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사랑한 클래식》 - 영화와 클래식을 이어주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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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최영옥
출판:다연
발매:2016.06.01.
영화는 주로 시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청각도 영화에서는 빠져는 안 되는 중요한 의미 전달의 통로입니다. 음악은 청각 예술로써 영화의 한 부분을 이룹니다. 유명 영화에는 꼭 빠지지 않는 명 OST가 따라붙고, 본래 독립적인 작품임에도 영화의 삽입곡으로서 명성을 얻은 음악들도 많습니다.
현대 문화의 총아인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는 알 수 없었던 많은 음악을 대중에 알려주는 매개가 되기도 합니다.
글쓴이는 원래 음악 전문 기자입니다. 선화예중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동덕여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기자의 길을 걷게 되지요. 그러다가 미술관과 기업체에서 클래식 강의를 제의하면서, 대중에게 클래식을 쉽게 소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끝날 줄 알았던 경제지 연재는 뜻밖에도 수많은 영화에서 클래식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1년 반이나 지속되었고, 《영화 속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에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 《영화가 사랑한 클래식》은 2016년에 나온 《영화 속 클래식》의 개정판입니다. 글쓴이는 이후로도 음악 기자뿐만 아니라 방송작가,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 평론가, 공연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수의 단체에서 클래식 감상법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로 오래된 영화, "클래식이 될 영화들"과 이 영화들에 들어간 클래식 악곡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는 다음 편에서 근래 영화에 들어간 클래식들도 다뤄보고 싶다고 하는데,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음 편이 나오지 않는 점이 아쉽네요.
책은 49편의 영화와 그 영화에 들어간 클래식 악곡의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영화 한 작품에서 곡 한 작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돌아보지만, 같은 곡이 삽입된 여러 영화를 묶어서 살펴보기도 하고 반대로 한 영화에서 쓰이는 여러 곡들을 함께 다루기도 합니다. 그래서 총 45개의 장들로 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Prologue _영화를 연주한 클래식 이야기
· 귀여운 여인을 울린 오페라 _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귀여운 여인]
· 사랑을 놓치는가, 가슴에 안는가? _마리아 칼라스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모차르트, 슬프도록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연주하다 _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과 [엘비라 마디간]
· 달콤하지만 은밀하고 강렬한 유혹의 향기 _구노의 오페라와 [순수의 시대]
· 아름다운 미로(迷路), 사랑에 대한 새로운 고찰 _엘가와 [미술관 옆 동물원]
· 엽기와 클래식 속 사랑 그림 _파헬벨의 [캐논]과 베토벤의 [비창], 그리고 [클래식]과 [엽기적인 그녀]
· 비극으로 입장해 희극으로 끝낸다? _바그너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 꿈결 같은 자연과 자유 속으로의 회귀 _모차르트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대부(代父)의 몰락을 더 비장하게 만들다 _마스카니 간주곡과 [대부 3]
· 자유를 꿈꾸게 한 아름다운 선율 _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과 [쇼생크 탈출]
·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_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와 [인생은 아름다워]
· 오, 아버지! 그를 사랑해요! _푸치니의 [자니 스키키] 중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와 [전망 좋은 방]
· 먼로와 만끽하는 새 삶의 즐거움 _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7년만의 외출]
· 탄광촌 소년의 꿈, 날아오르다! _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와 [빌리 엘리어트]
· 전쟁의 광기, 그 참혹함을 고발하다 _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중 ‘발퀴레의 비행’과 [지옥의 묵시록]
· 전쟁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_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와 [플래툰]
· 바그너는 아는데 바흐는 모른다? 나치, 그 우스꽝스러움에 대하여 _바흐의 [영국 모음곡 2번]과 [쉰들러 리스트]
· 편견을 이기는 힘 _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 중 ‘나의 어머니는 돌아가셨소’와 [필라델피아]
· 냉전 시대의 영화, 음악, 그리고 예술 _붉은 군대 합창단의 ‘들판’과 [붉은 10월]
· 카르페 디엠! 교육은 진실을 일깨워주는 것 _베토벤의 교향곡 [합창]과 [죽은 시인의 사회]
·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노부인의 노래 _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중 ‘달에게 바치는 노래’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 니들이 베토벤을 알아? _베토벤의 교향곡 [합창] 중 ‘환희의 송가’와 [레옹]
· 최첨단 SF영화 속의 클래식 선율 _도니체티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와 [제5원소]
·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겸손해지다 _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마이너리티 리포트]
· 진실만이 진실이다 _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와 [시고니 위버의 진실]
· 광기와 천재성의 폭발적 결합 _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양들의 침묵]
· 병적인 사랑의 테마 _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적과의 동침]
