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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 복귀 D-4시간, 기차 타고 가면서 써보는 잡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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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52 회 작성일 24-08-04 22: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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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6월 30일엔가..입대하기 전날에 여러모로 마음도 복잡하고 해서 피지알 자유게시판에 오랜만에 글 남긴지 어느새 한 달이네요. ( https://pgr21.com/freedom/101796 )
근황 써볼까 했는데 친구들하고 술먹고 게임하느라 바빠서;; 2.3초같은 2박 3일 훈련소 수료 외박을 나간 뒤 다시 진주로 복귀하면서 간단하게 훈련소 후기(?) 혹은 소감(?)을 풀어보려고 해요.
아 ktx 움직이네..진짜 가는구나..

1.
사실 되돌아보면 제 훈련소 생활은 행운과 불운이 어느 정도씩 섞인? 나날들이었어요.

불운부터 써보자면
7월 1일에 입영해서 3주간은 무지막지한 습도 때문에 매일 축축하고 우비는 젖고 빨래는 단 하나도 안 마르고;; 하는 날씨를 겪다가,
2주간은 [햇빛이 날 태워버리려고 저러나] 싶은 불볕더위..를 겪었네요.
그리고 보통 7월 8월 기수들은 하도 더워서 훈련 좀 빼고 그러는데, 저희는 하필;; 훈련 할 때만 기온이 훈련 중지 기온 바로 턱밑이어서 빼는 거 없이 다 했네요 크크..ㅜㅜㅜㅜ

사실 예전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훈련소가 더럽고 열악하고..한건 비슷하잖아요? 제가 아토피가 있었는데 습한 날씨/무더운 날씨를 번갈아 겪다 보니까 완전 피부가 작살이 났더라구요..ㅜㅜ
잘 마르지도 않아서 냄새 미친 우비 입고 다녀야 하니까 두드러기도 왕창 올라오고…날씨가 힘들긴 힘들었어요.

그래도 행운도 꽤 따랐던 게,
원래 훈련소 동기들이랑 잘 지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는게 중요한데
저는 운이 좋게도 다들 둥글둥글하고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제가 체력이 약해서 훈련 받다가 너무 힘들어하거나 어리버리 까다가 털리고 할 때 많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흐흐. 그 덕분에 그래도 어찌어찌 별 탈 없이 훈련소 수료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기지방호 때 원래 방독면을 쓰고 하는건데 하도 더워서 안 쓴다거나, 원래 10km 행군 하는건데 날씨가 미쳐서 6km만 걷는다거나, 전투 뜀걸음 할때 원래 총 들고 단독군장 싹 하고 3km 뛰는건데 [이러면 애들 죽는다] 싶은 기온이라 전투복만 입고 2km 뛴다거나…하는 소소한 행운(?)도 있긴 했습니다. 물론 너무 더워서 그렇게 줄여준 거라, 힘든 건 매한가지였지만?
수료식 연습이나 수료식도 통상적으로 정말 길게, 오래 진행하는데 저희가 할 때는 [폭염 경보]가 진주시 전역에 내려질 정도로 사람을 태워버리는 날씨라 스피디하게 팍팍 진행하기도 했구요 크크. 그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행운..이라고 하기엔 참 슬프고 안타까운 파트인데
제가 들어오기 직전에 육군에서 12사단 신교대에서 너무 화가 나고 슬픈 일이 있었죠…그래서 제가 얼차려 폐지 이후 들어온 첫 기수인데,
선배들 말이나 조교들 말 들어보면 그 폐지 전만 해도 상당히 빡세게 굴렸다고 하더라구요..물론 90년대마냥 구타는 없지만 좀 잘못하면 바로 엎드려 내려가 앞으로취침 뒤로취침 / 말로 엄청 쎄게 혼내고 등등…
그런데 저희 기수 때는 혼내고 하는건 당연히 있었지만 그런 얼차려 같은건 아예 없었어요. 그냥 혼내고 감점표 뜯고….당연히 그것만으로도 빨간 모자에 대한 공포가 가슴 깊이 새겨지고 스트레스 왕창 받긴 충분했지만
제가 몸보다 머리로 승부하는 타입(=몸뚱아리가 저질체력임)이고 가장 힘들어하는 운동 중 하나가 푸시업이라는거 고려해 보면…일찍 들어왔으면 더 더 힘들었겠구나..싶습니다.
물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또 어찌어찌 버티긴 했을것 깉지만서도..

