 일러스트는 얼마나 많을까요? 그거 다 왜 꼭 코를 만져야 했냐고 해명하라고 하면 합리적인 이유가 다 있겠습니까?
게다가 지금 손가락 검열하는 강도로 외국 이미지들 뒤지면 얼마든지  집게 손가락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얼마전 유게에 올라왔던 니케의 노출 심한 일러스트를 봐도 집게 손가락이 부자연스럽게 딱 그 모양입니다. 하지만 치마로 엉덩이만 간신히 가린 누가 봐도 성상품화 이미지다 보니 별 시비가 없네요.

다른 하나의 반론은, 실제 페미니즘과 연관된 게 아니더라도, 많은 소비자가 기분 나쁠 수 있는데 회사에서 애초에 조심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비난입니다. 저는 여기까지 논의가 가면 사실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정치가 더 과열되면 1이나 2를 표현하는 이미지가 방송에서 싹 사라질 수도 있죠. 선거 때는 진짜 조심하기도 하고요. 그게 옳은 거고 좋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런 이유라면 적어도 일러스트 노동자 개인을 공격하거나, 회사에서 수정했을 때 끝까지 집요하게 진실을 밝히라며 괴롭히는 그런 일은 없어야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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