· 불륜의 여인이 다짐하던 복수의 아리아 _푸치니의 [나비 부인] 중 ‘어느 갠 날’과 [위험한 정사]
· 선과 악의 심판, 눈물의 그날 _모차르트의 [레퀴엠]과 [프라이멀 피어]
· 아스라한 세 박자의 왈츠 _쇼스타코비치의 왈츠와 [아이즈 와이드 셧], [텔 미 썸딩], [번지 점프를 하다]
· 한세상을 풍미했던 천재의 진혼곡 _[레퀴엠]과 [아마데우스]
· 음악이냐, 영화냐? _말러의 ‘나는 이 세상에서 잊히고’와 [가면 속의 아리아]
· 음악이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 _바흐의 [샤콘느]와 [바이올린 플레이어]
· 베토벤의 숨겨진 연인을 찾아서 _베토벤의 교향곡 [합창]과 [불멸의 연인]
· 시련을 딛고 피워낸 위대한 음악혼 _비발디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와 [샤인]
· 거세된 남성의 불행한 천상의 소리 _헨델의 ‘울게 하소서’와 [파리넬리]
·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할 수 없는 것들 _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투게더]
· 광란의 역사를 살아낸 예술가의 슬픔을 그리다 _쇼팽의 [발라드 1번]과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 괴이쩍은 사랑의 정신분석학적 보고서 _슈베르트와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 동양에 유린당한 서양의 나비 _푸치니의 [나비 부인]과 [M. 버터플라이]
· 신분 상승을 위한 위험한 줄타기 _[예브게니 오네긴]과 [리플리]
· [마농의 샘]을 더 운명적이게 하다 _베르디의 [운명의 힘]과 [마농의 샘]
· 아이들이 보고 싶은 부정(夫情)의 해결사 _피가로와 [미세스 다웃파이어]
· 2001년을 상상하던 20세기의 감동, 21세기에는? _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마판증후군 피아니스트의 더할 수 없이 화려한 선율 _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호로비츠를 위하여]
·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 _드뷔시의 [달빛]과 [트와일라잇]
영화에서 클래식이 쓰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클래식이 원래부터 극음악인 경우 원래 작품에서 쓰이는 방법과 영화에서 쓰이는 방법을 대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때로는 원작의 성격을 최대한 살려서 쓰이고, 때로는 원작의 느낌만을 가져오기도 하며, 때로는 원작과는 정반대의 기능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극음악이 아닐 경우에도 원곡을 어떻게 해석할지, 어떤 장면과 결합할지는 영화의 자유입니다. 덕분에 다양한 관점으로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전부 다 여기에서 소개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같이 나눠보면서 영화 속에서 클래식이 활용되는지를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 영화인 〈귀여운 여인〉에서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통해 두 주인공이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오페라 자체는 비극이지만, 여주인공 비비안은 이 오페라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해피엔딩에 골인합니다. 이 작품에서 클래식은 창녀 비비안을 남주인공 에드워드의 상류 세계에 들어오게 하는 소재로 쓰인 것 같습니다.
〈엘비라 마디간〉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두 주인공의 흔해빠졌다면 흔해빠졌다고 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멜로를 극도의 아름다움을 안겨다 주는 채색을 맡았습니다 영화 때문에 클래식이 빌보드 차트에 오를 정도였고, 심지어 영화가 이 클래식의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는 평을 내립니다.
〈대부 3〉에서 마지막 장면, 마피아 대부의 딸이 죽고 그 시체를 안고 오열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는 오페라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입니다. 딸의 죽음으로 스러져가는 마피아 대부와 덧없는 사랑과 복수 끝에 목숨까지 잃는 오페라 내용이 잘 어우러지면서 마피아 생의 허무함을 보여줍니다.
할리우드식 영화 기법으로 만들었으면서도 프랑스 영화다운 허무함이 짙게 깔려 있는 영화 〈레옹〉에서는 여주인공의 가족을 몰살하는 등장인물이 살인을 결행하기 전, 베토벤의 음악을 떠올립니다. 실제 배우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감상한 이후 이 장면을 연기했다고 하는군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음악과 장면이 오히려 영화의 표현을 더 처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자를 예언하는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나와서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그들을 잡아갑니다. 그러나 주인공 존이 그 범죄자들을 잡아갈 때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선율이 흘러나오죠. 이 완성되었으나 미완성된 곡은 결국 프리크라임의 예지에 따라 존이 미래의 살인자를 잡아가는 행위는 "완성"처럼 보이지만 완성될 수 없는 "미완성"이라는 주제의식과 직결됩니다.
때로는 영화 전체가 클래식 음악극처럼 구성되기도 합니다. 〈가면 속의 아리아〉는 성악가들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어, 등장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인물들의 상황과 심경을 잘 표현하는 곡들로 선택되었습니다. 본문의 말대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콘서트에 초대된 느낌을 받습니다.
이 책은 영화 속의 클래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클래식이 영화에 활용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영화 소개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소개 글로도 손색이 없어 보여요. 영화 애호가에게 클래식의 문을 열어주기에도 좋지만, 반대로 클래식 애호가에게도 음악이 영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영화를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통로를 안내해 줍니다. 글쓴이도 이런 영화 속 클래식 소개를 하다가 영화에 푹 빠져서 새 영화가 나오면 어떤 클래식이 나왔는지 궁금해서 만사 제쳐 놓고 뛰어갔다고 할 정도니, 클래식을 통해 영화의 매력에 홀려버린 것 같습니다.
영화와 클래식을 연결해 주는 다리, 이 책을 통해 두 예술 사이를 오가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