2.
훈련소 생활은 가입교 기간인 0주차-그리고 실제로 훈련을 받는 나머지 4주 해서 총 5주로 구성됩니다.
0주차 때는 [아 얘는 훈련 못 받겠는데?] 싶은 사람들 걸러내는 기간이라 사복 입고 다니고, 조교들도 그렇게 빡세게 잡지는 않아요.
훈련도 안 하고 해서 그냥 무한 대기대기대기….정말 시간이 안 가더라구요? 그냥 같은 방 쓰는 사람들하고 수다 떨고 가져온 책 보면서 시간 때우는 게 낙이었습니다. 20년 동안 폰 쓰면서 유튜브 쇼츠 같은 도파민에 실-컷 중독되다가 갑자기 폰을 뺏기니까(그리고 흡연자들은 거기에 더해서 니코틴도 사라지니까) 시간이 참 안 가더라구요.
그때 앞 기수들이 쓴 낙서에 [0주차가 시간 진짜 안 가서 언제 여길 떠날 수 있을까..하고 낙심할 텐데 걱정 마라. 다음 주부터 신나게 뺑이 치다 보면 몸은 힘들어도 시간은 잘 갈 거다.] 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반신반의했죠 솔직히. 8월 2일이 올까? 체감상 10일 지난 것 같은데 아직 7월 4일 밖에 안 됐는데?

근데…..진짜였습니다. 역시 선배 조언은 믿고 봐야 해.

다음 주 부터 보급품 받고 제식 연습하고 방독면 쓰고 사격하고 각개전투 하고 기지방호 훈련 하고 유격 하고 등등…맨날 땀으로 워터밤을 하는 나날을 지속하다 보니까
와우 시간이 참 잘 가더라구요.
아침에 저벅가와 함께 [기상! 기상! X대대 전 훈련병은 06시 10분. 06시 10분까지 체련복 완전복장으로~~] 하는 소리에 벌떡 깨고 아침 먹으러 줄 서고 신나게 뺑이치고,
잠깐 대대 복귀해서 책상에 엎드려서 졸다가 밥 먹으러 나오래서 점심 먹고 또 뺑이치고 그러다 저녁 먹으러 가고
드디어 일과 끝이구나~하고 저녁 점호 하고 샤워 하고 완전 소등 완전 취침 방송 나와서 눈 감으면 또 저벅가 울리면서 [기상!! 기상!!] 이러고 있고…
뭐랄까 좀 사육 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주인이 모이 주면 그거 쪼아먹고 문 닫으면 자고 문 열면 깨고..뭐 그런..

그러다 보니까 시간은 훌쩍 흘러서..행군도 끝나고 종합이론평가(필기시험 보는거 있습니다. 자대배치에 굉장히 중요)도 끝나고..정말 수료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더라구요.
쳇바퀴 도는 생활 하면서 정말 내 맘대로 무엇 하나 하기 힘든(뭐만 하면 임의판단이라 하니까..) 생활 속에서 살다가 내일이면 엄마 아삐 보고 잠깐이지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고? 집에서 편하게 배 긁으면서 유튜브도 볼 수 있다고? 1시간 넘게? 설빙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할 수 있다고? 진짜?
안 믿기는 거에요 이게. 정문 나갈때 헌병이 저 다시 끌고 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료식 때 칼각과 우렁찬 목소리로 [필!!!승!!!] 하고 한 달 만에 부모님을 다시 보니까..아 이게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저 원래 잘 안 우는데…
진짜 끝났구나, 기훈단을 다시 올 일은 없구나…온갖 감정이 휘몰아 쳤습니다. 정 든 동기들이랑 헤어진다는 아쉬움, 나름 5주 지내면서 익숙해지고 애증이 섞인 이 장소를 다시 올 일이 없다는 생각, 스트레스 주던 빨모들 다시 볼 일이 없다는 기쁨 등등…

3.
그렇게….기훈단(=훈련소)를 수료했네요. 예전에 피지알에서 어떤 분이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지만, 그 당시엔 개똥같은 일도 많을 겁니다. 잘 견뎌 내시길 바랍니다.] 라는 조언을 해 주셨는데, 생각해보니까 그 말이 참 맞는 말이고, 감사한 조언인 것 같아요. 분명 그 당시엔 힘들고 고된 훈련과 빡빡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참 심신이 지쳤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겨내고 나니까 [그래 그땐 그랬지.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친구들이랑, 부모님이랑 맥주 한 잔 기울이고 웃으며 얘기 나눌 수 있더라구요. 마치 노라조의 [형]이란 노래 가사 처럼요.

제 기나긴 군생활(물론 대다수의 피지알 유저 분들에 비하면 훨씬 짧지만…어떻게 버티셨나요. 진짜 존경합니다..)은 이제 막 시작일 뿐입니다. 훈련소를 무사히 수료하고 나왔지만, 저는 짝대기 하나 단 이등병이고, 분명 앞으로 좋은 일도 많겠지만, 억울하고 화나고 개똥같은 일들도 많겠죠. 인생에서 좋은 일들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힘든 때도 다 이겨내고, 언젠가 전역한 후 [야~~그때 진짜 힘들었다 크크. 그래도 어떻게 다 했네? 어우 고생했다 진짜.] 이러면서 친구들과, 가족들과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언젠간 오겠죠 분명? 국방부 시계는 참 느리긴 하지만 어떻게든 흘러 가니까요.

다소 길고 두서없이 쓴 글이 됐는데..아무쪼록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흐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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